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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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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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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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지옥에서도 풀은 자란다. (6)

DUMMY

@


그날 저녁.


이산과 장호, 베르커스는 <계룡산장>의 홀 구석 테이블에서 주문한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흠...., 두 분 다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시네요? 숙취가 있으신가?"


이산이 장호와 베르커스를 빤히 바라보며 묻자, 둘 모두 시선을 피했다.


낮에 이산이 무기점과 공업소에서 볼 일을 마친 후에 돌아왔을 때, 이 두 분께서는 이미 테이블을 베게 삼아 주무시고 계셨었다. 대략 2시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뻗었다는 말이었다.


이산은 기가 막혔지만 일단 술값 계산을 한 뒤에 그들을 방으로 올렸다. 두 거구를 옮기느라 종업원들에게 팁을 따로 줘야만 했었다.


"주문은 뭐로 했냐?"


해쓱한 얼굴의 장호가 물었다.


"멧돼지 버터구이요."


"뭐?!"


"뭐라고?!"


장호와 베르커스 모두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물었다.


"멧돼지 버터구이라고요. 장호형 멧돼지 엄청 좋아하잖아. 베르커스 형님도 고기는 좋아하시고."


"아니 그래도 술을 먹었는데 해장을 해야지...."


"으음......"


둘은 뭔가 굉장히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았다.


"왜요? 둘 다 숙취 따윈 없다면서요? 그리고 계산서 보니 2000cc 두개 먹었더만."


이산의 한심하다는 표정에 장호가 서둘러 말했다.


"아 그거. 그거 말구 먼저 계산 한번 했었어. 그리고 나가려는데 아쉬워서 한 개씩 더 먹은 거야. 그렇.....지?"


"그렇지! 그랬어."


장호가 베르커스를 보자 그도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런 한심한 양반들 하고는.


곧 멧돼지 버터구이가 그들 앞에 나오고, 장호와 베르커스는 으으....를 연발하며 천천히 식사를 마쳤다. 그와 중에 절인 배추만 한 대접 이상 사라져 종업원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후식으로는 커피가 나왔다. 장호와 베르커스는 평소와 다르게 블랙으로 시켰다.


"산아. 무기점에 가서 보급은 다 했냐?"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살 것 같다는 얼굴로 장호가 물었다.


"네. 제 베레타는 새 걸로 교환했고, 서비스로 탄창 두 개 더 받았습니다. 탄환은 9mm 15발탄 10개, 5.56mm 20발탄 20개짜리 한 통씩 샀습니다. 그래서 현재 재고수량은 9mm는 15발탄 탄창 14개 총합 210발, 5.56은 기존 재고 4에 구입 20 총합 480발입니다. 수류탄은 내일 들어온다고 해서 일단 재고는 6개 남아 있고, 클레모어는 기존 재고 한 개 있습니다. 비용은 요새 좀 올라서 9mm는 탄창 한 개당 12실버씩 1골드20, 5.56은 16실버씩 3골드20 들었습니다. 합 4골드40실버. 이상입니다."


장호의 물음에 이산은 거래내역서를 보며 보고했다.


보급과 같은 공적인 일은 친하다고 허술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이산은 명확하게 보고형식으로 답했다.


"소음기는 어떻게 됐어? 아직도 없다냐?"


"소음기는 언제 들어올지 모른답니다. 한번 들어오면 금방 나가버려서 무기상인이 와야 구할 수 있대요.“


“둘 다?”


“네. 권총이랑 소총 둘 다 없답니다.”


"젠장, 제일 필요한 게 맨날 없으니 원."


또 소음기를 구하지 못했다는 말에 장호가 인상을 구겼다.


사냥 시에 소리를 죽이는 것은 생존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총을 쏠 때 나는 소리는 상당히 크고 멀리까지 퍼지기에 위치를 광고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총의 소음기는 그다지 좋은 성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데, 권총의 소음기마저 없다는 건 좋지 않았다.


장호의 불만에 베르커스가 느긋이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알다시피 여긴 수요가 많질 않아. 안정적이어서 다른 상단들은 자주 오지만 무기상인들은 대전에서 논산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지."


"알긴 하는데, 그래도 요새에서 신경 좀 써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곧 토벌도 있는데 말야."


"그래서 이번에 뚫으려는 거잖아.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할 거야?"


베르커스의 말에 이산이 물었다.


"토벌참가요?"


이산의 물음에 베르커스가 대답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장호가 손사래를 쳤다.


"아냐. 이 친구가 말한 건 토벌이 아니라 정찰이다. 아까 술자리에서 나온 건데 본격적으로 토벌하기 전에 정찰 먼저 할 생각이란다. 뭐 당연한 건데, 단지 그걸 요새에서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의뢰로 돌렸다나봐."


"그걸 우리가 하라고요? 단 둘이서? 좀 무모한 거 같은데요."


이산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 계룡시 내에 제대로 소탕된 곳은 엄사면 지역과 연화 교차로 부근까지였다. 그 너머 시청을 포함한 금암동과 대전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두마면 지역은 아직 미개척지역이다.


그동안 굳이 그쪽 방면까지 소탕할 필요가 없던 이유는 대성요새와 시청 사이의 얕은 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요새(fortress)는 대전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계룡시 전역을 청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도 간다."


"에? 형님도요?"


"그래. 사실 이번 정찰은 정확하게 말하면 내게 떨어진 의뢰다. 이젠 밥값 좀 하라 그거지."


베르커스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베르커스 형님은 인력소장으로 일해 왔잖아요?"


"난 엄밀히 따지면 요새 주민이 아니야. 그저 임시로 맡은 거지. 김민국이랑 아는 사이거든."


"김민국이면 차대성 오른팔이잖아요? 치안대장 김민국 맞죠?"


“맞아. 작년 여름에 김민국이와 조금 얽힌 일이 있었다. 그 후로 이곳에서 인력소장으로 일했지. 몇 번 요새 간부로 오라 했는데 거절했더니만 이젠 이런 일까지 시키는군. 뭐 하여간 이런 상황이다. 자, 이제 결정 좀 해줬으면 좋겠군. 너희 팀이 안 한다면 난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해.”


베르커스는 말을 마치고는 등을 의자에 기대며 장호와 이산을 바라보았다. 할 말은 이제 다 했으니 어서 결정해 달라는 의미였다.


이산은 나름 머리를 굴려봤다.


정찰 의뢰라.....


장호와 이산, 두 명이라면 확실히 만만치 않은 의뢰다.


보통 정찰 의뢰라면 좀비가 어느 지역에 밀집해 있는지, 혹은 위협될 만한 뮤턴트가 존재하는지 등을 조사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섬멸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밀집된 좀비를 공격하거나 혹은 유도할 최적의 위치를 탐색해 둬야 하고, 심할 경우 교두보까지 마련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벅찬 의뢰다.


하지만 베르커스가 합류한다면?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베르커스는 장호에 버금갈 만한 사내다. 개인으로서의 무력뿐만 아니라 각종 전술과 작전에 능하고 화기(火器)에 정통해 있다. 게다가 이산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진 숙련된 군인이다. 그만한 전력은 어디 가서도 구할 수 없을 것이었다.


"형님이 합류한다면, 저는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뭐 결정권은 리더에게 있지만요."


짧은 생각 끝에 이산은 정찰의뢰에 찬성표를 던졌다.


베르커스가 합류한다면 이 정도의 의뢰는 좋은 일거리였다. 설혹 뮤턴트와 마주친다고 해도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터였다. 오히려 짭짤한 수입이 될 것이다. 그간의 경험하기로 이 근방에서 150Mc 이상의 뮤턴트는 발견된 적도 없었으니 충분했다.


하지만 단 두 명인 파티라도 결정권은 장호에게 있었다. 그리고 이산은 장호의 판단력 아니, '감(感)'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간 그런 비슷한 것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다.


"넌 찬성이라 이거지. 좋아. 그럼 이제 하나만 합의하면 되겠다."


장호는 베르커스를 보았다.


"얼마냐?"


"뭐?"


"얼마 줄 거냐고? 설마 너 날로 먹으려는 건 아니겠지?"


크흠-


베르커스는 살짝 헛기침을 했다.


"뭐야? 너 진짜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했던 거야?"


"그럴 리가. 단지 의뢰금이 조금 적을 뿐이다."


"괜찮아. 말해봐."


"......."


"괜찮테두. 왠만하면 할 테니까 말해봐."


장호의 친절한 말에 베르커스는 입을 열었다.


“10골드다.”


“........”


베르커스의 말에 장호와 이산의 얼굴이 굳어졌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장호가 귀를 후비며 이산을 보았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냐?”


“아마도요.”


장호와 이산은 눈을 마주치더니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만나서 즐거웠어.”


“오늘은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하네. 벨커 형님 먼저 올라가 볼게요.”


장호와 이산이 테이블에서 멀어지자 베르커스가 급히 외쳤다.


"야! 아직 안 끝났어! 다른 것도 있다."


“꺼져. 가난뱅이.”


작가의말

챕터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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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8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7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3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8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5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30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6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1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2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8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8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8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4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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