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의 기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Prajna
작품등록일 :
2017.09.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8.22 06: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15
추천수 :
1
글자수 :
99,211

작성
18.04.22 22:55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키메라 연구소(3)

DUMMY

“전용탄의 발전을 보면 고폭철갑탄을 개량하는 거로 시작해. 어떻게든 가죽을 뚫어야 했고 보스급은 대구경 라이플 미만의 총기는 피해를 주지 못했거든. 그래서 완성된 게 속성탄. 특수 몬스터 전용탄이지.”


“그건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한데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요?”


“알았으니까 일단 계속 들어봐. 전용탄 개발에 들어간 노력은 인정하는데 과학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어. 왜냐하면 몬스터 가죽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했던 건 마력에 의한 강화이기 때문이거든.”


“음? 확실히 그건 들어본 적 없네요. 누군가 강화마법이라도 걸었다는 뜻인가요?”


“마법이 아니라 쓰지 않는 마력이 육체에 누적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래. 나도 사부한테 들은 내용이고 던전에 오기 전까지는 긴가민가했어.

아무튼, 마력에 의한 강화인 만큼 이 몬스터들은 과학으로 만든 탄이 아니라 특정마법으로 만든 탄이 필요했는데 국제법으로 마법무기는 제조가 금지됐지.”


“그렇죠. 마법 때문에 세계가 한번 멸망했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거기에 예외인 경우가 있어.”


“마법사 특례법. 술자가 자기 마력으로 자기가 사용할 무기를 만드는 것은 허용한다. 저도 그 특례법의 혜택을 받는 사람 중 하나죠.”


“나도 사부한테 마법을 몇 개 배워서 철갑탄에 강화마법을 부여했어. 너도 마법사라면 느껴본 적 없어? 똑같은 물리공격도 마법을 써서 공격하면 더 효과적인 경험.”


“그건 마법이 세계의 법칙을 비틀기 때문으로 알아요.”


“이유가 뭐든 마력공격이 더 효과적이라는 건 똑같지.”


“그렇긴 하네요. 흠, 마력은 다루지만 마법사가 아니라··· 그건 꼼수네요. 자칫하면 비공인 마법사로 수배될지도 몰라요. 게다가 무기가 유출되면 사형이라고요. 사부가 가르쳐 주지 않던가요?”


“공격마법만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고 해서 강화마법만 몇 가지 배웠어.”


“틀린 말은 아니네요. 혹시 사부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왜?”


“누가 그렇게 가르쳤나 궁금해서요. 왠지 그 사람이랑 진지한 토론을 해보고 싶네요.”


“세레나. 내가 알기로 성은 없어.”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네요.”


들어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설마 하는 의혹이 들었지만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분은 딸이 하나 있는 거로 아는데 이 사람은 남자라고 했지.’


진짜 남자가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미모지만 그걸 다시 묻는 건 실례라고 생각되니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지더니 용기가 솟아났다.


“그런데 너 혹시···”


“잠깐만요. 만약을 위해서 진짜 남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미쳤냐? 지금 나보고 바지라도 벗어보라고?”


“저도 전부 보였는데 공평하고 좋네요.”


“안 좋거든!? 무슨 여자가 부끄럼도 없어?”


“어, 없는 건 아니거든요? 그러지 말고 저도 확인해야 하는 게 있으니까 한 번만!”


지나는 레온의 옷을 잡아당기며 성별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힘은 레온이 더 강해서 쉽사리 확인할 수 없었다. 몇 분 동안 서로 옷을 잡아당기며 실랑이를 벌였고 지나가 힘이 빠져 당기는 힘이 약해졌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나보다 옷이 먼저 한계에 도달해 단추를 튕기며 찢어졌다.


“쳇, 이러면 계획이 어긋나는데.”


드디어 눈으로 성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지나는 예상이 빗나감에 따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레온은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내가 싫어할 짓은 하지 말랬지! 이거 진짜 괜히 살려줬나?”


급하게 속옷을 다시 입고 찢어진 옷은 벗어버린 후 새 옷을 꺼내 입는 동안 그의 표정에는 폭력의 욕구가 가득 드러났다. 그런데 화내는 얼굴마저 예뻐 보였다.


“미안해요. 너무 화내지 말아요. 그냥 호기심이었어요.”


“성적 호기심? 한창 그럴 나이긴 하겠는데 강제로 그러면 범죄지.”


“저는 강제로 벗겨졌는데?”


“그건 네가 다친 줄 알고 치료를 목적으로 했던 거잖아.”


“그러니까 이번 일은 서로 비긴 거로 하죠.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비기긴 뭘 비겨! 너 진짜 한 번만 더 그러면 보스몬스터한테 먹이로 던져버린다?”


“에? 여기 보스급도 있어요?”


대륙에는 수많은 던전이 있고 그중 보스급 몬스터가 있는 던전은 얼마 없다. 지나를 공격했던 우두머리는 분명 강한 몬스터지만 그 정도로는 보스급으로 취급하지 않는데 보스몬스터는 최소한 하나의 전투대대가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아니 없어.”


“아, 놀랐잖아요!”


잠시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내 헛웃음과 실소가 터져 나오더니 기분이 풀려서 화해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오랜만에 사람이랑 대화하니까 재미는 있네. 그래도 아까 같은 짓은 안 하는 편이 좋아. 네가 더 싫어지면 나는 진짜 망설임 없이 버리고 갈 거니까.”


“안 해요. 이제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혹시 시련의 탑이라고 들어봤어?”


“그런 이름의 탑은 기억에 없어요.”


“그래···.”


마법사라고 하면 고대 문자를 익히고 마법서를 다수 읽고 이해했음을 의미하므로 약간의 기대를 품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즉답으로 모른다고 하니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일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최하층에 용건이 있어서 여기에 자리를 잡았거든. 그런데 이 아래층에 나 혼자서는 버거운 상대가 있어서 곤란했어. 아마 네가 마주쳤던 녀석이 2인자고 아래층에 있는 놈이 1인자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요?”


“네가 만났던 녀석은 마력탄이 통하지만, 아래층에 있는 놈은 아니야.”


“그럼 아래층에 있는 건 토벌불가 아닌가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위력이 부족하면 강화를 중첩해서 걸면 돼. 그런데 이 방법을 시도하기에는 내 마력이 부족해서 준비가 너무 오래 걸려.”


“이상한 소릴 하시네요. 동일한 강화마법은 중첩되지 않아요.”


“그건 알아. 설령 다른 종류라고 해도 함부로 섞으면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그런데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더라고.”


레온은 큐브가 아닌 주머니에서 또 다른 탄약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나는 탄약에 누적된 마력을 느끼며 그의 작전 성공률을 계산했다. 그런데 총알을 살펴보던 중 고대 문자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의 읽고 해석한 순간 지금 손에 든 물건이 어떤 것인지 즉시 이해했다.


“이 정도면 총탄이 아니라 포탄이겠는데요? 설마 던전 무너뜨리려는 건 아니죠?”


“나도 그게 걱정이긴 했는데 안 무너졌어.”


“네?”


“이미 한 번 시도했었거든. 아쉽게도 위력이 부족해서 실패로 끝났어. 이번에는 전보다 더 확실하게 준비하는 중인데 마침 눈앞에 좋은 마력원이 있네?”


“엑, 설마···”


“응. 마력주입 좀 부탁할게. 나 혼자 만들려면 일주일은 더 걸릴 거야.”


“으음, 마력충돌은 알고 있어요?”


“알아. 다행히 범용술식을 기본으로 만들었으니까 효율의 문제지 부작용은 걱정 없어.”


지나는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더 있었지만 상식을 벗어난 그와 논쟁을 벌여도 결론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얌전히 탄에 마력을 주입했는데 지나도 마력결핍까지 갔다가 회복한 참이라 마력이 충분한 건 아니므로 이번에는 조금만 주입하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탄을 강화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할게요.”


“고마워. 전에 싸웠을 때는 나흘 동안 집중해서 만든 탄이 실패했거든. 이번에는 보름 넘게 투자한데다 네 마력까지 합쳐졌으니까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이후 두 사람은 탐사준비를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가 가볍게 둘러보았다. 31층에는 레온이 거듭 토벌하여 공략이 거의 완료되다시피 했으니 몬스터는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30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한 마리 발견할 수 있었다.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알고 싶었던 지나는 기대를 품고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레온은 키메라와 신경전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서로 눈싸움만 하고 가만히 있었다.


“안 잡나요?”


옆에서 질문해도 레온은 요지부동으로 몬스터를 경계하기만 했는데 그러다 몬스터가 뒷걸음질 치며 살며시 물러나자 경계를 풀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방금 뭐 하신 거예요?”


“키메라는 난폭해도 바보가 아니야. 놈들도 지성이 있고 본능을 제어할 줄 알고 불필요한 싸움은 피할 줄 알아.”


“지성이라뇨? 짐승보다 더 본능으로 움직이는 거로 아는데.”


“넌 고대부터 오랜 시간을 살아온 몬스터에게 지성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수천 년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모험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싸워 이겨온 몬스터가 과연 본능만으로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어? 만약 그렇게 움직이는 몬스터가 있다면 그건 그렇게 설계된 기계들뿐이야.”


“몬스터가 그렇게 오래 살았을···”


“키메라는 번식능력이 없어.”


지나의 말대꾸가 점점 귀찮아진 레온은 말을 자르며 걸음을 재촉했다. 탐사를 진행하는 동안은 여러 가지 생각해야 하니 조용히 있어 줬으면 했는데 그녀의 입은 좀처럼 쉬지를 않았다. 자신의 상식을 벗어난 레온의 언행에 다소 공격적으로 질문했고 레온은 그걸 하나하나 설명하다가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너는 입으로 던전 공략하냐!? 아, 입으로 싸우는 마법사였지. 그래도 집중 안 되니까 좀 닥쳐봐.”


버럭 화를 냈더니 그녀의 입은 저절로 다물어졌다. 이후 시무룩해져서 얌전히 레온의 뒤를 따르게 됐는데 그녀는 레온의 행동을 보면서 도통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26층부터 30층까지는 몬스터 사육 시설인 만큼 가치 있는 유물은 나오지 않지만 대신 키메라 실험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모험가들은 이런 것들에 가치를 두지 않으나 레온은 고고학자를 지망하는 만큼 키메라에 대한 남다른 정보를 모으는 중이었다.


“너 고대 문자 읽을 줄 알지?”


생전 처음 받아보는 무관심과 하대에 화가 나서 마음속으로 실컷 욕을 퍼붓고 있을 때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깜짝 놀라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 네. 마법사라면 기본 소양이죠.”


“그럼 이거 해석한 게 맞는지 좀 봐줘.”


레온은 소지품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벽에 새겨진 다른 문자를 필기하기 시작했다.


“은어가 좀 많지만 대체로 옳게 해석된 것 같은데, 이런 건 해석해서 무슨 소용이죠?”


노트에 기록된 것은 던전에 찾아온 모험가들이 죽기 전에 남긴 유서 같은 내용이었다. 보물의 단서나 마법의 힌트라면 모를까 지나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 내용으로 던전을 돌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던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뒤에서 네 번째 페이지를 봐봐.”


“여기는 악마가 살고 있다?”


“알다시피 여기는 키메라 던전이야. 악마라는 건 뭘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글쎄요. 뭐가 되었든 쓰러뜨리면 그만 아닌가요?”


“네가 쓰러뜨릴 거야?”


“으음, 제가 실언을 했네요.”


“모험가들은 몬스터 전투패턴을 연구해서 공략법이나 생각하지만 그런 건 나한테 의미 없어. 오히려 내가 알아내는 건 누가, 왜 던전을 만들었냐는 거지.”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거네요.”


“보통은 돈이 될 만한 물건에 관심 가지니까. 마법서라도 찾아내면 평생 일 안 하고 살 수 있는데 욕심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겠지.”


“당신은 아닌가요? 던전이 생긴 이유를 알아낸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텐데요?”


“있어.”


레온은 필기를 멈추고 지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였는지 아니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 이내 침묵해버렸다.

필기를 마친 후 몇 군데를 더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적긴 했지만 이렇다 할 정보가 발견된 것은 없었다.

이후로도 두 사람은 같이 활동하면서 이곳저곳을 탐사했다. 전투는 최대한 피했고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지나의 마나는 온존하고 레온이 나서서 처리했다. 그러다 지나의 용병들을 전멸시킨 우두머리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점으로 후퇴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령의 기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엑소시즘 앙상블(4) 24.08.22 3 0 14쪽
16 엑소시즘 앙상블(3) 24.08.22 3 0 14쪽
15 엑소시즘 앙상블(2) 24.08.22 2 0 14쪽
14 엑소시즘 앙상블(1) 24.08.22 3 0 16쪽
13 슈레스타 요새(3) 24.07.23 4 0 14쪽
12 슈레스타 요새(2) 24.07.23 6 0 14쪽
11 슈레스타 요새(1) 24.07.22 5 0 15쪽
10 검성 시바 18.05.22 14 0 14쪽
9 현자의 탑(3) 18.05.08 15 0 11쪽
8 현자의 탑(2) 18.05.08 12 0 15쪽
7 현자의 탑(1) 18.05.08 13 0 13쪽
6 집으로 18.04.22 14 0 11쪽
5 키메라 연구소(4) 18.04.22 17 0 13쪽
» 키메라 연구소(3) 18.04.22 17 0 12쪽
3 키메라 연구소(2) 18.04.22 17 0 11쪽
2 키메라 연구소(1) 18.04.22 29 0 12쪽
1 실종 +1 18.01.28 42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