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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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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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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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DUMMY

숙종은 분노가 치밀어 옥정을 쏘아보았다.


옥정은 어찌 할 바를 몰라 입술을 깨문 채 침묵할 뿐이었다.


숙종은 고개를 돌려 복순에게 응급조치를 하는 숙영을 숨을 죽인 채 바라보았다.


태의가 당도하자 숙영은 옆으로 물러났다.


태의는 호리병에 든 약재를 복순의 입속으로 흘려넣었다.


잠시 후 눈을 뜬 복순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숙종은 복순이 의식을 회복하자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안정을 취해야 하느니라."


복순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눈을 감았다.


숙종은 내관들에게 복순을 자신의 처소로 옮기라 명한 후 매서운 눈초리로 옥정을 노려보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과인의 승은을 입은 궁인에게 어찌 이같은 참담한 짓을 할수 있단 말이오?"


분노에 찬 듯한 숙종의 말에 옥정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전하, 오해이시옵니다. 부디 해명할 기회를 주옵소서."


숙종이 얼굴을 붉히며 호통을 쳤다.


"오해라 하였소? 투기에 눈이 멀어 과인의 승은을 입은 복순을 죽이려 한 것을 모를 줄 아시오? 그게 아니라면 해명해보시오."


이번 일로 자칫 숙종의 총애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옥정은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전하, 신첩은 결단코 복순이 전하의 승은을 입은 것을 몰랐사옵니다. 다만, 신첩은 복순이 폐비의 옥환을 갖고 있길래, 훔친 것인 줄 오해하여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옥정은 복순에게서 빼앗은 옥환을 공손히 내밀었다.


숙종은 자신이 건내준 옥환으로 인해 복순이 모진 고문을 당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숙종은 옥정의 처사에 화가 치밀었지만, 문득 병권이 옥정의 오라비 희재에게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중전께 참으로 실망하였소. 허나 내 이번만큼은 눈감아 줄 터이니, 다시는 이와 같은 참담한 일이 없도록 하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숙종은 옥정의 인사를 외면한 채 내전을 떠났다.


옥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종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고 질투심에 가슴을 쳤다.


복순은 한때 사경을 헤메었지만 태의의 약재와 침술에 힘입어 고비를 넘기고 의식을 회복하였다.


복순이 의식을 회복하자, 숙종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였다.


"네가 깨어났구나! 네가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까 걱정하였는데, 이렇게 깨어나니 기쁘기 그지 없구나!"


"전하께 심려를 끼쳐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로구나. 네가 살아나지 못했다면 천추의 한이 되었을 것이다."


복순은 숙종이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 감격하여 눈물을 쏟았다.


"전하께서 소녀를 아껴주시니, 소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옵니다."


복순은 눈물을 흘리다 다시 정신을 잃었다.


복순이 걱정된 숙종은 그 즉시 태의를 불러 복순을 살펴보게 하였다.


"괜찮은 것이냐?"


태의가 복순을 진맥한 후 말했다.


"이제 맥박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사오니, 심려치 마소서."


숙종은 정신을 잃은 채 자리에 누운 복순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옥정을 잘못본 것인가! 옥정이 어찌 내 용종을 밴 여인을 이렇게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줄도 모르고 옥정의 말만 믿고 중전을 폐출시켰으니 내가 경솔했구나. 박태보의 충언을 듣지 않은 것이 한이로구나! 박태보는 만고의 충신이거늘 참혹한 고문을 가하여 죽였으니 구천에 가면 무슨 낯으로 박태보를 대하겠는가?'


숙종은 인현왕후의 폐출을 막으려다 참혹한 고문을 당해 죽은 박태보를 생각하니 가슴이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듯했다.


숙종은 만고의 충신을 죽였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숙종은 복순을 숙원에 책봉한다는 교지를 내렸다.


궁인이 자식을 낳기 전에 후궁에 책봉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서인, 남인 할 것 없이 모두가 놀랐지만, 누구보다 놀란 것은 당사자인 복순과 내명부의 수장인 옥정이었다.


본래 후궁을 책봉하는 일은 중전의 소관이라 아무리 임금이라도 중전과 상의하여 책봉하는 것이 관례인데, 숙종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복순을 숙원에 책봉했으니 옥정으로서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숙종이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남인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복순의 숙원 책봉을 강행하자, 옥정은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급히 숙정을 불렀다.


수년 전 남편 희재의 정실인 자근아기를 쫓아내고 정경부인의 위호를 받은 숙정은 익명의 상소를 이용한 모략으로 서인 정권을 쓰러뜨린 천하의 모사꾼이었다.


숙정이 찾아오자, 옥정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운을 뗐다.


"내 자네에게 급히 상의할 것이 있어 이렇게 부른 것이라네."


"소상히 말씀해 주소서."


"요사이 전하의 발걸음이 끊겨 노심초사하던 중 복순이 헛구역질을 한다기에 불렀더니, 어찌된 노릇인지 복순이 폐비 민씨의 옥환을 갖고 있더구나. 속이 뒤집혀 곤장을 때렸는데, 하필이면 그때 전하께서 왕림하셔서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네. 애초부터 자네에게 상의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어찌하면 좋겠는가?"


숙정이 탄식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단지 복순의 음식에 낙태약을 넣으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사옵니다."


"낙태약이라, 그런 것이 있단 말인가?"


"소첩이 아는 바로는 황칠나무의 수액이나 우슬초의 뿌리로 약재를 만들면 영락없는 낙태약이 된다 하오니, 궁인을 매수하여 복순의 음식에 섞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숙정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옥정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혹여라도 발각되면 그 후환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황칠 수액과 우슬초의 뿌리는 본래 진귀한 약재로, 오직 태아에게만 해가 된다 하오니, 심려할 필요가 없는 줄로 아옵니다."


"내 자네만 믿겠네."


옥정은 자신의 성격이 점점 잔혹하게 변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숙종의 총애를 잃은 옥정은 질투심에 이성이 마비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고문 후유증으로 자리에 누워 있던 중 숙원 첩지를 받은 복순은 숙종이 자신의 처소를 찾아오자, 궁인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첩지를 거두어 줄 것을 청하였다.


"전하의 하해 같이 깊으신 은혜에 소녀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사오나, 소녀는 미천하여 숙원의 소임을 감당할 수 없을 듯하오니, 부디 첩지를 거두어 주소서."


숙종은 복순이 걱정되어 자리에 눕힌 후 말했다.


"이는 너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과인과 너의 배속에 있는 과인의 용종, 모두를 위해서니 나의 뜻을 따르거라."


복순은 내심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인현왕후에게 미안한 나머지 죄책감에 눈물을 흘렸다.


숙종이 처소를 떠난 얼마 후, 명안공주가 복순을 찾아왔다.


복순은 다시 궁인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명안공주에게 인사를 올렸다.


"공주마마, 그간 옥체 강녕히 잘 지내셨사옵니까?"


"이 지경이 되어 인사가 다 무엇이냐? 편히 눕거라."


궁인들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누운 복순의 안색은 말할 수 없이 초췌하였다.


명안공주는 이러한 복순을 보자 마음이 아파 한동안 흐느끼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장씨에게 사씨남정기를 들켜 이 지경이 된 것이냐?"


며칠 전 복순에게 사씨남정기를 건내준 명안공주는 이로 인해 복순이 고문당한 줄 알고 자책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복순이 나직한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그런 것이 아니오라...... 아마도 중전께서 소녀가 회임한 것을 아시고......"


복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명안공주가 분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회임한 것을 알고도 이같은 모진 고문을 하다니, 금수가 아니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복순이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전하께서 조금만 늦게 오셨더라도 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옵니다."


"여하튼 불행 중 다행이구나!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느냐? 이제 중전마마께서 복위하실 나이 머지않은 듯 싶구나!"


"소녀, 중전마마께서 복위하시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명안공주가 인현왕후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복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 나라의 안위는 네게 달렸느니라."


순간 복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네가 전하를 잘 보필한다면, 전하께서 예전의 총명하심을 되찾으시지 않으시겠느냐."


"소녀, 신명을 다해 전하를 보필하겠나이다."


복순이 고개를 숙인 채 명안공주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한내관이 찾아왔다.


"공주마마, 전하께서 공주마마를 부르시옵니다."


그간 명안공주는 시아버지 오두인이 숙종의 명으로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죽은 것을 원망하여 대전을 찾지 않았지만, 숙종이 부르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순의 처소를 나선 명안공주가 대전을 찾아 숙종에게 인사를 올렸다.


"전하, 강녕히 잘 지내셨나이까? 소녀, 그간 몸이 좋지 않아 문안조차 드리지 못하였사오니, 소녀의 허물을 탓하지 마시길 바라나이다."


숙종이 명안공주를 보니 안색이 창백한 것이 병자의 기색이었다.


명안공주는 인현왕후의 폐출과 시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음에 병이 생겼던 것이다.


숙종이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온희야, 안색이 좋지 않구나.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명안공주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소녀, 몸에 병은 없사온데, 마음에 병이 생긴 듯하옵니다."


숙종이 눈물을 글썽인 채 명안공주의 손을 잡았다.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내 너를 대할 면목이 없구나!"


숙종은 옥정의 말만 믿고 인현왕후를 폐비시켰고, 그 와중에 명안공주의 시아버지 오두인을 고문으로 죽게 만든 것이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명안공주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소녀, 이미 잊었사옵니다. 더는 말씀하시지 마소서."


시아버지가 오라버니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명안공주는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중전마마의 복위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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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복위 22.12.05 67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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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1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0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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