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월(醉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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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17:15
최근연재일 :
2016.05.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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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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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 회 돌아온 탕녀(蕩女)

DUMMY

마치 낙양의 창랑원을 옮겨놓은 듯 휘황한 내궁이다. 그곳에는 만여원주가 몰려든 하객들의 예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궁주의 곁에는 무정랑이 함께해 내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내궁으로 몽아와 함께 들어선 예원이 그 복잡한 실내의 한구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제, 저기!”


뜻밖에 효림에 그곳에 서 있었다.


“엇, 효림사저가 아니오. 사저가 어인 일로?”

“호호호, 이년이 기대해도 좋을 일이 있다 하지 않았어요?”

“또..., 또 그런다.”

“아가씨도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제를 따르기로 했어요. 사제의 복심을 알아들은 게지요.”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다니 다행입니다.”

“해서, 오늘을 때맞추어 자연스럽게 찾아 온 거예요. 가서 고맙다는 말이나 전해요.”

“하하하..., 알았소. 허나 형수, 더는 이상한 생각 마오.”


몽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효림의 곁으로 다가갔다. 바로그때, 만여원주의 호통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년, 도망칠 때는 언제고, 다시 돌아왔으면 이 사부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어디서 꾸물거리고 있느냐?”


몽아와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효림을 보며, 어쩌면 둘을 다시 맺어줘 몽아의 머리에 든 무공을 수월히 빼낼 수 있지는 않겠는가,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지난날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사... 사부님!”

“됐다. 또다시 과오를 저지르지 말도록 해라!”


많은 하객들이 몰려들었지만 언사분원은 창랑원 식구 끼리만의 축하연이 아니라 중원의 축하연이나 진배없었다. 하객뿐 아니라 창랑원 원로부터 저 아래 하급졸개들까지 먹고 마시고 요란하다. 그중 만여원주의 행보가 두드러지게 눈에 뜨였다. 이젠 강호가 금방이라도 자신의 손에 들어올 것처럼 벌써부터 하객들 앞에서 지존의 행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자리였다. 하기야, 근래에 들어 정체모를 인물에 의해 강호분원이 하나씩 사라져 갈 즈음, 이렇게 사라졌던 지부하나가 우뚝 되살아났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의문의 인물이 다시 공격해 오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헌데 아직까지 아무런 낌새도 없다. 만여원주는 자신의 위세에 눌려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으하하... 하하하하!”


허공을 울리는 큰 웃음소리와 함께 푸른빛이 번쩍 언사분원의 지붕위로 내려앉았다.


“어엇, 저놈은?”


언젠가 이곳을 초토화 시키고 창랑원에까지 날아들어 혼을 빼 놓았던, 얼굴을 흰 복면으로 가린 그 녹의서생이었다.


“저놈이, 저놈이 또 나타났다!”


장중의 모두가 놀라 외마디 소리를 내뱉는 순간, 예원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몽아의 행방을 살폈다.


“......?”


그러나 몽아는 그 와중에서도 효림과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나누고 있다. 예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사제는 저 자리에 있다. 이상하구나. 그럼 저 인물이 누구란 말인가?”


저 녹의서생은 몽아여야 했다. 그런데 몽아는 눈앞에 있다. 예원이 의문의 잠겨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때 무정랑이 녹의서생 곁으로 날아올랐다.


“가까이 다가들면 목숨은 없다. 돌아가라!”


녹의서생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훌쩍 날아오른 무정랑은 녹의서생이 뿌려낸 잠력을 견디지 못해 더 이상 녹의서생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힘에 밀려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창랑원에서의 수순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광경이었다.


“내 오늘은 언사분원이 다시 문을 연 날이라 축하를 겸해 한마디 경고만 하고 돌아가리다. 원주, 이사람 언제나 원주를 지켜보고 있으니 더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근신하시오.”


그리고는 만여원주가 무어라 대꾸를 할 겨를도 없이 신형을 날려 군중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녹의서생이 사리지는 그 순간 예원의 눈초리가 예리하게 빛났다.


‘저 인물, 지난날 창랑원에 나타났을 때와는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다.’


다시 한번 몽아를 돌아보며 의문에 잠기는 예원이다.

그보다 내궁의 실내에 모인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이제 원대한 계획에 불을 지필 때만 기다리며 강호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을 초청해 찬치를 베푸는 만여원주의 면전에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툭 던지고 사라졌다. 그 말의 뜻이 무언가 궁금해진 하객들이 소란스러워지며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만여원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저놈, 본 원주와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오래전 이 분원에 와서 패악을 저지른 놈이오. 언사분원이 다시 문을 연다하니 내막을 살피러 온 듯 하외다. 아마 나와의 거래에서 재산을 모두 털려 원한을 품은 놈이 아닐까 짐작하오.”


어쩔 도리 없이 변명을 해야만 했다. 모두들에게 의문이 시원하게 해명되지는 않은 말이었으나 오늘은 잔칫날, 하객들도 그 정도로 말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그때, 창랑원의 막내제자 효정(曉晶)이 실내로 들어서며 만여원주의 앞으로 다가섰다.


“사부님, 상관을 방문한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헌데 이 소란은 무엇 때문인지?”

“별일 아니니 염려마라. 그보다 효림이 와있으니 가서 만나보아라.”

“예? 언니가요?”


어릴 때부터 거두어 제자로 삼은 효림과 효정, 큰 아이 효림은 세상 살기에 약삭빨랐고 효정은 그 성품이 조신하고 순진한 아이였다. 그런 효정에게는, 사부가 강제로 혼인을 시키려 하자 스스로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며 사부의 품을 떠나 도망쳤던 언니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실내 한 귀퉁이에 서있는 효림을 향해 달려가려다, 함께 자리한 몽아를 발견하고는 효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시 멈칫하던 효정이 마음을 다잡고 다가갔다.


“언니, 어인 일로 다시 돌아왔수?”


아직도 효정의 어투는 서운함이 가득 담겼다.


“응, 몽아사제의 간곡한 부탁이 있어서...”

“사부의 명이 아니고 사제 때문에 왔단 말이우?”


어이가 없다는 효정의 말투다. 멀리서 그들의 대화를 바라보던 예원이 다가와 두 사람의 말을 가로챘다.


“두 분 아가씨, 이 좋은 날 그만들 하세요. 그보다 효정아가씨는 어찌 이토록 늦게 당도했어요?”


예원의 물음에 효정의 표정이 흠칫 긴장했다.


“사부님을 대신해 언사분원 상관의 손님들을 접대하느라 조금 늦었어요. 그보다 언니, 대사형은 어디 계십니까?”

“호호호, 그이는 얼떨결에 녹의서생의 장(掌)을 맞아 잠시 운공 중이에요. 휴우..., 그 놈의 정체가 대체 무언지?”

“예? 감히 대사형을. 전 대사형의 상태를 살피고 올게요.”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하며 자리를 뜨는 효정을 예원이 유심히 바라보더니 몽아의 옷소매를 살며시 잡아끌었다.


* * * * * * * * * * * * * * * * * *


해는 저물어 어둑해진 뜰로 걸음을 옮긴 두 사람은 마당의 구석진 곳에 세워진 석상 앞에 멈추었다.


“형수, 왜 이 구석진 자리에 날 끌고 왔소?”


서운한 듯 바라보는 예원의 눈길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사제, 그 녹의서생이 누굴까요?”

“어허, 그냥 사라졌는데 난들 어찌 아우. 나중 알게 되겠지요.”

“어찌 이년에게까지 숨기려 합니까? 정말 너무해요.”

“미안, 미안하오, 형수. 숨기려는 게 아니고 까닭이 있어요. 조금만 시간을 주고 기다리면 내 모두 설명하리다.”


살며시 손을 잡아주며 피치 못할 사정이라 정성껏 말했다. 예원은 그런 몽아의 품에 가만히 안겨들며 투정부리듯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그렇지만 이년에게까지 비밀로 하다니!”


허나 말과는 달리 팔은 몽이의 허리를 감아 당기며 입속으로 혀가 밀고 들어와 구석구석을 누볐다.


“어허 형수, 누가 보면 어쩌려구?”


“피이, 대사형은 운공중이고, 내궁에는 모두 어울려 잡담나누기에 정신들이 없어요. 싫으면 돌아가지 뭐!”

“누가 싫댔나? 헌데 형수, 형수가 몸으로 나를 유혹을 한다 해도 사실은 나중에 알려 줄거니 너무 애쓰지 마오.”

“후훗, 그가 누군지는 이년도 짐작해요. 다만 그리해야만 할 이유가 궁금할 뿐이에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생긋 웃는 예원의 얼굴은 이미 발갛게 물들어 있다.


“자... 잠깐. 형수, 누가 오고 있소.”


발자국 소리가 또렷했다. 얼른 몸을 움직여 석상의 뒤로 몸을 숨긴 두 사람의 앞으로 효림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지나갔다.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던 예원이 몽아를 슬쩍 밀었다.


“호호호, 사제. 효림아가씨는 사제를 찾는 거예요, 어서 뒤쫓아 가세요. 아니면 이년이 함께 가줄까요?”

“......?”

“기대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요. 어서요!”


* * * * * * * * * * * * * * * * * *


그 순간 모른 척 석상 앞을 지난 효림의 가슴은 방망이질 쳤다. 조금 전 눈앞에서 목격한 그 광경, 몽아와 대사형의 부인이 뒤엉켜있던 그 광경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지를 못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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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20 회 음모의 종극(終極) 16.05.31 2,835 10 17쪽
19 제 19 회 암계정사(暗計情事) 16.05.31 2,666 8 9쪽
18 제 18 회 승체공양(僧體供養) 16.05.31 2,613 9 6쪽
17 제 17 회 승방치태(僧房癡態) 16.05.31 2,723 9 11쪽
16 제 16 회 괴이한 장례 16.05.31 2,401 10 9쪽
15 제 15 회 죽음의 교합(交合) 16.05.31 2,703 10 7쪽
14 제 14 회 의문의 최후 16.05.31 2,658 10 7쪽
13 제 13 회 노녀소녀(老女少女) 16.05.31 2,709 10 7쪽
12 제 12 회 간교한 색정 16.05.31 3,107 10 10쪽
11 제 11 회 내밀한 음심(淫心) 16.05.31 3,284 10 13쪽
» 제 10 회 돌아온 탕녀(蕩女) 16.05.31 3,043 10 9쪽
9 제 9 회 혼란의 시작 16.05.31 3,185 9 11쪽
8 제 8 회 또 한명의 여인 16.05.31 3,385 11 7쪽
7 제 7 회 마상유희(馬上遊戱) 16.05.31 3,323 12 9쪽
6 제 6 회 의도된 정사 16.05.31 4,044 13 8쪽
5 제 5 회 대사형의 처(妻) 16.05.31 3,707 13 13쪽
4 제 4 회 과욕사음(過慾邪淫) 16.05.31 3,793 12 12쪽
3 제 3 회 치열한 음사(淫事) 16.05.31 4,437 14 14쪽
2 제 2 회 욕정에 들뜨다 16.05.31 5,077 13 13쪽
1 제 1 회 육욕의 단초(端初) 16.05.31 5,513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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