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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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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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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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DUMMY

"장희재의 집을 샅샅이 뒤져라!"


다음날, 판의금부사 신의철이 병사들을 이끌고 들이닥치자 희재가 어리둥절하여 따졌다.


"이 몸은 주상 전하의 성은으로 석방되었는데,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주상 전하께서 그대의 집을 샅샅이 뒤지라는 어명이 내려지셨소!"


희재는 아무 것도 모르고 큰소리를 쳤다.


"주상 전하의 명이라면, 샅샅이 뒤져보시오!"


바로 이때 높다란 나무 위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김체건이었다.


'병사들이 항아리에 넣어둔 종이를 발견해야할 터인데......'


김체건은 병사들이 발견하기 좋게 항아리 뚜껑을 열어 두었건만, 병사들은 항아리를 뒤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희재의 집 안만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푸드득!


참새 한 마리가 나무 위로 날아온 것이다.


'참새야, 미안하구나! 극락으로 가거라!'


김체건은 참새의 명복을 빈 후 재빨리 낚아채 항아리 안으로 던져버렸다.


툭!


김체건이 던진 참새가 항아리 안에 떨어지며 '툭' 소리가 난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신의철이 묻자 병사 하나가 대답했다.


"새 한 마리가 항아리 안에 떨어진 것 같사옵니다."


'항아리를 뒤져보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이런 생각에 신의철이 항아리를 가리키며 명했다.


"항아리를 뒤져보거라!"


병사 하나가 항아리 안에 있던 종이를 꺼내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종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항아리 안에 마마를 모살하라 쓰인 종이가 있사옵니다!"


신의철은 희재 눈 앞에 그 종이를 펼쳐 보여주며 호통쳤다.


"장희재! 이것은 네 필체가 아니더냐?"


희재로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희재가 봐도 자신의 필체가 분명해 보였으니.


희재가 이를 갈며 말했다.


"누군가가 내 필체를 위조한 모양인데, 참으로 억울하오!"


성격이 단순한 희재는 입에서 억울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의철이 희재와 숙정을 번갈아 가리키며 명했다.


"장희재와 그의 처는 물론 희재의 집 안 사람은 모두 포박하라!"


김체건이 김춘택을 찾아가 이를 알려주니 김춘택은 명안공주를 찾아갔다.


"지금이야말로 화근 덩어리 숙정을 없앨 절호의 기회이오니, 공주마마께서 전하께 아뢰소서."


천하의 모사꾼 숙정이 살아있는 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김춘택의 생각이었다.


명안공주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자네와 같은 생각이니 전하께 그리 아뢰겠네."


숙종은 명안공주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나 또한 이번 만큼은 장희재와 숙정을 결단코 살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느니라."


숙종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 있었다.


"내가 큰 은혜를 배풀어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었건만, 금수가 아니라면 어찌......"


숙종은 너무 화가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다음날.


"장희재에게 사약을 내리소서!"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장희재가 비록 죽어 마땅한 대역죄를 지었으나, 세자마마의 외숙부이니 목숨을 거두는 일만은 부디, 재고하여 주시옵소서!'


노론에서는 희재를 사사하라 진언하고 있으나, 소론은 희재가 세자의 외숙부라는 이유로 구명하고 있었다.


숙종은 희재를 구명하는 소론 대신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장희재가 감히 중전을 모살하려 했거늘, 그대들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장희재가 사사된다면, 어린 세자마마께서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는 일이오니, 세자마마께서 장성하실 때까지만이라도 장희재의 목숨을 거두는 것을 보류하자는 것이 소신들의 뜻이오니,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세자를 생각해 다시 생각해봐야겠군!'


숙종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잠시 대전회의를 중단하겠다!"


숙종이 대전에서 숙고하고 있을 때 인현왕후가 찾아왔다.


"전하, 신첩에게 청이 있사옵니다."


숙종은 인현왕후의 청이라면 뭐든 들어줄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든 말씀해 보시오. 중전의 청이라면 모두 들어드리겠소."


"참으로 감읍하기 이를 데가 없사옵니다."


인현왕후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한 후 숙종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린 세자를 생각해, 희재와 숙정의 목숨을 거두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청하옵니다."


"휴......"


숙종은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중전의 청이라면 모두 들어주겠다 말했으니 번복할 수도 없고......'


숙종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인현왕후의 말이 이어졌다.


"어린 세자를 생각해, 옥정 또한 용서하여 주시옵기를 간곡히 청하옵니다."


숙종의 한숨을 이어졌다.


"휴......"


"동평군과 그의 어미 신씨 역시 용서하여 주시옵기를 간곡히 청하옵니다."


숙종의 당숙 동평군과 그의 어머니 신씨가 옥정이 중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여러 모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터, 이들 모자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숙종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인현왕후가 간곡한 얼굴로 숙종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중전의 청이라면 모두 들어드리겠소."


이로써 유배당하다시피 궁중에서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던 옥정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마마, 감축드리옵니다."


자유의 몸이 되어 숙정이 축하를 받은 옥정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다.


"민씨가 김춘택을 시켜 내 오라버니를 모함했을 것이 뻔한 일이거늘, 이야말로 병주고 약주고가 아니냐?"


옥정의 말에 숙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든 것은 간악하기 짝이 없는 김춘택이 꾸민 일일터, 민씨는 이번 일에 개입하지 않았을 것 같사옵니다."


숙정이 말을 이었다.


"천하의 명필인 김춘택이라면 필체를 위조하는 것 쯤이야 누워서 떡먹기가 아니겠사옵니까?"


옥정이 눈빛을 번뜩이며 물었다.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숙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첩이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으니 마마께서는 좋은 소식이나 기다려주소서."


이렇게 옥정과 숙정은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그해 9월 13일, 복순이 왕자를 낳았다.


숙종은 복순이 낳은 왕자의 이름을 금(훗날 영조)이라고 지었다.


인현왕후는 금을 자신이 낳은 아들처럼 총애하였고, 숙종도 금을 총애하여 주야를 가리지 않고 복순의 처소에 자주 들렸다.


자식이 없는 영빈 김씨 역시 금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총애하였으니, 왕자 금은 세 명의 어머니를 둔 셈이었다.


인현왕후는 중전의 자리에 복위한 이래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꿈만 같은 나날을 보냈다.


창백했던 안색에 화색이 돌아 예전의 자색을 되찾은 인현왕후는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져 오히려 폐출되기 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졌다.


원래도 빼어난 자색인데다 숙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아 행복한 기운이 넘쳐나니 그 아름다움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어느날 밤, 숙종은 인현왕후와 함께 후원을 거닐다가 달빛에 비친 인현왕후의 자태를 보자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중전, 중전은 참으로 아름답구려! 서시(중국 춘추시대 월나라의 경국지색)가 살아난다 해도 중전처럼 아름답지는 못할 것이오."


인현왕후는 부끄러운 듯 두뺨이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었다.


"농이 지나치시옵니다. 신첩의 나이 이제 거의 서른이 되었사온데, 경국지색 서시와 비교하시니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숙종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농이 아니오. 군주는 식언하지 아니한다 하였거늘, 어찌 과인이 중전께 농을 하겠소? 진심이요."


인현왕후는 갓 시집온 색시처럼 수줍어하며 고개를 숙였다.


"신첩을 어여삐 여기시오니 망극하기 그지없나이다."


"내 이리도 아름다운 중전을 곁에 두고 오랫동안 다른 여인을 총애하였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말이 생각나는구려."


"전하의 크신 사랑에 신첩은 망극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수줍은 미소를 짓는 인현왕후를 숙종이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앞으로는 더욱 중전을 사랑할 것이오. 이리도 아름답고 현숙하신 중전을 어찌 사랑하지 아니할 수 있겠소? 중전이 과인의 곁에 있으니 참으로 행복하오. 과인의 소원은 남은 여생을 중전과 함께 보내는 것이니, 앞으로도 항상 과인의 곁에 있어 주시기 바라오."


"전하께서 신첩을 총애하시는데, 신첩이 어찌 전하의 곁을 떠날 수 있겠사옵니까?"


인현왕후는 행복에 겨워 연신 눈물을 흘렸다.


때마침 보름달이라 달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숙종은 어둠 속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달빛을 응시하다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달빛이 참으로 아름답구려! 과인은 어린시절 마음이 울적할 때면 달과 대화하곤 하였소. 흉금을 털어 놓을 벗이 없었기 때문이오. 마음이 울적할 때 달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였소. 달처럼 내 말을 항상 들어줄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시기에 인경왕후와 백년가약을 맺었소. 인경왕후는 달처럼 내 말을 항상 잘 들어주었기에 나는 더이상 달과 대화하지 않게 되었소. 허나 인경왕후가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이 공허하고 외로울 때 옥정을 만났는데, 그때는 하늘의 뜻이라고 여겼으나 실은 잘못된 인연이었소. 옥정을 만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아름답고 현숙하신 중전을 총애하였을 것이오. 내가 처음에 중전을 만났을 때는 옥정에게 마음이 기울어졌던 터라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운 중전의 자태를 보고도 옥정을 못 잊어 방황하였소. 마음 한구석에는 옥정을 잊어야한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옥정이 그리워질 때마다 마음속에 공허함이 밀려와 그리하지 못하였소."


숙종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 나서 말을 이었다.


"마음속에 공허함이 밀려올 때마다 옥정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소. 옥정이 입궁하면 공허한 마음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소. 내 마음이 공허했던 것은 옥정의 빈자리 때문이 아니라 내가 천생연분을 옆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소."


인현왕후의 눈가에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전하......"


"중전이야 말로 과인의 천생연분이오. 과인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중전과 함께 하고 싶소.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고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어 중전을 영원히 곁에 두고 싶소."


"신첩, 분에 넘치는 전하의 총애에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그저 과인의 곁을 지켜 주시기를 바랄 뿐이오. 그리하여 주시겠소?"


"전하의 크신 사랑에 망극할 따름이옵니다."


숙종은 눈물을 흘리는 인현왕후를 꼭 껴안았다.


인현왕후는 숙종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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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화 떡 안에 든 유골 22.12.15 78 0 9쪽
62 62화 자네는 죽는 것이 두렵단 말인가? 22.12.09 76 0 9쪽
61 61화 고육지책 22.12.08 109 1 11쪽
60 60화 천신의 진노는 소녀가 받겠나이다 22.12.07 100 1 9쪽
59 59화 유배지로 떠난 김춘택 22.12.06 82 0 9쪽
» 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22.12.05 44 0 11쪽
57 57화 마마를 모살하라 22.12.05 42 0 11쪽
56 56화 폐비 민씨가 입궁했다고? 22.12.05 46 0 11쪽
55 55화 복위 22.12.05 68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53 53화 이미 결심하였느니라 22.12.05 36 0 11쪽
52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51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1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0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40 1 11쪽
44 44화 너같은 대역무도한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22.12.04 38 1 11쪽
43 43화 폐비 전교를 내리노라! 22.12.04 55 0 11쪽
42 42화 처소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거라! 22.12.04 65 0 11쪽
41 41화 옥정이 여우였다니! 22.12.04 42 1 11쪽
40 40화 소매 안에 뭔가를 감춘 것이 아니냐? 22.12.03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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