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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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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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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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28장 혈투

DUMMY

구룡지로



128장 혈투



불과 달포전의 청죽결에서 쌍금도 방엽을 맞아 처음 선보였던 십이연환시와 일전의 호법금강 원법과의 비무에서 첫 선을 보였던 지금의 팽소용이 펼친 무형십이연환시의 무형시기는 마치 환골탈태라도 한 것 같이 속도와 위력이 아예 그 괘를 달리할 만큼 비약적인 무리의 발전이 있었음인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십대마가에서도 손꼽히는 초절정고수인 두 노마 역시 섬뜩한 위협으로 다가드는 각각의 열 두 개의 무형시기들을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신중하게 하나하나 받아낸다.


조금 더 팽소용에게 가까운 쪽에 있었던 불운함으로 먼저 무형시기들을 맞닥뜨리게 된 혈귀도 추응효가 인후 아래의 기문혈과 가슴의 당문혈과 배꼽 위의 제문혈을 노리는 처음 세 발의 무형시기들을 자신의 명호이자 애병인 혈귀도를 휘두르며 가벼이 그 기운을 잘라내려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로서는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철판교의 수법으로 첫 세 발에 뒤이어 쏘아져 오다가 느닷없이 속도를 배가하여 파고드는 여섯 발의 무형시기들을 간발의 차이로 흘려보내지만, 채 흐트러진 신형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어느새 목전에 다가온 마지막 세발이 노리는 심장 근처의 장태혈과 오른쪽 늑골어림의 장문혈, 그리고 왼 쪽 대퇴부의 백해혈은 일반적인 수비식으로는 도저히 한꺼번에 방어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교묘한 사각지대가 아닌가?


어찌하여 순차적으로 날아들던 무형의 기운들이 삽시간에 미리 의도했다는 듯이 한꺼번에 들어 닥치는 것도 모자라 방어하는 심리의 맹점을 이용한 노림수까지 혼용하다니? 심장을 막으려면 늑골이, 또 늑골을 막으려다가는 대퇴부가 여지없이 꿰뚫릴 게 자명한 노릇임에야, 무리를 해서라도 목전의 흉험함만은 피해야 할 속셈으로 추응효가 택한 것은 결국 혈천귀멸도법의 궁극적인 수비식인 도막이었다. 사실 마도 중에서도 가장 패도적인 도법으로 손꼽히는 혈천귀멸도법이니만치 그 도막을 구현하는 일은 극마의 끝을 본다는 그로서도 상당한 내력의 손실을 각오해야할 만큼이나 크게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맞서고 있는 하북팽가의 애송이 가주가 비록 낭패한 모습이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한 푼의 경험과 공력의 차이 일뿐, 비록 혈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피륙의 상처만으로 자신의 패도적인 도법을 받아 넘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결코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은 백중의 승부에서 내력의 손실은 가장 피해야할 일이지만, 마치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도막의 구현을 강요하는 열 두 발의 무형의 기운들이 새삼 예사롭지가 않기만 하다.


사정은 탈명검 전욱도 추응효와 대동소이, 이미 강호에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한 종남의 애송이의 숨통을 막 끊으려는 찰나에 들이닥친 열 두 줄기의 무형강기에 실로 낭패로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으나, 촌각의 차이로 추응효의 경우를 곁눈질할 수 있었던 행운으로 대응이 그나마 추응효보다는 다소 유연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추응효와는 달리 다행히 큰 내력의 손실 없이 섬뜩한 공세를 피해낸 안도감도 잠시, 흐트러진 신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닥친 날카롭고 서늘한 예기에 그 역시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지러이 탈명검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십여 합을 주고 받고야만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파상공세에 어리둥절해진 전욱을 뒤로 하고 공방의 여력을 빌어 쏜살같이 추응효에게로 쇄도한 팽소용이 좌검우도의 묘리를 십분 발휘하여 일순간의 과도한 내력의 소모로 안색이 핼쑥해진 추응효의 상하좌우로 촘촘한 그물 같은 검기와 도기의 망을 쏟아낸다. 그 위력이야 검강이나 도강에 비할 수 있겠냐 만은, 그 쾌속한 출수와 망설임 없는 손속에 내심 경각심을 떨치지 못한 추응효가 훨씬 더 신중해진 응수로 팽소용이 펼친 도검망을 어렵사리 말끔히 막아낸다.


말로야 표현이 이토록 장황할 수밖에 없겠으나 실제로는 그야말로 촌각의 시간에 주고받은 초절정고수와의 계속된 공방의 여파로 기습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부가 격탕된 팽소용이 한모금의 죽은피를 대수롭지 않은 듯이 거칠게 내뱉으며 그사이 가까스로 신형을 수습하고 짧은 소주천으로 내기를 다스리고자 애쓰는 강위룡과 팽호의 앞에 표홀히 내려선다. 등을 내보인 채 돌아보지도 않은 냉정한 모습이지만 그 어떤 말보다 강하게 안위를 묻는 팽소용의 뒷모습이 어찌나 굳건하고 대견스러운지, 울컥 솟구치는 감정의 파고를 느낀 강위룡과 팽호가 서로를 쳐다보며 싸움에 임한 이후, 처음으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린다. 뒤이어 이미 마음이라도 통했던가? 혈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처참하기 그지없는 행색의 두 사람이 동시에 허리춤에 매여 있던 여분의 검과 도를 각자 뽑아들고 팽소용의 뒤에 자리하며 반연환삼재진을 형성한다.


불회곡의 출곡 이후, 하북팽가의 백팔철갑대와의 조우에서 처음 선보였던 제갈지의 연환삼재진은 본래 아홉으로 이루어졌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가 다수에 대항할 때의 진형이고, 지금처럼 막강한 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한 반연환삼재진 또한 구룡회의 수뇌진들 사이에선 이미 그동안의 산타와 대련에서 넘치도록 준비한 바가 있었음에야, 이제 그 절진의 묘용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임을 자각한 검룡, 도룡, 화궁이 각자의 검병과 도병을 굳게 움켜쥐는 것을 기화로 비장한 혈투가 다시금 재개된다.


한편, 새파란 애송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인 추응효는 치밀어 오르는 노화를 견디지 못하고 전욱과의 공조도 마다한 채 성난 멧돼지치럼 미친 듯이 쇄도하며 도극에서 네 자 가량이나 솟아오른 핏빛 도강을 앞세워 혈천귀멸도법의 전삼식을 연달아 전개한다. 사실 십대마가의 당당한 일문인 귀도방의 대장로인 추응효는 외려 방주보다 더 뛰어난 방내 최고수라는 평이 자자했는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패도적인 성향과 더불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존심까지도 당연시 되는 걸출한 마도의 원로였던 만큼, 하북팽가따위의 듣도 보도 못한 새파란 계집에게 잠시나마 도막까지 펼쳐가며 수치스러운 비세에 처했음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음이었는데, 결국 탓할 수 없는 이 노고수의 오연한 자존감이 돌이킬 수 없는 천려일실의 패착이자 팽소용등의 입장에선 다시 못 올 천재일우의 기회의 단초가 되고야 말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하게 떨려올 만큼 패도적이며 위압적인 추응효의 막강한 내력이 실린 도강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아직 화살에서처럼 강기를 자유롭게 도검에 실지 못하는 팽소용이 자연스레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팽호가 채우며 천뢰신도를 치켜들며 오호단문도의 최절초인 뇌호창천을 신중하게 펼쳐낸다.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 되는 연환과 반연환의 묘리를 차용한 제갈지의 절진답게 앞서와는 달리 굳이 추응효의 공세를 홀로 감당할 필요가 없는 팽호가 밀려든 추응효의 도강의 전반부의 역도만을 너끈히 받아내고 다시 휘돌아 물러서자 뒤이어 자리한 강위룡이 청송의 검극을 뽀얗게 우유빛으로 물들인 태을무형검의 검강으로 반으로 줄어버린 추응효의 도강을 말끔히 해소한다. 그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에 본능적으로 멈칫한 추응효의 전신으로 어느새 사라졌다가 팽가비전의 미허신보를 밟으며 다시 다가온 팽소용이 혁련운에게 협박 하다시피 하여 빼앗아 익힌 천마검과 역시 팽가비전의 혼원벽력도를 내지른다. 그와 동시에 좌우로 팽호와 강위룡의 협공이 연이어 잇따르자 제아무리 노련하고 공력의 수발이 자유로운 극마의 최정점에 있다는 추응효로서도 일순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당혹함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노화를 참지 못하고 섣불리 쇄도한 추응효 때문에 한 발 늦게 전권에 뛰어든 전욱이 이를 일견하고는 다급하게 탈명검을 휘둘러 검강을 뿌려보지만 아무래도 빼앗긴 선기의 묘용을 되살리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분통 터지는 일이기는 하나,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도막을 펼쳐 팽소용의 날카로운 공세를 막아낸 추응효가 이어지는 팽호와 강위룡의 도강과 검강에 호되게 두들겨 맞은 도막으로 인해 울컥 내부가 격탕되며 한모금의 울혈을 내뱉는데, 때맞춰서 도검을 순식간에 갈무리한 팽소용이 추응효에게 돌진하며 파갑추를 연신 내지른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하수들의 입장에선 다시 못 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직 속전속결로 승부를 보는 것이 유일한 구명줄임에야, 이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마도의 원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추응효와 전욱의 얼굴에 각각 후회와 다급함이 번진다. 결국 거듭된 추태에 분노가 이성을 지배한 추응효가 악독한 표정으로 이미 흔들린 내력을 끌어 모아 수비를 도외시한 무리한 반격에 나서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호신강기로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었던 고사리같이 앙증맞은 팽소용의 주먹이 순식간에 전신의 십팔대요혈을 사정없이 두들기자 호신강기가 무색하게 피부를 뚫고 송곳처럼 파고드는 경기가 내부의 혈맥과 장기를 산산이 초토화시키고야만다.


설마하니 열일곱의 앳된 소녀가 자신의 내지른 구명절초의 흉험한 일격을 완전히 도외시한 채 가슴으로 받아내는 동귀어진도 불사할 정도의 투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추응효가 이미 박살이 나버린 내부와 함께 칠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핏줄기를 뒤집어쓰며 허물어지는데, 원통하듯 감지 못하는 그의 눈에 희미하게 팽소용의 배후를 노리며 쏘아진 전욱의 탈명검을 막아서며 역시 이대도강의 수법으로 자신의 왼쪽 팔을 날리는 대신 떨쳐낸 천하도도로 전욱의 왼쪽 늑골을 반이나 잘라내는 강위룡의 모습과 때마침 강위룡의 공세가 성공하는 바람에 간신히 얼굴이 세로로 쪼개지는 대신에 반치 가량의 깊이로 왼쪽 눈 위부터 오른쪽 아래턱까지 얼굴 전체를 가로지르는 치명적인 검상을 입은 것에 그친 팽호가 솟구치는 핏줄기에 아랑곳없이 쇄도하며 뇌호창천으로 기어이 전욱의 수급을 허공으로 날리는 모습이 전혀 현실감 없이 담겨진다.


돌발적인 팽소용의 개입과 쇄도 이후, 그야말로 숨 몇 번 들어 쉴 만큼의 촌각의 시간에 벌어진 상황에 거짓말같이 장내의 싸움이 일순간에 멎어버린 듯 하는 착각에 빠져드는데, 정마련의 고수들의 입장에서는 공공연히 칠대천왕의 뒤를 잇게 될 거라고 여겨지던 초절정고수인 혈귀도 추응효와 탈명검 전욱이 고작 한 명의 애송이의 난입으로 인해 시종 우세하던 전세가 뒤집히며 명부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실이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경악스러움으로 다가온 한편, 피를 뿌리며 극명하게 불리한 열세를 극복하여 기사회생의 반전에 성공한 모습을 지켜 본 구룡회의 인물들의 심중엔 비분강개한 결의가 다시금 거세게 솟아나고 있었다. 특히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관통한 혈귀도를 내려 보다가 피식 입가에 번지는 희미한 웃음을 남기며 서서히 쓰러지는 팽소용의 모습을 일견한 이무흔과 혁련운, 그리고 박휘에겐 그것이 바로 이 대회전의 파국을 이끄는 전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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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구룡지로 132장 활인 +4 12.08.24 4,198 51 7쪽
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116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2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5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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