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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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jna
작품등록일 :
2017.09.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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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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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DUMMY

오랜 시간 방치돼 먼지가 쌓여있는 어느 집.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을 증명하듯이 거미줄이 처져 있고 쥐들이 거리낌 없이 돌아다녔지만 끼익 소리를 내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재빨리 몸을 숨기며 발자국을 남겼다.

고풍스러운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캐주얼 복장의 이 사람은 등에 메고 있던 여러 개의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잘 정돈된 단발머리와 안경 너머로 보이는 녹옥 같은 눈동자, 우유빛 피부는 여성스럽게 보였으나 분명히 말해서 이 사람은 남자다. 어린 시절부터 여자 취급받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장난을 치려다가 혼난 애들이 적지 않다는 과거가 있다.

이곳은 남자와 그의 스승이 살던 집이다. ‘레온’이란 이름의 이 남자는 어린 시절 분쟁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되었다. 그러나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세레나’와 만나게 된 것을 인연으로 제자가 되었고 지금은 가족이나 다름없이 여긴다.


“사부~?”


들려오는 대답은 없지만 예상했던 부분이니 신경 쓰지 않고 집안을 둘러보며 스승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집안을 구석구석 찾아봐도 최근 누군가 있었던 흔적은 없었다.


“흠, 청소부터 해야 할까?”


낡은 집이지만 추억이 많은 집이니 빗자루와 걸레를 가져와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도 여기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사실 레온은 세레나를 문명의 발전을 따라오지 못하는 미개인으로 생각하는데 세상은 편리해져도 ‘불편함의 미학’을 강조하며 문명을 거부하니 그게 구차한 변명인 걸 알아도 입 다물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으아, 역시 혼자 하니까 힘드네. 이런 건 사부가 전문이었는데.”


청소를 끝마친 후 당사자가 들으면 화낼만한 소리를 내뱉으며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휴식을 겸해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짚어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세레나는 한 장의 쪽지만 남기고 사라졌다.


「시련의 탑이 다시 개방됐어. 금방 다녀올게.

추신. 내가 없다고 놀기만 하면 알지?」


실종 당시에는 세레나의 명령으로 국립학원에 재학 중인 상황이라서 집에 있지 않았고 방학 기간에 돌아왔을 때는 시련의 탑이 무엇인지 몰라서 금방 오겠거니 했다. 그러나 방학이 끝나도록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스승이 어디로 간 건지 알아보니 현존하는 건축물 중에 그런 이름의 탑은 없었다. 유명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니 세계지리 전문서적을 여럿 찾아보았으나 발견된 것은 없었다.

실종신고도 하려 했지만 그녀의 직업을 생각하면 누구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괜히 소문이 퍼지면 귀찮은 일이 생기는지라 먼저 시련의 탑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에 전념하기로 했다.


‘그 전에 학원부터 졸업해야 해. 휴학이라도 했다간 내 목숨이 위험할 거야.’


레온은 세레나와 함께 살면서 뼛속까지 깊게 새긴 깨달음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 목숨이 하나뿐이라면 결코 사부를 화나게 하지 말지어다.


평소 그녀의 모습을 보면 상냥하고 다정하지만 어쩌다 분노상태가 되면 정말이지 천재지변이 따로 없었다.

어려서 말을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였던 시절에 몸소 경험해 보기를 평범하게 화나게 했을 때는 반쯤 죽을 만큼의 처벌이 있었는데 그때 사부가 말하기를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라고 하였다.

역린을 건드렸을 때는 진심으로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었는데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육지까지 헤엄쳐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가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물론 실패로 끝났고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고 여겨질 만한 일을 또 겪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온건한 편이었다. 한번은 레온이 괴한에게 납치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범인들은 믹서기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갈가리 찢어져 죽었다. 그때 범인들이 들려준 비명이 너무 인상 깊어서 레온은 결코 세레나에게 반항하지 않게 되었다.



시련의 탑 조사는 우선 도서관에서 정보를 모았다. 학원 강사 중에는 시련이 탑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강의가 끝난 후 도서관에 찾아가는 건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매일 같이 도서관의 책들을 살폈으나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단서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때 발견한 것은 다양한 고문서의 사본을 모아 설명하는 책이었는데 마법문서가 아니라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민간전승의 자료로 남겨진 것이었다.


‘고문서는 마법에 관련된 게 아니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지.’


약 2천 년 전에 있었던 원인불명의 대재앙. 세계가 멸망할 뻔했던 그 재난으로 지상의 생명체는 대부분 사라졌고 몇몇 건축물의 풍화된 흔적이 남아 찬란한 문명의 증거를 전했다.

고대문명이 마법문명이었던 만큼 멸망의 원인도 마법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학회는 그와 관련된 자료를 발굴하는 데 힘썼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역사를 파헤치기보다는 현대에 다시 마법문명을 꽃피우려는 노력이 되고 있으니 이런 민간전승은 외면받는 것이다.

고대문자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은 만큼 원문을 읽는 건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강사의 도움을 받아 몇 장의 문서를 읽었을 때 비로소 중요한 힌트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 고대 시련의 탑은··· 선택받은 자······ 주인이 도전자를 시험하며······ 시련을 모두 이겨낸··· 지상에서 명예로운······ 북쪽의 신성한 산··· 달의 궁전에서 살아가는······」


오래된 문서인 만큼 훼손된 부분이 많아 온전한 문장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몇몇 단어만으로도 시련의 탑이 고대문명에서도 고대유적으로 취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졸업할 때까지 강사를 귀찮게 따라다니며 고대문자를 공부한 끝에 도서관의 모든 고문서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서관의 고문서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으므로 다른 힌트는 찾을 수 없었다. 달리 찾아본다면 국가나 몇몇 마법사 가문에서 관리하는 고대 마법서가 있긴 하겠지만 거기에는 마법이 기록되어 있지 역사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마도서라면 조금 다르지만.


‘아무리 옛날 사람이라지만 고고학에 관심은 쥐꼬리만큼도 없던 사부가 고대 유적지는 어떻게 알았고 찾아갈 이유는 또 뭐였을까?’


레온은 세레나의 과거를 잘 모른다.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 볼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과거에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들은 것이 거의 없었다. 어차피 레온에게 과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니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조금은 후회가 찾아왔다.


‘사부, 나한테 옛날이야기 좀 많이 해주면 좋았을 텐데.’


어쨌거나 레온은 세레나를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고 지금까지 그 준비를 해왔다. 아직은 시련의 탑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없으므로 더 많은 고문서를 찾아야 했다.


‘고대문명의 새로운 자료. 찾을 수 있는 곳은 역시 거기뿐이겠지.’


이제는 학원을 졸업했으니 망설일 것 없이 스승을 찾으러 떠날 수 있다. 졸업도 안 하고 뭐 하는 짓이냐며 혼날 걱정은 안 해도 되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첫 목적지를 정했다.

과거에는 근처에도 못 갔던 그곳. 대멸종 이전의 역사가 잠들어있는 그곳. 바로 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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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현자의 탑(2) 18.05.08 12 0 15쪽
7 현자의 탑(1) 18.05.08 13 0 13쪽
6 집으로 18.04.22 14 0 11쪽
5 키메라 연구소(4) 18.04.22 17 0 13쪽
4 키메라 연구소(3) 18.04.22 16 0 12쪽
3 키메라 연구소(2) 18.04.22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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