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기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Prajna
작품등록일 :
2017.09.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8.22 06: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12
추천수 :
1
글자수 :
99,211

작성
18.05.08 02:14
조회
14
추천
0
글자
11쪽

현자의 탑(3)

DUMMY

레온이 깨어난 것은 사건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후였다. 그는 살며시 눈을 뜰 때 곁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느끼고 손을 뻗어 이름을 불렀다.


“지나···”


“유감이군. 네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서.”


피부의 촉감이 거칠고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고개를 돌리니 우람한 남성이 자신의 손을 잡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헉!?”


낯선 남자가 손을 잡고 음흉하게 내려다보는 상황에 신변의 위험을 느낀 레온은 급히 손을 뿌리치며 이불로 몸을 가렸다.


“정신은 번쩍 들었나 보군. 기분은 어떤가?”


“의사?”


“그건 아니다.”


“아, 기억났다. 몬스터 등에 올라탔던 사람이죠?”


“그래, 날 기억한다면 이야기는 빠르겠군. 나는 너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다.”


“미리 말해두는데 저 남자예요.”


“으흠, 그건 이미 네 마법사 친구가 알려줬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쪽 취향?”


레온은 무슨 상상을 떠올린 것인지 굉장히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그래 봐야 침대 위였다.


“무슨 소릴! 오해하지 마라! 나는 너의 검에 관심이 생긴 거다!”


“네?”


환자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지적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먼저 대화가 어긋나고 있는 것 같으니 차근차근 서로의 오해를 풀었다. 그렇게 신변의 위험을 느끼지 않게 된 레온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아, 저도 모르게 실례를. 그럼 뭐든 물어보세요. 대답할 수 있는 건 말해드릴게요.”


“네가 사용했던 그 검. 그건 어디서 구했지?”


“제 사부가 쓰던 검이에요. 지금은 행방불명이라 제가 보관 중인 거고요.”


“흠, 네 사부는 마도사황인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예전에 사황이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검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쩌면 사황이란 자들은 전부 그런 반칙 같은 무기를 가지고 있나 보군.”


“사부는 검이 없어도 강했어요. 검을 쓰셨던 건 공격을 한다고 알려주기 위한 배려였다고 생각해요.”


“그래, 그들에게는 검이 아니더라도 마법이 있지. 그래서 마도사황이라 불리는 거고.”


“그런데 혹시 제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아마 저보다 먼저 회복했을 텐데.”


남자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었고 레온은 난처한 기색이 드러나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이 복잡하게 됐네요. 당장 지나를 만나야겠어요.”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서 어딜 가려고? 넌 어제까지만 해도 중환자실에 있었다. 지금 네 몸 상태로는 숟가락 들기도 힘들 테고 밖에 나가는 순간 치안부가 바로 연행할 거다.”


“그래도 가야 해요. 지금 동료가 감옥에 갇혀있는데 병원에서 느긋하게 쉬라고요?”


“만나면 해결할 방법이라도 있나? 네 혐의를 지금 그녀가 대신 뒤집어썼는데 그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라도 할 테냐?”


“아니요. 저흰 결백하니까 우리의 무죄를 증명할 겁니다.”


레온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에 있는 치안부 직원에게 지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된다. 얌전히 쉬어라.”


단칼에 거절한 거로 모자라 거칠게 침대에 다시 눕혀주는데 그 행동이 마치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말라고 압박을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침대에 누워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간호해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 보니 인사도 못 했네요. 저는 레온이라 합니다. 저희를 도와주신 일은 감사합니다.”


“내 이름은 시바. 나름대로 유명한 모험가인데 들어본 적은 있나?”


“아니요. 저는 모험가가 아니라서 조합에 찾아갈 일이 별로 없으니까 그쪽 업계 유명인사는 잘 몰라요.”


“모험가가 아니라고? 네 힘이면 크게 성공할 것 같은데 아쉽군.”


“저는 고고학자를 지망하니까요. 그보다 저를 한 번만 더 도와줄 수 없을까요?”


“설마 치안부에 데려다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


정확하게 마음을 알아준 시바를 향해 부탁하는 눈빛을 보냈더니 시바는 레온이 남자임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남자가 왜 이리 귀엽지? 사실은 여자였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지 않은가?’


레온은 지금 시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았고 지금 상황에서 그는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의 미인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데리고 갈 테니까 그 눈빛은 그만해. 심히 곤란하다.”


“제 눈빛이 어때서요?”


“계집애 같아.”


듣기 싫은 소리였지만 애초 의도가 그러했고 당장은 의지할 사람이 시바밖에 없는 만큼 화풀이하는 것은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시바는 창문을 활짝 열고 레온을 들어 올렸다.


“어? 자, 잠깐!?”


그리고 창문 앞에 서서 창틀에 발을 올리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문밖으로 나가면 치안부 직원들과 마찰이 생길 테니 그들을 피한 것인데 지금 문제는 지금 뛰어내린 높이가 추락사하기 딱 좋은 높이다.


“꺄아아악!”


몸에 다소 충격은 전해졌으나 두 사람은 다친 곳 없이 지상에 무사히 착지했다. 레온은 그 높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문이 들면서 시바의 육체성능에 마음속 깊이 감탄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표현할 생각을 못 하고 잠시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미친놈아! 날 죽일 셈이야!?”


“뭔 비명도 계집애 같네.”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병원에서 빠져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흡사 괴한이 입원 중인 여성을 납치하는 것을 연상케 했고 병원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유괴범이라고 소리치는 것에 의해 치안부와 추격전을 벌이게 됐다.

도심 속에서 벌어진 추격전은 지나가 감금되어있는 치안부 별관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목표로 했던 지나와 만났을 때 레온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울상을 지었다.


“시바? 레온?! 왜 여기에?”


“지나··· 미안해.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절대 내가 의도한 게 아니야.”


“그게 무슨?”


지나는 입원 중이어야 할 레온이 시바에게 안겨서 찾아온 것을 보자 의아하게 여겼고 밖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발소리의 주인공들이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레온이 왜 울상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나님,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으음, 자세한 건 몰라도 이 사람들은 그냥 저를 만나러 온 것 같은데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납치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신고 내용과 현재 상황은 무언가 다르군요. 조사를 위해 두 사람의 신변을 양도받고 싶습니다만 괜찮겠지요?”


“그런 거에 일일이 제 허락이 필요할까요? 일개 마법사 따위인데?”


레온이 보기에 지나는 무언가 화가 난 것처럼 보였고 그 원인은 치안부에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뒤로는 시바와 함께 연행된 탓에 자세히 물어볼 수 없었다.

레온과 시바는 이번 소동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풀려났다. 특히 레온은 보스몬스터 출현에 관련된 용의자라서 쉽게 풀려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조사에서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확인하고 끝났으니 그 점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레온은 휠체어를 타고 치안부를 나올 수 있었고 밖에서는 지나와 시바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사는 이제 끝났어요?”


“응.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너는?”


“다행히 우리 모두 무혐의로 풀려났어요.”


“정말? 다행이네.”


어떻게 무혐의를 받아낼 수 있었는지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다며 돌아가려던 찰나 지나와 시바의 시선은 레온의 뒤를 향했고 지나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온은 뒤를 돌아보며 휠체어를 밀어주던 사람을 보았다. 조사가 끝났을 때 나타났던 정장 차림의 그녀는 분홍빛 머릿결이 인상적이었고 보고 있으면 매혹될 것만 같은 미인이었다. 처음에는 치안부 직원으로만 생각해서 별다른 말은 나누지 않았었는데 이것은 레온의 오해였다.


“별말씀을. 저는 멀리서 여러분들의 싸움을 지켜보았습니다. 무릇 기술을 사용함에는 힘의 배분이 필수적인데 두 분은 그 벽을 허물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그러한 노고를 기특히 여겨 도움을 준 것이니 부디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아, 네.”


“하지만 싸움에 있어 그렇게 쉽게 밑천을 드러내서는 안 될 일이니 앞으로는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레온이 양쪽을 번갈아 보며 무슨 대화를 하는 거냐고 해명을 요구하는 눈길을 보내자 지나는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의 모든 혐의가 이분 덕에 사라질 수 있었어요.”


생면부지인 그녀가 번거로운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들을 도와주었으니 레온도 감사 인사를 하려 억지로 일어나려다 지나의 제지를 받았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볼 테니 여러분의 여정에 축복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여성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나려 하자 레온은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이번에 저희가 은혜를 입었으니 부디 성함만이라도 알려주세요.”


떠나던 여성은 뒤를 돌아보며 잠시 고민하다가 살짝 미소 짓고 입을 열었다.


“저는 세상에 알릴만한 이름이 없지만 귀인들께서 원하신다면 ‘항아’라고 불러 주십시오.”


“항아··· 월궁의 선녀인가요?”


“후후, 고대설화를 아시는 걸 보니 고문서를 많이 읽어보신 모양이군요.”


“그냥 일전에 달의 궁전에 대해 궁금해서 좀 찾아보다가 동화 같은 것도 읽게 됐어요. 정말 이야기 속의 월궁이 실존하고 거기에 선녀가 산다면 당신처럼 아름다운 분이겠네요.”


“귀인께서도 왕년에 남자들깨나 울렸을 미모를 가지셨는데 과찬이십니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레온의 학우들은 그가 남자인 것을 아쉬워하는 부류가 적지 않았으니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그래서 레온은 가슴에 비수가 꽂혀도 반박할 수 없었다.


“으흠.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달에 가보려 시도한 적은 많지만 누구도 달에 도달한 적은 없죠. 그래서 그런 설화가 생겼겠죠. 아무튼, 이 은혜는 잊지 않을 테니 언젠가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항아가 떠난 이후 남은 세 사람은 일단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시바는 심각한 얼굴로 항아가 떠난 방향을 계속 보고 있었다.


“뭐해요? 돌아가죠?”


“···그래, 돌아가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기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엑소시즘 앙상블(4) 24.08.22 3 0 14쪽
16 엑소시즘 앙상블(3) 24.08.22 3 0 14쪽
15 엑소시즘 앙상블(2) 24.08.22 2 0 14쪽
14 엑소시즘 앙상블(1) 24.08.22 3 0 16쪽
13 슈레스타 요새(3) 24.07.23 4 0 14쪽
12 슈레스타 요새(2) 24.07.23 6 0 14쪽
11 슈레스타 요새(1) 24.07.22 5 0 15쪽
10 검성 시바 18.05.22 14 0 14쪽
» 현자의 탑(3) 18.05.08 15 0 11쪽
8 현자의 탑(2) 18.05.08 12 0 15쪽
7 현자의 탑(1) 18.05.08 12 0 13쪽
6 집으로 18.04.22 14 0 11쪽
5 키메라 연구소(4) 18.04.22 17 0 13쪽
4 키메라 연구소(3) 18.04.22 16 0 12쪽
3 키메라 연구소(2) 18.04.22 17 0 11쪽
2 키메라 연구소(1) 18.04.22 29 0 12쪽
1 실종 +1 18.01.28 41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