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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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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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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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33장 조우

DUMMY

구룡지로...


33장... 조우...



박휘가 철궁대를 이끌고 강위룡, 당가려, 원정, 혁련운 그리고 팽소용과 함께 산서성 오대산 기슭에 도착한 것은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인 삼월 이십일일 오시쯤이었다.


높이가 천장이 넘는 웅장한 이 산은 일찌기 태행산의 서쪽에 위치했다고 하여 산서라고 불리게 된 황하중심의 이 황토고원에 우뚝 선 다섯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오대산으로 불리우게 되었으며 옛 진나라의 영토이며 중화문명의 주요발생지답게 수상사, 현통사, 그리고 운강석굴등과 같은 명승사찰들이 즐비하기도 하다.


정마련의 산서지단이 있는 태원으로 향하기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에 위치한 까닭에 부리나케 달려온 일행들이 잠시 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기로 한 곳은 주백나무가 양 산기슭을 따라 늘어서 있고 온통 들판에 노란 금련화가 만개한 만인평이었다.

예전 북해빙궁의 남하를 저지하느라 만인의 넋이 잠들었다 하여 만인평이라 칭해진 이 드넓은 들판에서 철궁대가 꿀같은 휴식을 취한지 한식경이나 되었을까?


사시사철 몽고에서 불어오는 황사바람이 없는 적이 드물다는 산서성이지만 저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먼지구름이 예사롭지가 않다.

박휘가 혁련운에게 전음을 날리고 곧이어 근처의 높은 주백나무로 뛰어 오른 혁련운이 안력을 돋우어 전방을 주시한뒤 돌아와 침중한 안색으로 박휘에게 상황을 전한다.


" 박대협! 오륙백 정도의 기마입니다. 창검인듯 번뜩이는 것들도 보이고요. 저 정도의 무력이면 아마도 정마련의 태원의 산서지단의 병력인듯 싶습니다. 어찌 벌써 우리의 행로를 알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말들이 이미 많이 지친 탓에 회피하기에도 여의치 않을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맞부딪치기에는 저들의 세가 영 만만치 않네요. 어쩌시렵니까?.."


제갈지의 당부대로 이 무리의 수장격이 된 박휘가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혁련운의 어깨를 다독이며 입을 연다.


" 운아... 네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맘 같아선 당장 요절을 내고는 싶지만 워낙 중과부족의 형국인지라 혹여 철궁대의 희생이 클까봐 염려스러운 것이렸다. 허나 네 걱정도 일리 있다마는 저들과의 조우가 이곳 만인평임이 우리에겐 득이요, 저들에겐 더 없는 실임에야... 비록 채 보름도 되지 못한 수련이었지만 타고난 신력의 철궁대의 초현에는 이 만인평은 아주 이상적인 조건의 무대가 될 것만 같구나. 너무 걱정말고 나머지 형제들과 임전의 태세나 갖추도록 하거라. "


아들뻘인 혁련운을 자애롭게 다독이던 박휘가 시선을 돌려 철궁대를 보니, 두려움 따위는 한 점 아랑곳 없이 이미 시위에 살을 건 채 형형한 눈빛을 빛내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리 길지 않은 가르침이었지만 궁술에 대한 요체를 다름아닌 강호 최고의 신궁에게 사사 받은 철궁대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으니, 게다가 원체 강골의 무인들인 팽가의 주력 무사들로 이루어진 철궁대원 개개인들에겐 이와 같은 대규모의 접전이란 호기를 맘껏 뽐낼 수 있는 절호의 장과도 같음이었다.


연습때와 같이 순식간에 셋의 무리로 나뉜 철궁대원들이 삼열횡대로 각기 자리하자 박휘의 눈이 매섭게 빛나며 다가오는 인마들을 쓸어본다. 예상대로 정마련의 복색임을 확인한 박휘가 오른손을 치켜들며 오백보 안쪽으로 그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이윽고 출시를 명한다. 앞열의 철궁들에서 흑색철시들이 빛살같이 쏘아짐과 거의 동시에 발사를 마친 철궁대원들이 주저 앉는 머리 위로 또 삼십여의 철시들이 쏘아져 날아가고 뒤이어 또 마지막 삼십여의 철시들이 꼬리를 물듯 쏘아진다. 주저 앉아 시위에 살을 건 처음의 철궁대원들이 세 번째의 활시위 소리를 듣자마자 용수철 튀어 오르듯 일어서 다시 철시들을 날리고 또 다시 주저 앉고 하는 그런 일련의 동작들이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첫 실전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사전에 약속된 다섯번의 연사를 그야말로 눈 깜빡할 새 마친 철궁대원들이 철궁을 뒤로 메고 일제히 말에 올라타며 발도까지 마친 것은 아직 첫 철시들이 산서지단의 고수들에게 당도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사실 이 오백여의 인마들은 십대빈객들을 시험삼아 팽가에 투입시키고난 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고심하던 혈공명이 아예 삭초제근의 의미로 산동지단과 함께 팽가의 섬멸을 지시한 산서지단의 고수들이었다. 혈공명의 명을 받고 부랴부랴 팽가로 내달리던 그들이 철궁대와 맞닥뜨리게 된 것은 그들로서도 미처 생각치 못한 것인데, 실로 공교롭게도 엄폐할 것조차 변변히 없는 탁 트인 평야에서의 철궁대와의 조우는 그들에겐 참으로 불운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래도 명색이 오대세가의 한 축인 팽가를 치는 일인지라 지단을 지키는 위사 몇십을 제외한 전 세력을 이끌고 달려온 이는 산서지단주로 내정된 마맹 출신의 마창 도운백이었다. 마맹 출신으론 드물게 매우 호협한 성격을 지닌 도운백은 일찌기 정마대전에도 참가한 바 있는 백전노장으로서 그가 펼치는 십팔연화창은 구대문파의 장문인조차도 손속을 나누길 꺼려하는 일절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문엔 강호유일의 창강을 구사한다고도 알려져 있으나 호협한 성격대로 사소한 다툼은 아예 내쳐 버리기에 실제로 그의 창강을 확인한 사람은 전무하다고 한다.


아무튼 산서지단의 고수들을 이끌고 쉴 새 없이 달려온 도운백이 느닷없이 만인평에 맞닥뜨린 일련의 흑색 경장의 무리들이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진영을 갖추더니 흑색의 궁을 꺼내드는걸 보자 직감적으로 팽가의 무사들임을 느낀 도운백이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 하고 궁술의 묘를 지우기 위한 거리를 없애고자 전속질주를 명하는 순간, 어이없게도 그들이 출시 하는게 아닌가? 오백보나 더 남은듯한데 발사라니?... 강호에서 전설적인 신병이기들중의 하나인 반궁의 유효사거리조차 기껏해야 삼백보에 불과하거늘, 얼추 백에 이르는 저들이 설마 죄다 신병이기를 소유한 신궁들로만 이루어졌단 말인가?


너무도 무모한 시도에 헛웃음을 날리던 도운백이 그 실소가 초유의 경악으로 바뀐건 바로 촌각만의 일이었다. 멀리서 까만 점처럼 보이던 적들의 화살이 마치 풍신의 입김을 뒤에 받듯이 순식간에 날아와 덮치는게 아닌가? 그 신속함과 화살에 실린 역도는 차치하고서라도 달리는 인마를 동시에 꼬치처럼 꿰어 버리는 그 크기라니? 이건 시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창에 가깝질 않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 앞으로 쏘아진 철시를 애병인 연화창을 휘둘러 쳐낸 도운백이 비로소 그것들이 다름 아닌 철시임을 알아채고는 이제사 방패를 꺼내들며 이파의 공격을 대비하는 무사들에게 서둘러 주의를 전하려는 찰나 어느새 이파의 철시들이 이번엔 방패와 사람을 같이 꿰뚫어 버리고야 만다.


그야말로 난데없이 불벼락을 맞은 산서지단의 고수들이 사방에서 무참히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와 살벌하게 귓전을 스치는 철시 특유의 울림소리에 전율하다 못해 공황상태에 빠진 그들에게 마치 철시를 맞고 고꾸라지는 사람들의 자리를 메우려는듯이 연달아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철시들의 끔찍한 제파들이 이윽고 멈춘 것은 그 시작만큼이나 너무도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다섯의 철시들을 쳐낸 도운백이 은은히 저려오는 손아귀를 털어내며 좌중을 급히 추스려 보자 마치 오체분시를 당한듯이 머리 따로 팔 따로 다리 따로 뒹굴고 있는 처참한 참상이 눈에 가득 찬다. 얼추 보아도 성한 이들이야 기껏 기십 정도... 삼백이 넘는 인원이 이미 저승길 떠난지 오래이고 나머지 인원들은 죄다 하나같이 몸 어딘가에 섬칫한 철시들을 박아 놓고 있는게 아닌가?


오대세가의 한 축인 팽가를 영원히 지우는 명성을 얻을 꿈에 부풀어 사기도 드높이 출정에 나선 정예의 고수들이 삽시간에 이런 지리멸렬한 참경에 처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듯이 전신을 떨어대던 도운백이 노화를 이기지 못해 분노의 장소성을 터뜨리며 팽가의 무리들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기다렸다는듯이 매의 깃털을 매단 낭창낭창한 화살 하나가 도운백에게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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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구룡지로 36장 산타 +4 11.09.03 6,966 57 9쪽
35 구룡지로 35장 언가 +3 11.09.02 7,227 60 9쪽
34 구룡지로 34장 신위 +5 11.08.30 7,190 69 13쪽
» 구룡지로 33장 조우 +4 11.08.26 7,225 58 9쪽
32 구룡지로 32장 출정 +5 11.08.24 7,407 56 7쪽
31 구룡지로 31장 소수 +5 11.08.18 7,358 59 11쪽
30 구룡지로 30장 축융 +3 11.08.10 7,267 58 9쪽
29 구룡지로 29장 좌도 +4 11.06.16 7,390 64 12쪽
28 구룡지로 28장 호접 +6 11.06.08 7,462 59 13쪽
27 구룡지로 27장 엽고 +7 11.06.03 7,407 61 6쪽
26 구룡지로 26장 취임 +6 11.06.03 7,504 64 8쪽
25 구룡지로 25장 화궁 +8 11.06.02 7,668 61 9쪽
24 구룡지로 24장 공명 +5 11.06.01 7,869 57 5쪽
23 구룡지로 23장 삼대 +6 11.05.13 8,010 61 6쪽
22 구룡지로 22장 마정 +5 11.05.12 8,361 62 6쪽
21 구룡지로 21장 명문 +6 11.04.29 8,427 63 8쪽
20 구룡지로 20장 칭죄 +5 11.04.28 8,587 61 7쪽
19 구룡지로 19장 삼살 2 +6 11.04.27 8,577 61 9쪽
18 구룡지로 18장 삼살 1 +3 11.04.26 8,712 59 8쪽
17 구룡지로 17장 철갑 +3 11.04.26 9,520 59 8쪽
16 구룡지로 16장 팽가 +3 11.04.26 9,198 61 8쪽
15 구룡지로 15장 출곡 +3 11.04.25 9,319 62 5쪽
14 구룡지로 14장 태동 +4 11.04.25 9,779 6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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