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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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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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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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14장 석패

DUMMY

구룡지로



114장 석패



상중하로 나뉘어 파고드는 해청시를 일거에 떨칠 수가 없다고 판단한 원법이 소림칠십이절예 중의 탄자권으로 머리와 가슴으로 파고드는 해청시들을 쳐내는 한편, 허벅지를 노리는 화살은 무상각을 휘둘러 떨쳐내려 하지만, 탄자권으로 쳐올린 화살에 실린 기세가 앞서 와는 또 다른 경지의 무거움이라, 열일곱의 소녀로부터 쏟아진 내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강맹함으로 튕겨짐을 거부한 채 여전히 쏘아져 오는 게 아닌가? 순간적인 반응으로 목이 부러져라 뒤로 힘껏 젖혀 간신히 첫 번째의 화살을 피해낸 원법이 목을 젖힌 탓에 가슴 대신에 목덜미를 파고드는 해청시를 절정의 금나수인 금룡십이해로 낚아채듯이 잡아낸다.


한편, 탄자권을 쳐낸 여력으로 자연스레 휘돌린 무상각 역시 화살에 실린 뜻밖의 무거운 기세에 낭패를 금치 못하는데, 철우공의 호신강기로 보호되고 있는 원법의 발차기에 격중된 해청시가 튕겨지는 대신에 외려 소용돌이치는 강기마냥 파고들며 원법의 호신강기를 분쇄하는 게 아닌가? 간신히 두 대의 해청시를 피해낸 원법이 이미 신발을 찢고 발바닥을 파고드는 세 번째의 해청시를 황급히 대나이신법으로 몸을 띄운 뒤, 공중제비를 하며 금룡십이해로 낚아챈다. 장대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은 유려한 신법으로 착지한 원법이 아직도 양 손아귀 안에서 맹렬히 휘돌고 있는 해청시들을 십성의 대력금강장으로 우지끈 박살을 내며 어느새 마지막 남은 하나의 화살을 마주하며 다시 한 번 아라한신권을 힘껏 뿌려낸다.


수양이 깊기로도 유명한 사대금강이지만 내내 수세에 몰렸던 노화가 폭발이라도 했던 것인가? 우웅하며 주위의 공기마저 빨아들이는 원법의 아라한신권의 막강한 권세에 맞서는 팽소용의 마지막 해청시 역시 그 와선강의 맹렬함이 예사롭지가 않다. 소림의 사대금강의 하나를 상대로 지금까지의 선전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끔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남은 화살은 이제 겨우 하나, 중인들의 표정엔 팽소용의 패배가 기정사실처럼 느껴지는 안타까움이 절로 번진다. 하지만 마치 그런 생각들에 경종을 울리듯이 맹렬하게 소용돌이치며 원법의 아라한신권과 정면으로 격돌한 팽소용의 마지막 해청시가 그 막강한 권경을 송곳처럼 파고들며 전진하지만, 역시 소림 특유의 일기가성을 토해낸 원법이 아직 체내에 남아있던 여력을 일거에 폭발시키며 아라한신권이 갖는 권강의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마지막 해청시에 실려 있는 와선강기를 일거에 와해시키고야만다.


권강과 와선강의 충돌의 여파로 그나마 간신히 남아 있던 비무대마저 종잇장처럼 터져나가고, 분분히 비산하는 그 파편들 사이로 텅 빈 전통을 메고 역시 텅 빈 시위를 아직 부여잡고 있는 팽소용의 가녀린 모습이 언뜻 내비치는데, 마지막 화살에 내력을 다 쏟아 부었던 것일까? 팽소용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선홍빛 핏줄기가 얼핏 애처롭기까지 하다. 반면에 원법은 앞서의 낭패함을 떨쳐내고, 승리를 확신한 듯이 여유로움이 깃든 표정으로 화살이 떨어진 팽소용의 패배의 인정을 기다리는 듯이 보이는데, 비록 새하얘진 낯빛이지만 아직까지 전의에 불타는 팽소용은 전혀 그럴 기색을 내보이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팽소용의 궁술의 화후에 감복하며 놀란 원법이지만 이미 명백히 승부가 정해진 마당에도 어설픈 치기로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팽소용의 당돌함과 무모함에 앞서 겪은 낭패까지 떠오른 원법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천방지축 애송이에게 다소나마 매서운 맛이라도 느끼게 할 요량이었는지 서 있는 자세 그대로 슬쩍 주먹을 휘둘러 백보신권을 발출한다.


아무리 하북팽가의 여식이라 할지라도 그 연차에 다른 무공마저 궁술만큼 파격적이지는 못하리라 여긴 원법이 살기를 배제한 권경으로 패배의 모양새만 갖추게 할 아량과 배려임이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데, 정작 밀려드는 백보신권을 바라보는 팽소용의 입가에 처음으로 싸늘한 냉소가 번진다. 때맞춰 아까부터 화살도 없이 왜 시위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몇몇의 인물들이 뒤이어 벌어진 일에 저마다 아연한 신색을 감추지 못하는데, 팽소용이 느닷없이 텅 빈 시위를 잡아당기자 놀랍게도 무형의 기가 솟아올라 번갯불 같은 속도로 원법의 정심한 백보신권을 가차 없이 꿰뚫고 뭉개며 대다수의 중인들과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한 원법의 전신의 십이 요혈을 노리며 쏘아진다.


이른바 후에 화궁 팽소용의 독문절기로 손꼽히는 무형십이연환시인데, 일전에 검왕 매일준을 제압한 박휘의 그것과는 아무래도 손색이 있기는 하나, 열일곱의 소녀로서 무형시기를 발출할 수 있음은 당사자인 원법이나 지켜보는 중인들이거나 할 것 없이 일시에 모조리 공황상태로 몰아놓을 만큼의 아마 무림사의 초유의 일이 아닌가 할 정도의 충격적인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는 현경에 오른 이후로 팽소용의 임독양맥을 뚫은 것은 물론이요, 부단히 해동단학의 요체를 전수하여 단전의 크기와 그 내력의 정순함을 최고조에 이르도록 각별히 애쓴 박휘의 공이라 할 수 있겠는바, 같은 구룡회의 일원들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팽소용의 놀라운 변신에 하나같이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무튼 팽소용의 무형십이연환시가 아까 처음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서늘한 예기를 품고 날아들자 일순 당황한 원법이 황급히 금강부동신보를 어지러이 밟으며 나한신권, 대력금강장에 이은 금룡십이해까지 연속적으로 펼치지만 그 신속함과 은밀함을 해소하기엔 족불급인지라 여지없이 전신을 두들겨 맞고야만다. 무려 여섯 걸음이나 뒤로 주춤주춤 밀려나가 철우공의 탄탄한 호신강기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무색하게 얻어맞은 부분의 가사가 터져나가고 슬쩍 들어난 구리빛 건장한 근육들이 삽시간에 벌겋게 부풀어 오른 원법이 이제야말로 깊은 수양마저 잊을 정도로 수치를 느끼자 앞뒤 가리지 않고 반사적으로 혼신의 내력을 쏟아 아라한신권을 재차 내지른다.


이것이 친견비무임도 잊게 할 만큼의 살벌하고 광폭한 권강이 매섭게 원법의 손을 떠나자 당사자인 원법조차도 아차 싶은 마음에 화들짝 놀라고, 거듭되는 격변에 아예 혼이 다 빠져 버린 듯 하는 중인들의 모습들 역시 불길한 경악으로 물든다. 허나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원법의 분노에 찬 아라한신권의 권강을 받아낸 이는 이미 과도한 내력의 운영으로 한모금의 토혈과 함께 정신을 놓은 팽소용을 바람처럼 날아와 안아든 박휘였다. 남은 오른손의 대수롭지 않은 손짓과 함께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목전에 당도한 살벌하기 그지없는 권강을 가벼이 창천의 허공으로 날려버린 박휘의 모습에 아예 장내의 모든 이들이 떡 벌어진 입을 다문 채 할 말을 잃어버린다. 세상에나, 거칠 것도 막을 것도 없다는 권강에 이화접목이라니? 이때 숨막히는 좌중의 정적을 깨고 믿기 어려운 기사의 주인공인 박휘가 팽소용을 안았는지라 포권례를 생략하고 목례를 취하며 원법에게 말을 건넨다.


“ 구룡회의 박휘외다. 대사의 용력이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구려! 게다가 이 사람의 거듭된 도발에도 끝내 손속에 인정을 남겨주신 점, 감사하오! 보시다시피 이미 더 이상의 비무는 불가함으로 구룡회의 패배를 인정하오이다. 허나 비록 졌으되, 이 사람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기연과 같은 소중한 경험이었으니, 아마도 또 하나의 벽을 넘어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소! 이 사람을 대신해서 대사께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


말을 마친 박휘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하자 마주한 원법이 황급히 마주 허리를 숙이며 불호와 함께 답례를 한다. 한 번의 손속으로 박휘의 천외천의 경지를 실감하고도 남은 원법이 소림의 사대금강으로의 체면도 잊은 채 이미 다른 무한의 경지에 들어선 절대자에 대한 경외의 염을 숨기지 못하고 화답한다.


“ 박대협!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몽매한 중이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실감하는구려! 팽시주의 공력도 실로 놀랍기 그지없었으나 직접 대한 박대협의 신위는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경외로움이 아닐 수 없소! 잠시나마 대적하고픈 생각을 지닌 것조차 못내 부끄러울 따름이오! 이는 어찌 보면 정마련에 맞서는 우리 모든 이들에게 크나큰 홍복이 아닐 수 없음을 감히 토설하외다! ”


극상의 경외와 존경, 그리고 흠모의 말에 박휘의 얼굴이 난처함으로 물들지만, 원법의 말이 지닌 의미와 그 희망의 짙은 무거움을 깨달은 중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환호성을 터뜨린다. 팽소용을 안은 박휘와 행색은 더없이 초라하나 안색은 그만큼이나 홀가분하고 가뿐해 보이는 원법이 비무대를 내려가고, 이제 중앙밖에 남지 않은 비무대 위로 제갈지가 올라서서 환호성이 멎기를 기다리다가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연다.


“ 보시다시피 비무대는 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네요. 하지만 앞서의 네 번의 비무를 거치며 이미 친견의 의미는 채우고도 남았으리라 여겨지기에 아쉽지만 오늘의 친견비무대회는 이것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비무의 남은 예정자들이나 지켜보시는 여러분의 아쉬움은 족히 알고도 남음이나, 이제 그 아쉬움을 정마련과의 건곤일척의 승부에 대한 각오로 승화시켜야할 때라고 생각이 되네요! 이제 각각의 구성된 제편에 따라 마지막 점검을 마친 연후에 호북의 무한으로 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자의 사정은 비록 다를지라도 가슴에 품은 뜻은 한 마음 한 뜻임을 믿기에 구룡회의 기치 아래 하나가 된 우리들이 무도한 배덕자이며 얄팍한 기회주의자인 저들에게 강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각인시켜 줄 것을 천명하고자 합니다! ”


낭낭하고 청아한 제갈지의 목소리에 깃든 뜨거운 열기가 낱낱이 전해져서였을까? 앞서의 놀라운 비무의 친견에 벅찬 감흥을 주체 못하던 중인들의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무혼에서 비롯된 포효가 숭산 소실봉 전체를 뜨겁게 아우른다. 이렇듯 화궁 팽소용의 화려한 등장으로 막을 내린 구룡친견비무대회를 필두로 드디어 구룡회와 정마련의 숙명의 일전의 서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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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구룡지로 133장 휴전 (1부 완결) +21 12.08.29 6,061 59 12쪽
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8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6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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