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자(성역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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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er
작품등록일 :
2013.07.2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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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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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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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성역의길) - 9화 수련의 연속

DUMMY

1막 8화

수련의 연속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그러므로 깨닫노라

모든 일에는 기한이 있고,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나니...

- 위대한 철학자 ‘아비다’의 인생찬미 중에서 -


‘ 넌 너무 약하다.’

엘야킴, 그 자가 한 말이 계속 엘리의 뇌리에 멤돌았다. 쓸모없는데다가, 이제는 약한 놈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예전에는 다른 녀석들에게 당하기 싫어 열심히 운동을 하고 나름 꽤 강해졌다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또 다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 대체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엘리는 이곳에서 와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돌이켜 보았다. 했던 것이라고는 잡일하는 것, 이티엘의 지시에 따라 에드라를 익히는 것. 그리고 지금은...

“ 동작이 흐트러 지는군. 집중하라.”

“ 네... 넷!”

조금도 빈틈도 허용치 않는, 스스로를 드래곤이라는 녀석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

사실, 이곳에서 와서 무엇을 해왔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존재 가치가 이토록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엘리는 이런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수련을 박차게 만드는 동기가 되고 있었다.

“ 유,육백 하나!”

엘리의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천 번을 휘두르는 것은 말이 천 번이지,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첫날은 겨우 삼백번이 한계였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에는 겨우 오백 번을 넘길수 있게 되었고, 한달이 다 되었을 때쯤에는 처음으로 천 번을 채울 수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의 훈련강도를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었지만, 옆에서 영혼까지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엘야킴이라는 교관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게 하는 존재였다. 나의 동작이 빠르면 느리게, 너무 느리다 싶으면 빠르게 움직이도록 지도하고, 무엇보다 호흡 하는 법, 그리고 호흡 조절하는 법등 동작을 세심히 지도하는 모습이 훈련하고 있는 자신이 생각해봐도 놀라울 정도였다.

‘ 대체 저 자의 정체는 또 뭐야.’

한 달 동안 드래곤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었다. 이티엘의 거처에는 수 많은 책들이 있어서 드래곤에 대한 정보도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수명이 1만년 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의 숫자는 이 세계 대륙 통틀어서 500명 정도라는 것. 또 땅 아래에 있는 그 어떤 존재들 보다도 강력하게 에드라를 다스리고 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알아낸 대략적인 정보였다. 즉, 간단히 말해 드래곤이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이 드래곤이 지상 최고의 ‘교관’이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드래곤은 다만 에드라의 활용에서 그 어떤 존재보다 강력하다는 것이지, 이처럼 인간을 훈육(?)하는데 있어서 탁월하다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훈련시키는 지난 한달간의 과정은 엘리가 생각해도 정말 놀라웠다.

‘ 복싱하고 합기도를 배울 때가 생각나는군.’

몸을 활용한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잡념은 사라졌고, 적어도 그 때만큼은 현실의 두려움과 고통속에서 회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런 의욕이 없던 그에게도, 나날이 강해지고 또 변화하는 자신을 보며 삶의 활력을 가져다 주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이런 고된 운동을 통해 나름 깨달은 것도 많았다.

‘ 몸에 힘을 빼야한다. 쓸때없는 동작은 최소화해야해. 긴장을 해서는 안돼. 힘을 빼자. 힘을 빼자...’

복싱을 처음 배울 때 두 달간 잽과 원투만 했던 기억이 있었다. 잽과 원투가 복싱에서 매우 중요하기도 했지만, 더욱 큰 이유는 바로 몸에 힘을 빼는 데에 있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선수라도,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간다면 1라운도 뛰기 힘들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 엘리였기에 검을 휘두르면서 최대한 몸을 빼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고, 그것은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 힘을 빼니 체력소모가 적어지고, 동작은 더욱 빨라졌다. 또 자세는 정확해졌다.

그의 목검은 시원하게 공기를 가르며, 숲 속의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 꽤 익숙해졌나보군.”

옆에서 지켜보던 엘야킴이 입을 열었다. 엘리는 그의 무감각한, 감정없는 톤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거슬렸지만 딱히 드러내 놓고 불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이제는 다른 자세를 해보자고.”

내려베는 자세가 슬슬 익숙해질 때 즈음, 엘야킴은 좌로 베기, 또 우로 베기는 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잘 봐라. 벤다는 동작은 단순히 팔로 검을 움직인다는 개념이 아니야. 너의 몸과 검이 이어지는 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검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몸의 전체의 힘을 검에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베야 한다는 의미지. 그렇다면 벤다는 동작의 가장 기본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엘야킴은 스스로 질문하고 몸을 움직였다. 그의 다리가 자리를 잡고 움직이더니 이어 상체가 움직여 ‘베기’를 완성했다.

“ 바로 하체다. 하체에서 모든 힘이 시작되지. 모든 힘의 시작은 하체에서. 상체로 그리고 검으로 이동한다. 다리의 움직임을 잘 봐둬라. 이것은 매우 기본적인 동작이다.”

엘리는 뚫어져라 그의 움직임을 쳐다보았다. 때로, 그의 동작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어쩔 때는 반드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때도 있었지만...

그가 가르쳐준 방식을 무시했을 때 돌아오는 지적과 처벌 때문이라도 반드시 그가 한 그대로 따라해야했다. 그래서 한 동작 하나라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엘야킴의 동작이 마무리되고, 엘리는 그대로 동작을 따라해보았다.

‘ 복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리를 기준으로 상체를 움직인다. 발과 팔이 같이 움직여야 해. 중요한건 중심이야. 중심이 무너지면 안되니까 간격도 중요하고.’

생각이 정리되면 바로 움직인다.

엘리는 운동을 하면서 얻은 습관이 이것이다. 동작을 하나 완전히 몸에 익히기 전까지 먼저 생각으로 그 동작을 점검한다. 그리고 반복.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몸에 그 동작이 잡혀있다.

자연스럽게도,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은 점점 자신의 몸에 익숙해졌다. 동작도 백 번정도 연습할 때 즈음엔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동작이 빨라졌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좌, 우베기 뿐 아니라 내려베기까지 혼합하기 시작했다.

“ 그만!”

‘ 앗!’

갑자기 들려오는 엘야킴의 호통에 엘리는 아차했다. 자신도 모르게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사실을 깜박하고 그만 어기고야 말았던 것이다.

엘야킴은 그 특유의 퉁명스러운 목소리 -이제는 지겹다는 듯한 느낌의- 로 엘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연습할 때는 시키는 것만. 뭘 잘못했는지 알았을 테니 오리걸음으로 이 공터를 10바퀴 돈다.”

말이 공터지 축구경기장보다도 더 큰듯한 넓이의 공간이다. 그러나 짜증의 기색도 낼 형편이 아니었다. 엘리는 그저 순한 양처럼 검을 내려놓고 오리걸음을 시작했다.


* * *


‘ 꽤 하는군.’

엘야킴은 엘리의 수련동작을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눈은 그의 동작을, 얼굴을, 그리고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살펴봤고 귀로는 그의 숨소리, 호흡의 리듬, 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들 까지.

매 한순간 그의 감각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었다.

‘ 타고났군. 몸을 사용하는데 아주 익숙해. 이상하단 말이지. 내가 왜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을까.’

사실 그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엘리의 수련장면을 보면 볼수록, 자신이 녀석에 대한 첫 판단이 계속 틀려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무엇보다 녀석의 끈기는 생각 이상이었다.

‘ 한 달만에 천 번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응용동작을 습득하고 있어. 무엇보다 몰입도가 대단하군. 자신도 모르게 여러 동작들을 응용하려고까지 하다니.’

오리걸음을 하며 공터를 돌고 있는 엘리의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힘들 법도 하건만, 비록 느리지만 오리걸음으로 공터를 돌고 있었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숲에 가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시원함뿐이랄까.

‘ 더군다나...’

이티엘을 통해서 엘리에 대해서 대략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엘야킴이었다.

이계인이라니.

다른 차원에서 다른 존재를 불러 들여왔다고 했다. 그것도 자신과의 계약을 위한 존재로 말이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때, 엘야킴은 지금 이티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농담을 하는 건지,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 번 의심해야 한다.

첫 번째는 다른 차원에서 다른 존재를 불러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겨난 의심이다. 어찌 인간이 드래곤도 할 수 없는 일을 행했다는 것인가. 그 말을 들었을 때 이티엘 그녀가 공상가, 혹은 판타지 소설가는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던 그였다.

‘ 뭐 워낙 알수없는 인간이니까 그렇다 치고...’

엘야킴은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이야기였지만 첫 번째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워낙에 알수 없는 인간이 바로 이티엘 아니었던가. 자신이 반만년을 살면서 이토록 이해하기 힘든 인간을 만났다는 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을 만큼, 그래서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계약’까지 맺게 된 것이고.

그러나 두 번째 의심은 소환해서 불러낸 존재가 너무나 형편없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앞으로 해야할 일이 얼마나 산더미인데, 이렇게 약하고 별 능력도 없는 인간을 대려올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생각했던 자신이건만.

‘ 에드라를 사용하고 있어. 그것도 본능적으로 말이야.’

에드라를 느낀지 겨우 한달 째 되는 녀석이라고 했다. 이티엘 그녀의 말을 믿는다면, 녀석이 살던 세계에서는 에드라의 존재 자체가 없다고 했다. 그런 에드라를 빠르게 느낀 것도 놀라운데, 배운 적도 없는 그 활용법을 녀석이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심지어 오리걸음 할 때도,

몸이 최대한 편하게 하려는 것인지, 그때 그때 마다 몸속의 에드라를 사용하며 버티고 있다.

이것은 마치,

‘ 마치... 드래곤 같지 않은가. 어찌 이럴수가.’

감탄의 연속이었다.

녀석은 배운적이 없었을 뿐이었다. 아직 에드라를 느끼고 몸에 쌓은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만약 충분한 시간을 들여 훈련을 하고 에드라를 충분히 쌓는다면, 그녀의 말처럼 그 끝을 알수없는 자가 될지도 모른다.

‘ 이거 이거... 어쩌면 카를루스 녀석을 능가하는 놈이 될지도 모르겠군. 아니야, 어쩌면 훨씬... 어쨌든 간만에 호기심이 생기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다.

최근들어 자신을 감탄하게 하고, 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이 두 명이나 만났다. 첫 번째는 이티엘이고 그리고 엘리 녀석이 두 번째다. 그러나 이 호기심은 정말 대조적인 것이었다.

이티엘에 대한 호기심은, 그녀의 이해불가함과 인간으로서 가질수 없는 놀라운 힘에 대한 것이 그것이라면, 엘리는 비록 지금 아무것도 아닌 놈이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너무나 기대되기 때문에 생기는 호기심이다.

‘ 좋군. 지루해지던 인생이 재미있어지려 하잖아. 그래 최선을 다해주마. 네 녀석을 최강의 인간으로 단련시켜주지. 후후후. 이티엘, 아직 뭔지 알수는 없지만 그녀가 하는 일, 그리고 내 계약. 이 두 가지 모두 지켜보려면 녀석이 반드시 성장해야하니까 말이야.’

이런 엘야킴의 굳은 결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는 여전히 공터를 돌고 있었다.

그러다 엘리는, 갑자기 느껴지는 엘야킴의 눈빛의 오금을 저려야했다.

엘야킴은 그를 보며 이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는다.

엘리는 그저 두려울 뿐이었다.


작가의말

할 수 있을 때,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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