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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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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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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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th 03. 가족(1)

DUMMY

우리는 초원이 보이자 낙타에서 짐을 내렸다.


“자르카 오빠.”


“왜?”


“오빠 왜 저래요?”


신아는 사막을 건너오고 나서도 그대로인 내 상태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럴 일이 있었어.”


자르카는 내 강렬한 눈빛을 느꼈는지 신아에게 말하지 않았다.


“흐음... 그럼 파리아 오빠가 말해줘요.”


“......”


파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무슨 일인데 그렇게 죽을상이야?!”


그거야 죽을 운명이니까. 나는 며칠 전 로켄을 없애고 오는 길에 자르카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자르카. 이건 신아에게는 비밀로 해 줘’


‘뭐?’


‘아까 그 위력 봤지? 아마도 6개월 뒤에... 싸우면 내가 죽게 되겠지’


‘도망가면 되잖아?’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만약 수도와 신아에게 화풀이를 하면?’


‘......’


‘신아에게는 나를 빼면 게론에는 가족이 없으니까.’


‘그래서?’


‘이번에 신예에게 맡겨서 있게 하고, 나는 다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것으로 해야겠지.’


‘......’


그래... 난 벌써부터 6개월 뒤를 대비하고 있었다. 방법은 두 가지. 최대한 강해져서 그 용족을 쓰러트리거나, 아니면... 그냥 죽거나.


“후아... 얼마나 남았지?”


“......”


신아는 말을 돌리려는 나를 보는 눈빛이 굉장히 미심쩍은 눈빛이었다. 하지만 대답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인지라 지도를 펼쳤다.


“이곳까지 온 이상, 며칠 안 남았어. 길을 헤맬 염려도 없고.”


“그래? 그럼 다행이고.”


지금까지는 그냥 멍하니 낙타를 타고 오는 여행이라서 지루하기만 하고 덥기만 했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새로운 곳이다.


‘상업도시...라’


그 도시에는 귀족도, 노예도 없다고 한다(비공식적으로는 있다고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금지). 모두가 평등하게 장사하는 곳. 그곳이 상업도시다.


“제네온은 어디쯤에 있는데?”


“도시 2개를 지나면 있다는데. 배를 타거나 마차를 빌리래.”


“흐음......”


나는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마차? 배?”


내 물음에 일행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배. 타보고 싶었어.”


“마차. 익숙한게 좋습니다.”


“배! 나 바다보고 싶어!”


“......아세아님이 그러시다면 배로...”


“저는 마차가 좋겠습니다.”


순서대로 자르카, 파리아, 아세아, 시드린, 케이안이었다.


“신아는?”


내 물음에 신아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마차 둘, 배 셋’


대세는 이미 배로 기울었지만 신아와 내 의견에 따라서 길이 갈릴 것이다.


“난 마차.”


이로써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몰렸다.


‘어쩌지...’


배를 타자는 일행들은 대부분 처음 배를 타보는 것일 것이다. 덕분에 배 멀미의 고통을 모르는... 나야 용병생활 하면서 조금 타 봤는데... 그거 괴롭다.


“......그럼 마...”


파직!


마차라고 얘기하려고 하는데 시드린의 뒤에서 번개가 치는 느낌이 들었다.


“음... 뭐가 좋을까...”


모두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


“그냥 배로 하자.”


“와아아!”


아세아가 환호성을 지르고 자르카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찌릿!


다만 신아가 노려 보는게 조금 찔리기는 했지만...


“신아도 배 처음 타보잖아?”


“그래도 난 물이 싫다고.”


“뭐?”


어디서 거짓말을...


“일곱살 때만 해도 나랑 같이 개울에서 홀딱 벗고 놀았던 애가...”


“꺄악!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아는 굉장히 당황하며 내 입을 막으려 했지만 나는 몸을 뒤로 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섯 살 때는 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자는 동안에 이불에 물을......”


“꺄악! 꺄악!”


내 폭로에 신아가 비명을 지르며 내 말을 못 듣게 하려고 했지만, 자르카나 다른 일행들이 그것을 못들을 존재들인가?


“그만 해!”


“......뭘?”


내 유들유들한 얼굴에 신아는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잘못하면 또 맞겠다’


장난은 이쯤에서 끝내고... 적당히 넘어가야지. 안 그러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연속으로 맞고 쓰러질라.


“시드린. 지금 라드가 한 말의 뜻이 뭐야?”


“글쎄요?”


저기 있는 용족 둘은 잘 이해가 안가는 모습이었다.


“파리아. 이해 가냐?”


“별로......”


아니... 이종족들은 전부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었다.


“어릴 때는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케이안이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말하며 신아를 달래보려 했지만 신아는 완전히 붉게 물든 얼굴로 나를 째려보았다.


‘으윽... 무섭다...’


아무래도 감수성 예민한 소녀에게는 조금... 그랬나? 나는 그냥 장난으로 했던 것뿐인데.


“나중에... 두고보자.”


으윽... 또 맞을 것 같아.


“그런데 배를 타려면 어디로 가야하지?”


펄럭!


자르카의 물음에 신아는 자기가 들고있던 종이를 집어던졌다. 자르카는 급하게 그 종이를 챙겼다. 잘못해서 바람에 날려 바다에라도 떨어지면 골치 아프니까.


‘화 많이 났나...’


괜히 그런 얘기를 해 가지고... 내가 바보지.


“의외로 가까이에 있네. 반의 반나절 정도면 갈 수 있겠어.”


“걸어서?”


“응.”


제발 배에 타기 전까지 신아가 화를 풀었으면...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항구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쾅!


“뭐?”


지금 이 소리로 봐서는 자르카는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매표소 나무가 부서진 것을 보니까 말이다. 그와 동시에 매표소 직원은 겁을 먹었는지 주춤하고 있었다.


“제... 제네온으로 가는 배편은 모두 끊겼습니다.”


“왜?!”


“그거야 저도 잘... 그냥 배가 실종되어서 안 다니니까...”


혹시나 해서 신아를 바라보니 신아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신아라고 해도 신예가 써 준 종이에만 의존하는 중인데, 너무 기대하는 것도 그렇지.


“크으......”


“그럼 여기에서 마차를 빌려야 하는 건가?”


내 말에 자르카가 나를 째려보고는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다.


“그럼 제네온에서 제일 가까운 곳은?”


“그게...... 켄제입니다.”


“제네온과 거리는?”


“마차 타고 약 2시간...”


자르카는 그 말을 듣고서야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곳으로 가지.”


무슨 2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 도시들이 따로 항구를 가지고 있느냐... 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배는 사람만 옮기는게 아니라 화물을 옮긴다. 말로는 옮길 수 없는 대형화물들도 옮기기에 각 도시마다 항구가 따로 필요한 것이겠지.


“결국 탈 거야?”


“응.”


자르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당당하게 나를 바라봤다.


“왜 그래?”


“돈 내.”


“......”


때릴까?


“얼마입니까.”


나 대신 케이안이 나섰다.


“몇 등칸으로 하실 건데요?”


직원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자르카였다.


“그거야 최고급으로...”


돈도 많으셔.


“자기가 내는 돈도 아니면서...”


“첫 여행은 즐겁게! 그런데 이 정도 돈도 못 쓰냐!”


“돈을 벌어오면서 그런 말을 해.”


자르카는 내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움찔하다가 파리아를 가리켰다.


“파리아는!”


“자르카처럼 너무 나서지는 않잖아.”


“......”


내 지적에 자르카는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최고급으로 주십시오.”


“케이안!”


내가 화들짝 놀라며 케이안을 잡으려고 하는데, 신아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빠.”


“왜?”


“우리 돈 많으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


“......”


이거 왠지... 나만 가난하고 쪼잔해 보이는 것 같은데?


“배 출발시간은 내일 아침입니다. 그때까지 저쪽 부두로 가시면 됩니다.”


운이 좋군. 마침 내일 배가 오다니...


“일정은 얼마나 걸립니까?”


“5일입니다.”


5일이라... 그동안 바다에서 어떻게 사나.


“그럼 일단 가까운 여관으로 가도록 하는게 좋겠습니다.”


케이안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도 최고급으로...”


“자르카.”


“응?”


“닥쳐.”


“......”


내 강한 한마디에 자르카는 입을 다물었다.


끼이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활기찬 1층 식당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여관들이 그렇듯, 이곳도 위층은 숙박, 아래층은 식당과 주점을 겸해서 운용하는 모양이었다.


“크아아! 역시 술은 맥주라니까!”


.......물론 이런 항구의 여관들이 다 그렇듯 선원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빨리 방 잡고 올라가자.”


그들의 모습에 신아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뭐, 사실 나도 신관이 되기 전 까지는 저렇게 술을 즐기는 쪽이었는데... 지금 와서야 신력 때문에 별로 취하지도 않으니 끊었지만.


“4인실 하나, 3인실 하나 있습니까?”


케이안의 말에 주인은 숙박계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3인실은 하나 있지만 4인실이 없는데... 2인실 하나와 1인실 두 개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럼 그렇게 주시죠.”


여관주인은 뒤쪽에서 열쇠를 가져왔다.


“그럼 남자들이 방을 나눠야 하는 건가?”


“그게 편하겠지.”


“난 1인실.”


자르카는 케이안의 손에 들린 1인실의 열쇠를 가져간 뒤였다.


“난 그냥 파리아랑 같이 쓰지 뭐.”


“그러겠습니다.”


파리아와 내가 2인실, 케이안이 또 1인실. 나머지 여자들이 3인실.


“우리 열쇠 줘요.”


신아는 아무래도 이곳 분위기가 싫은 모양이었다.


“헤헤... 이봐. 이런 곳이 마음에 안 드시나?”


그런 신아의 어깨에 손을 얹는 선원이 있었다.


“놓으시죠.”


신아의 정중한 요청에 그는 음흉하게 웃으며 어깨에 얹고 있는 손을 더욱 꽉 쥐었다.


“......”


저벅. 저벅.


그 모습에 내가 조심스럽게 신아의 옆으로 몸을 옮겼다.


“뭐야? 네놈은. 사내자식이 계집처럼 머리나 기르...”


퍼억!


왜 난 술집에서 싸움만 일으키는 걸까.


“이놈이!”


“잡아!”


자르카와 파리아에게 눈짓하니 바닥에 대충 짐을 풀러놓고 합류했다.


“넌 맨날 술집만 오면 싸움이냐?”


“동생한테 저러는 녀석을 용서하라고?”


“그건 아니지.”


퍼억! 퍽!


아무리 바다에서 잔뼈가 굵고 이런 곳에서 주먹을 좀 날렸다고 하더라도


푹!


“켁!”


우리에게 상대가 될리 없지.


“......하아...”


싸움의 원인제공자인 신아는 한숨을 쉬며 위로 올라가 버렸다. 우리로써도 그게 편하지만. 그런데 묘하게, 즐겁게 웃는 얼굴이었는데? 재미있다는 웃음이 아니라 무언가 만족한, 그런 웃음 같았다.


“죽여!”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병을 깨고 달려드는 거친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빠각!


그런 녀석은 사정 안 봐주고 콧뼈를 뭉개버렸다.


“가주님. 저는 올라가서 짐을 풀어놓겠습니다.”


“알았어!”


케이안도 참 대단하군.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지도 않고 우리가 내려놓은 짐을 챙기다니.


“라드 이겨라!”


아세아... 응원은 좋은데 좀 뒤로 물러나 있지 그러냐.


“뭐야 이 꼬맹이는!”


내가 저럴 줄 알았지.


“어?”


한 선원이 아세아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파직!


금빛의 번개가 내부에 퍼졌다.


“크아아아!!”


......불쌍한 녀석. 차라리 나한테 맞고 잠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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