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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524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7.02 13:00
조회
890
추천
13
글자
11쪽

60화-용(Dragon)(4)

DUMMY

“크아아아아! 으아아아!”


‘이대로 죽는건가.’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놀랍도록 현실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건 분명 가상의 세계. 이곳에서 죽는다손 치더라도 그는 죽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껏 이곳에서 쌓아온 인연들과 그가 행한 행위들과 그의 쌓은 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문득, 얼마전 리아로부터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낳다.


‘잘 들으세요. 다들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한번 죽으면 그곳에서의 생은 끝이기 때문이에요. 정확하게 말하면 해당 캐릭터의 삶이 끝인 거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것은 같으니 마찬가지죠.

그러니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세요. 수없이 많은 생을 경험 할 수는 있겠지만 그때, 그때 결국 삶은 단 한번 뿐이니까요.’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그가 죽는다면 에아는? 곧 깨어날 스피카는? 남겨질 그의 가솔들은? 그것을 깨닫는 순간 그의 눈에서 귀화(鬼火)가 피어 올랐다.


“이대로! 내가 죽을 성 싶으냐!”


마법 수용량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지만 그에게는 아직 능력이 남아 있다.


‘올 리미트 다운(All Limit Down)!

시스템 올 레드(System All Red)!

초과구동(超過驅動) 시작!’


그의 능력은 분명 평소에 제한을 걸어놓았고 지금까지 제한이 풀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풀려나가는 제한은 그 전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의 능력은 ‘전능공간(Mystic place)’. 반경 5m안의 모든 것을 뜻대로 행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무척이나 편리하지만 또한 위험했다. 그것을 처음 느낀 것은 그가 천좌를 이루고 나서였다.


‘아, 물이 있었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한마디. 하지만 그 한마디로 인해 세계의 구성이 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격렬한 두통에 정신을 잃고 깨어나 보니 주변이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드높은 격의 지나가는 한마디는 간절한 소원에 비견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 한마디가 소망에 육박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강한 의지가 되어 결국 능력이 제멋대로 힘을 써 종래에는 그 육신마저 상하고 만다는 것을.

그 후로 그는 늘 스스로에게 제한을 걸어두고 있었다. 천좌의 마법까지 동원한 그 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봉인.

하지만 마침내 그 봉인이 풀어졌다.


“이 빌어먹을 아가씨야! 적당히 좀 하라고!”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던 마나를 다시 회수하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끊임 없이 갈구하는 그녀의 육신에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Energy)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마나와도 다르고, 마력과도 다르고, 오라와도 다르며, 신성력도 아닌 그 무엇.

제한이 풀려버린 그의 능력이 만들어낸 그 무엇이 끝 없이 갈구하는 그녀의 몸을 만족시키기 시작했다.

주입하는 그 자신조차 모르는 힘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난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폭풍이 지나가고. 한숨과 함께 찾아온 탈력감과 피로에 정신을 잃을 때 흐릿한 시야의 너머로 여태 의자에 앉아만 있던 신형이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작작 좀 하라고. 이 빌어먹을 아가씨야.”


그게 그가 정신을 잃기 전 진심을 담아 내뱉은 한마디였다.


* * *


“작작 좀 하라고. 이 빌어먹을 아가씨야.”


무슨 뜻일까. 이 인간은 자신이 무슨 말을 지껄인 것인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

고작 인간 주제에. 하찮은 인간 주제에.

위대한 종족의 일원인 자신에게 그 따위 언사를 지껄이고도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것 이 남자는?

그 언사가 얼마나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인지 그는 인지하고 있을까?


‘불쾌?’


잠깐 고개를 갸웃거려본다.


‘불쾌하다?’


불쾌하다. 아니, 불쾌해야 한다. 하찮은 인간이 자신에게 무례를 넘어 무엄하기까지 한 언사를 지껄였는데 어째서 불쾌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지금 가슴에 피어 올라 있는 이 감정이 불쾌감일까?


‘좋아······ 한다?’


아니, 아니다. 지금 지닌 이 감정은 호감이다. 저 무례한 인간에게 자신은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왜? 어째서?

단 한마디의 말을 내뱉고 정신을 잃어버린 채 엎어져 있는 그에게 흥미가 인다. 자세히 보려 쪼그려 앉아 보지만 왠지 몸이 불편하다. 왜?

아, 옷이 작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분명 자신은 그곳, 절규와 비탄이 넘쳐나는 엘프의 숲에서 정신을 잃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완전한 성체가 되어있다.


‘아직 500살인데?’


성체가 되기 위해 가지는 수면 시간은 대략 1백년 전후.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여전히 500살이다. 그렇다면 무언가 외적인 요소가 개입했다는 말. 그것이 무엇일까?

쿡쿡.

머릿속이 상념에 물들자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볼을 찔렀다. 그리고 느꼈다.


‘어? 어? 어?’


뭐지? 뭘까.

쿡쿡.

고개를 갸웃거려 보지만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답해 줄 이도 있을리 만무하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인간과 자신이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이건······’


처음에는 자신의 것을 그가 가져간 것인 줄 알았다. 드래곤, 위대한 용족은 인간 따위보다 훨씬 위의 드높은 곳의 존재니까.

하지만 그것이 아니다. 이것은, 이 힘은 애초에 이 인간의 것이다. 자신은 고작해야 마나를 지배할 뿐이지만 세상만물이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게······ 인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인간이라는 종(種)이 바뀌었나? 아니다. 천만에. 이 정도의 힘이면 전능. 아니, 차라리 권능에 가깝다. 용족조차 지니지 못한 지엄한, 높은 격의 힘.

그런데 그런 것을 지닌 이 존재가 인간이라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아,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살린 것은 이 인간이고, 그가 자신에게 힘을 나누어 준 덕분에 그녀는 용족 중에서도 규격외의 존재에 가까워졌다는 점. 그리고


‘좋아.’


배부른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짖고 그의 품을 파고 들었다. 지금 그의 몸이 쓰러져 있는 곳이 바닥이라는 것도 상관 없다.

바닥에는 제법 좋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


그의 품에 안겨 있으면 너무 안락하다는 점.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비단 단순한 호감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


‘졸려······’


그 옛날 그녀의 어머니의 품과도 또 다른 그 따스함에 그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감돌았다.


* * *


“어떻게 해요!”


바이올렛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의 의지에 의해 방 밖으로 추방된 지 벌써 두시간째. 하지만 아직까지도 결계는 변함 없이 강력했다.

이미 몇번이고 파괴를 시도했지만 그들의 무력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결계는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고 굳건했다.

시리아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고, 이나니스는 불안해 하는 아니마를 달래고 있었다.


“게럴트!”


바이올렛이 게럴트를 소리 높여 불렀지만 그조차도 속 시원히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으음······’


그의 가진바 이름은 혜안(慧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이름이지 지금처럼 능력을 벗어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안색을 굳힌 채 입을 다물고 있는 그가 불만스러웠지만 바이올렛도 그를 더 다그칠 수는 없었다.

파괴의 이름을 가지는 자신조차 부술 수 없는 결계다. 분명 훨씬 상위의 격으로 이루어져 있을 터. 그것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스터······!”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들의 주인, 아인즈는 분명 훌륭한 주인이다. 그 능력도, 자신들을 대하는 마음도, 그의 이상도. 하지만 이런 것은 아니다.

그가 자신들을 아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어째서 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는 것인가.

자신들은 오롯이 그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들. 그를 다시는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슬프겠지만 그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에 기뻐한다면 기뻐하지 슬퍼하거나 억울해할 리는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왜!


쾅!

그녀가 벽을 후려치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야에 그녀의 눈물이 비춰졌다.


“왜! 왜! 혼자서 그렇게 짊어지려고 하시는 거야! 왜! 그저 원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얼마든지 이 목숨이라도! 영혼이라도! 얼마든지 던질 텐데. 왜! 왜애!”


비통한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그녀의 외침은 게럴트나 시리아와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의 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터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할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의 행함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는 것 뿐이다.

왜?

그가 원하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그가 자신들이 상처 입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무엇 때문에?

우리가······ 너무나도 미력하기 때문에.


“흑, 흐윽. 흐윽.”


결국 도달하고야 만 그 슬픈 결론에 그저 흐느꼈다. 그는 너무나 자상했다. 너무나 따뜻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눈물을 흘릴 따름이다.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이 부디 그 슬픔과 자신의 모자람을 가려주기를 바라며.


“으윽, 흐으윽. 흐윽.”


벽에 기댄 채 얼굴을 가리고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그녀를 누구도 달래주지 못했다. 그들 스스로도 그녀와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다들 자신의 슬픔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일행의 밖에서 무표정을 유지하던 솔리투도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가만히 문을 들여다 보던 그녀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고는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워낙에 작은 변화라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손에 힘을 주려던 그녀는 문득,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는 바이올렛이 보였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던 그녀는 바이올렛과 문을 한번씩 번갈아 보더니 바이올렛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흐윽?”


그 손길에 놀란 듯, 들어올린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었다. 이나니스였다면 당장에 웃음을 터뜨렸겠지만 아직 솔리투도는 그럴 만큼 감정이 풍부하지 못했다. 대신 특유의 뚝뚝 끊어지는 말투로 단어를 조합했다.


“공간, 열렸다.”


“어?”


무슨 말일까?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올렛을 보던 그녀는 이내 잘못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결계, 부서졌다, 출입, 가능.”


“어? 어?”


“······?”


무언가 잘못된 것일까? 분명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모자란 모양이다. 무엇일까. 이곳의 언어는 지나치게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솔리투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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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마법사, 그리고 마술사(1) 16.06.04 996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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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마지막 휴가(3) 16.06.04 1,005 12 12쪽
39 38화-마지막 휴가(2) 16.06.04 1,08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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