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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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jna
작품등록일 :
2017.09.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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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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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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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탑(1)

DUMMY

레온과 지나가 헤어지고 약 4개월 후.

지나는 들뜬 마음으로 레온의 집을 향해 출발했다.


“어떻게 연락 한번 안 할 수 있담.”


지나는 레온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올 기미가 없어서 조금 화가 났다. 그래서 오늘 그동안의 성과를 가지고 재회의 약속을 지키러 가는 중이다. 다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던 점은···


“으음, 집이 어디쯤이었더라?”


고작 두 번째 방문이다 보니 집의 위치가 가물가물해진 것. 어렵사리 길을 찾아 도착했을 때는 자정을 넘긴 새벽이었다.

자는 사람을 깨워서 집안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녀는 지치고 배가 고팠기 때문에 오랜만의 만남을 민폐로 장식해야 했고 그 사실에 좌절하듯이 쓰러졌다.


“힝, 내가 생각한 재회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꼭두새벽부터 찾아와놓고 하고 싶은 말이 그거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먼저 밥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 된 동네가 식당 하나 안 보여서 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요.”


“망할 년, 네가 못 본 거지 없는 건 아니야. 준비할 테니 잠깐 기다려.”


말투는 곱지 않아도 해줄 건 다 해주는 그의 성격을 보며 지나는 살며시 웃음이 났다. 그리고 허기진 배를 채우자 쏟아지는 졸음에 레온의 침대까지 빼앗아버렸다.

다음날 지나는 레온의 앞에 무릎을 꿇고 반성하듯이 앉아 그동안의 성과를 알려주었다.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이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뜻이기도 하니 레온은 귀를 기울였다.


“먼저 집에 있는 마법서를 다시 읽어 보니까 시련의 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름이 바뀐 것일 수도 있으니까 탑이란 탑은 전부 찾아보고 정리해서 가져왔어요.”


지나가 가져온 자료를 살펴본 레온은 그 정성은 갸륵하게 생각했지만 결과물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번 헤어질 때 단서를 더 주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내가 아는 탑의 단서는 북쪽의 신성한 산이랑 달의 궁전이야. 그리고 탑의 주인이 도전자를 시험하는 것 같아.”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전에 학원 다닐 때 도서관에서 탑에 대해 찾아봤어. 얼마 전까지는 다른 도서관에 방문했지만 이렇다 할 건 없었고 대신 몇몇 던전을 조금 조사해봤어.”


레온은 자신이 조사한 던전에 대한 것과 지나가 조사한 탑에 대한 것 중에서 하나씩을 뽑아서 살펴보고는 지나에게도 보여주었다.


“전에는 방문할 까닭이 없다고 무시했었는데 한번 조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레온이 선정한 던전은 과거에 현자의 탑이라는 탑이 있었던 자리로 지금은 무너진 잔해와 터밖에 없지만 밤이 되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습격하는 몬스터가 생겨나는 곳이다.

아무리 토벌해도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 괴물은 흡사 그림자와 같은 모습이었고 일부는 사람의 형상까지 갖춰 개체를 통솔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이거는 시련의 탑이 아닌 것 같고 별로 얻을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


“그건 기존 자료에 따른 거잖아. 아니면 직접 조사해봤어?”


“아니요. 그래도 무너진 잔해밖에 없는 탑이 시련의 탑일 가능성은···”


“없지. 나도 이게 시련의 탑이라고 생각은 안 해. 하지만 여기도 명백한 던전이야.”


“고문서도 안 나올 것 같은 곳이지만요.”


“잔해를 조사해보면 벽화라도 나오지 않을까?”


“이미 다 지워졌을 것 같은데··· 알았어요,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거죠? 그럼 한번 조사해보기로 해요.”


이후 몬스터의 특성을 살펴보고 던전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기존 자료에 의하면 총기류에 강하고 둔기나 도검류에 약하다고 했으니 레온의 전투기술이 얼마나 통용될지 알 수 없었는데 뜻밖에도 레온은 검술도 조금 할 줄 알았다.


“설마 이번에도 저는 구경만 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마법은?”


“마구잡이로 난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 마법은 가성비가 안 좋거든요. 위력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하루에 많이 써봐야 대여섯 번이 한계에요.”


“그건 좀 적은데? 정령술은 어떻게 됐어?”


“그게 몇 달 사이에 배워질 것 같아요? 몇 년은 더 연구해야 할걸요? 무엇보다 하권이 없으니 얼마나 해낼지 알 수 없고 던전에서 활약은 기대하기 힘들 거예요.”


“새삼스럽게 사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것 같다.”


레온은 지금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과연 짐덩이 같은 그녀와 함께 던전으로 향할 것인지 아니면 혼자 갈 것인지.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그녀와 같이 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했지만 레온을 바라보는 지나의 눈빛이 너무 간절해 보여서 마차 내치지 못했다.


“데리고 갈 테니까 그렇게 보지 마.”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여정에 부디 그녀가 무사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얘도 참 알고 보면 겁이 있다가도 없단 말이지.’


다음날 레온은 지나와 함께 열차를 타고 던전이 있는 곳으로 가나 싶었더니 몇 시간 후에 내려서 무언가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게로 지나를 데려갔다.


“여기는?”


“환금을 좀 받으려고.”


가게는 온갖 무기로 가득했고 주인도 인상이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생김새를 보아 이곳 출신이 아닌 에스카르텔에서 건너온 사람 같아 보였는데 지나는 그 사람을 보더니 덜컥 겁을 먹고 레온의 등에 바짝 붙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밀착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인장은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보였다.


“계집애같이 생긴 게 꼴에 남자라고 여친 자랑하러 온 거면 용건이나 보고 돌아가라. 염장 지르지 말고.”


“미친, 저도 보는 눈이 있거든요? 자기가 노총각인 거로 괜히 화풀이하지 마세요.”


“큭큭. 썩을 놈이 누가 노총각이냐? 헛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가져가.”


주인장은 카운터 밑에서 가방을 꺼내며 말했고 레온은 그것을 챙겨서 큐브에 넣었다.


“이번에도 던전에 가냐?”


“저번이랑은 다르게 별로 얻을 건 없어 보이지만요.”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네가 빈손으로 돌아올 것 같지 않은데? 뭐, 이번에도 기대하고 있으마. 살아서나 돌아와라.”


“하여간 욕심은. 그럼 다음에 또 올게요.”


가게를 뒤로하고 나서니 지나는 막혔던 숨이 트이듯이 크게 숨을 내쉬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흡사 보스몬스터를 마주한 것처럼 안색이 나빴다.


“그렇게 무서웠어?”


“말도 마요. 당신은 어떻게 그런 사람 앞에서 태평할 수가 있죠?”


“좀 무섭게 생겼지만 알고 보면 가격도 좋게 쳐주는 착한 사람이야.”


“착한 사람의 기준이 뭔가 이상한데요? 아무튼, 다시는 저기 데려갈 생각 마요. 저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기라는 걸 느껴본 것 같아요.”


“에이, 과장이 심하네.”


레온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지나는 정말 위험한 느낌을 받아서 다시는 이 무기점에 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은 상관없이 재회의 운명은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열차를 타고 사흘을 이동한 곳은 크로피란 이름의 동방의 어느 작은 도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탑의 터가 남아있으니 먼저 모험가 조합에 가서 출입허가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조합에 도착하고 보니 헛걸음이었다.


“으음, 조합이 문을 닫았을 줄이야.”


“어쩔 수 없죠. 요즘은 모험가라는 직업이 점점 외면받는 실정이니까요. 누가 이런 힘들고 소득이 불안정한 일을 하겠어요?”


“너?”


“저 말고!”


“아니, 그래도 모험가란 직업이 벌 때는 왕창 벌지 않나?”


“그래서 실력 있는 사람만 남고 새내기가 없어지는 거죠. 요즘은 과학이 각광받기 시작한 시대니까요. 아무튼, 숙소부터 구하죠. 출입허가는 제가 전화로 어떻게든 해 볼게요.”


“왠지 네가 처음으로 도움 되는 것 같아.”


출입허가는 지나의 인맥으로 원격으로 받을 수 있었고 이튿날 두 사람은 터에 도착했다. 통제구역이지만 지키는 사람 없이 위험지역을 알리는 철조망으로만 접근을 막았고 잔해로 추정되는 바윗덩어리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으며 더는 얻을 게 남아있지 않음을 알려주듯이 오랜 발굴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기대한 것은 아니나 잔해에 벽화 같은 것은 일절 보이지 않았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서 발굴된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니 과연 이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여기도 누군가가 목적을 가지고 만든 건물이었을 텐데 무슨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글쎄요? 싸움이 있었겠죠?”


“자료에 따르면 여기는 원래 마법을 연구하던 곳이야. 그런데 잔해의 배치를 보면 한 방향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것이 외부에서 힘이 가해져 무너졌다기보다는 안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보여.”


“음, 그럼 마법이 실패했다거나?”


“네가 생각할 때 얼마나 큰 마법이 실패했을 것 같아?”


“탑의 재질에 따라 다르겠고 같은 마나량이라도 술식에 따라 급이 다르니 잘 모르겠네요.”


“응, 그래. 기본적으로 너한테 기대하면 안 되는 거였지.”


레온은 기분이 상한 지나를 뒤로 하고 잔해를 살펴보았다. 자세히 본다 한들 오래전에 발굴을 포기했던 만큼 무언가 발견된 것은 없고 발견될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작은 단서라도 얻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시간이 흘러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할 때 더 지체하면 몬스터와 마주칠 수 있음을 생각해 돌아가려 했을 때였다. 지나는 건물 파편을 하나 손에 쥐고 유심히 살피고 있었는데 레온은 그녀에게 별 기대 없이 물었다.


“그 돌멩이에 뭐라도 있어?”


“아니요. 그냥 재질이 뭔가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거 뭐라고 하는 건지 아세요?”


“흠, 그냥 콘크리트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 잔해들에는 철근이 없네?”


“아마 현자의 탑은 마법건축물이라 그럴 거예요. 마력이 흘렀던 흔적은 있는데 지금은 텅 비어있거든요. 마치 누군가 강제로 빨아들인 것처럼 속에 아무 힘도 없어요. 혹시 대멸종의 원인 중에 마나고갈설이 있는 거 아세요?”


“세계의 마나가 고갈돼서 마법사가 태어나지 않게 됐고 그것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고대와 달리 현대는 마법사가 거의 태어나지 않는다는 가설이었지?”


“네. 몇몇 마법사들이 세계에 마나는 다시 풍부해졌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많죠. 그런데 지금 이걸 보면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뭐, 고대와 지금의 마나량이 얼마나 다른지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 과연 이 시대에 마나가 풍부하다고 말해도 되는 건지는 고대인만 알겠지.”


그렇게 말하던 레온은 순간적으로 대멸종 이전부터 생존해왔을 가능성이 큰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나도 같은 것을 떠올린 것처럼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네가 왜 사부를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렇죠? 레온 씨랑 같이 있다 보면 정말 꼭 한번 뵙고 싶어진다니까요.”


숙소로 돌아온 이후 레온은 과거에 조사된 자료를 다시 살펴보았다. 발굴작업은 행했으나 유물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철수했다는 결론인데 레온은 이 부분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동기도 전혀 모르겠고 말이지.’


지난 키메라 던전에서 발견한 쪽지도 꺼내 보았다. 세레나 본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쪽지의 내용 중 ‘이곳의 연구시설과 기록은 모두 파괴했다.’라는 부분에 계속 눈이 갔다.


“사부···.”


탐사 이틀째에는 잔해에 남아있다는 마력의 흔적을 중점으로 탐사했다. 레온의 지식에 의하면 마법진은 회로도와 같아서 마력이 흘렀던 흔적을 조사해보면 어떤 마법이 사용되었던 것인지는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워낙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잔해가 풍화된 탓에 멀쩡한 파편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탐사 셋째 날부터는 커다란 잔해의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큰 파편이면 속은 그나마 멀쩡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것도 예상 밖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파편의 안쪽은 몬스터의 둥지 같은 것이 되어버려서 제대로 된 흔적이 남아있질 않았고 잔해를 부수고 난 후에는 그 안에 숨어있던 몬스터가 습격해오는 상황이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빛에 취약한 몬스터라서 기습만 주의하면 잡기 쉬웠다는 점이다.

그렇게 탐사 엿새째에 이르러 마력의 흔적을 찾는 것은 포기했다.


“시발! 내가 지금까지 무슨 헛고생을 한 거야?”


“그래도 흔적이 대부분 지워졌다는 사실을 알았잖아요. 몰랐으면 더 고생하지 않았을까요?”


“곡괭이질 한 번 안 도와준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참 위안이 된다.”


“요즘은 장비는 자동화가 기본인데 미처 준비 못 한 당신이 나쁜 거예요. 애초 저는 두뇌노동 전문이거든요?”


“그러니까 네가 나한테 쓸모없는 사람 취급받는 거야.”


“흥, 나한테 이런 취급 하는 거 나중에 후회할 거예요.”


“그래,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아, 때려주고 싶어!”


지나는 짜증이 났지만 레온의 언행에 조금은 익숙해져서 진심으로 화나지는 않았고 레온은 자기도 모르게 지나를 갈구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육체노동은 얻은 것이 없으니 하루의 휴식을 취했고 다음 날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단서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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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검성 시바 18.05.22 14 0 14쪽
9 현자의 탑(3) 18.05.08 15 0 11쪽
8 현자의 탑(2) 18.05.08 12 0 15쪽
» 현자의 탑(1) 18.05.08 13 0 13쪽
6 집으로 18.04.22 14 0 11쪽
5 키메라 연구소(4) 18.04.22 17 0 13쪽
4 키메라 연구소(3) 18.04.22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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