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연재수 :
334 회
조회수 :
178,294
추천수 :
2,538
글자수 :
6,185,526

작성
12.01.13 20:45
조회
254
추천
5
글자
12쪽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2)

DUMMY

놀랍게도 저녁은 진짜 ‘거대 문어 구이’였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다리 하나를 떼어 가져와서 마을 광장에 장작을 잔뜩 깔아놓고 구운 것이다.


‘덕분에 피난민들 저녁도 같이 때우기는 했지만’


저 문어가 있는 이상 당분간 피난민들 식사는 걱정 없을 것 같았다. 나머지는 햇빛에 말린다고 어쩌고 하고 있는데......


타탁. 탁...


아직도 마을 중앙에서는 불씨가 남아있는 장작이 타고 있었다. 담장 위에 앉아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오빠.”


“응? 신아?”


신아는 지금에서야 깬 것 같았다. 눈이 약간 부어있었으니까.


“마사에게서 다 들었어.”


“......”


‘그러고 보니 신아에게서 그런 말 들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에 나서는 거지...’


깜빡하고 있었다.


“그게 말이지......”


스릉...


신아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신아야. 아무리 내가 상처가 잘 낫는다고는 하지만 다치면 아프다.”


벌써 오른쪽 어깨가 완치되어서 안심하는 건지 원...


“아니. 이번에는 쉽게 낫지 않을 거야.”


무슨 소리야?


지잉-


“......그것은...”


신아의 얇은 검에는 푸른 막이 덮여 있었다.


“신영의... 검?”


분명했다. 저것은 신영이 사용했던 기술이다. 나는 사용할 수 없었던, 그렇기에 신력을 사용해서 흉내냈던 그 검...!


“......검기(劍氣)라고 하더라.”


“그걸 네가 어떻게...”


나도 신관이 되고 나서야 할 수 있었던 것을, 어떻게 신아가?


“예전에 아빠가 사용하는걸 몇 번 본 적도 있고, 이곳에는 그 기술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어서.”


마, 말도 안 돼... 그럼 신아는 검의 천재란 말인가? 단지 몇 번보고 읽었다고 저것을 쓰게?


“잠깐, 잠깐.”


그렇다고 해도 신력으로 맞선다면 절대로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저 것은 신영의 것보다 색이 옅은 것으로 보아, 신아의 실력은 아직까지는 신영보다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복수자가 된 신영을 쓰러뜨렸으니, 신아보다는 당연히 강하겠지.


“왜 또 검을 뽑아들고 그래?”


하지만 여동생과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일단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다리를 베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려고.”


“......”


그런 잔인한...


“하지만 그 것은...”


“마계 공작도 무서워서 떠는 병기를, 단 셋이서 없애겠다고?!”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신아야. 자르카와 파리아와 내가 마사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어쨌거나 위험하잖아!”


“......”


그건 사실이지만...


“어차피 나는 머리가 부서지거나 온몸이 완전히 찢겨지지 않는 이상 죽지 않아.”


직접 실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 그렇게 안 될 거라는 자신이 있어?”


“......”


내가 왜 말로 12살 차이나는 동생에게 밀려야 하는 거지?


“신아야. 그렇게 말하는 너도 잘못된 것은 아니?”


“뭐가?”


신아는 조금 힘드는지 검에 씌웠던 검기라는 기술을 거뒀다.


“내가 다치치 않게 하려고 나에게 검을 휘두른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


내 물음에 신아는 반박하지 못했다.


“어차피 팔다리 잘려도 안 죽고, 며칠이면 다시 자라나잖아.”


무섭다... 정말로 다리를 벨 생각이었다는 말인가?


“아니, 그래도 아프다니까...”


“만약에, 만약에...”


신아의 검이 부르르 떨린다.


“돌아오지 못하면 어쩔까... 그 때의 아빠처럼, 나를 놓아두고 사라지면 어쩌나......”


“신...아?”


“그러면서 가슴 졸이는 것보다는!”


그 말과 함께 신아는 기습적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후웅!


뭐야 이 소리는!


‘저렇게 얇은 검이 저렇게 큰 바람소리를 내다니?!’


소리까지 들어보니 확실히 신영이 사용했던 기술이 맞는 것 같았다.


“칫...!”


콰앙!


신아의 검이 담장에 부딪히며, 돌들이 폭발하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하다.’


신아의 실력은 예전의 신영보다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신아를 진짜로 공격할 수 없다. 신아는 연약하니까 신력의 검이나 에페레오스로 어디 잘못 베었다가 충격으로 죽으면 큰일이니까. 하지만... 신아는 나를 안심하고 벨 수 있다.


“신아! 이제 그만해!”


“오빠나 그만해!”


퍼엉!


속도도 나에게 쉽사리 뒤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신아는 신영이 사용하던 ‘강화’까지 사용할 줄 아는 것 같았다. 굳이 말하자면 내 백열화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저 푸른 기운으로 신체 일부를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냥 이대로 도망...’


“어디 숨어있을 생각하지 마! 숨어버리면 이 검으로 아세아 언니를 찌를 테니까!”


“뭐?!”


정말 갈 데까지 가는군!


“그래봐야 아세아는 안 죽어!”


“알아! 대신 방어본능에 의해 내가 죽겠지!”


“......!”


무슨 말을 그렇게...!


“신아!”


“그냥 조용히, 다른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살면 되잖아!”


신아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고 휘둘렀다.


“어...!”


저대로 가면 자신의 강화시킨 팔 힘을 제어 못한 신아가 자기의 몸을 벨 가능성도 있었다.


“그만 두라고 했잖아!”


파앗!


남아있는 신력을 모두 동원해 잠시나마 몸을 백열화시키고, 신아의 검을 손에서 튕겨 내며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퍼엉!


신아의 손에서 튕겨나간 검은 다른 담장에 부딪히며 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후우... 후우...”


너무 순간적으로 백열화 시켰더니 부담이 심하다. 여신이 옆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순식간에 신력도 고갈되었고.


“......”


신아는 나에게 깔린 상태로 내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손바닥을 펼쳤다.


짝!


“너 진짜 왜 그래?!”


“내가 뭘!”


“지금 네 검으로 네 몸을 벨 뻔했잖아! 제어도 안 되는 힘을 사용하다니,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야?!”


이번만은 내가 참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대답해!”


와락!


대답 대신 신아가 나에게 안겨들었다.


“......부탁이야...”


신아는 이미 흐느끼고 있었다. 내가 혼내기 전부터.


“......떠나지 마...”


“......”


“제발... 내가 잘못했어...”


......신아는 흐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해’


“......미안.”


“......”


신아의 머리를 감싸 안자 떨림이 멈췄다. 천천히 숨을 고르는 것이 약간이나마 안정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평화롭게 살지 못할 것 같아.”



쿵! 쿵!


멘테의 근방 숲. 이곳에서는 몇몇의 아이들이 모여 마족의 병기가 움직이기 전에 놓여있던 장소에 있었다.


“용서 못해...”


그 중에서 하프 플레이트를 입고 푸른색 눈과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단발을 가진 13~14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가장 분노에 차서 날뛰고 있었다.


우적우적!


“모, 목이!”


“빨리 물!!”


순식간에 거지꼴이 된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식량(간식)을 나눠주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어째서 이 아이들을...”


그녀의 무리가 케이저에 의해 갇여있던 아이들을 발견한 것이다. 새로운 무리가 다가가자 케이저의 공간차단이 깨졌고, 그 결과 아이들은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태진!”


그녀의 외침에 한 소년이 꽤나 피곤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왜 불... 욱.”


그 소년은 소년이라고 하기에는 좀 컸다. 주근깨가 눈에 띄고 보기에는 17~18세 정도로, 오히려 청년이라고 해야 맞다고 해야 할까. 그의 허리춤에는 연습용 가검이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인간이 아닌 것의 소행이겠지?”


그녀는 어린아이치고는 상황판단이 빨랐다. 아니, 정확히는 사막 남쪽의 사람들은 인간 외의 존재를 알지 못하니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사막 북쪽, 게론에 대한 것을 들을 수 있었으니 그것을 떠올릴 수 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겠지. 그나저나 너 대단... 우욱.”


“그만 구역질해. 남자가 뭐 그렇게 비위가 약해?”


‘네가 강한 거다’


다른 아이들도 갇혀있던 아이들에게서 나는 심한 냄새에 구역질을 하고 있었지만 소녀만이 유일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태진은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꾹 참으며 소녀의 옆에 섰다.


“아무래도 저 움직이는 돌에 의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렇겠지.”


“그럼... 누구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범인에 대해 고민했다.


“네 말대로라면 북쪽에 있다는 괴물들의 짓일 것 같지만......”


태진의 의견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에 이곳에 온 이방인은...”


소녀는 곧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누구 짐작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


“아니... 확신이 가지는 않는데, 확실히 신기한 힘을 사용한다고 했어.”


“......설마, 성씨가문에 온 손님을 말하는 거야?”


“응.”


“설마......”


태준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마 맞을 거야’


그녀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북쪽에서 어떻게 협박당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준이 목숨의 위협을 당해서 그녀를 그에게 넘기기로 한 줄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협박할 정도의 사악한 마족이라면 확실히 이런 짓을 할거야’


그것도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일단 돌아가자. 이곳은 위험해.”


“응.”


태준의 말에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정찰을 보냈던 부하가 돌아왔다.


“대장! 대장!”


“어라?”


소녀는 어째서 정찰병이 돌아왔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이었다.


“크, 큰일났어! 지금 이방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셋이야!”


요즘 이곳으로 온 이방인들을 그들밖에 없다.


“!!”


그녀는 뭔가를 알아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구나! 저 거대한 전사 때문에 도망갔다가 우리에게 애들을 가둬놨다는 것이 들켰다는 것을 알고 돌아오는구나!”


“......이봐.”


태준은 오히려 저 거대한 전사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해주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듣고있지 않았다.


“가자! 빨리 함정을 파서 그들을 몰아내야 해!”


“......”


뭐라고 하려 했지만 태준은 곧 말하기를 그만뒀다. 어차피 소용없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연. 그런데 지금 단원들이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데.”


아직도 아이들은 구토를 하거나 간식거리를 가져오거나 같이 먹고 있었다.


“음, 그렇네.”


사연이라 불린 소녀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럼 태준과 나, 이렇게 둘이서 그들을 기습하자.”


“뭐?”


태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셋이라며. 처음에 기습하면서 둘을 기절시키고 그 마족을 둘이서 공격하면 될 거야.”


“......”


그녀는 아주 크게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쉽냐...’


“왜? 이길 자신이 없어?”


사연의 물음에 태준은 다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태준은 지금 주변에서 상대가 없을 정도의 검사였다. 비록 가검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검이라고 해도 무게가 있고 강철이니 맞으면 타격을 입을 것이다.


‘뭐, 괜찮겠지. 나중에 쓰러트리고 사과하면’


그는 사연에게는 반항하고 싶지 않았다. 검술스승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은근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가자. 태준.”


그녀가 앞서가기 시작했고, 태준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아이들을 가까운 마을로 데려가라고 얘기한 뒤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마족, 이번에야말로...’


쿠우웅!


마족의 병기가 날뛰는 곳에서 사소한 오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빛의 균형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7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9) +2 12.02.02 369 9 8쪽
246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8) +3 12.02.01 364 7 9쪽
245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7) +3 12.01.31 332 11 9쪽
244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6) 12.01.31 280 7 8쪽
243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5) +2 12.01.31 362 8 8쪽
242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4) 12.01.30 339 7 9쪽
241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3) +3 12.01.28 355 7 9쪽
240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2) +1 12.01.27 329 8 12쪽
239 4th 07. 검붉은 불꽃의 날개(1) +3 12.01.27 294 9 12쪽
238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8) 12.01.26 323 9 9쪽
237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7) +4 12.01.25 328 8 10쪽
236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6) +2 12.01.24 392 11 14쪽
235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5) +3 12.01.23 387 5 13쪽
234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4) +3 12.01.23 324 8 19쪽
233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3) +1 12.01.22 336 5 13쪽
232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2) +1 12.01.21 339 4 14쪽
231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1) +2 12.01.20 311 5 14쪽
230 4th 05. 질병의 유타인(9) 12.01.20 327 4 12쪽
229 4th 05. 질병의 유타인(8) +2 12.01.19 305 9 9쪽
228 4th 05. 질병의 유타인(7) 12.01.19 322 8 11쪽
227 4th 05. 질병의 유타인(6) +2 12.01.19 343 5 9쪽
226 4th 05. 질병의 유타인(5) +1 12.01.18 309 8 10쪽
225 4th 05. 질병의 유타인(4) +1 12.01.17 335 5 10쪽
224 4th 05. 질병의 유타인(3) +5 12.01.17 354 6 10쪽
223 4th 05. 질병의 유타인(2) +4 12.01.17 260 6 9쪽
222 4th 05. 질병의 유타인(1) +1 12.01.16 386 7 13쪽
22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6) +2 12.01.16 367 8 15쪽
22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5) +1 12.01.16 323 8 9쪽
21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4) +1 12.01.14 345 8 8쪽
21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3) +3 12.01.14 298 1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