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연재수 :
133 회
조회수 :
906,588
추천수 :
7,704
글자수 :
536,652

작성
12.06.29 04:40
조회
4,042
추천
52
글자
8쪽

구룡지로 124장 봉공

DUMMY

구룡지로



124장 봉공



정천회와 마맹이 연합을 하면서 여러 가지 조직들이 통합과 확대, 축소를 거쳐 개편된 조직들 중에서도 특히 그 규모나 비중이 큰 곳이 바로 호법원이었다. 정천회와 마맹에서 나이는 먹고 무공은 강하나 마땅히 조직의 구성원으로 부리기엔 부적합한 노고수들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서라도 설립되어질 수밖에 없는 호법원이었으나, 막상 수용되어진 고수들의 면면을 보자 하니, 막강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초절정고수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던지라, 결국 그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여덟의 고수들을 봉공의 지위로 승격해 호법원주의 위에 놓을 수밖에 없었던 혈공명 을지휘가 현경에 이르렀음이 분명한 박휘의 대처법으로 팔봉공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비록 화경과 극마의 끝을 보고 있는 팔봉공으로서도 현경에 이른 박휘를 격멸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으리라 여기지만, 격전의 틈바귀에서 박휘의 역할을 팔봉공과의 공방으로 한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승패의 결정적인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게 을지휘의 노림수였는데, 이를 간과할리 없는 제갈지 역시 박휘에게 결전 전에 신신당부한 것이 바로 ‘속전속결’이었다. 대회전의 승패에 앞서 쓸데없는 자비심이나 망설임이 곧 피붙이나 다름없어진 지인들의 안위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제갈지의 당부에 십분 공감한 박휘가 이십여 줄기의 무형시기를 마인전의 고수들에게 퍼부은 여파로 일순 과부하에 걸린 공력의 운용을 한 호흡의 일주천으로 상쇄하며 자신을 에워싼 팔봉공의 신형이 채 안정을 찾기도 전에 득달같이 선공에 나선다.


이미 무형시기의 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를 봉쇄한 팔봉공들에게 박휘가 선택한 것은 전혀 현경의 초절정고수답지 않은 박투였다. 해동무의 보법으로 너울대듯 팔방을 돌며 어린 연인의 비기였으나 이젠 그 무엇보다 익숙해진 파갑추를 연신 내지르는데, 마치 그 모습이 운율에 맞추어 펼쳐지는 춤사위와 다름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권격에 담긴 신속함이며 흉폭함을 느끼지 못 할리 없는 팔봉공들이 일제히 안색을 굳히며 전력을 다해 저마다 자신들의 절기인 장, 권, 검, 도, 의 강기로 맞선다.


사람은 하나일진대 어찌 팔방에서 일제히 동시에 강기의 충돌로 인한 폭음이 터져 나오는 건가? 그만큼 빠른 손속이었음이 방증되는데, 전문적으로 강기를 파훼하는 파갑추의 특성에 이미 공력의 벽이 허물어진 박휘의 진신진력이 담겼음에야, 비록 절정의 끝을 보았다는 노고수들마저 속절없이 그 무지막지한 충돌의 여파를 해소하지 못한 채 주춤주춤 서너 발자국씩이나 물러서고야 만다. 비록 현경에 발을 들였다고는 하나, 상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고협의 맞수로도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한낱 고려의 유민에 불과했거늘, 일거에 그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초라하게 물러서고야 말다니, 살아온 세월이며 누려온 영화에 낯부끄러울 수밖에 없던 팔봉공이 이를 악물고 반격을 노리는 그 찰나, 눈 깜빡할 새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십여 장 위의 허공으로 몸을 치솟아 오른 박휘가 예의 십이무형추를 쏘아낸다.


일전에 청죽결에서 매일준을 상대하던 각성 전의 그 십이무형추와는 비교조차 무의미한 전혀 다른 별개의 엄청난 위력으로 쏘아진 박휘의 열두 개의 송곳 같은 무형의 강기가, 아차 하는 사이에 그만 거리를 허용하고만 낭패함에 안색을 시퍼렇게 물들이는 팔봉공들에게 뇌전마냥 삽시간에 불벼락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두 대씩을 맞닥뜨린 넷의 봉공들은 하나같이 두 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의 강기에 그대로 전신을 꿰뚫려 즉사하고,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드는 나머지 넷은 하나뿐인 강기에도 불구하고, 송곳마냥 호신강기와 내부를 단숨에 꿰뚫어 심맥과 혈맥, 그리고 장기들을 여지없이 진탕시킨 그 무지막지한 기파에 항거불능의 초라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전신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분노한 암혼대의 무사들이 아직 살아남은 채 칠공에서 피를 쏟아내는 무기력한 봉공들의 명줄을 단호히 끊어내는 모습에 잠시 눈살을 찌푸리던 박휘가 이내 고개를 돌리며 주위의 위협이 되는 정마련의 고수들을 향해 해동궁의 빈 시위를 당기는데, 하나의 흔들림에 하나의 고수가 여지없이 픽픽 쓰러지는 게 전혀 현실감이 없기까지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이미 구룡회의 수뇌부들과 치열한 접전을 치루고 있는 고수들을 제외하고는 정마련의 모두가 박휘의 믿기지 않는 신위와 냉정한 손속에 하나같이 공포에 휩싸이며 전율에 빠져드는데, 팔봉공이 어느 정도는 박휘를 대적해 줄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을지휘마저 예상과는 너무도 빗나간 참혹한 결과에 도리 없이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그 순간, 백여 장이나 되는 전권을 빛살처럼 허공을 가르며 박휘에게로 쇄도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투귀, 정마련의 무상인 마웅 조광이었다.


대저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나름 때로는 선택 받고, 때로는 선택하며 자신이 속하는 사회에서 각각 살아가는 게 각자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무인들이 선택 하고 선택 받는 강호는 오로지 무공으로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세계이다. 협의며 의를 외치지만 결국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독고협으로 칭송받는 화지문 역시 그의 무공이 그토록 걸출하지 않았다면 그 광명정대함이 한낱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같은 맥락으로 보면 정마련의 출범 또한 힘의 논리가 갖는 당연한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정론인지라 강호인으로서 정마련의 행사나 취지를 크게 배척하기엔 사실 무리가 있기는 하나, 다만 강호가 갖는 자유로운 개별성과 독창성에 반하는 고압적인 행보에 뜻하지 않은 희생이 속출함으로 비로소 구룡회 등이 반기를 들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러한 강호의 속성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평가되어 왔던 이가 바로 마웅 조광인데, 마도의 인물이기에 그저 마웅이라고 불릴 뿐, 그 호협함으로 친다면 독고협을 능히 능가하고 무공으로 치자면 일찍이 칠대천왕에 능히 버금간다고 여겨졌던 불세출의 고수가 조광이었다. 십대마가의 공동전인으로서 태어나자마자 벌모세수를 하고, 천마의 진신무학을 제외한 마도백가의 모든 무학을 섭렵하여 이미 약관에 이르기도 전에 홀연히 극마의 벽을 깨뜨렸다는 무의 천재, 조광! 비록 마도의 인물이긴 하나, 타고난 호협함과 정의감으로 정파의 인물들에게조차 존경 받고 있는 그가 불혹 이전에 탈마의 벽을 깨뜨릴 것을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아왔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이미 탈마의 경지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고 공공연히 평가 받는 이 인물이 바로 정마련의 힘을 대변하는 무상의 위에 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 독보적인 그 무공과 그 성격답게 마인전의 고수들에 이어 팔봉공들마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가자 이 대회전의 주재자인 을지휘의 재가도 받지 않은 채 훌쩍 전권을 가로질러 박휘에 맞서고야 만다.


뒤늦게 무상의 참전을 깨달은 을지휘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려 수천의 인원들이 어울려 생사대전을 치루는 전장을 조망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한편, 박휘와 조광이 서로에 대한 탐색에 여념이 없던 그 순간, 한쪽에선 제남 근처의 노산의 한 협곡에서의 조우 이후 사십삼 일 만에 재회한 오독신마 고후와 이무흔의 격돌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정마련의 호법원주와 구룡회의 회주의 싸움답게 주위엔 호법원의 고수들과 다른 구룡들이 살기를 중첩시키며 전운을 점차 고조시키고 있었는데, 이윽고 예의 오독신주가 허공을 가르는 것을 기화로 수십 여의 고수들이 일제히 몸을 날리며 삽시간에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일대 난전과 혼전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룡지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8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0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8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2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5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1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