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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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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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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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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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연꽃이 자라는 곳(5)

DUMMY

마법이란 건 항상 화려함을 추구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지 않다는 거야 도시로 나와 금방 깨우쳤지만 그래도 마법이라 하면 역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나 귀가 찌릿한 굉음이 먼저 떠올랐다.


그런 대단하고 휘황찬란한 능력이 아니라면 마법을 쓸 것도 없이 몸으로 때우는 쪽이 훨씬 편했다.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마법을 염원하고 기다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불씨에서 피어난 흐린 연기를 나비모양으로 뭉쳐 날려 보내는 마법 같은 게 아닐 거라는 건 확실했다.


연기 나비는 지가 진짜 나비라도 되는 것처럼 날갯짓까지 해가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건 번쩍번쩍 빛나지도, 다른 모든 걸 묻어버릴 정도로 시끄럽지도 않았지만 난 입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 멍하게 그걸 구경했다.


건초더미가 굴러가는 걸 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구태여 화려하거나 멋진 것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이목은 묶어두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구나.


이윽고 나비가 하늘과 태양빛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말했다.


"된 거예요?"


무엇이 된 거냐고 정확히 구체적으로 생각해두고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단지, 빨간색인데다가 뭐가 섞인 건지 모를 정도로 더럽던 물이 은빛으로 빛났고 나비가 날아갔고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으니 나 같은 사람은 알아챌 수 없는 어떤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그런 의문에서였다.


"응? 뭐가 돼?"


작은 유리병을 보던 레아는 내게 시선을 돌렸다.


"뭐가 되긴요. 그야..."


자기가 정화할 수 있는 종류라고 했으니 정화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레아가 보여줬던 마법은 마법 같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정화라고 하기가 힘들었다. 유리병에 조금 있는 물을 깨끗하게 해봤자 그건 아무 의미 없었다.

그건 정화가 아니라 정수다. 얇은 천 위로 흙탕물을 걸러 맑게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

아니 그건 약간 다른가.


"그럼. 이런 걸로 정화될 거라고 생각했어?"


유리병을 손바닥 안에 꽉 쥐어 넣은 레아는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


왠지 께름칙하게 느껴지는 폭소.


"말 몇 마디로 순순히 물을 가져다주다니. 순진하긴."


웃음을 그친 레아는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여 우리를 내려다봤다.


사실 나야 좀 더 보이든 말든 상관없지만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 차림새 감안해 행동해줬으면 좋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다.

마치 내가 주면 안 되는 것을 준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물물은 그런 물건이 될 수 없었다.


이 마을에서 따로 우물을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 감시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야 그 상단 사람들이 죽치고 있지만 그 사람들 역시 지킨다거나, 우물이 목적이라거나 한 건 아니었다. 심지어 레아는 그 사람들과 같이 온 게 아니었던가.

이해가 안 간다.


"네?"


에반젤린 또한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눈엔 걱정이 가득했고 눈썹은 의심으로 찡그리고 있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시죠?"


에반젤린은 경계하듯 레아에게 시선을 유지하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뭔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다면 무엇을? 연기로 만든 나비로 눈과 코가 맵게 만들기라고 하는 건가. 하지만 역시 뭔가 할 거라면 진작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으로 생각을 해봐도 이상하다. 방금 레아가 했던 말은...


"농담이야."


그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백한 건 둘째 치고 쌍꺼풀 때문인지 유독 그윽해 보이는 저 눈은 장난스럽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글리하고는 달랐다. 잘은 몰라도 그렇게 느껴졌다.


"네에...?"


오히려 에반젤린은 농담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아마, 어째서 갑자기 그런 농담을?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매사에 진심을 다 하는 사람은 농담을 하는 것에도 받는 것에도 약했다.


"레이크는 별 반응이 없네?"


레아는 그게 실망스러운 것처럼 말했다.


"아니 반응이고 자시고..."


어떻게 할지 정하기도 전에 자백해버리는 바람에 반응을 보일 시간도 없던 것뿐이었다.


"보기보다 신뢰받는 편인가 봐?"


레아는 내 옷소매를 가리켰다.

그제야 나는 내 팔이 당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에반젤린이 내 손목 위를 꾹 잡고 있었다.


그게 알고서 그런 것은 아닌지 에반젤린은 멋쩍게 웃으며 내 손목을 놓아주었다.


신뢰받는 사람이라.

나쁘지 않았다. 그건 좋은데.


"보기보다라뇨..."


좋은 말 앞에 왜 꼭 거슬리는 걸 붙이는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간에 이제 가보자고."


어디를 가자는 것인지 레아는 다짜고짜 팔짱을 끼고 들었다. 아니 그건 팔짱을 끼는 걸 빙자해 팔꿈치와 팔꿈치를 고리처럼 걸어 끌고 가는 것에 가까웠다.


"아니, 아니아니아니. 어딜 가라고요. 가져다 달라는 대로 물 가져다 줬으면 됐지."


"사제님에게 신뢰받는 남자라고 하니 나도 좀 기대볼까 해서."


"네? 기대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에반젤린이 레아와 내 팔을 동시에 잡아 가지 못하게 막았다.

우리 사제님이 가끔 엉뚱하긴 해도 똑 부러져서 다행이었다. 사람 상처받을 말은 잘 안 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만큼은 확실히 했다.


"레이크님은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분이란 말이에요!"


그게 아니었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 않아?"


나는 나름대로 항의를 해보았다.

그러나 이미 에반젤린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외출도 안 하시고...! 청소도 잘 안 하시고...! 침대에 누워서 빈둥빈둥 책이나 보신다고요!"


그게 그렇게나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외출도 하고... 그, 다른 이것저것도 해볼 테니까..."


그러니까 그 얘기 그만하면 안 될까.


"그런 만큼 제가 정리도 해드리고, 함께 산책도 하고, 가끔 책도 대신 읽어드리고 있다고요!"


에반젤린은 내가 아니라 레아에게 말했다. 그게 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인간말종이었나.

나는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되었다.

암만 생각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요즘은 정기적인 일감도 있고 그 탓에 외출도 자주 하고 있었다. 자연히 침대에 누워 하염없는 수를 세며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책은 이제 나보단 레샤가 더 많이 볼 것이다.

...청소가 문제인가?


"우와."


그 중에 뭐 감탄할 게 있다고 레아는 턱을 늘어뜨리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지는 은근한 시선을 난 견딜 수 없었다.


"그 정도면 레이크 네가 나한테 기대야겠는데?"


"안 기대요."


어디의 누구인 줄 알고 기대. 이름이 레아라는 거야 알지만 그뿐이었다.

농담이래도 농담 같아야 농담이지.


"맞아요. 만약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면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 그러기로 약속하셨잖아요."


그러는 와중에도 사제님은 기억에도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언제! 너한테도 빈대 안 붙을 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그렇지만... 저번에도 식당 테이블에 책 두고 가신 거 가져다 드렸더니 저밖에 없다고 무조건 믿는다고..."


듣고 나니 그런 일이 있었더라 하는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아마 야우라랑 말싸움 하다가 책을 깜빡했던 거 같은데, 잃어버리면 물어줘야 하는 물건을 에반젤린이 가져다 준 것이다.

침대를 뒤집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나에겐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아니히... 그... 흐... 아니... 그건, 허허... 그러니까... 아..."


얼마나 면목이 없는지 나는 헛웃음이 자꾸만 나와 말도 잇지 못했다.


뭐라고 할까.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해야 좋을까.


"그런 에반젤린을 본 받아서... 레아를 도와줄까 하는데... 어때?"


하여 또 다시 도망치기로 했다.

수많은 갈림길 중에 이번엔 꽤 제대로 된 걸 골랐는지 에반젤린이 활짝 웃었다.


"아! 그럼 저도 같이 도와드릴 게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레아가 입을 연 건 딱 그즈음이었다.


"어어? 내가 도와주는 거 아니었나?"



그러니까 뭐든 간에 남의 어깨에는 그만 좀-


나비를 특히 좋아한다고, 레아는 그렇게 말했다. 큼지막한 머리핀만 봐도 넘겨짚을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마을을 나가고 밭이 될지도 모르는 들판을 걸으면서 레아는 나비에 대해 말했다.


화려한 날개색이며 제각기 다른 다채로움이며 예쁜 날개와는 반대로 몸은 다른 징그러운 벌레들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 악당 같아서 멋지다는 얘기도 했다.

나는 잘 모르겠다. 나비에게서 악당 같은 면모를 느낀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악당을 왜 좋아하는 건데.


모든 걸 차갑게 통찰하고 자비 없이 행동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두운 색의 옷을 즐겨 입는 고독한 주인공 같은 게 훨씬 낫잖아. 멋있잖아.


...딱히 그렇다고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분명 서로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들판이 아직 밭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이제야 뭔가 심을 준비를 햇빛이야 차고 넘치니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물이었다.

그 물이 왠지 모르게 오염된 마을.

지금이야 우물뿐이지만 그 다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새삼 생각해보니 이거 진짜 큰일이구나.


나는 발에 걸릴 뻔 한 나무뿌리를 피해 다리를 높게 들어 걸었다. 레아는 들판을 지나 산길을 올랐다.


수원을 정화하러 간다고 했으니 위로 올라가는 것도 그럴듯했지만 우물물은 밑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 위에 있는 물이 땅 밑까지 갔다가 다시 우물로 나오는 거였던가.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레아 자매님?"


에반젤린이 말했다.


"운명이 이끄는 곳으로."


뒤돌아 그렇게 말한 레아는 시원하게 웃어보였다.


"레아는 운명이가 보여요?"


나는 짜증이 치민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운명이가 옆집 개 이름이고 우리가 그 녀석이 묻어놓은 뼈다귀를 찾으러 가는 길이라면 그럴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체불명의 모험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레샤와 야우라가 간다고 했을 때 따라가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물로부터 거꾸로 수원을 찾는 게 말이니까 할 수 있는 거지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찾을 수 있는지 티끌만치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저렇게 우스갯소리만 하니 말이고 마음이고 고와질 수가 있나.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이끌리고 있잖아."


레아는 다시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정처 없는 걸음이라도 다 의미가 있는 거지. 운명은 모르는 거야. 알고 있다면 약속이지. 그래도 정 그러면..."


우뚝 멈춰선 레아는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줄까?"


"약속하면 뭐 달라져요?"


"글쎄에. 난 약속은 못 지키는 편이라 잘 안 하거든."


"그럼 됐어요."


거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래. 약속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거더라고."


레아는 아이에게 어르듯 엄지와 검지로 내 양 볼을 잡고 살살 흔들었다. 코라도 맞출 듯이 허리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왔다가 에반젤린의 눈치를 살짝 보고는 몸을 무르고 다시금 앞서 나갔다.

이어 기쁜 소식을 전하듯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휘유, 벌써 저기 뭐가 있네."


레아가 가리킨 곳은 널따란 동굴 입구였다.


지금까지 봤던 여타 동굴과는 달리 지금의 것은 굴이라기 보단 커다란 균열 같았다. 높은 절벽의 아래에서부터 넓게 열려 굴을 이어나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절벽 아래가 파여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동굴 앞에 섰을 때 레아는 갑자기 허공에 손을 들었다. 그러자 어디에 있었는지 아까의 연기 나비가 레아의 손가락 끝에 내려앉았다.

그 위에서 잠시 날개를 흔들던 나비에게서 이번엔 흰 빛이 나기 시작했다.

레아가 손을 흔들어 나비를 놓아주자 그건 또 다시 나풀나풀 홀로 날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운명이고 약속이고 뭐고 간에 알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방법은 모르지만 보아하니 그랬다.

속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속았다고나 할까.

사람 놀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꽤 많았다.


그늘 아래로 들어가자 동굴 특유의 서늘함이 확 다가왔다. 길은 아래로 나있었다. 그렇다고 정말 길이 있는 것은 아닌지라 비탈에 비탈이 이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뒤쳐진 에반젤린을 보았다. 그 애는 만들다만 돌계단처럼 불편한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었다.

비교적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탓일까.


"그... 잡을래?"


나는 손을 내밀고 말했다.


"네?"


왜인지 에반젤린은 놀란 소리를 내었다. 간단히 잡아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는데 에반젤린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기보다는 도리어 동굴에 소리가 울리도록 크게 외쳤다.


"제가 버팀목이 되어드려야 하는데."


"그러니까 나는 대체 뭐하는 놈이냐고요! 나한테도 뭔가 할 만한 기회를 줘봐!"


물론 고작 부축 정도로 잘난 체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 나이 먹고서 사제님 손이나 잡아야하는 꼬꼬마 취급당하고 싶지 않았다.


"아! 혹시! 제가 레이크 님의 도움을 받으면 레이크 님의 경험치가 오르는 건가요?!"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을 것인지 에반젤린은 갑자기 공상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공상이라고는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 때 그거. 읽었어?"


그냥 가져다주기만 한 게 아니었구나.

뭐, 안 될 건 없었다. 그런 내용도 아니었고... 그런 내용도 아니었고... 아무튼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네. 걱정 마세요. 전 이제 레이크님이 어느 날 눈앞에 이상한 게 보인다고 해도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에반젤린은 의지에 가득 차 말했다.


"아니..."


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은 그런 거 말고 다른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이를테면 아까부터 어색하게 올라가 있는 내 팔 같은 거 말이다.


"경험치 같은 건 안 오르지만... 도와줄게."


하는 수 없이 나는 먼저 에반젤린의 팔을 잡았다.


"아, 그렇죠. 꼭 경험치 같은 게 아니어도... 고마워요, 레이크 님."


그제야 말이 통했는지 에반젤린은 내 팔에 어느 정도 중심을 의지하고 울퉁불퉁한 비탈을 내려왔다.


"어머어머어머."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는지 레아가 우릴 향해 음흉한 웃음을 보냈다.


"뭐가요! 이 정도는 다 하는 거잖아요!"


"에이, 누가 뭐랬나?"


말로 하지 않을 뿐 웃음으로 명백히 뭐라 하면서도 레아는 계속 동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동굴은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끝이 보였다.

아니 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계속 이어져 있겠지. 수면 아래로 말이다.


나비는 동굴 안의 호수 위에 정지한 듯 떠있었다. 이렇게 양이 많으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악취가 난다. 호수 물은 붉고 탁해져 있었다.

이곳의 물이 마을의 우물까지 이어지는 거였다.


"제대로 온 것 같네."


레아가 손을 내젓자 나비는 다시 돌아와 우리 옆에서 빛을 밝혔다.


"이렇게나 심하게 오염되다니 대체..."


에반젤린의 목소리엔 걱정이 묻어나왔다.


"여기서 뭘 했는진 모르겠지만, 이러면 안 되지. 뭐 하려고 그랬데?"


혼잣말처럼 말한 레아는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뭐. 그래도 내가 왔으니까 다행이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에반젤린이 그 방법에 대해 물었다.


"아니. 이거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라며 레아가 막 행동에 나설 찰나. 동공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너희들은 누구냐!"


메아리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귀를 막을까 말까 몸을 움츠렸다. 메아리가 돌아가는 방향을 보자 그 곳엔 흰 빛을 발하고 선 한 쌍의 남녀가 보였다.

소리쳤던 남자는 제 키만 한 스태프를 들고 있었고 여자는 광구를 들고 옆을 지키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은 모양과 무늬의 로브를 입고 있었다. 청록색, 소매 끝에는 삼각형이 둘러 그려진 것. 거리가 멀어 그 외엔 알아보기 힘들었다. 어디인지는 몰라도 같은 계파의 마법사들이란 것은 확실했다.


"우리는 이 아래 마을의 의뢰를 받고 물을 정화하러 온 라즈믹의 마법사다!"


아무래도 남자 쪽의 계급이 높은 것인지 이번에도 예의 남자가 소리쳤다.

라즈믹? 기억 안 난다. 애초에 못 들어본 걸 수도 있고.


"우리는 여행자야. 우연히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레아가 저 너머를 향해 말했다.


"우연히, 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나는 그 마법사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여기가 우연히 올만한 곳은 아니지.


"베베 꼬인 운명이라고나 할까?"


"허튼 소리하지 마라!"


이번에는 정말 소리가 컸기에 레아도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수상한데. 너희들 우리랑 마을로 가줘야겠다!"


이거 얘기가 이상해지는데.


"잡아가겠다는데. 괜찮아?"


사태가 그러한데 레아는 그걸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당연히 안 되죠!"


잘못한 건 없어도 끌려가는 건 사절이었다. 사정을 설명한다던가, 오해를 푼다던가, 전부 다 넌더리난다.


고개를 끄덕인 레아는 다시 마법사를 향해 소리쳤다.


"여기 사제님도 있는데 이래도 우리 말을 못 믿겠다는 거야?"


이번에는 제법 먹혔는지 곧장 대꾸가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 뭔가 막혔다 싶을 때는 사제님이 최고라니까.


조금은 뒤늦게, 마법사 쪽에서 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마을로 돌아가서 확인하겠다!"


...안 먹혔네?


에반젤린을 들이밀어도 안 통한 것은 처음인지라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건 에반젤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하긴 에반젤린은 남한테 의심받거나 거절당하는 게 그리 익숙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더군다나 마법사는 이 쪽으로 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리 정황이 그렇다지만 너무 제멋대로였다. 따지자면 우리도 저쪽의 마법사들을 얼마든지 수상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지 않은가.

서로 수상하다고, 서로.


"저, 저기...!"


무언가 말하려는 에반젤린을, 레아가 막았다. 그 사람은 당황스럽지도 않은 것인지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검지를 입술에 붙여 우리에게 보였다.


마법사들이 호수를 돌아 우리에게 오려는 그 중간 길. 레아는 갑자기 호수를 가리켜 소리쳤다.


"앗! 저기 봐!"


그러나 호수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뭐냐! 아무 것도 없잖아!"


속기는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멈춰 서 있던 마법사가 화를 냈다.


"아니! 저기!"


레아가 다시 소리쳤다.

정말로 뭐가 있는 건가 싶어 나도 다시 호수를 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시뻘겋고 갈색에 초록색이 뒤섞였을 더러운 물이 빛이 적은 탓에 시커멓게 보였을 뿐이었다.


"대체 뭐가...!"


두 번이나 속은 마법사가 또 화를 내려고 했을 때였다.


풍덩! 하는 소리가 호수에서 들렸다.

뒤이어 쏴아아하고 물이 쏟아지는 소리도 들렸다.

철퍽! 또 다시 물이 튀는 소리. 마법사가 광구를 높이 들자 호수에 솟아오른 그림자가 얼핏 보였다.


저게 뭐야.


나는 하마터면 가만히 서서 발을 헛디딜 뻔 했다.


호수의 그림자는 점점 부풀고 있었다. 아니 저건 그림자가 아니었다. 호수 자체가 부풀어 솟고 있었다. 걸쭉한 물이 솟아오르고 미끄러져 내려가며 점점 무언가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건 거인이었다.

진흙을 뭉쳐 만든 것 같은 거인의 호수 속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으악! 괴물이다!"


나는 소리치지 않았다. 레아가 먼저 소리친 탓에 거기에 놀란 내 목구멍은 덜컥 막히고 말했다.


레아는 이어 계속 소리쳤다.


"저게 뭐야! 도망쳐! 전부 잡아먹힐 거야!"


"으, 으아아! 저게 뭐야!"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광구를 들고 있던 여자 마법사는 그걸 높이 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까지 했다.


"끼야아악! 오지 마!"


괴물이 진흙을 흘러내며 꿀렁거리자 비명소리도 질렀다.

스태프를 잡고 있던 남자 마법사가 황급히 자기 제자인지 조수인지 모를 사람을 일으켰다. 그 후 자신들이 왔던 방향으로 헐레벌떡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서 도망쳐야 해! 빨리!"


그 뒤꽁무니를 향해 레아가 소리쳤다.

심각한 목소리와는 달리 그 사람은 그저 가만히 서서 크게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나도 에반젤린도 영문을 모른 채 굳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얼어있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마법사들이 보이지 않게 된지 조금 지나자 레아는 입가에 나팔을 만들었던 손을 내렸다.

동시에 호수에서 일어났던 괴물이 철푸덕 주저앉으며 물로 돌아가 사라졌다.


그 괴이한 광경에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조금 지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대체 뭐한 거예요?"


그야말로 레아가 대체 뭘 한 것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마법? 정령? 방법을 떠나서 이젠 이 사람의 정체가 무서워지기도 했다.


"아아. 거짓말."


난 그저 거짓말을 해서 저 사람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레아는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 어느 거짓말이...

아니,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거짓... 말이요...?"


자기가 아는 거짓말과는 많이 다른지 에반젤린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별 거 아니야. 생긴 거만 그런 거지 지푸라기 같은 거라고. 게다가 나한테도 저 사람들은 필요하니까."


라고 하며 레아는 소매를 걷어 붙이고 샌들을 벗었다. 그리고는 치마를 반절쯤 접어 올려 허리에 돌려 묶었다.


"그럼 이제 사제님이랑 약속한대로 정화를 해볼까?"


그게 만반인지는 모르겠으나 준비를 마친 레아는 그 폐수의 호수에 발을 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더러운 물속을 거니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물이 깊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은지 레아는 호수 안쪽으로 들어가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랑 에반젤린은 대화 한 마디 없이 숨죽이고 레아를 기다렸다.

철벅, 철벅... 얼마 지났을까 다시 물소리가 들리고 레아가 희미한 나비의 빛과 함께 돌아왔다. 종아리에 허벅지까지 물자국이 튀고 양팔은 팔꿈치 아래까지 시뻘겋게 더러워졌지만 레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망토 속에 무언가를 감싸 품에 안고 돌아왔다.


"레아 자매님!"


꽤나 걱정되었던 것인지 에반젤린이 샌들을 들고 얼른 거기에 다가갔다.


"어어. 이거 묻으면 잘 안 지워져."


행여 제의에 튈까 레아는 다소 거리를 유지하며 뭍으로 올라왔다.


"원인은 내가 가져왔으니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깨끗해질 거야. 아니면 아까 그 양반이 돌아와서 정화하겠지."


레아가 말했다.

그래서 그 마법사들이 필요하다는 거였구나.

레아는 원인을 찾아 없애줄 수는 있지만 물 자체를 정화화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그건 뭐에요?"


나는 레아가 망토로 두른 뭔가를 보며 말했다. 안고 있는 품새만 봐도 무겁진 않지만 제법 컸다.


"이거? 봐서 별로 좋을 건 아닌데. 볼래?"


"아, 아뇨."


그렇다고 하니 나는 얌전히 고개를 저었다.


"자 이제 돌아들 갑시다."


망토에 든 것을 소쿠리처럼 옆구리에 낀 레아는 에반젤린에게서 샌들도 가져가 들고는 앞서 동굴 밖으로 빠져나갔다.


다시 만난 햇빛에서 본 레아의 모습은 더 참담했다. 이제 보니 셔츠 군데군데에도 물이 튀어 핏자국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레아는 고혹적인 미인이었지만 빨리 어디 가서 씻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이만 헤어질까?"


근처에 냇가가 있을까 생각해보려는 때에 대뜸 레아가 말했다.


"네? 아 그치만..."


뭔가 아쉬운지 에반젤린이 말끝을 흐렸다.

나도 그랬다. 이대로 그냥 보내기에는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미안할 건 없었지만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하다못해 씻을 만한 냇가라도 같이 찾아주고 싶었다.


"괜찮아. 내가 편하려고 그러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씻는 모습을 보다가 레이크가 껌뻑 넘어와서 나 따라 올 거라고 떼 써버리면 사제님이 곤란하잖아?"


껌뻑 넘어간다는 거야 둘째 치고.


"왜 훔쳐보는 걸로 확정이 되어 있어요?"


나는 사람들이 대체 날 뭐로 생각하는지 슬슬 궁금했다.


"그럼 번거로울 거 없이 지금 보여줄까?"


레아는 안 그래도 불안한 셔츠의 앞섬을 꼬집어 잡아 살짝 당겼다.


"으앗?! 뭐하시는 거예요!"


나보다도 놀란 에반젤린이 얼른 내 앞을 막고 서서 레아의 셔츠를 눌러 막았다.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나 그런 여자 아니야. 이 옷, 유행이라니까?"


우리 모습이 재미있는지 계속 웃던 레아는 갑자기 약속이 떠오른 사람처럼 태도를 바꾸었다.


"그럼, 난 내가 갈 길을 갈 테니 너희들은 너희들이 갈 길로 가렴. 연이 닿는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내 생각에 우린 제법 길이 가까워."


"네. 고마웠어요, 레아 자매님."


에반젤린도 작별을 고했고.


"잘 숨어서 가요. 그 마법사들한테 걸리지 말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레아는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흔들며 멀어졌다.

왠지 조금은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아앗!"


야우라의 목소리가 들린 건 그 직후였다.


"뭐야 레이크랑 에반젤린이 여기 왜 있어?"


걔는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다짜고짜 물었다. 그리고는 나한테 와서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찔렀다.


"에헤이, 너도 말로만 그랬지 이거 하고 싶었구나?"


왜 비슷한 행동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꾸 툭툭 건드리는 야우라의 팔꿈치를 붙잡아 막았다.


상당히 뒤쳐져 있었던 것인지 뒤이어 레샤의 모습도 보였다.


"야우라하...! 천천히 좀 가효...!"


어기적어기적 스태프를 짚어가며 걷던 그 애는 우릴 보자 헛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우린 진짜였다.

레샤까지 무사히 이 쪽에 합류하자 야우라는 자랑스레 양팔을 펴고 말했다.


"레샤의 말에 따르면 우리 이제 거의 찾은 거 같아."


당연히 수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대단히 안타깝게도 나는 그 말을 해야만 했다.


"그거 벌써 정화했어."


"응?"


잘못들은 건지 아니면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인지 야우라가 되물었다.

나는 앞으로 펼쳐질 끔찍한 진상을 감수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작가의말

에반젤린도 최신 유행을 따랐으면 어마어마했을텐데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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