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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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소옥
작품등록일 :
2012.08.29 12:33
최근연재일 :
2012.08.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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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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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지로 116장 무한

DUMMY

구룡지로



116장 무한



제갈지가 마련한 도전장이자 배첩을 갈무리한 팽호와 원법, 그리고 우소혜는 나흘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탓에 밤을 새워 말을 달려 다음 날 여명이 터오는 진시 초에 무한에 도착했다. 우선 성내의 객잔에 들러 간단하게나마 몸을 씻고 의관을 다시 정제한 후, 용정차 한 잔씩으로 조식을 대신하고는 다시 성내를 빠져나와 청마련의 총단으로 향한 세 사람의 안색에는 어쩔 수 없는 비장함이 깃들고 있었는데, 물론 고래로 사자를 위협함은 수치스러움이라는 게 불문율이기는 하나, 적의 총단에 생사결을 통보하러 가는 입장에서는 따지고 보면 호구에 목을 들어 미는 것과 다름이 없는지라 알게 모르게 위축이 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제갈지 역시 담대하고 호기로운 이들로 인선을 마친 것이기는 하나, 유독 우소혜가 이에 포함된 것이 앞선 비무대에서의 껄끄러움도 있고 해서 팽호로서는 여간 곤혹스럽기만 했는데, 마치 이를 알아차리기도 한 듯이 언뜻 눈길이라도 마주칠 때면 어김없이 우소혜의 좁혀진 눈매와 싸늘한 코웃음이 터져 나오고, 이를 지켜보는 원법의 입가에는 흥미롭다는 웃음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아무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남녀의 조합이 드디어 정마련 총단의 정문에 모습을 드러낸 때는 오시의 초입이었다. 호북성의 성도인 무한은 원래 남쪽의 무창, 북동쪽의 한구, 그리고 북서쪽의 한양, 이렇게 세 곳이 합쳐 생겨난 도시로써 수륙교통의 발달로 인한 상업의 요충지이며, 또한 초나라문화와 노자, 장자의 철학사상등이 한데 어우러진 인문경관 또한 이름 높은 곳이었다. 독특한 자연경관과 함께 사계절이 뚜렷하고 주위에 백여 개의 호수와 많은 산들이 어우러져 예부터 문화유산과 함께 자연이 공존하는 조화로운 도시로 불려온 무한에는 그 유명한 황학루와 더불어 고시대의 큰 호수인 운몽택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절경의 아름다움만큼이나 호수 주변의 독가재나 혈와, 독사등으로도 악명이 높은 이 곳에 정마련의 총단이 들어서 있었다.


정문의 수문위사들이 하나같이 태양혈이 불룩 솟아있으며 엄정한 기상이 내비쳐 보임에 내심 감탄하며 말을 몰아나간 팽호 등이 수문위장으로 보이는 삼십대 중반의 장한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들어 멈출 것을 요하자 무사들의 기세에 놀라 투레질을 하는 말들을 다독이며 멈춰 서는데, 감히 정마련의 총단을 방문하면서 아직도 말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담담히 자신을 내려다 보는 이들에게 당연한 불쾌감을 느낀 수문위장이지만 언뜻 느껴지는 기세의 무거움이 상상 이상인지라 내심 경거망동을 자제한 채 차분히 입을 연다.


“ 어디서 오신 고인이신지 모르겠으나 이후로부터는 하마해야함을 알려드리오. 또한 명호와 방문의 목적을 고해야만이 상황에 따라 입련할 수 있소이다. 본래 개파식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기는 하나 문상의 명으로 간혹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니, 어서 고하시기를 바라오! ”


예를 갖춘 공손한 어투이기는 하나 결코 비굴해 보이지는 않는 수문위장의 말에 다시금 감탄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는 팽호가 그와는 별개로 슬쩍 원법과 우소혜를 둘러보며 여전히 말에 올라탄 채로 성가신 듯이 간단히 대꾸한다.


“ 하마라? 얼핏 보아도 내전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할 요량인 듯싶은데, 그럴 바에야 예서 볼 일을 마치는 게 나을 듯싶구려. 어차피 돌아갈 길도 먼 터이니 그리하는 게 나을지도... 아! 명호와 목적이라 하셨소? 음, 내 비록 그대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나 이 몸 또한 회를 대표하는 입장인지라 도저히 문지기에게 무작정 밝힐 수는 없는 일이구려. 아까 언급한 말처럼 문상의 명이라 했으니, 판단도 문상이 하는 게 적당하질 않겠소? 보아하니 수문위장이신 듯 보이니 안에 기별을 전하여 문상을 청하는 게 어떻겠소? ”


풍기는 기세며 위엄이 실로 범상치 않은지라 딴은 최고의 예우를 아끼지 않았던 수문위장이 마치 그를 비웃듯이 상대방이 끝내 명호조차 밝히지 않은 채 문상을 불러 오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자 안색을 싸늘히 굳히며 차갑게 팽호 등을 몰아붙인다.


“ 흥! 입장이라? 이건 알량한 뒷배를 믿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 아닌가? 감히 예가 어디라고? 정마련 앞에서 대표할 수 있는 회가 대체 무엇이며 본련의 문상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자가 강호에 몇이나 있으리? 그럴싸해 보이는 외양으로 그동안 이런 허튼 짓거리가 통했는지는 모르나 그 무모한 만용도 예까지이니, 이건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관을 보아야 눈물을 흘리는 천둥벌거숭이들이 아닌가? 네놈들 따위의 알량한 허세에 베풀 자비는 없노니, 뭐하느냐? 어서 이들을 꿇리지 않고? ”


팽호의 대응이 명문정파의 비루한 위선과 허세에서 비롯된 정마련에 대한 도전이라고 여긴 수문위장이 더 이상의 변명도 필요 없다는 듯이 대뜸 명을 내리자 삼십 여의 수문위사들이 삽시간에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팽호 등을 에워싼다. 아울러 사전의 내부강령인 듯 발 빠른 위사 하나가 내전으로 이를 알리러 신형을 날리고, 마치 한 편의 잘 짜여 진 경극을 보는 듯이 절도 있고 정연한 그들의 모습에 또 한 번의 감탄을 금치 못한 팽호가 흘낏 난감해하는 원법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맡겨달라는 눈짓을 보낸다. 당연히 던지는 우소혜의 빈정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서서히 내기를 끌어 올리던 팽호가 다소 앞서 있던 터라 자신에게 대부분 집중되는 위사들의 공세를 후발선제의 묘리로 대뜸 파훼하는데, 평소의 그의 성정과는 달리 손속이 매섭기만 하다.


별다른 도약의 준비도 없이 말 등에 앉은 자세 그대로 둥실 허공으로 떠오른 팽호가 갈 짓 자로 허공에 발을 찬 여력으로 쏜살같이 앞으로 치달리며 청죽결에서의 팽소용의 용전으로 인해 이제 제법 유명해진 팽가 비전의 파갑추를 연달아 내지른다. 수문위사라고는 하나 정마련의 얼굴을 대표하는 첫 관문인 정문을 지키는 이들이 그저 평범할 리야 있겠으랴? 하나같이 칼질에 담긴 경력이 매섭기가 그지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절정의 초입을 바라보는 고수들이 아닐 수 없었건만 애석하게도 오늘의 일진은 그들로선 가히 최악이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스무 개의 칼이 여지없이 팽호가 내지른 파갑추의 권경에 박살이 나고 그 조각난 도편들이 권풍에 휩쓸려 각각의 칼 주인들의 몸에 촘촘히 틀어박히며 그들의 몸을 시뻘겋게 물들인다. 일말의 자비심도 없는 듯이 맥없이 꼬꾸라지는 그들에게 시선조차 남기지 않은 채 파갑추를 내지른 반탄력으로 한 바퀴 몸을 휘돌린 팽호가 어기신풍의 신법으로 신형을 날리며 원법과 우소혜를 노리는 나머지 십여 개의 칼들을 향해 역시 팽가 비전의 철혈백사십팔퇴를 작렬시킨다. 그 장대한 체구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의 신속함으로 날아들어 숨 몇 번 들어 마실만한 짧은 순간에 무려 백사십팔회의 발길질을 퍼부어 나머지 십여 명의 팔다리들을 사정없이 뭉개어 버린 팽호가 다시 한 번 크게 휘돌아 자신의 말 등에 여유롭게 내려앉으며 급변한 장내의 상황에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찢어져라 눈을 치켜뜨고 있는 수문위장을 향해 입을 연다.


“ 어차피 말로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에 좀 과하게 손을 썼소이다. 아무래도 시간의 촉박함이 그대의 박복함을 불렀구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이미 그대의 책임이 과하니 더는 무리하지 말고 다른 주재자를 기다리는 게 어떻겠소? ”


팽호의 담담한 말이 지금에 와서는 외려 빈정거림으로 비수처럼 가슴에 꽂히자 성급했던 자신의 실책이 더욱 견디기 어려운 수문위장이 성큼 발도하여 도갑마저 팽개친 채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팽호를 향해 출수한다. 핏빛 도신이 금세 음침한 도기로 물드는 것으로 보아 십대마가의 대표적인 마공인 혈적도의 전인임이 분명해 보이는 이 수문위장의 무공수위는 얼핏 보아도 이미 탈마의 경지인 것이 분명한지라 절정의 끝에 다다른 팽호로서도 마냥 경시할 수만은 없기에 고삐를 잡아당기며 슬쩍 타고 있던 말의 엉덩이를 쳐 뒤로 물린 팽호가 결국 천뢰신도의 도병을 잡아간다.


핏빛안개마냥 희뿌연 도막이 펼쳐지며 수문위장이 혈적도의 십이초를 연달아 전력으로 펼쳐내자 사위는 흉흉하면서도 사이한 음한도기로 뒤덮히는데, 이미 손속에 여유를 두지 않으리라 마음을 굳힌 팽호 역시 대뜸 오호단문도의 최절초인 뇌호창천을 구사한다. 위협적인 회심의 출수에도 불구하고 팽호의 세 자에 이르는 우유빛 도강이 혈적도의 도막과 도기를 숭덩숭덩 자르며 수문위장의 도신마저 세 동강으로 난자한 뒤, 종국에는 그의 오른팔마저 싹둑 잘라내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든 한 쌍의 수리도가 우유빛 팽호의 도강에 박혀들더니 폭발하며 대부분의 도강의 위력을 상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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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구룡지로 131장 분노 +5 12.08.21 3,887 48 9쪽
130 구룡지로 130장 무위 +6 12.08.16 4,066 51 10쪽
129 구룡지로 129장 재견 +4 12.08.14 3,835 48 9쪽
128 구룡지로 128장 혈투 +8 12.08.10 3,901 52 12쪽
127 구룡지로 127장 전환 +6 12.08.07 4,057 51 11쪽
126 구룡지로 126장 마웅 +3 12.07.20 4,110 54 10쪽
125 구룡지로 125장 혼전 +6 12.07.18 3,924 51 9쪽
124 구룡지로 124장 봉공 +5 12.06.29 4,043 52 8쪽
123 구룡지로 123장 멸화 +6 12.06.21 4,089 58 8쪽
122 구룡지로 122장 선봉 +5 12.06.13 4,045 51 8쪽
121 구룡지로 121장 개전 +7 12.05.29 4,243 56 13쪽
120 구룡지로 120장 전야 +5 12.05.16 4,293 56 10쪽
119 구룡지로 119장 배첩 +6 12.05.02 4,255 56 8쪽
118 구룡지로 118장 연환 +3 12.04.30 4,309 58 9쪽
117 구룡지로 117장 비도 +5 12.04.23 4,412 55 10쪽
» 구룡지로 116장 무한 +4 12.04.16 4,453 55 9쪽
115 구룡지로 115장 형주 +5 12.04.13 4,744 58 10쪽
114 구룡지로 114장 석패 +4 12.04.08 4,625 54 11쪽
113 구룡지로 113장 금강 +5 12.04.05 4,732 58 9쪽
112 구룡지로 112장 홍엽 +5 12.03.30 4,805 58 11쪽
111 구룡지로 111장 구궁 +5 12.03.26 4,805 52 12쪽
110 구룡지로 110장 천왕 +3 12.03.22 4,896 56 9쪽
109 구룡지로 109장 정방 +3 12.03.20 4,851 59 12쪽
108 구룡지로 108장 친견 +4 12.03.15 4,872 57 10쪽
107 구룡지로 107장 비무 +3 12.03.12 4,894 58 7쪽
106 구룡지로 106장 소림 +5 12.03.11 4,949 62 10쪽
105 구룡지로 105장 산산 +6 12.03.08 4,957 61 10쪽
104 구룡지로 104장 편제 +5 12.03.01 5,387 5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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