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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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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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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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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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DUMMY

위현룡은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얼른 그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혼자서는 힘들 테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온 힘을 다해서 마차를 밀던 마부는 갑작스런 이방인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세가 산길이니만큼 비적이 출몰한 줄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지나던 길에 보니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호의를 보이는 위현룡을 보면서 마부는 슬쩍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다른 어떤 패거리가 있는지 일단 경계를 하는 것이었다.

마부는 팔척장신에 기골이 장대한 사내였다.

나이는 대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정도로 추정되었는데 그의 눈동자에서 억지로 감춘 듯한 날카로움이 감지되는 것은 무척 의외였다.


[마부행색을 하고 있긴 한데 마부가 본업은 아닌 것 같군.]


살벌한 무림생활에 잔뼈가 굵은 홍후인인지라 항상 처음 만나는 자들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비록 겨우 말 한필이 끄는 마차였으나 마차는 호화스럽게 치장되어 있었고, 창문으로 보이는 여인의 행색도 초라하지 않으니 분명 어디 귀한 집 출신일 것이다. 그러니 그녀를 호위하기 위해 호위무사가 마부로 변장하고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이 한적한 곳에서 그들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니라.]


마부는 위현룡이 돕기를 자청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가 거절하지 못할 만큼 절박했는지 우물거리는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저를 도와 마차 좀 같이 밀어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냥 이렇게 밀면 되겠습니까?”


“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마부는 앞쪽으로 얼른 달려가 쓰러진 말부터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마차 어디에선가 뜯어 온 나무판자를 바퀴 밑에 바짝 밀어 넣으면서 외쳤다.


“이제 같이 밀면 되겠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의 힘이 보태지자마자 진흙에 평생 파묻혀 있을 것만 같았던 마차 바퀴는 단번에 빠져나왔다.

마부는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젖은 이마를 소매로 한번 훔쳤다.


“휴...이거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위현룡은 웃으며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큰 도움도 아닌데 어찌 그러십니까.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때 마차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고개를 돌리니 붉은 꽃잎이 수놓아져 있는 하얀 비단 옷을 입은 여인이 마차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같았는데 이제 겨우 이십대 중반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얼굴에는 세상을 달관한 듯한 텅 빈 미소가 그어져 있었다.

비바람이 몰고 온 한기 때문일까.

세차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타고 목덜미를 적시는 동안 그녀의 갸름한 얼굴도 하얗게 적셔지고 있었다.


“아이고, 아가씨 왜 나오셨습니까?”


마부가 황송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데 그녀는 그런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위현룡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리곤 사뿐사뿐 걸어와 애간장을 녹일 듯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대협, 괜찮으시다면 감사의 뜻으로 소녀가 따뜻한 식사대접을 해 드려도 될까요?”


“아...아니 괜찮습니다.”


위현룡은 순간적으로 당황실색했지만 얼른 안색을 고쳐 사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그녀는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더욱 간곡한 어조를 보냈다.


“보아하니 대협께서 긴 여행 중이신 것 같은데 저희 아버님께서 운영하시는 작은 객잔에서 잠시나마 여독을 풀고 가시지요.”


사실 위현룡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그동안 무림공적이 탄로 날까 두려워 마을을 두고 야산에서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였으므로 머리털은 봉두난발이요, 입고 있는 옷은 낡고 더러워져 언뜻 보면 거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아...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전 이대로 가보겠습니다.”


“객잔이 여기서 그리 멀지 않사옵니다. 제 청대로 하시지요.”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고 귀하게 자란 듯한 그런 여인이 작은 은혜를 갚고자 이렇게까지 권유를 하니 위현룡도 망설여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룡아...하루정도는 따뜻한 휴식을 취해 놓는 것이 나중에 몸을 덜 상하게 될게다. 더군다나 어차피 이들은 무림인들도 아니니 네 정체를 알아볼 리도 없을 것이다.]


홍후인은 야산에서 찬 이슬을 맞으면서 밤을 지새우는 것이 늘 안타까웠던지라 이참에 아예 푹 쉬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위현룡은 상대의 호의를 야멸치게 거절하지 못해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럼 잠시나마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불그레한 미소가 번졌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아...저...저는 밖에 타고 가겠습니다.”


“은혜를 입은 처지에 어떻게 도와주신 분을 마부 석에 앉아 가게 하겠어요. 너무 거절하지마시고 안으로 드세요.”


“아...네...”


홍후인은 그녀의 생고집에 혀를 내둘렀다.

위현룡의 고집이 세상 최고인줄 알았더니 위현룡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여장부의 고집불통을 여기서 보게 된 것이다. 늘 당하고만 살았던 홍후인은 왠지 통쾌하기도 하여 속으로 껄껄대며 웃어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여인의 분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마차 내부는 앞에 마주보고 앉은 여인의 무릎과 스치듯 닿을 정도 비좁기까지 해 가뜩이나 좌불안석인 위현룡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차는 빗길을 달렸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 단 둘이 들어앉게 된 위현룡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여인은 교태 섞인 눈을 하고는 위현룡을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눈길을 피하시나요?”


여인의 물음에 위현룡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얼굴을 붉혔다.


“그냥...아는 사이가 아니니 정답게 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해서...”


그의 솔직한 대답에 여인은 배시시 웃었다.


“참 의외의 모습이시네요.”


“뭐가 말입니까?”


“보아하니 대협께서는 무림인이 분명한데 이렇듯 수줍어하시니 말이에요. 풍문으로 들어왔던 무림인들의 환상과는 너무 거리가 머네요.”


“무림인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이런 상황이 익숙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그런가요?“


여인이 드러낸 그 짧은 의문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하였다.

그녀는 감정을 헤아리기 힘든 듯한 묘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대협의 위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는 무림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필시 명협(名俠)이시겠죠?”


[명협이라...하긴 무림을 통틀어서 현룡이를 모르는 자는 거의 없겠군...]


홍후인이 이렇게 중얼대면서 쓴 입맛을 다시는데 위현룡이 당치도 않다는 얼굴로 대꾸하였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무명소졸일 뿐입니다.”


위현룡이 자신의 내력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챈 여인은 더 이상 신상에 대해 묻지 않았다.

다만 천진난만한 어조로 이런 질문을 대신하고 나섰다.


“헌데 대협은 어디 문파 출신이신가요? 장문인인가 하는 그런 직함이신가요?”


위현룡은 자신도 모르게 그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연배만 따져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을 진지하게 묻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녀가 무림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호기심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장문인은 한 문파를 이끄는 분으로서 문파 내 연배가 높으신 분들 중 한 분이 맡게 되시는 것입니다.”


“아! 그럼 대협은 장문인이 아니고 그 바로아래 대사형이라 불리는 자리이군요?”


“대사형은 문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장문인의 제자들을 통솔하는 한 사람을 일컫는 호칭으로, 장문인 바로 아래서열은 아닙니다.”


“아...복잡하네요.”


그녀가 입술을 비쭉거리며 난해한 표정을 짓자 위현룡이 웃으며 문파의 서열과 규범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이런저런 질문을 더 던지게 될 때는 귀찮아하지 않고 무림이라든가 자신이 몸담았던 청성파 속가제자의 일상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미지의 세계에 빠져든 그녀는 위현룡의 이야기에 때로는 박장대소를 해가며 무척 즐거워하였다.

이렇게 두 사람 간에 이야기꽃이 점입가경(漸入佳境)에 들어설 무렵 달리던 마차는 속도를 줄이며 멈출 기미를 보였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마차 창문으로 고개를 내미니 번화한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밖으로 나간 위현룡과 홍후인은 발 앞에 세워져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축물에 크게 놀랐다.

이것이 그녀가 말했던 아버지가 운영하는 조그만 객잔인 모양이었다.

마차가 도착한 것에 맞춰 객잔 안에서 여러 명의 하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들어가세요.”


위현룡은 그녀의 안내를 받아 객잔 문을 넘어섰다.

수많은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오감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어허...대단하구나. 평생에 이렇게 방대한 객점은 처음 보는구나.]


홍후인이 혀를 내두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동안 위현룡은 붐비는 객잔 손님들 틈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대협. 여기는 일반 손님들을 받는 곳이라 복잡하니 저를 따라오시지요. 후원 뒤쪽에 있는 별채에 대협을 맞을 준비를 해 놓으라 명을 내려놓았답니다.”


허나 위현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위현룡은 객잔 한 구석에 보이는 빈자리를 향하면서 말했다.


“저를 위해 따로 준비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간단한 음식과 조촐한 잠자리면 충분하니 말입니다.”


“호호호, 그래도 어떻게 이런 곳에서 대협을 대접할 수가 있나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별채로 가세요.”


“아닙니다. 저는 이곳이 더 편할 듯합니다.”


이런 말을 남긴 위현룡은 성큼성큼 빈자리로 가 앉았다.

순간 그녀는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다가 얼른 미소로 바꾸면서 위현룡의 뒤를 따랐다.


“대협께서 정 그러시다면 소녀도 기꺼이 뜻에 따르겠어요.”


위현룡과 마주앉은 그녀는 곁에 시립하고 있는 하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대협께 누가되지 않도록 준비를 해서 내오도록 하여라. 또한 위대협을 모신 기념으로 여기 계신 모든 손님들께는 무료로 술 한 잔씩 올리도록 하여라.”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탁자 위에 따뜻한 차가 올라왔다.

화려한 음양각문양이 새겨져 있는 우윳빛 찻잔에 그녀가 손수 차를 따르며 말했다.


“먼 나라에서 구한 차인데 깊은 맛과 향이 일품입니다. 대협께서 맛을 보시고 품평을 해주시지요.”


위현룡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들어 그 향부터 맡아보았다. 이름 모를 꽃의 짙은 향기가 배어 있는 듯한 그런 냄새였다.


(오래 전 청성파에서 원사저와 마셨던 청성차와 비슷한 향이로군.)


잠시 동안 상념에 젖어 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낭자의 말씀대로 굉장히 귀한 차인 듯싶습니다.”


간단히 향에 대한 소감을 밝힌 위현룡은 맛을 음미하고자 찻잔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 홍후인의 다급한 고함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차에 미혼산(迷魂散)이 들어 있다!]


위현룡은 그의 말을 듣고는 정신이 번쩍 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차에서 미혼산 향이 난다.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


이미 청성파에서 염청석이 원기종 장문에게 가져다준 청성차에 독이 있었음을 간단히 잡아냈던 전력이 있지 아니한가. 홍후인에게 그런 능력이 있음을 익히 알고 있는 위현룡은 두 번에 걸쳐 보낸 그의 경고를 절대로 의심하거나 무시하지 않았다.


“왜 그러시나요?”


찻잔을 입술에 가볍게 대고만 있는 위현룡에게 그녀가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위현룡은 혹시나 무슨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았나 싶어 두려운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번민에 빠졌다.


(차에 미혼산이 들어 있다는 선배님의 말씀은 사실일 것이다. 허나 그녀가 하지는 않았을 터...도대체 누가...)


객잔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고 있었다.

자신이 무림공적이니 만큼 노리는 자들이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위현룡은 찻잔을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으면서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분명 어디에선가 암습이 이어질 것이다.)


“왜 그러신가요? 혹 차향이 마음에 안 드시나요?”


계속해서 물어 오는 그녀에게 위현룡은 뭐라 대답을 해줘야 할 지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잘못 말했다가 그녀에게까지 화가 미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홍후인의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빌어먹을...그 차에 섞인 미혼산과 같은 것이 저 여인의 품속에서 발견되었다!]


그 말을 들은 위현룡은 큰 충격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그 말은 자신을 정성껏 대접하려고 한 이 여인이 그것을 시도했다는 뜻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예쁘고 순수한 얼굴로 이런 악독한 짓을 태연히 자행한단 말인가.

자신이 속았다는 분노보다도 그녀가 인륜을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는 데 더욱 화가 나고 있었다.

위현룡은 끓어오르는 마음을 냉정히 가라앉힌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째서 이 차에 미혼산(迷魂散)을 넣은 것이오?”


그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서운하다는 얼굴로 항변하였다.


“미혼산이라니요! 어떻게 대협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제가 왜 대협에게 그런 해악을 저지르겠어요?”


강력히 부인하고 있었다.

이에 위현룡은 찻잔을 그녀에게 밀어내면서 엄히 호통을 쳤다.


“무림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어째서 미혼산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오!”


“몸에 지니고 있다니요? 직접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지을 수가 있지요?”


다소 억울하다는 듯 여인의 음성이 커지고 있었다.

위현룡은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발뺌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치가 떨렸다.


“그렇다면 낭자께서 이 차를 마시어 결백을 증명해 보이는 게 어떻겠소!”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객잔에 있던 손님들이 뜻밖의 소동에 움직임을 멈추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사방팔방에서 ‘쿵’ 하는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수십 명의 손님들이 정신을 잃고 탁자에 머리를 박는 소리였다.

척 보니 그들 역시 미혼산이 섞인 무언가를 마신 게 분명하였다.


[저 사람은 무당파 광소자가 아니냐?]


장내를 둘러보면서 사태를 파악하던 홍후인이 깜짝 놀라 소리치자마자 위현룡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쓰고 있던 삿갓이 탁자에 의해 옆으로 꺾이면서 눈이 반쯤 뒤집어 진 광소자 장윤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저 자가 여긴 어쩐 일이란 말이냐? 보아하니 멋모르고 주는 술을 마시다 저리 된 모양인데...]


워낙 오랜 기간 폐관수련만 한 덕분에 무림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권모술수를 간과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위현룡을 줄곧 따라오다가 객점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행적을 놓칠까 걱정하여 들어왔다가 마침 공짜로 주는 술을 넙죽 받아 마시다 당한 것이 분명했다.

홍후인은 천하와 겨룰 만한 무학과는 별개로 무림초짜처럼 어이없게 당한 모습을 보고는 기가 막혀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여인은 위현룡이 벌써 사태를 파악했음을 짐작하고는 자신의 앞으로 밀려온 찻잔을 들어 바닥에 주르르 쏟아 버렸다.


“과연 괜히 무림공적, 무림공적 하는 게 아니군요.”


위현룡은 경직된 얼굴로 한 순간에 싸늘하게 변해 가는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나를 노리고 벌인 연극이었소?”


“뭐...그런 셈이지요.”


담담히 인정하는 그녀를 보면서 위현룡은 온갖 환멸이 다 몰려왔다.

정말로 착하고 좋은 여인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배신을 당하고보니 인간이 얼마나 간교하고 추악한 존재인지 새삼 느껴졌던 것이었다.


“어째서!”


“어째서라니요? 정말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요?”


“모르오.”


“당신은 무림공적이니까요. 중원무림 전체가 당신을 위험한 인물로 지목하여 용모파기를 돌렸고 어마어마한 현상금까지 붙었지요. 그 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아닌가요?”


“난 무림공적이 될 어떠한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소.”


“아 그러신가요? 허나 당신이 악행을 저질렀든 안 저질렀든 제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단지 당신을 잡는 목적만 달성하면 그 뿐이죠.”


홍후인은 측은한 눈으로 위현룡을 바라보았다.

꽉 깨문 입술과 부르르 떨고 있는 꽉 쥔 주먹.

그가 느끼는 참담함과 분함 그리고 슬픔을 홍후인이 어찌 모르겠는가.

무림공적이 되는 순간부터 주위는 바뀐다.

좋은 인연으로 연결된 사람들, 호인이 되어 준 사람들, 가족, 친구들 모두 바뀐다.

누군가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도 늘 의심과 경계를 해야 하고, 좋은 느낌으로 만나게 된 사람도 언제 잃을까 두려워해야 한다. 허나 이것은 무림공적이 되어 받는 첫 번째 충격일 뿐이다.

이제부터 잦은 추격과 암습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도피를 밥 먹듯 하면서 더욱 심적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러했으니까.

홍후인은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현룡아...참고 견뎌 내거라. 너는 나와는 다르다. 절대로 좌절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위현룡은 목구멍까지 치솟는 울분을 꾹 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소.”


“호호호, 그게 과연 가능할까요?”


위현룡의 앞길을 막아선 여인의 차가운 말소리가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쇳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넓은 객잔 안에서 소란스럽게 먹고 마시고 떠들어대던 장사치들이 일제히 감춰 두었던 병장기를 꺼내 든 것이었다.


[이런....모조리 한 패였군...]


홍후인이 좀 더 빨리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동안 이미 위현룡은 이백 명도 넘는 적들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해도 사방이 막힌 곳에 이렇게 포위를 당했다면 십중팔구 잡힐 수밖에 없겠지요?”


뒤로 재빨리 열장이상 물러난 여인이 득의만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를 이대로 보내 주시오.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가 않소.”


“호호호, 꽤나 자신만만하시군요. 물론 큰 희생이 뒤따르겠지만 그래도 그만한 대가없이 어떻게 당신을 잡을 수가 있겠어요?”


“이 많은 사람들을 당신 욕심 때문에 다치게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말이오!!”


“지금 저를 감화라도 시켜 보겠다는 건가요? 간교한 무림공적이 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녀의 수하들은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살벌한 안광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위현룡은 일촉즉발의 사태에 처해지자 얼른 검을 뽑아 들었지만 사실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 지 크게 고심해야만 했다. 비록 함정에 빠졌다지만 최소한 이들은 무림공적을 잡아 정의를 세우겠다는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단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죽이거나 부상을 입힌다면 죄책감에 시달려 단 하루도 제대로 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만일 싸움이 나면 당신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그만 보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객점 안에 모여 있는 그 누구도 위현룡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없었다.

무림공적 위현룡이 얼마나 위험하고 포악한 자인지 전 무림에 소문이 자자한데 어찌 큰 인명피해가 없을 것인가.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단 한 사람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여인은 잔뜩 긴장된 표정을 보이면서도 자신만만하게 위현룡에게 소리쳤다.


“어떤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당신을 잡고야 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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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5> +6 20.10.10 840 27 11쪽
27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4> +3 20.10.03 875 26 14쪽
27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3> +5 20.09.26 894 25 14쪽
2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2> 20.09.19 881 22 11쪽
2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1> 20.09.12 906 22 18쪽
2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0> 20.09.05 926 26 13쪽
2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9> +1 20.09.02 838 23 15쪽
2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8> +2 20.08.29 890 25 11쪽
2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7> +1 20.08.24 934 26 15쪽
2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6> +8 20.07.22 1,135 27 15쪽
2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5> +2 20.07.04 1,170 28 16쪽
2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4> +1 20.06.28 1,110 28 16쪽
2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3> +2 20.06.25 1,122 24 16쪽
2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2> +9 20.06.21 1,152 27 15쪽
2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1> +5 20.06.14 1,270 29 17쪽
2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0> +2 20.06.12 1,248 29 17쪽
2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9> +6 20.06.07 1,322 28 15쪽
2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8> +14 20.06.01 1,308 36 15쪽
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402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65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80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77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76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409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22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15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58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61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15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45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29 116 14쪽
2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7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21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31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615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913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66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48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10 133 18쪽
2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90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26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53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52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27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92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85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36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604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705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61 112 16쪽
2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46 115 17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76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31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36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65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85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97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313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20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45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44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66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34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804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33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517 78 13쪽
2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56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24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907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 09.12.20 10,531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38 09.11.23 23,016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93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31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38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30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58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81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47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910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92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23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62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91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84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94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40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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