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연재수 :
133 회
조회수 :
906,599
추천수 :
7,704
글자수 :
536,652

작성
12.07.18 08:22
조회
3,924
추천
51
글자
9쪽

구룡지로 125장 혼전

DUMMY

구룡지로



125장 혼전



오독신마 고후의 오독신주가 이무흔을 향해 허공을 가를 때, 결전전야의 축배를 나누던 인물들 중에서 어쩌면 승부의 한 축을 기울게 할지도 모를 이 치열한 난전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은 후미에서 대회전의 전체 상황을 조망하고 있는 제갈지와 그 곁을 지키는 어차피 전력과는 무관한 언산산, 박휘 대신 낭인들의 냉혈대를 이끌게 된 우소혜, 진주언가의 호가단을 이끄는 언자헌, 황보세가의 천왕대를 책임진 황보옥, 그리고 이미 협의단을 이끌고 정마련의 진형에 뛰어들어 종횡무진 협명이 무색하도록 처절한 살수를 뿜어대는 화지문과 진예예 등이었다.


나머지 열 하나의 구룡들과 그 친인들 중에서 가장 먼저 난전에 뛰어들어 정마련의 절정고수들을 도륙하고 있는 이는 역시 혁련운이었다. 천마의 피를 이어받고 천마의 무공과 더불어 마정의 내력마저 반 이상 가까이 흡수한 마종가의 마지막 적자인 혁련운이 대회전을 맞아 극상으로 치솟는 마기와 살심을 더 이상 자제하지 않고 맘껏 풀어 놓은 것인데, 굳이 천마신검을 빼들 필요도 없이 천마군림보와 천마소에 이어 펼쳐지는 권, 장, 지의 천마의 무학만으로도 이미 맞부딪치는 정마련의 고수들이 줄줄이 천참만륙의 육편으로 화해 전장에 피비인양 뿌려진다. 그렇듯 순식간에 절정과 화경, 극마를 가리지 않고 이십 여 뭇 고수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 버린 혁련운의 질주를 불현 듯 막아선 것은 한 자루의 고색창연한 송문고검이었다.


무당의 전 장생전주인 무위자가 바로 그 송문고검의 주인이었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부질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는 그의 명호에 전혀 부합되지 않게 정마련의 출범에 노구를 이끌고 한 팔을 거든 연유를 살펴보자면, 석년에 차기장문을 놓고 경쟁하던 고후를 끝까지 밀어 주었던 그의 사숙들 중의 하나였던 무위자가 은퇴 후에 내내 마음의 짐으로 남았던 고후가 정마련의 호법원주로 다시금 강호의 전면에 비상하자, 여전히 그를 경원시하는 무당과는 달리 해묵은 연민과 안타까움의 빚을 훌훌 털어 버리고자 홀연히 산문을 나선 것이었다.


이유가 이유니만치 버선발로 반기는 혈공명 을지휘의 환대와 요직의 제의를 일거에 물리친 무위자는 그저 고후의 곁에서 일개 호법원의 일원으로 자리하고 있었는바, 사십 여 호법원의 고수들을 이끌고 고후가 참전하자 원래의 성정에 반하는 정마련의 행사에도 불구하고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가 마종가의 후신임이 분명한 혁련운의 무차별적인 도륙에 본능적으로 출수하여 그를 막아서게 된 것이었다.


은퇴했었다고는 하나, 석년에 무당의 칠성검진을 이끌던 칠성검수의 수좌로 강호에서의 명망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던 정파의 명숙답게 한 번의 검격으로 혁련운의 폭발적인 질주를 단숨에 막아선 무위자가 무량수불의 도호를 되뇌이며 비록 약관에 불과하지만 천년마종가의 가주를 대하는 예를 취하며 입을 여려는 순간, 혁련운이 무위자의 말을 자르며 차가운 일성을 내뱉는다.


“무당인가? 싸움터에서 예며 선문답이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다! 문답무용! 오늘 무당의 검을 천마가 꺾겠노라!”


천둔곡에서의 비참한 마종가의 몰락을 한 올 한 올 가슴에 새겨 놓았던 혁련운이 치솟는 분노와 살심과는 달리 더없이 차가워진 냉정한 눈으로 허리춤에서 천마신검을 뽑아내며 천마군림보와 천마검의 기수식을 취하자 어쩌면 검왕 매일준을 이미 넘어섰을지도 모른다고 평해지던 무당의 노검호도 긴장된 안색을 숨기지 못하고 무겁게 다시금 송문고검의 검병을 잡아간다.


한편, 혁련운의 뒤를 이어 전장에 난입한 이는 의외롭게도 금혜란이었다. 어쩌면 축융방의 마지막 생존자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멸문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간과할 수는 없는 법, 마정의 한 조각과 혁련운의 부단한 지도로 인해 이미 절정에 다다른 소수신공과 축융신공의 접합으로 새파랗게 물들은 소수에 넘실대는 축융의 불꽃을 휘두르며 부딪치는 정마련의 고수들마다 깨부수고 또 불태우고 있었다. 절정과 입마의 고수들은 물론이고, 화경과 극마에 이른 초고수들마저 서슬 퍼런 그녀의 공세에 당황하며 패퇴를 거듭하는데, 결국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마련의 수뇌중의 하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일 권을 내지른다.


일 권이라고는 하나, 그 권경에 담긴 역도가 얼핏 보기에도 그 막강함이 예사롭지 않은지라 치달리던 신형을 처음으로 뒤로 물리며 적의 공세를 빗겨 흘린 금혜란이 신형을 바로 잡으며 반격에 나서려다가 일 권의 주인을 일별하고는 흠칫하며 안색을 굳힌다.


권마 단리패, 십대마가에서 배출한 인물들 중에서 앞서 언급한 마웅 조광에 필적하는 무력을 갖고 있다고 자타가 공언하는 인물인데, 특이하게도 출신이 정파의 단리세가임에도 불구하고 마도에 투신하여 결국 입신양명한 전력으로도 유명하다. 갑자기 연공 중에 주화입마로 유명을 달리한 전가주가 삼처사첩을 거느린 알아주는 호색한이었던 연유로 자그마치 열다섯에 이르는 자식들의 치열한 가주위 쟁탈전 끝에 도망치듯 세가를 떠나 분풀이라도 하듯이 마맹에 투신하여 단리세가의 절기들을 올곧이 바친 반대급부로 십대마가의 문하로 들어가 발군의 노력과 발전으로 결국 권왕 황보숭에 필적하는 권의 대가로 탈바꿈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골육상잔을 부른 가주위 쟁탈전과 함께 단리세가의 씻을 수 없는 수치로 남은 그의 행보 탓에 그저 그런 문파로 전락하며 오대세가에서 물러나게 된 단리세가의 비참한 처지를 보자면 그의 입장에선 나름 더 할 나위 없는 통쾌한 복수였다고 하겠다.


이렇듯 정파 출신이라는 극명한 약점을 안고도 마도의 중추적인 인물로 거듭날 만큼 뛰어난 무재와 의지가 굳건한 단리패가 유난히 호승심을 버리지 못하던 것이 바로 축융방의 축융권이었다. 축융방에서 화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강호에 그 명성이 드높았으며 양강공부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축융권은 권마라고 일컬어지는 그로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시 다름 아니었을 수밖에, 그런 연유로 십대마가에 반하며 끝내 마종가에 대한 충심을 떨치지 못한 축융방의 멸문이 결정되어지자 누구보다 앞장서 축융방의 괴멸을 이끌었던 단리패로서는 느닷없이 구룡회의 화룡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한 축융방의 망령을 손수 다시 지옥의 겁화 속으로 밀어 놓고 싶었음이었다.


금혜란 역시 불구대천의 원수를 마주한 분노와 두려움, 또 그만큼의 절박함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며 전신의 내력을 끌어올려 권마를 향해 축융권의 일초인 개벽화를 내지르는 그 순간, 혁련운과 금혜란의 분전으로 고수들의 수가 사 대 일의 비율에서 거의 이 대 일로 줄어든 장내의 난전은 바야흐로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당가려는 십대마가중의 하나인 탈혼문의 장로들이자 편의 최고수라고 불리는 세 쌍둥이 형제 삼혼편마들을 맞아 이제는 독룡대신 암룡이라 불려도 될 만큼 그 성취가 남다른 호접표와 함께 당문십대금용암기를 뿌리며 간신히 악전고투를 이어 나가고 있었으며, 그 곁에서는 강위룡이 팽호와 함께 어울려 역시 십대마가의 한 축인 귀도방과 만혈검문의 봉공들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극마의 절정이라고 일컬어지는 혈귀도 추응효와 탈명검 전욱을 상대로 일전일퇴의 혈투를 거듭하는데, 이미 혈인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베이고 찔린 상처들에서 흘러나온 피로 주변의 땅을 빨갛게 적시고 있었다.


한편, 구룡들에 비해선 지닌바 무공이 아무래도 현저히 처지는 궁일청과 투비는 둘이 합세해 화경의 고수임이 분명한 청성의 노도사와 조금은 맥이 빠져 보이는 공방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개방의 후개를 상하게 한 뒤의 껄끄러움에서 오는 노도사의 망설임에 기인한 것으로 그들에겐 그나마 천운이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여중삼대고수로 이름 높은 철모란 남궁혜는 그 명성에 걸맞게 창궁대연신공으로 펼치는 창궁무애검법의 화려하면서도 조화로운 검초들을 아낌없이 뿌리며 마창혈각의 젊은 세 고수들로 이루어진 혈창삼재진을 기꺼이 상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원정은 나머지 십여 명의 고수들을 홀로 맞아 유감없이 소림의 비학인 칠십이절예들중에서 그가 익힌 모든 공부들을 한껏 펼치며 오히려 그들을 압박하고 있었음인데, 이는 소의 걸음처럼 우직하고 느리나 결국 거듭된 고난과 각성으로 내외의 벽을 뛰어넘은 그의 무재가 드디어 화려하게 만개하는 순간이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구룡지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9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5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6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6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6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8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