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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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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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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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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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5>

DUMMY

** **


원로들이 있는 청성각으로 향하는 원연홍의 심장은 아직도 세차게 뛰고 있었다.

위현룡의 생존이라는 뜻밖의 사실이 그녀에게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반드시 위사제의 누명을 벗겨줄 것이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도 잡을 것이다.)


이런 갑작스런 다짐은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변화였다.

아버지 원기종의 그늘 아래서 고운 화초처럼 살아왔던 원연홍.

허나 이번 사건은 그녀의 인생에 비통한 고통을 안겨줌과 동시에 원숙하고 굳은 심지(心志)를 심어주는 계기도 되었다.


-청성각.

원연홍은 눈앞에 웅장하게 지어진 청성각을 올려다보면서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 세월을 보냈던 청성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선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긴 원로들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졸지에 이방인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비단 그녀에게만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인가?"


정문을 지키던 자들이 고압적인 음성으로 묻고 있었다.

척 보니 원로들이 거둔 제자들이 분명했다.


"원로님들을 뵙고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원연홍을 위아래로 대충 훑어보더니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지금 원로님들께서는 회의로 무척 바쁘시니 나중에 찾아 오거라!"


윗전에 고하지도 않고 단칼에 쫓아내려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원연홍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청성파 내에서 자신을 이토록 불손하게 대했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그녀는 이런 자들에게 밀려 허무하게 물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원기종 장문인의 여식 원연홍이 원로님들을 뵙기를 청하옵니다."


갑작스런 사고에 지키던 자들은 일제히 인상을 험악하게 구겼다.

회의가 있으니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게 잘 지키라는 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추후에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이런 건방진 계집!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분통이 터진 한 놈이 그녀를 거칠게 붙잡아 끌어낼 시도를 하였다.

그러자 원연홍은 강하게 뿌리치면서 오히려 그 자의 팔을 금나수법으로 꺾어 바닥으로 쓰러트려 버렸다.

졸지에 땅바닥에 처박힌 사내는 얼굴이 벌개졌다.


"이 미친년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


열이 머리끝까지 뻗친 그가 벌떡 일어나 성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허나 그가 막 몸을 날리기도 전에 이미 원연홍의 신형은 아래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동시에 그 자의 몸통을 두 차례에 걸쳐 강하게 타격하고 있었다.


"우욱!"


순간적으로 아랫배에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받은 그는 게거품을 물면서 뒤로 자빠져 버렸다.


"내 몸에 손대지 말라!"


원연홍의 앙칼진 일갈에 지키던 자들은 그만 아연실색하여 쓰러진 동료만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 패거리들 중에선 제법 힘깨나 쓴다는 녀석이 가녀린 아녀자에게 나가떨어졌으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그때 청성각 내실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밖에 큰 소란이 일어나자 무슨 일인가 싶어 나오는 모양이었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원로 한 명이 나왔다가 벌어진 상황을 목도하고는 이내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리곤 공세를 취하고 있는 원연홍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백께서 들어오라 하신다."


이에 원연홍을 둥글게 포위하려던 제자들은 얼른 뒤로 물러나면서 길을 터 주었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무섭게 한번 노려본 후에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은은한 향초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가운데 원연홍은 넓은 탁자를 중심으로 앉아있는 약 이십 여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성파 제자 원연홍이 원로들께 인사 올리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에게서 어떤 증오와 경멸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중히 읍을 하였다.


"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게냐?"


원로들을 이끄는 한백상이 탐탁지 않다는 눈초리를 보이면서 대뜸 묻고 있었다.

얼음보다도 차가운 기운이 뼈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인지라 원연홍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살짝 떨었다.


"제...제가 원로님들을 찾은 이유는 속가제자들 때문입니다."


"속가제자들?"


"그렇습니다. 오늘에야 사백조께서 속가제자들을 모두 돌려보낸다는 명을 하달하셨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라면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마음에 품은 말을 제대로 끄집어내기도 전에 말이 잘렸으므로 원연홍은 무척 당황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그냥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단지 그저 그런 속가제자들이 아니옵니다. 아버지께서 청성파의 미래를 내다보시고 거둬들인 청성파의 미래요 기재들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들의 역량을 참작(參酌)하시어 재고(再考)해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순간 한상백의 거친 호통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라! 청성파의 미래? 원기종이 건방지게 청성파를 좌지우지하며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통탄할 일인데 그 따위 비렁뱅이들을 청성파의 미래랍시고 받아들이란 말이냐!"


"사....사백조님..."


그의 성난 음성을 들은 원연홍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원로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한 것이고, 만일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다시 잘 절충하여 적당한 해결책을 모색하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과장되게 분노를 표출해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버지까지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비록 아버지가 원로들에 대한 말씀은 없으셨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청성파와 아버지를 위해 사심없이 자리를 내어준 원로들을 무척 존경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녀의 이런 순수한 마음을 무참히 깨어버리고도 남았다.


"사...사백조님...저...저는...그냥..."


"그 입 닥치지 못할까!!!"


원연홍은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아무런 항변도 못한 채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내실에 모여있던 원로들은 그런 그녀의 비참한 몰골을 가운데 두고 싸늘한 냉소를 치면서 비웃을 따름이었다.

이때 한백상의 입에서 더욱 잔인한 폭언이 쏟아져 나왔다.


"원기종은 이제 더 이상 청성파 장문인도 아니고, 너 또한 장문인의 여식이 아닌 청성파의 제자일 뿐이다. 그런데도 법도를 무시하고 찾아와 오만 방자한 소리를 늘어놓는 게냐! 이번 한번은 넘어가 주도록 하겠지만 차후 이런 방약무인한 짓거리를 또 한번 저지를 시에는 절대로 좌시(坐視)하지 않을 것이니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알아들었으면 썩 물러가거라!!"


내실에서 나오는 원연홍은 너무나도 비참하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현기증마저 일어났다.

설마 이런 상황을 맞이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던 탓이었다.

안에서 들려나오는 한백상의 고함소리에 고소해하고 있던 제자들의 낄낄대는 소리를 뒤로하면서 걸어나오는 그녀의 두 다리는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때마침 근처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천승비가 얼른 다가왔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막상 질문은 했지만 천승비는 그녀의 파랗게 질린 안색을 보며 도저히 반가운 소식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미...미안해요."


울음이 잔뜩 섞인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천승비는 낙담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무리였던가...)


그는 아직까지도 놀람과 충격으로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그녀에게서 연민(憐愍)의 정이 느껴졌다.

아무리 원기종 장문인의 여식이고, 여장부라고는 하나 그녀도 여인이었다.

장문인도 세상을 등진 마당에 서슬 퍼런 원로들 앞에서 무슨 항변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솔직히 이렇게 나서준 것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것으로 속가제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원사저도 원로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면 이것 또한 그들의 운명, 거스르지 말고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한 천승비는 원연홍에게 따뜻한 말을 건넸다.


"원사저는 속가제자들을 위해서 충분한 성의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니 자책하며 마음 아파하지 마십시오."


"이제 어떻게 하지요? 속가제자들이 다 떠나게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훗날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 천사제는 그렇게 생각하나요? 과연 그들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요?"


"우리들이 그렇게 만들어야하겠지요.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원연홍은 자신이 슬픔에 젖어 두문불출(杜門不出)하는 동안 청성파에 무서운 변화의 회오리가 몰아쳤음을 이제야 똑똑히 인식한 셈이었다.

원로들이 죽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청성파를 잘 다독거려 줄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게 냉대를 받은 지금은 오히려 청성파의 미래가 암울하게만 보이고 있었다.


"이미 청성파는 원로들과 그들의 제자들이 모두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청성파 원로들과 그의 제자들, 그리고 기존의 청성파 제자들은 모두 한 뿌리요, 한 문파였다. 하지만 천승비는 거침없이 그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원연홍은 눈물에 젖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천사제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말아요. 큰일을 당할 수 있어요."


그녀가 걱정을 해주었지만 천승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큰일은 당하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죠?"


"대사형을 비롯한 모든 제자들이 삼대제자로 강등되었습니다."


그 말에 원연홍은 화들짝 놀랐다.


"그게 사실인가요? 언제 그런 일이..."


"벌써 열흘도 넘었습니다."


자신이 슬픔에 잠겨 칩거하고 있을 때 그런 명이 내려졌던 모양이었다.

사실 청성파 제자들은 그녀가 다시 충격을 받을까봐 염려되어 일제히 함구한 상태였다.

허나 지금 연이은 비보(悲報)로 인해 원연홍의 가슴엔 또 다른 생채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사형과 사제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을 노렸을 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천승비는 원로들이 기존의 제자들을 내치기 위해 좋은 구실로 삼은 것이라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원연홍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앞으로 청성파에 큰 암운(暗雲)이 드리울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만이 그녀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 **



천승비와 헤어진 직후, 원연홍은 곧바로 속가제자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 간의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그들을 위로해주고, 떠나는 길에 배웅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곳에는 원로들이 결정을 번복하기를 바라며 끝까지 버텼던 속가제자들이 남아있었다.

허나 이미 모든 것을 단념했는지 묵묵히 짐을 싸고 있는 그들의 얼굴엔 짙은 그늘만이 가득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잡동사니들과 그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의 거처는 흡사 전쟁터처럼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원연홍이 출현하게 되자 속가제자들은 모두 할 일을 멈추고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원소저 나오셨습니까?"


모여든 자들이 위현룡을 따르던 속가제자들이었기에 원연홍은 반가우면서도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소식 들었어요...정말 미안해요..."


속가제자들은 우울한 얼굴로 싸놓은 짐들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지옥 같은 처참한 미래를 바꿔보고자 청성파로 들어오면서 얼마나 가슴이 뛰고 벅찼을까.

이런 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 청성파였지만, 이들의 염원을 무참히 짓밟은 것 또한 청성파였다.

원연홍은 나직한 한숨을 쉬면서 그들의 눈길을 피하려 애썼다.

그때 문득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저희들은 절대로 원소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평소 장문인과 원소저께서 얼마나 우리들을 위해주셨는데 감히 원망하는 마음을 품는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번 결정은 청성파 원로님들이 내린 결정이라는 거 잘 압니다. 그러니 원소저께서는 너무 괴로워하지 말아주십시오."


그 말에 원연홍은 그만 목이 메어왔다.

위현룡의 결백을 밝히기에 앞서 이들부터 구해보고자 호기롭게 나섰건만, 오히려 원로들의 호통소리에 힘없이 쫓겨 나왔던 자신이 이토록 한심하게 여겨졌던 적은 없었다.


"정말 볼 면목이 없어요. 저도 어떻게든 원로님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


"이미 천대협께 청성파 제자들이 모두 삼대제자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원소저도 경황이 없으실 텐데 어찌 저희가 요행을 바란단 말입니까? 저희들은 그저 그 동안 원소저께서 베푼 호의를 절대로 잊지 않고 떠날 뿐입니다."


이에 원연홍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어디로들 갈 건가요?"


"일단 저희들은 고향으로 내려가서 각자의 생업을 꾸릴 것입니다."


"그래요. 그럼 당분간만 내려가 있어요. 내가 어떻게든 그대들을 다시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 속가제자들은 모두 고마운 빛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이미 삼대제자가 되어버린 마당에 그녀가 무슨 힘을 쓸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라도 말해주는 그녀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소저!!"


그들은 감격에 겨워 그 자리에 넙죽 엎드리며 이구동성으로 감사인사를 해댔다.

원연홍은 그런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조금만 참아요. 내가 그대들을 다시 부를 때까지...)


그녀가 이런 각오를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을 때 누군가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원소저...저기...그러니까..."


"무슨 할말이 있나요?"


"저...저기...위...위형님 말입니다."


뜬금없이 위현룡이 화제에 오르게 되자 주위의 공기는 극도로 무거워졌다.

이미 장문인 살해범으로 단정지어진 위현룡의 이름 석자를, 그것도 피해자인 원연홍 앞에서 언급한다는 자체가 언어도단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서로 원연홍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저...저기...위....위형님은...그...그럴 분이 아닙니다...그...그러니..."


그들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어설픈 주장에 혹여 천녀(天女)같은 원연홍이 노여워하지는 않을까 무척 두려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연홍은 그 말을 듣자 엷은 미소부터 띄웠다.


"나 역시 위사제를 믿고 있어요."


속가제자들은 그녀의 말에 얼굴이 환해졌다.


"원소저!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록 위형님께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셨지만, 죽어서도 원소저의 따뜻한 마음씨를 알았으니 편히 저승길로 가실 수가 있으실 것입니다."


눈물을 펑펑 쏟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원연홍은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보아하니 이들은 아직 위현룡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천승비가 철저히 함구하라 하여 소식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때 뒤쪽에서 날카로운 외침소리가 들렸다.


"오늘이 하산(下山)하는 마지막 날이니 짐을 다 쌌으면 속히 떠나도록 하라!!"


고개를 돌려보니 새로 대사형이 되었다던 임사봉과 그의 사제들이 몰려와 있었다.


임사봉의 명령에 머뭇거리면서 미련을 남겨보던 속가제자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정리한 짐을 등에 지고 양손에 들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떠나겠습니다. 원소저...부디 무탈하십시오."


그들은 하산하면서도 한(恨)만 잔뜩 남겨준 청성파를 잊지 못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그렇게 어렴풋이 사라져갔다.


"정말 미안해요..."


이렇게 한없이 중얼거리던 원연홍은 쓸쓸하게 몸을 돌렸다.

위현룡과 추억이 있는 사람들을 더 이상 못 볼 것을 생각하니 외로움만 가득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몇 발자국 걸을 즈음 이런 빈정대는 소리들이 귓가로 들려오고 있었다.


"저런 쓰레기들을 제자로 삼아 세력을 늘리겠다고? 청성파를 도대체 이 지경으로 변질시켜놓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단 말야..."


"그러게 말입니다. 대사형. 아무튼 늦었지만 청성파가 겨우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원연홍은 꾹 참고 있던 울분이 폭발해버렸다.

대놓고 아버지를 모욕하는 그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성큼 다가가서 비웃음을 내고 있는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냉랭하게 쏘아붙였다.


"과연 청성파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군요. 구대문파중 소림과 무당을 잇는 대문파로 급성장한 청성파가 졸지에 과거의 말단 문파로 회귀할 테니 말이에요."


그녀의 신랄한 한마디에 그들의 안색이 대변하였다.


"이런 당돌한 계집을 보았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 따위 망발을 지껄여대는 것이냐!!"


"흥! 제가 틀린 말을 했던가요? 과거에 근근득생(僅僅得生)하던 청성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청성파를 미래를 운운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닌가요?"


"이런 괘씸한 년! 네 년이 전장문인의 여식이라는 사실을 믿고 까부는 모양인데, 이미 네 년은 문파 내에서 아무런 존재도 아님을 인식 못한 게냐? 오냐! 정 그렇다면 이 참에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해주마!! 여봐라! 청성파 법도를 무시한 이 년을 당장 묶어서 끌고 가라!"


대사형 임사봉의 명령소리에 그의 사제들은 기다렸다는 듯 밧줄을 찾아들고 몰려왔다.

원연홍은 이를 악 물었다.

이들에게 욕보일 바엔 차라리 자신도 청성파를 떠나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아버지마저 여의고 청성파는 이제 그녀에게 슬픔의 고향일 뿐이었다.

더 이상의 미련도 애정도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검병에 손을 가져다댔다.

여차하면 이들과 한바탕 격전을 치른 뒤, 청성파를 박차고 나갈 작심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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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0> +2 20.06.12 1,249 29 17쪽
2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9> +6 20.06.07 1,322 28 15쪽
2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8> +14 20.06.01 1,308 36 15쪽
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402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65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80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77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76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409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22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15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58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61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16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45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29 116 14쪽
2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7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21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31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615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913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66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48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10 133 18쪽
2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90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26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54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52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27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92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85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36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604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705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61 112 16쪽
2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46 115 17쪽
2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76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31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36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65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85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97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313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20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46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44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66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34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804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33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519 78 13쪽
2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56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24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907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 09.12.20 10,531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38 09.11.23 23,017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93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31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38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30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58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81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47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910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92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25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62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91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84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96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40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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