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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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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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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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미남계

DUMMY

"온희야, 너는 나의 유일한 혈육이니 나를 미워하지 말고 나의 잘못을 용서해 다오."


숙종은 자책감에 가슴이 아파 눈물을 줄줄 흘렸다.


명안공주는 숙종의 눈물을 보자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어릴 적부터 각별했던 오누이의 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전하, 이미 끝난 일이옵니다. 소녀, 이제 괜찮사오니, 자책하지 마소서."


"그리 말해주니, 참으로 고맙구나."


숙종이 눈물을 그치자, 명안공주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전하, 한가지 청이 있사옵니다."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중전마마께서는 무고하시오나, 간악한 자들의 모함을 받아 폐출되셨사오니, 엎드려 바라건대, 중전마마를 복위시켜주소서."


숙종에게 옥정은 이미 예전의 옥정이 아니었다.


이제 숙종의 마음은 인현왕후에게 완전히 기울었다.


숙종으로서는 더이상 인현왕후의 복위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남인들이 병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숙종은 숙고 끝에 병권을 장악한 후 인현왕후를 복위시키기로 작정하였다.


"그래, 내 너에게 때가 되면 중전을 복위시킬 것을 약속하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명안공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해 겨울, 복순은 숙종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두 번째 왕자를 낳았다.


소식을 듣고 처소에 이른 숙종이 이제 막 갓 태어난 왕자를 안아보며 말했다.


"과인이 지금 왕자를 얻은 복은 중전이 내리신 것이다. 만약 중전의 탄신일이 아니었다면 네가 어찌 과인의 눈에 띄였겠느냐? 이는 중전에 대한 너의 지극한 충정심으로 인한 것이니 내가 왕자를 얻은 것은 중전 덕분이 아니겠느냐?"


벌써부터 숙종은 인현왕후를 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숙종의 마음을 눈치챈 복순이 자리에 누운 채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신첩이 왕자를 낳은 것은 중전마마의 덕분이오니 중전마마를 복위시키는 처분을 내리시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중전의 덕분으로 아들을 얻는 복을 받은 듯싶으니, 중전을 복위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니 좀 더 기다려 보거라."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복순은 몹시 기쁘면서도 몹시 슬퍼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인현왕후가 복위할 것을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머지않아 숙종의 총애를 잃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눈물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숙종은 이러한 복순의 심정도 모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예전에 세자를 낳았던 날보다 더 기쁘구나. 왠지 아느냐?"


"소녀, 불민하여 잘 모르겠사오니,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왕자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너와 중전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잘못될까 몹시 걱정되었다. 너의 몸이 아직 성치 않으니 행여라도 자식을 낳다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헌데 네가 이렇게 멀쩡할 뿐만 아니라 왕자까지 낳았으니, 그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또한 중전을 복위시키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홀가분한 것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구나!"


"전하께서 중전마마를 생각해 주시고, 또한 소첩을 아껴주시니, 망극하기 그지 없나이다."


복순은 인현왕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억눌러야만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숙종은 복순이 낳은 왕자의 이름을 영수라 지었다.


숙종은 주야로 복순의 처소에 발걸음을 하여 영수를 보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영수는 체질이 허약하여 태어난지 두 달이 안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복순은 영수가 세상을 떠나자 몹시 애통해하며 통곡했다.


숙종이 복순을 위로하였다.


"자식은 또 낳으면 되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너의 몸이 회복되었으니 차후에 또 낳으면 되지 않겠느냐?"


복순은 영수가 죽은 것은 옥정에게 모진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를 갈며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장씨가 내 아들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니 내 기어코 복수하고 말리라.'


달포가 지날 무렵, 복순이 또 다시 뱃속에 용종을 잉태하자, 숙종은 말할 수 없이 기뻐했다.


"네가 다시 회임하였다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구나! 이제부터 너는 홀몸이 아니니, 몸조리에 특별히 유념하거라."


이 무렵 김춘택이 김체건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모의하고 있었다.


"내, 궁중의 사정을 들으니, 이제 우리가 나설 때가 된 것 같네."


인경왕후의 조카인 덕분에 궁중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김춘택은 문안 인사를 올린다는 구실로 명안공주를 시시때때로 만나 궁중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다.


김체건이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소생에게 명만 내리면 목숨을 걸고 수행하겠사옵니다!"


"거사를 일으키는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자네는 중전마마를 보호해주게나."


김춘택은 부탁한다는 뜻으로 김체건의 손을 꼭 잡았다.


김춘택이 장희재를 죽여달라는 부탁이라도 할 줄 알았던 김체건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소생이 마음만 먹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장희재의 목을 벨 수 있을 터인데, 그 정도의 일은 소생의 제자들에게 시켜도 할 수 있을 터인데......"


김춘택이 자신있는 얼굴로 말했다.


"장희재를 몰락시키는 일은 내, 이미 계획을 세워놓았으니, 자네는 중전마마만 보호해주면 그만일세."


김체건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계획입니까?"


"미남계일세. 허허......"


김춘택은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탓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당대 최고의 명필이자 인경왕후의 조카인 그가 미남계라니!


김춘택은 속으로 다짐하는 중이었다.


'중전마마의 복위를 위해서라면 미남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짓거리도 해야 한다!'


갑술년(1694년) 이른 봄, 삿갓을 눌러 쓴 남루한 행색의 사내가 불광리 거리를 유유히 걷고 있었다.


사내는 아담한 기와집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는데, 희재의 장인 김덕립의 집이었다.


대문 앞에 선 사내가 삿갓을 살짝 들어 올리자 남중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려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리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사내의 부름에 하인이 대문을 열었다.


남루한 사내의 행색이 눈에 띄자, 하인은 귀찮다는 듯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댁은 뉘시오?"


"내 주인장을 뵙고자 하니, 주인장께 그리 전하게나."


하인은 대문을 그냥 닫을 기세였다.


"댁이 뉘시길래, 우리 주인장 어른을 뵙겠다는게요? 뉘신지 밝히던가, 그만 가보시오."


하인이 대문을 닫으려는 찰라,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대문 쪽으로 다가왔다.


"손님을 그리 예의없이 쫓는 법이 어디있느냐? 정중하게 여쭙거라."


여인은 자근아기였다.


숙정에게 정실의 자리를 빼앗긴 후 희재의 집에서 나와 친정에 머무르고 있던 자근아기가 때마침 마당에 있다가 대문 사이로 얼핏 보이는 사내의 수려한 얼굴을 보고 호기심에 나선 것이다.


"광산 김씨의 자제라 이르거라."


광산 김씨라는 말에 하인이 깜짝 놀라 대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들어오소서. 주인장 어른께 아뢰겠나이다."


자근아기는 위풍당당하게 대문으로 들어오는 사내의 수려한 얼굴을 보자 어쩐지 수줍어 절로 고개가 수그려졌다.


하인이 급히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자근아기는 사내와 단 둘이 있게 된 셈이었다.


자근아기는 사내의 풍채가 느껴지자 심장이 요동쳤다.


잠시 만에 하인이 다시 마당으로 나왔다.


"주인장 어른께서 객실로 들어오시라 하옵니다."


사내는 객실로 들어가 김덕립에게 인사를 올렸다.


"소생은 광성부원군의 손자 김춘택이라 하옵니다."


사내는 서인의 인현왕후 복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춘택이었다.


김춘택의 증조모 윤씨의 조카딸이 김덕립의 아내로 김덕립은 김춘택의 친척 어른이었던 것이다.


김덕립이 김춘택을 반기며 물었다.


"이 노부를 찾아주어 고맙네. 헌데, 어쩐 일로 찾아왔는가?"


"실은 소생이 쫓기는 처지라 어르신께 잠시 몸을 의탁하고자 하옵니다."


이 무렵 김춘택은 인현왕후의 복위 주동자로 포도청에 쫓기고 있었는데, 은신처를 찾던 중 자근아기가 친정인 김덕립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듣고 온 것이다.


김춘택은 희재의 정실이었던 자근아기에게 희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속셈이었던 것이다.


김덕립은 이러한 김춘택의 속셈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친지간에 돕는게 당연지사가 아닌가. 얼마든 있게나."


김춘택에게 반한 사람은 자근아기 뿐만이 아니었다.


김덕립의 막내딸 자영 역시 김춘택에게 반해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다.


이를 눈치챈 김춘택은 김덕립에게 혼담을 청했다.


인현왕후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그였기에 희재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자근아기의 동생인 자영과 혼인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스물다섯의 창창한 나이로 서인들의 실세가 된 김춘택이 변변한 벼슬도 못한 자신에게 딸을 달라하니 첩실로 달라는 말인 줄 안 김덕립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내 비록 변변치 못한 아비이나, 딸을 첩실로 보낼 생각은 없다네."


"소생이 어찌 감히 어르신의 귀한 혈육을 첩실로 달라 할 수 있겠나이까? 소생 아직 미혼이니 소생이 부족하다 생각치 아니하오시면 혼담을 허락하여 주소서."


김덕립은 너무나도 뜻밖의 혼담에 말문이 막혀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야 금상첨화지만 자네 부친께서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


"소생의 부친께서는 귀양살이 중이시라 소생이 가문의 수장 노릇을 하는 터이오니, 어르신만 괜찮으시다면 허락하여 주소서."


조선 제일의 사윗감을 얻었다는 생각에 김덕립은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허락하다 마다. 자네같은 사위를 누가 마다하겠는가."


비밀리에 혼례식을 올린 김춘택은 처형인 자근아기를 설득하여 희재의 집을 정탐시켰다.


제부인 김춘택에게 빠진 자근아기는 희재의 처인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인들이 희재의 집에 모여 회의할 때는 몰래 엿듣기까지 하며 알아낸 것을 김춘택에게 알렸다.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대신들이 저희 집에 미리 모여 회의하여 결정한다 하더이다."


"비밀인데, 사실 제 남편은 언문 밖에 못 읽는 일자무식이랍니다."


"대신들이 결정한 정책도 중전마마의 하교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하더이다."


김춘택은 자근아기로부터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장희재, 네 놈도 이제 끝장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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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기가 막힌 방도 22.12.18 90 0 9쪽
63 63화 떡 안에 든 유골 22.12.15 78 0 9쪽
62 62화 자네는 죽는 것이 두렵단 말인가? 22.12.09 76 0 9쪽
61 61화 고육지책 22.12.08 109 1 11쪽
60 60화 천신의 진노는 소녀가 받겠나이다 22.12.07 99 1 9쪽
59 59화 유배지로 떠난 김춘택 22.12.06 82 0 9쪽
58 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22.12.05 43 0 11쪽
57 57화 마마를 모살하라 22.12.05 42 0 11쪽
56 56화 폐비 민씨가 입궁했다고? 22.12.05 46 0 11쪽
55 55화 복위 22.12.05 67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53 53화 이미 결심하였느니라 22.12.05 36 0 11쪽
»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51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0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0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39 1 11쪽
44 44화 너같은 대역무도한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22.12.04 3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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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처소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거라! 22.12.04 6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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