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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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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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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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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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기가 막힌 방도

DUMMY

"복순이 숙빈이 되었다고? 그 천한 것이 세자의 어미인 나와 서열이 같아졌다는 것이 말이 된단 말이냐?"


경진년(1700년), 복순이 숙빈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옥정은 분을 참을 수가 없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마마, 부디 고정하소서! 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실 날이 올 터, 그때 바로 잡으시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시영이 옥정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했지만, 옥정은 오히려 분노가 더욱 솟구친 듯 시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시끄럽다! 넌 지금 당장 시향에게 가서 내가 명한 일을 속히 하라 독촉하거라!"


옥정이 명한 일이란 인현왕후의 처소 근처에 사람의 뼈를 묻는 일이었다.


인현왕후를 방자하기 위해 2년전부터 시향에게 시킨 일이었지만, 여지껏 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시영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송구하옵게도, 중궁전 궁인들의 감시가 워낙 심한 탓에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상황인 것 같사옵니다."


시영이 설명을 듣고도 옥정은 억지를 부렸다.


"시향이 못하면 너희들이라도 시도해봐야될 것이 아니냐!"


시영은 죽을 죄라도 지은 듯 넙죽 엎드려 빌듯이 말했다.


"쇤네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성공할 수만 있다면 하지 않을 리가 있겠사옵니까? 행여라도 시도하다 발각되면 마마께 누를 끼칠까봐 조심하고 있는 것이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소서!"


옥정은 이제서야 시영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더군다나 복순이 숙빈이 되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복순이 자신과 같은 서열이 된 만큼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날 옥정은 하루종일 골똘히 생각하던 중 번쩍 떠올랐다.


'그래! 옷감 사이에 유골을 넣으면 귀신도 모를 것이다!'


옷의 겉감과 안감 사이에 유골을 넣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숙정이 오자 옥정은 몹시 기쁜 얼굴로 숙정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숙정아, 참 잘 왔다. 방금 내게 기가 막힌 방도가 떠올랐느니라."


숙정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옥정의 얼굴은 집안에 큰 경사라도 난듯했으니.


"좋은 방도라도 떠오르셨사옵니까?"


"이걸 보게나."


찍!


마음이 급한 옥정이 옷 소매를 찢은 것이다.


숙정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마마, 멀쩡한 옷은 왜 찢으셨사옵니까?"


옥정의 옷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값비싼 비단옷.


숙종의 총애가 한창일 때 청나라에서 하사받은 비단 옷감을 선물받은 것이었다.


이처럼 귀한 옷을 난데없이 찢어버렸으니 깜짝 놀랄 수 밖에.


옥정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지금 옷이 문제가 아니네. 기가 막힌 방도가 떠올랐다 하지 않았으냐!"


숙정은 이제야 감을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옥정이 몹시 아껴온 옷을 찢은 것만 봐도 보통 기발한 생각이 아닐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말씀해주소서."


옥정은 찢어진 겉감과 안감을 번갈아 가리키며 설명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유골 넣은 비단옷을 지어, 민씨에게 선물하면 복순도 깜쪽같이 속지 않겠느냐?"


숙정은 벌써부터 걱정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숙정이 기뻐하지도 않고 근심 가득한 얼굴이 되자 옥정이 다그치듯 물었다.


"귀신도 모를 일인데 무슨 걱정이냐?"


"행여라도 차후에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마마께 누가 될까 걱정되옵니다."


옥정은 콧방귀를 끼며 나무라듯 말했다.


"흥! 걱정도 팔자일세. 민씨만 죽으면 내가 내명부 주인이 되는데 옷 하나 감쪽같이 없애는 게 대수이겠는가 말일세!"


숙정이 배짱이 없음을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숙정은 옥정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첩, 마마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짝!


옥정은 손뼉을 친 후 명을 내렸다.


"오래전에 하사받은 비단 옷감을 가져오너라."


잠시 후 옥정의 궁인들이 십수년 전에 옥정이 숙종으로부터 하사받은 비단 옷감을 가져왔다.


옥정은 상위에 올려진 비단 옷감을 보자 회한에 잠겼다.


'이 옷감을 하사받을 때만 해도 전하의 총애가 영원할 것만 갔았었건만......'


옥정은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을 쏟아 내렸다.


보다 못한 숙정이 위로의 말을 건냈다.


"마마, 심려치 마소서. 전하의 총애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옵니다."


옥정으로선 이보다 더 마음에 큰 위로가 되는 말이 없었다.


"고맙네."


옥정은 이제야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민씨만 죽으면 전하의 총애는 틀림없이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지금 옥정의 유일한 걱정은 인현왕후가 죽어도 숙종의 총애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숙종의 총애가 자신이 아닌 복순에게 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옥정은 숙정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믿어 의심치 않는다기 보다는 믿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이미 옥정의 마음 한켠에는 숙종의 총애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니.


옥정은 비단 옷감을 가리키며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궁중은 눈이 많으니, 자네가 이 일을 해줘야겠네. 이 오색 비단 옷감으로 민씨의 옷을 지어오게."


숙정이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마마의 분부대로 이행하겠사옵니다."


옥정이 덧붙였다.


"최대한 곱게 지어오게. 민씨도 여인이니, 곱게 지은 오색 비단옷을 보면 틀림없이 입어보고 싶을 걸세."


숙정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차라리 중전마마께서 돌아가지 않으시면 다행이겠으나, 만약 중전마마께서 승하하신 후에 이 일이 발각되면 나 뿐만 아니라 낭군께서도 죽음을 면키 힘들 텐데......'


이런 걱정 뿐이었으니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하기사, 아직 한창이신 중전마마께서 갑자기 돌아가실 리가 있겠는가?'


인자하기 짝이 없는 인현왕후가 살아있다면 화를 면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겨우 안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옥정은 숙정이 지은 오색 비단옷을 궁인에게 들게 하여 인현왕후의 처소에 발걸음했다.


"희빈, 참으로 오랜만일세. 잘 왔네."


때마침 세자 내외도 함께 있어 인현왕후로서는 잘 왔다고 말할 수 밖에.


옥정이 중궁전에 발걸음한 것은 2년만이었다.


옥정은 어머니가 죽은 이후로 중궁전을 찾아오지 않았으니 핑계거리는 있는 셈이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슬픈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중전마마를 찾아뵐 수 없었으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시길 바라옵니다."


"되었네."


인현왕후는 손사래를 쳤다.


인현왕후는 옥정의 거짓말을 더 듣고 싶지 않았다.


"헌데 이 비단옷은 왜 가져 왔는가?"


옥정은 세자에게 살며시 눈짓했다.


세자 역시 살며시 눈짓했다.


세자는 이미 전날에 옥정에게 약속한 바가 있었다.


"어마마마께서 중전마마께 비단옷을 선물하신다면, 소자가 중전마마께서 입어보시도록 권해보겠나이다."


비단 옷감 사이에 있는 유골은 무당의 저주가 깃든 것이었지만, 인현왕후가 비단옷을 입어야만 방자가 성공하는 셈이었다.


그러니 옥정이 세자를 속여 인현왕후가 유골을 넣은 비단옷을 입도록 만드려는 것이다.


"소첩, 그간 중전마마께 문안인사 드리지 못한 죄, 용서를 빌기 위해 가져온 것이니 부디 받으주시옵소서."


인현왕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옥정을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을 지킨 후에 입을 열었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자네가 나에게 용서를 빌다니, 실로 뜻 밖이 아닐 수 없네. 허나, 비단옷은 충분히 있으니 도로 가져가게."


인현왕후로서는 옥정이 가져온 비단 옷감 사이에 유골이 있을 거란 사실은 꿈에서라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옥정으로부터 어떤 것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현왕후 역시 감정을 지닌 사람이었으니.


친자식처럼 사랑하는 세자를 봐서라도 옥정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옥정의 마음은 자신과는 너무도 다름을 잘 알고 있었다.


2년 전에 시향을 시켜 유골이 든 떡 보따리를 가져온 일만 하더라도 그 저의가 너무도 뻔하지 않은가!


옥정은 눈물을 흘리면서 큰절까지 하며 청했다.


"중전마마, 부디, 소첩의 성의를 외면하지 마시길 간곡히 청하옵니다."


이때 세자가 끼어들었다.


"어마마마, 소자의 친모께서 간청하시니, 부디 받아주시옵소서."


세자는 옥정의 간악한 속셈도 모르는 채 옥정과 약속한 대로 하고 있었다.


인현왕후는 한숨만 내쉬었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세자를 봐서라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현왕후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성의가 그렇다면 두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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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대체 김체건이 어느새 따라왔단 말인가! 23.01.04 84 0 9쪽
67 67화 속히 대책을 세우소서! 22.12.30 108 1 9쪽
66 66화 오례를 이리로 부르게 22.12.26 85 0 9쪽
65 65화 유골이라 하였느냐! 22.12.21 97 0 9쪽
» 64화 기가 막힌 방도 22.12.18 92 0 9쪽
63 63화 떡 안에 든 유골 22.12.15 78 0 9쪽
62 62화 자네는 죽는 것이 두렵단 말인가? 22.12.09 76 0 9쪽
61 61화 고육지책 22.12.08 109 1 11쪽
60 60화 천신의 진노는 소녀가 받겠나이다 22.12.07 100 1 9쪽
59 59화 유배지로 떠난 김춘택 22.12.06 82 0 9쪽
58 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22.12.05 44 0 11쪽
57 57화 마마를 모살하라 22.12.05 42 0 11쪽
56 56화 폐비 민씨가 입궁했다고? 22.12.05 46 0 11쪽
55 55화 복위 22.12.05 68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53 53화 이미 결심하였느니라 22.12.05 36 0 11쪽
52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51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1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1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40 1 11쪽
44 44화 너같은 대역무도한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22.12.04 39 1 11쪽
43 43화 폐비 전교를 내리노라! 22.12.04 55 0 11쪽
42 42화 처소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거라! 22.12.04 67 0 11쪽
41 41화 옥정이 여우였다니! 22.12.04 42 1 11쪽
40 40화 소매 안에 뭔가를 감춘 것이 아니냐? 22.12.03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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