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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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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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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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 문라잇 섀도 6

DUMMY

=오클랜드, XX 번지 무료진료소=


클리닉이라고 해서 클린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차피 빈민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이고, 그에 맞는 이미지 대로였다. 지저분한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몇 안되는 인턴 의대생들과 성자로 받들어질만한 젊고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의사들이 부족한 약품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술을 펼치고 싶어하고 있겠지.


역시나 초라한 진료실에 네 명정도의 의사 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오늘은 공교롭게도 예방접종이 있는 날인지 어린 애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많았다.


“저기 제일 끝에 있는 사람인 모양인데요.”


한참 애들에게 주사를 놓고 있는 의사 선생을 보았다. 흰 가운에 갈색 머리칼, 그리고 의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사내였고, 우리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접수창에서 소개 받은 그 생김새였다.


“제일 지저분한 사람이 마이클 샌튼이란 말이죠. 어쩌죠 바쁜 것같은데.”


데이브는 이렇게 지역 봉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나 역시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럼 어쩔 거예요?”

“직접 묻기보다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 건 어때요?”

“탐문 수사라. 그럴 듯 하네요.”


그러면 제일 만만한 사람이…


접수창구의 중년 부인은 바쁜 듯 싶었지만 우리의 질문을 귀찮아 하진 않았다. 아니 귀찮았지만 그 것을 티낼 새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바쁘시면 다른 사람들께 물어볼게요.”

“됐어요. 다른 사람들도 바쁜 건 마찬가지니까요. 우리가 바빠야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애들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힐 수 있어요.”

“네… 그럼 실례하지만 몇가지만 간단히 질문 할게요.”

“간단하게요.”

“혹시 닥터 샌튼께선 누이와 친했나요?”

“친하다마다요. 뭐랄까. 두 사람 다 히피 기질이 있어요.”

“히피요?”


진보적인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컨츄리 뮤직을 하는 누나와 무료 의료 봉사를 하는 동생이라면 우드스탁에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같다.


“알 거 아니에요? 닥터 샌튼은 솔직히 다니던 대학 병원에 붙어있었으면 지금쯤 이런 골목이 아니라 리치몬드 같은 곳에 집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가난이 가난을 부른다고, 밥을 굶어가면서 학교를 다닌 고학생이 되다보니 이런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죠.”


정말 성인군자가 따로 없네 그래. 하지만 내눈에는 그 이상의 것이 보인다.


“음… 그 쪽도 마찬가지이신가본데요.”

“에?”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의사 공부하시다가 그만 두신 거 아니에요?”

“하아… 그건 어찌 알았을까?”

“글세요. 형사의 육감이랄까요?”


그냥 찍어발랐다고 말하면 오히려 화를 부르겠지. 사실 그녀가 정리하는 서류가 어지간히 악필인데다가 내가 모르는 약품들의 이름처럼 보여서 약사 내지는 의사라고 생각했던 차였다. 하지만 약사라면 저 쪽에서 약을 나눠주고 있었을테고, 의사였다면 줄이 이렇게 길어질 때 쯤이면 진료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결론은 약사도 의사도 아니지만 공부는 한 사람이다.


“하여튼 아까운 사람이에요. 게다가 불쌍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불쌍하다고요?”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렸는데도 저러고 앉아있다오.”

“무슨 이야기죠 그 건?”


데이브의 감성이 움직이는가보다. 죽을 병이라는 말에 데이브는 살짝 걱정하는 눈빛이 되었다.


“심장병을 앓고 있어요. 심판막증을 앓고 있는데 예후가 좋지 않나봐요. 일주일에 한번씩은 혼수상태에… 하아… 뭐 그런 이야기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증상이 없을 때에는 멀쩡하지만 어느 순간에 쓰러질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더군요. 이식자 명단에는 올려 놨는데 언제 들어올지…”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아내가 있단 말이지… 왜인지 그 것은 살인의 동기로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역시… 본인과 대화는 꼭 해봐야겠다.


“여기도 휴식시간은 있겠죠?”

“이제 식사시간이네요. 교대로 식사를 하실 거에요. 제가 말씀을 드려서 닥터 샌튼부터 쉬는 걸로 할테니 직접 물어보세요.”

“협조 감사합니다.”

“다 이 지역사회를 위한 거죠.”


정말이지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의식이 지나칠 정도로 투철해보인다. 일단 그녀의 안내에 따라 비어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고,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데이브와 살짝 정보를 공유하였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일단 아내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에요. 아내가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다는 사실은 매우 큰 동기가 돼요.”

“그 전에 누나를 잃어서 안됐다고 위로하는 게 먼저 아니에요?”

“살해범이라면 눈도 깜짝 안할 걸요.”

“살해범이라고 단정하지 마세요.”

“생각을 해보세요. 심장 이식 대기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명은 될테고, 조건이 맞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백명의 대기자를 앞에 두고 있을 거에요. 하지만 친인척간이라면 최우선이라고요.”

“그 건 어디까지나 피해자가 장기 기증 서약을 했을 때의 이야기잖아요.”

“했을 거예요. 틀림없이. 그래서 총에 맞은 부위도 죽이려고 했으면서도 가슴 쪽이 아닌 하반신 쪽을 노린…”


이야기를 계속 하려 했는데 데이브가 갑자기 내 입을 막았다. 남자의 손은 너무 커서 그 솥뚜껑같은 손이 입과 함께 코도 막아 버리면 내가 질식사 할 거라는 생각은 못하나보다


“푸하… 손 치워요.”


그가 내 입을 막은 이유는 우리가 요청한 면담에 닥터 샌튼이 응했기 때문이었다. 지저분한 수염에 흰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우리가 앉은 벤치 옆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부모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누나 문제로 오신 거죠?”

“젊은 의사 선생님치고는 훌륭하신 일을 하시는군요.”

“제가 지금 바쁘긴 하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누나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 많이 혼란스러우신 건 알고 있습니다. 그보다 혹시 최근 누나분께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까? 사귀는 남자가 생겼다든지….”

“아니요. 누나는 남자친구 없어요.”


하여튼 저 마음 좋은 아저씨는 적극적으로 물어봐야할 것을 놓치고 있다니까. 지금 가장 중요한 정보는 그 쪽보다는


“실례하지만 혹시 누나분께서 장기 기증을 한다는 서약을 하셨습니까?”

“네, 제가 권했더랬습니다. 안 그래도 이 근처에는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렇다고 누나가 그렇게 될 줄은….”

“그런데 말이죠. 닥터 샌튼께서 심장 이식이 필요한 아내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떻게 이식 수술은 잘 되셨습니까?”

“네? 무슨 소립니까? 혹시… 무슨 생각하시는지 알겠네요. 하지만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제가 심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누나를 죽였을 거라 생각하나본데. 범죄로 죽은 시신은 장기기증의 대상이 되지 않아요. 병원에서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고요.”


우우… 그렇단 말이지. 병원에서 일해보지 못해서 유감이군 그래.


“사실, 누나분께서 임신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혹시 아시는 건 없으신가요?”


위험한 타이밍에 데이브는 적절한 질문으로 그의 시선을 내게서 치워주었다


“…… 그랬군요. 사실 최근 누나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대리모가 되기로 했다고 그러더군요.”

“누구라고 그러던가요?”

“말해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거라면서 애를 낳은 다음에 가르쳐 주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 되어버렸구나 그런데 대리모라고?





=샌프란시스코 경찰 본부=



아침이나 지금이나 분위기가 다를 게 없다. 달라진 거라면 여기 저기에서 이송되어 온 서류 덕분에 일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것 뿐이다. 선선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안은 사람이 많아서 찜통같은 느낌이었고, 불쾌지수가 높아진 나, 티모시 그린 경감은 사무실 안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전화를 받고 있다.


“에… 수고했네 샘. 그래… 조금 충격인 걸.”


받은 전화를 끊고 머리를 굴려보았다. 방금 받은 전화는 쇼킹한 전화였다. 태아의 DNA와 피해자의 DNA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 것은 달리 말하자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거고, 그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대리모라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남자의 정자와 여자의 난자가 만나서 수정을 하게 되는데. 피해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난자 대신 다른 사람의 난자를 이용하여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미혼인 것을 봐서는 정자은행에서 기증 받은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것이 아닌 다른 가정을 위해 애를 대신 낳아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어떤 방향으로 수사해야하느냐가 대충 나온다. 대리모 입양 기관에 의뢰하여 아이의 부모를 찾는 게 우선이겠지. 아마 찾지 못하더라도 범위는 상당히 좁아진다. 일단 대리모의 매매는 불법이니 근처의 친분을 이용해서 맺어진 관계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금전적이고 불법적인 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


머리 속으로 생각이 정리가 되어가는 순간 부관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손에 쥐인 서류를 내 책상 위에 얹어 놓았다.


“기다리시던 자료 나왔습니다.”


내가 기다리던 자료? 뭘 말하는 건가? 싶어서 들여다 봤더니 탄조흔 분석이었다.


“탄조흔의 분석 결과 경찰용으로도 쓰이는 스미스 앤 웨슨 357이고, 소유주는 매튜 오일러 군요. 사진은 보시는 바와 같이.”

“빌어먹을 빨간 머리로구만.”

“소환할까요? 아니면 체포할까요?”

“…… 발로 직접 뛰어야지. 체포하기에는 증거 부족이고, 부르면 잠수 탈 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또 움직여야 겠군 그래. 이 녀석이 난쟁이 똥자루이길 바라는 수 밖에 없겠어. 총 주인이 고스란히 총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체포 할 수 있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진 않겠지.


“자, 나가자고.”


선선한 가을 바람이 추울까 겉에 걸칠만한 코트를 들고 나왔고, 이번에는 부관도 잔말 없이 따라나와 주었다. 이 녀석… 혹시 내가 지금 생각하면서 움직인다는 거 알아챈 거 아니야?


“아 맞아, 오스왈드의 DNA와 태아의 DNA는 비교는 어떻든가?”

“DNA 검사는 오래 걸려요.”


그럼 그 것도 기다려야 하나?


“하지만 혈액형 검사는 1 분이면 된다고 하더군요. 일치하지 않아요. 오스왈드는 AB 형이고 태아는 O형이에요.”

“그렇군.”


앞으로 도대체 침을 몇 번이나 맞아야한단 소린지… 시작하기도 전에 지겨워지고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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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두번째 이야기 : 문라잇 섀도 2 +4 08.11.09 345 2 7쪽
14 두번째 이야기 : 문라잇 섀도 1 +1 08.11.09 358 2 4쪽
13 POLICE! =BGM 있음= (끄는 법은 ESC) +5 08.11.05 406 2 11쪽
12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完 +5 08.11.05 448 2 15쪽
11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9 +2 08.11.05 396 2 14쪽
10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8 +4 08.11.04 396 2 22쪽
9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7 +2 08.11.04 418 2 18쪽
8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6 +6 08.11.04 410 2 15쪽
7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5 +3 08.11.03 427 2 15쪽
6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4 +3 08.11.03 542 2 10쪽
5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3 +5 08.11.02 583 2 16쪽
4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2 +5 08.11.02 681 3 15쪽
3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1 +2 08.11.02 1,065 3 12쪽
2 프롤로그 +4 08.11.02 1,453 3 16쪽
1 마녀의 딸 [지난 이야기] =신비수사관 에필로그= +8 08.11.01 2,488 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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