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성역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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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3.07.28 19:45
최근연재일 :
2014.03.19 05:23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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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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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성역의길) - 4화 노예 생활

DUMMY

1막 3화

노예 생활


잡초와 약초의 차이는 단순하다. 약재로 쓰일 곳이 있다면 약초, 그렇지 않다면 잡초인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이 볼때는 잡초인 것이, 의사가 볼때는 약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관점에 따라 달라지고 누가 기준이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는 것, 오히려 이러한 진실은 자신의 가치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많은 혼란을 준다.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에 대한 ‘존재의미’는 누가 정의할수 있는 것인가. 나의 가치가 여러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참된 것인가? ‘나’라는 절대성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 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진리’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참된 것이기에 - 오늘도 ‘나는 누구인가’ - 스스로 공허한 질문을 던져본다.

- 세상을 유희하며 고뇌하던 골드 드래곤 ‘엘야킴’의 독백 중 -


이계로 넘어온 강현수, 아니 이제는 ‘엘리에제르’, 줄여서 ‘엘리’라는 이름으로 개명이 되어버린 그는 자신의 주인인 이티엘의 노예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반강제적인, 어떠한 선택권도 없는 그였지만 거부한다고 해서 어떤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도망을 간다 하더라도 먼저 이곳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급선무 였기 때문이다.

‘ 젠장 뭐가 이리 넓어?’

그가 노예가 되고나서 처음 한 것은 청소였다.

“ 먼저 주인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는 알아야 겠지? 그런 의미에서 청소만큼 좋은 것이 없지.”

그리고 엘리는 자신의 주인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깨닫게 되었다.

혼자 살면서 집은 왜 이리도 넓은 것인가.

이것은... 마치 공주가 사는 궁궐같지 않은가.

“ 하아... 언제 다 치우냐고 슈발...”

엘리의 한숨이 넓은 공간에 소리 없이 흩어진다.

지금 그가 청소하는 곳은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아보였던 빈 방이었다.

온갖 잡동 사니들이 가득해보이는 이곳은 그 이전에는 창고로 사용했던 것 같았다.

“ 그래도 이제는 내가 사용할 곳이라고 했겠다?”

방은 굉장히 많아보였다.

많아 보였다는 말은, 아직은 확인해보지도 않은 공간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아직 이곳에 온지 겨우 이틀 밖에는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티엘은 다른 어떤 것보다 자신이 사용할 방과, 그리고 이곳의 대략적인 구조, 식당과 화장실의 위치정도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방은,

비록 사방이 돌로 막혀있어 답답할 것 같았지만 마치 형광등처럼 손을 가져다대면 빛을 내는 신비한 광물들이 방을 꾸며주고 있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혼자 쓰기에는 너무나 넓은 방이 아닌가.

“ 한... 50평은 될 것 같은데.”

이곳이 노예가 생활을 해야하는 곳인가?

라는 의문이 문득 엘리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적어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자신이 알던 ‘노예’의 의미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알수없는 느낌이 들었다.

“ 쳇.”

엘리는 자신이 청소를 하며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을 채우는 것을 알수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그리고 인정하기 싫은 많은 생각들. 그런 생각들이 아무것도 할것이 없이 청소를 할때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 중에는

자신이 사라진 지난 세계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 부모님은 과연 날 찾을까? 하는 일말의 일념들. 나의 가치는 그토록 쓸모없던 것이었을까 하는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헛된 물음들.

제대로된 친구도 없이 학교 생활을 했던 자신을 돌아보자 한없는 외로움이 몰려왔다.

어쩌면 이 넓은 공간에 혼자 남아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청소라고 불러봐야 먼지 털고 필요없는 물건들을 창고에다가 옮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래지않아 방 청소는 거의다 마무리가 되어갔다.

“ 후, 이제는 식당 청소하고 밥먹을 준비부터 해야겠군.”

엘 리가 이곳에 와서 느낀 첫 신선함은 바로 음식이었다. 음식을 생각하자 우울했던 잡념들이 사라지고 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머릿속을 채웠다.

“ 이곳이 음식 창고로군.”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 엄청 넓은, 거실부터 시작해서 방에 이르기까지 어떤 보일러나 에어컨도 없는 이 밀폐된 공간이 마치 방을 경계로 나뉘어 관리되는 듯 보였다.

어떤 방은 따듯했고, 이곳처럼 창고는 아주 시웠했다.

관리하는 사람은 그 여자 한명뿐인 걸로 보이는데, 대체 어떤 원리인지 벽 이곳저곳을 뒤져봐도 자신이 익숙한 그런 기계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예상해보는 것이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있는 에메랄드 광석들이 무언가 작용을 한다는 것뿐이었다.

“ 와 진짜... 이거 무슨 음식이냐. 생긴 것도 신기하네.”

과일 창고 구획에는 박스단위로 과일이 놓여져 있었다. 현수는 그 중 하나를 집어 입에 깨물었을 때, 마치 키위와 딸기, 코코넛 같은 알수없는 혼합된 맛이 자신의 미각을 자극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어찌되었든 굉장히 신선하고 맛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외에 수많은 음식들,

과일을 포함해, 곡물, 육류, 어류 등등 자신이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것도 많았고 왠지 익숙해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마치 마트는 아닌지 착각이 들정도였다.

앞으로 자신이 원할 때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다.

엘리는 이곳을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무엇이 있고, 정리는 어떻게 되어야하는지 확인 한 후에는,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까지 돌아다니며 청소를 시작했다.

“ 청소는 할만 한가?”

이 때, 엘리의 귓가에 이티엘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딘가를 다녀온 듯, 간편한 복장을 한 그녀였다.

“ 아... 네. 청소는 거의다 마쳤고 이제 식사를 하려구요.”

엘리는 그녀가 자신을 강제적으로 노예로 부려먹는 행동이나, 첫 만남에서의 무지막지한 모습들에서 비록 좋지않은 감정들이 있기는 했지만 동시에 자신을 대하는 것이나, 신경써주는 것들에서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티엘 그녀는 딱봐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보였고, 함부로 대할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 식사는 내가 준비하지.”


* * *


엘리는 잘 꾸며진, 그러나 현대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중세식이라고 하기에는 그 표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런 인테리어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는 이티엘이 손수 요리한 음식들이 놓여져 있었다.

딱 보기만해도 대단한 요리실력이 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 어차피, 한동안은 내가 요리를 해줄 것이야. 그러니 그 동안 요리실력을 키워야 한다. 자, 먹어봐.”

씨익 웃으며 어서 먹으라 재촉하는 이티엘의 모습을 보며 엘리의 숟가락과 포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난 입도 꽤 고급이니, 지금 먹는 만큼의 맛을 내지 못하면 각오하는게 좋을 거라고.”

엘리는 그녀의 요리실력의 감탄을 하면서도, 앞으로 자신이 이러한 요리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또 골치가 아파왔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 요리.

이제 이런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인가.

이런 그의 생각을 알았는지 이티엘이 입을 열었다.

“ 겨우 이정도로 머리 아파해서는 곤란해.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이것 말고도 많아. 앞으로는 내가 하던 모든 일을 네가 직접 해야할테니까. 걱정하진마. 시간은 충분히 줄테니까.”

엘리는 문득 그녀와 만난 첫째날을 떠올렸다.

그 때는 그녀가 하는 소리들, 이곳이 새로운 세계이며 자신이 이곳으로 소환되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확실히 믿게 하고자, 데려가 주었던 곳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날이다.

그녀를 따라 밖을 나갔던 엘리는,

자신이 있던 곳이 거대한 산맥 안의 공간이었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진 숲의 바다에 넋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이곳이 마치 아마존은 아닐까 의심이 들정도로.

확실한 것은,

자신이 있는 이곳은 ‘분명 다른 곳’이라는 것과 주변이 온통 숲으로 둘러쌓여 주변사람과 접촉을 할 수 없는 지금 ‘그녀의 말에 따르며’ 적응하는 것이 유일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냐고는 묻지를 않는구나.”

이티엘의 말이 들려왔을 때,

엘리는 잠깐이나마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전에 있던 세계에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가 사라져도 그 누구 하나도 슬퍼할 자가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자신이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들이, 어쩌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물었던 질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일 것이다.

더군다나,

‘쓰레기란 사용할 곳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를 말한다’

이 묘한 그녀의 말이,

나의 노예가 되어 이제 쓰레기는 면하게 해주겠다는 그녀의 말이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의 입에 느껴지는 이 따뜻한 음식들.

생각해보면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 밥을 차려준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은지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엘리는 알수없는 좋은 기분이 자신의 가슴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이티엘, 그녀가 그런 현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말

연재 후 첫 댓글 보고 기뻤습니다. 열심히 써야겠군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도 여러분의 약초가 될수 있기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7 루미닉
    작성일
    13.08.27 12:51
    No. 1

    약초와 잡초의 차이...
    죄인과 의인의 차이...
    주인과 노예의 차이...

    '주의 궁정에서 한 날이 다른 곳에서 천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거함보다 내 하나님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편 84:10 )

    누구의 노예가 되느냐에 따라 어긋난 자유보다 더 소중함을 느낍니다.
    우리의 주인공 엘리에게 오늘도 빛이있으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직설법
    작성일
    13.08.27 13:12
    No. 2

    오... 댓글 감사합니다.
    루미니님의 댓글은 그 자체로 거대한 스포일러가 되어버리고 마는군요. 거기에 성경을 인용하시니 작품이 더 풍성해지려합니다. 또 시편에 그런 좋은 문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시편은 원래 노래라는데, 단순히 산문처럼 읽으려니 저는 당최 읽혀지지가 않더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약솥
    작성일
    13.08.30 15:19
    No. 3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직설법
    작성일
    13.08.30 15:33
    No. 4

    그러나 댓글 달아주시는 미인님의 마음이 더 아름답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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