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를 만들다 (3)
발전기를 만들다 (3)
상상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전기를 매월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를 구매하듯 초소형 전기 발전기를 구매하여 어디든 설치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가격은 각각 다르겠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우선 도시에 모든 전기선이 없어질 것이고 바다나 사막 같은 곳에서도 전기가 필요할 때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선을 이용한 옷들이 활성화될 것이며 추운 지역에서 저체온증으로 죽을 이유가 없어진다.
그 외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된다.
특히 우주 공학 같은 경우 꿈에 그리던 무한 가속이 가능하며 빛의 속도로 우주선을 날려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나오는 전기요금이 저렴해지겠지. 분명히 산업용으로 전기 신청을 했는데 전기 좀 썼다고 뭔 놈의 전기요금이 한 달에 5억이 넘게 나오냐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핵융합이었다.
수소 핵이 전자와 분리돼 이온 플라즈마가 형성되고 강한 자기를 이용해 이 플라즈마의 에너지를 잃지 않게 하면 된다.
물론 정상적이라면 1억 도가 넘는 온도와 아주 강한 자기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필요하다.
그게 어렵다.
아직 1억 도가 넘는 플라즈마를 담을 수 있는 물질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력으로 공중에 띄워 고정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지니가 알려줬다.
이것이 성공하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전하만 흐르게 하면 돼. 우선 실험적으로 만들어 보자. 처음부터 크게 만들 필요도 없어. 이전에도 만들어 봤잖아?”
산속에서 살 때 주위에 계곡이 있었고 그 계곡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렸었다. 그것 말고도 태양열과 풍력도 같이 이용해 전기를 최대한 생산했었다.
생각이 끝나자 지니에게 모터와 관련 물건들을 구매해 달라고 했다.
“발전 모터를 크기순으로 작은 것부터 1MW 용량의 큰 크기까지 총 10개 정도로 주문 부탁해.”
“예 알겠습니다.”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구리선이 감긴 코일이 안쪽에 배치되고 자석이 바깥쪽에 있으면 모터가 된다. 이 모터를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모터가 배달될 때까지 모터를 돌려줄 방법만 찾아내면 된다.
발전 모터를 돌리기 위해 열이 필요했고 그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어 증기의 압력으로 모터를 돌리면 된다.
수력 발전소는 물의 낙차를 이용해 발전 모터를 돌린다.
'돌린다'를 기준으로 방법은 같다.
그게 화력이든 수력이든 풍력이든 지력이든 원자력이든 핵융합이든 일반적으로 대부분 모든 발전소가 이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해낸다.
태양열은 방식이 조금 다르다.
빛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바꿔주는 방식인데 이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발전량이 너무 적다.
“금속판 속에 중성자 2개를 충돌시켜 계속 움직이게 하자. 중성자가 움직이는 형태를 보고 나서 테두리에는 중성자가 계속 뛰어다니게 전자들을 배치하면 될 것 같아. 중성자가 충돌할 때마다 열이 나니까 그 열로 물을 끓이고 발전기를 돌리면 되겠다.
증기 배출구는 좀 작게 해서 강한 압력을 내게 만들면 될 거고 모양은 이런 모양이 좋겠네. 금속판 안에는 진공상태로 만들고 냉각제는 헬륨으로 사용하는 거야. 지니야 지금 이야기 한 물건들 좀 구매해 줘.”
“지금 주문하였습니다.”
며칠 뒤 주문한 물건들이 도착하자마자 내가 구상했던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터도 설치하고 물을 끓여 밀어내는 압력기도 만들어 설치했다. 이 압력기에서 밀어내는 증기로 모터는 무한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물을 끓일 수 있는 촉매제만 만들어 넣고 박스를 봉해 진공으로 바꾸면 된다.
아직 원소를 움직이는 것은 많이 미흡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금속판은 금으로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었다.
물속에서도 부식이 되지 않고 상당히 무거운 금속이며 가단성과 연성이 있다. 밀도도 높은 편이며 열전도도 좋았다.
다른 테스트 금속은 백금이었다. 금과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열전도율이다.
또 다른 물질로 다이아몬드를 선택해 보았다.
다이아몬드 내부는 탄소로 구성되어 있기에 중성자가 충돌 시 열을 그대도 전달해 줄 수 있고 외부의 충격만 주지 않는다면 파괴가 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열전도인데 그 부분만 해결하면 이만한 물질도 없을 것이다.
지금 현재 과학으로는 이 물질들 안에 어떤 형태로든 전자를 제거한 중성자를 넣어 이동시킬 방법은 없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나는 전기판 위에 올라섰다.
“지니야. 전기 올려줘.”
순간 모든 물질이 원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공중에 널리고 널린 원소 중 하나를 내가 들고 있는 금 근처로 가져왔다. 역시 양전하끼리 밀어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 나왔다.
“역시 양전하를 먼저 떼어내야겠어.”
원자핵에 붙어 있는 양전하를 떼어내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다가 어느 순간 양전하가 분리했다.
“좋아. 양전하가 이제 이 중성자를 금 속에 넣으면 된다.”
금의 밀도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1번째 중성자를 넣은 후 2번째 중성자도 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 준비는 끝났고 금의 밀도를 조금 느슨하게 만들자.”
모든 준비가 끝나자 조금 빠르게 1번 중성자를 2번 중성자에 충돌시켰다.
그 순간 2개의 중성자가 튕겨 나가고 다시 부딪치기를 반복하면서 가속되었다.
중성자 2개가 이렇게 움직이자 금이 점점 뜨거워졌다.
이 손톱만 한 금덩어리를 가열 판 안에 넣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발전기 자체를 봉해 밀봉 상태로 만들었다. 증기가 밀봉된 판 안에서 무한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발전 원리와 비슷했다.
“역시 내 생각대로야.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이제 다른 물질도 실험해보자”
나는 백금과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같은 발전기를 만들었다. 3개 모두 잘 동작하였다.
“모터를 10개까지 실험할 필요도 없었네. 이중 효율이 제일 좋은 것을 골라서 1MW 발전기를 돌리면 되겠다.”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발전기의 힘을 실험하는 동안 지오 전자 대표이사와 미팅을 가졌다.
“혹시 운영에 문제 되는 것은 없으신가요?”
“아직 이렇다 할만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대표이사에게 USB 메모리를 건넸다.
“회사 내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사용하십시오. 이 프로그램으로 연구소에서 제작한 설계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제작자가 본인이 만든 물건들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단 건설도 그렇고 연구소와 지오 전자도 그렇고 사람들이 유능해서 그런지 내가 없어도 문제없이 돌아갔다.
'역시 사람을 잘 써야 해'
이때 최승한 법무팀장이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예상했던 대로 김 의원이 시장으로 당선됐네. 웃긴 것은 시장이 당선되자마자 우리 쪽에 와서 슬며시 협박하고 갔다는 거네.”
“그럼 그쪽에서 요청한 대로 뇌물을 줘야겠군요. 희생자는 섭외하셨나요?”
“섭외는 했네. 5급 공무원까지 지냈던 사람이라 이쪽 바닥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네.”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까?”
“그렇네.”
“혹시 시장 쪽에서 요구한 금액이 있나요?”
“금액은 말하지 않았네.”
“좋습니다. 4년 동안 편하게 지내려면 넉넉하게 주고 한 방에 끝내죠. 아 참. 충북 건설에 뇌물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걸어주십시오.
저희가 넉넉하게 주는 이유가 그것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마침 제가 100억이 있으니 그 돈을 먼저 보내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
“지금 컴퓨터에 빈 USB 메모리를 꼽으십시오.”
“꼽았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는 지니 전용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 최승환 변호사 컴퓨터에 꼽혀있는 USB 메모리에 100억 원어치 비트코인을 넣어주라고 했다.
우리가 뿌린 500만 개의 비트코인으로 인해 해커가 아직 작업 중이었고 현재 1비트코인당 125만 원 가까이 판매되고 있었다.
“입금되었습니다. 확인해보십시오.”
“확인되었네.”
“그 비트코인은 꼭 오늘 넘기셔야 합니다. 모두 마무리 짓고 저에게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희생자분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비트코인이 들어있는 USB 메모리를 제대로 전달하는지 꼭 확인해 주십시오.”
“그건 당연한 일이야.”
“비트코인 USB 메모리를 전달할 때 제가 보내드린 노트북으로 시장에게 비트코인을 꼭 확인시켜주라고 지시해주십시오. 돈만 받고 나중에 딴소리 못 하도록 말입니다.”
“그 부분도 그렇게 지시하겠네.”
“그럼 그분 출발할 때 연락 한번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수고 부탁드립니다.”
“자네도 수고하게.”
전화를 끊고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국만 그런가? 뇌물을 대놓고 달라고 하냐? 이런 놈들이 나라를 운영하니 나라가 썩어가지. 괜히 헬 조선이겠어?”
이전에 조선과 관련된 역사 드라마를 보았었다.
그곳에 사대부라는 아주 똑똑한 멍청이 집단으로 인해 조선은 망했다. 조선이란 나라의 사대부들이 주장하는 이론이 이상적이긴 했지만 그건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이론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이상적인 이론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는 많은 나라가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나라들이 힘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켰고 결국 버티지 못한 이 이상을 꿈꾸는 나라들은 그들에게 잡아먹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몇백 년 전 조선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세월이 흐르고 국민의 지식도 올랐지만, 정치는 깨끗할 줄 몰랐고 부를 축적한 이들이 이 정치인들을 흔들어 더 많은 돈을 벌었고 벌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공생 관계를 이루었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그날 저녁 희생자가 시장을 만났다고 연락이 왔다.
“지니 해커들이 해킹을 시도하는 날짜가 언제야?”
“앞으로 3일 후입니다.”
“3일 후란 말이지? 시장이 그 비트코인을 팔기 위해 접속하면 바로 해킹해서 모두 빼 와. 당연한 얘기지만 해커들 중의 하나를 거쳐서 작업하는 것은 잊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100억 받아서 엄청 좋아하고 있겠지? 크크.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
몇 시간이 지난 후 최승한 법무팀장이 비트코인 USB 메모리를 잘 전달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3일 후.
시장이 비트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 컴퓨터에 접속하는 순간 8천 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사라지고 랜섬웨어가 화면에 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보좌관”
“네 부르셨습니까?”
“내가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이 모두 사라졌어.”
보좌관이 한참을 살펴보더니 시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랜섬웨어에 감염되신 것 같습니다.”
“랜섬웨어가 뭐야?”
“컴퓨터 안에 있는 정보들을 암호화해서 돈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냥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이 안에 정보들이 모두 암호화됐다는 말이야?”
“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이 USB 메모리 안에 있던 비트코인은 어떻게 되는데?”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시려면 전문가에게 맡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문가 불러와. 어서 빨리.”
“예 알겠습니다.”
'설마 이 새끼들이 나에게 비트코인을 주고 물 먹인 거라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해주겠어.'
시장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비트코인을 받을 때 분명히 우리 쪽에서 금액까지 확인시켜 주었다.
몇 시간 뒤 컴퓨터 전문가가 시장실로 찾아왔다.
“확인해보니 이 랜섬웨어가 시장님 컴퓨터에서 퍼져나간 것 같습니다. 시청 내 다른 컴퓨터들도 감염된 것 같으니 확인하시고 처리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거 아무래도 제대로 당하신 것 같습니다. 노트북의 정보는 모두 복구하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노트북은 됐고 이 USB 정보만 살려주시오.”
“잠시만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USB를 본인 컴퓨터에 연결한 후 이것저것 확인해 본 컴퓨터 전문가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USB 메모리 자체에 암호화가 걸려 있어 제 실력으로는 풀 수가 없습니다. 그 속에 뭐가 들어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밀어 버리시는 게 속 편하실 겁니다. 랜섬웨어에 암호를 풀 수 있는 자들이 몇 명 안되거든요.”
한국의 모든 공공기관은 인트라넷과 인터넷을 물리적인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분리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USB 메모리는 귀찮아서 하나로 통합해 사용하였기에 보안이 취약했다.
시장도 마찬가지 형태로 인터넷을 사용하였는데 그래서 해킹에 노출됐다고 컴퓨터 전문가가 이야기했으나 100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시장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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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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