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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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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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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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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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구룡지로 123장 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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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23장 멸화



실상 강호 제파의 연합세력들을 뺀 구룡회 본연의 세로만 보자면 구룡회의 주축이자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삼대의 쇄도를 지켜보는 구룡회의 수뇌들의 마음은 비장하면서도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승기를 잡기 위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응당 구룡회의 몫이어야 마땅하기에 취한 어쩔 수 없는 고육계이긴 하나, 길진 않으나 엄연히 생사의 격전을 함께 해온 동료이자 가솔이기도한 삼대의 인물들을 정마련의 내노라 하는 절정고수들을 맞상대하라며 뻔히 사지로 몰아버린 것과 다름없는 냉혹한 결단을 내린 제갈지의 가슴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 제갈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 구룡회의 수뇌들 역시 침통한 가슴을 억누르며 그들의 최후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으로 장렬한 희생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무릇 고수와 절정고수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막연히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그 간극을 그렇듯 가슴조이며 지켜보는 이들이 철궁대의 지원을 받으며 암기를 동반한 급습에도 불구하고 촌각의 공방에 순식간에 남겨진 암혼대의 사십 여의 주검으로 비로소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음이니, 어렴풋이 예상은 했으되 그것을 뛰어넘는 처참한 결과로 인해 결국 제갈지의 참회의 눈물과 팽소용의 억눌린 오열이 터져 나오고, 말없이 굳게 앙다문 팽호의 입술이 후두둑 찢어지며 주르륵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결국 사십 여의 동료들을 명부로 앞세운 구룡회 이하 정사마 연합의 무사들의 가슴에 비장함이 가득 채워지는 바로 그 순간, 사십 여의 주검과 맞바꾼 멸화대의 각각 백 여덟 개의 벽력구와 철폭구가 삼방으로 제각기 교묘하게 시차와 거리를 두고 정마련의 삼전의 고수들의 머리 위로 날아든다.


그 기세만으로도 흉험하기 그지없는 멸화대의 선공을 맞는 정마련의 삼전의 진형 역시 쐐기 모양의 방추형이었는데, 전위는 마인전이, 중간엔 천의전이, 후미는 사혈전이 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좋게 보아주어도 엄연히 그들과는 격이 다른 하수에 불과한 구룡회의 삼대들이 전개한, 이가 맞물리듯 치밀하게 퍼부어진 공세에 어이없이 치명적인 거리를 내주고만 정마련의 삼전의 인물들이 그 뼈아픈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취한 행동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었는데, 수 없는 실전으로 얻은 경험과 고수들이 갖는 예리한 판단으로 전위의 마인전의 인물들은 외려 날아오는 벽력구와 철폭구들을 무시하고 멸화대를 향해 빛처럼 쇄도하고, 후미의 사혈전의 인물들은 튕겨지듯 일제히 신형을 뽑아 뒤로 쏜살같이 물러서는 한편, 예비대 성격의 중군에 위치한 탓에 아무래도 행동의 제약이 있던 천의전의 인물들은 출정전의 회합에서 거론 되었던 을지휘의 당부대로 음공의 고수들이 앞으로 나서 음유한 장력들을 허공에서 날아드는 이백여의 화구들을 향해 발출한다.


하지만 이미 산동지단과의 조우에서 초현 된바 있는 삼방삼십육폭망진에 대한 정마련의 대비책을 염두에 두지 않을 리 없는 제갈지의 묘책은 장력이나 병기의 방어가 채 미치지 못하는 허공에서 미리 앞선 철폭구를 뒤따르는 벽력구로 충돌시켜 그 폭굉의 여파를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산동지단과의 접전 때와는 달리 최초의 폭발은 앞으로 쇄도하는 마인전의 인물들의 중간쯤의 대열에서 시작되었는데, 처음의 폭음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미처 방비할 여력조차 주지 않은 채 삼전의 고수들을 덮친 불벼락의 위력은 일찍이 그 누구도 접해 보지 못했던 가공하리만치 전율스러우며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벽력구의 폭발에서 얻은 추진력과 화염을 동반한 철폭구속의 강침들이 삽시간에 수백 수천의 이글거리는 화염지옥속의 불꽃들처럼 비산하며 삼전의 인물들을 맹폭하는데, 그 영향권을 가까스로 벗어난 이들이래야 고작 쇄도하던 마인전의 전위 이십여 명과 최후위의 사혈전의 삼십여 명 정도였다.


최초의 폭굉과 마지막의 그것이 마치 일수유처럼 지나가고, 귀청을 찢는 폭음과 가공할 열기로 부지불식간에 공포에 젖으며 몸을 움츠리던 정마련의 인물들에 눈에 비친 것은 이백 오십에 가까운 고수들이 저마다 이글거리는 불꽃들을 십여 개씩 몸에 박아 넣은 채 여기저기 뒹굴거나 꿈틀거리며 타들어가는 아비규환과 목불인견의 끔찍한 참상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차후로 직접 그 멸겁화를 감당해야할 정마련뿐만 아니라, 구룡회로서도 미처 짐작하지 못한 파멸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는데, 저마다의 공포와 경악으로 마치 시간이 멈춰진 듯 하는 정적을 깨고 주위를 다급히 환기시킨 것은 찰나의 시간에 횡액을 면했으나 뒤이어 솟구치는 분노에 휩싸인 마인전의 이십여 명의 절정고수들이었다.


하나같이 다들 극마의 고수들임이 분명한 마인전의 인물들이 형형한 눈빛을 쏘아대며 이 참극의 주재자인 멸화대에 복수의 칼날과 비분강개한 권장을 막 퍼부으려고 하던 바로 그 찰나, 마치 시공을 초월하듯 나타난 이십여 줄기의 박휘의 무형시기에 단숨에 심장을 꿰뚫린다. 달려들던 관성으로 하나같이 볼품없이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마지막 남은 마인전의 생존자들이 명부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 어느새 거리를 좁혀온 철궁대가 직사로 쏘아낸 삼연사의 철시들이 거듭된 참상에 창백하게 질려 있던 사혈전의 생존자 삼십여 명을 뒤덮는다, 앞서의 견제의 의미와는 달리 혼신의 힘이 담겨진 철궁대의 삼백여의 철시들을 감당하기엔 역불급인 사혈전의 고수들 역시 결국 제각기 촘촘히 철시들을 몸에 박아 넣은 채 나뒹구는데, 말로는 길지만 사실 촌각의 시간에 벌어진 공방으로 인해 생긴 삼전의 사상자가 전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무려 삼백여, 비록 절정의 고수들답게 즉사를 면한 이들이 대부분이나 온전한 사지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한지라 사실상 이 할에 가까운 정마련의 전력이 일거에 이탈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때 더 이상 하얘질 수 없을 만큼 창백해진 낯빛의 을지휘가 정신을 수습하고 비록 선기를 빼앗기기는 했으나 아직도 우세인 정마련의 전력을 총동원해 서둘러 대공세를 명하지만, 이미 약정된 대로 벽력철폭혼원망진을 펼친 뒤, 주저 없이 각각의 삼방삽십육폭망진을 유지하며 셋으로 나뉜 멸화대가 좌, 중, 우로 갈라져 퍼지며 정마련의 진형으로 치달으며 예의 철폭구들을 다시금 던져낸다. 여기까지의 진행이 바로 제갈지의 일대 노림수였는바, 이 시점에서의 무난한 성공으로 미루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리라! 너무도 똑똑히 두 눈으로 목격한 앞서의 참상에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신형을 날려 피하느라 일시에 무너진 정마련의 진형으로 철궁대와 암혼대, 그리고 멸화대의 분전으로 격앙된 삼천의 구룡회쪽의 무사들이 일제히 천지를 울릴 듯이 함성을 내지르며 공격함으로써 드디어 공전절후의 일대난전이자 혼전에 돌입한다.


한편, 거듭된 패착과 초토화된 선봉의 여파로 전열이 흐트러진 정마련과는 달리 구룡회의 조직적인 공세가 서서히 전력의 열세를 뒤집고 애초에 바라마지 않았던 것처럼 대등하게 어울려가고 있는 그때, 드디어 구룡회와 정마련의 수뇌들 간의 대결이 그 막을 올린다. 이미 가공할 신위를 내보이며 혁혁한 전과를 올린 박휘의 무력을 봉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을지휘의 전언을 들은 팔봉공들이 일거에 신형을 뽑아 올리며 박휘를 에워싸는 것을 필두로 정마련의 수십의 신형들이 쇄도하는 구룡회의 수뇌들을 향해 마주 쏘아지는데, 그 기세며 몸놀림이 하나같이 화경과 극마의 끝에 도달한 듯 하는 초절정의 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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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8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0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2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5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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