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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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최근연재일 :
2023.01.07 13:0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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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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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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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소매 안에 뭔가를 감춘 것이 아니냐?

DUMMY

며칠 후, 대관 이동현이 자신의 저택에서 목이 칼에 찔린 채 발견되는 처참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동현은 원래 서인이었다가 기사환국 때 남인에게 포섭된 자로, 이 일로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격노한 숙종이 대전회의를 열어 소리쳤다.


"조정의 대신을 모살하다니! 과인이 다스리는 이 나라에서 누가 감히 이와같은 참담한 일을 벌일 수 있단 말이냐? 반드시 주모자를 색출하여 다시는 이와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것이다."


이날 숙정은 철영을 불러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숙정은 철영에게 두 꾸러미의 상소를 건네주었다.


"철영아, 내가 익명의 상소를 썼으니, 승정원에 가서 내 상소와 함께 몰래 두고 와다오. 주상 전하께서 이 상소를 읽으시면, 조정이 또 다시 한바탕 난리가 날 거다."


철영은 숙정의 지시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승지들이 익명의 상소를 주상 전하께 전해드릴 리가 있을깝쇼?"


숙정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지 세 사람이 모두 우리 편인데, 주상 전하께 전해드리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


철영은 감탄한 듯 손뼉을 쳤다.


"아씨의 지혜에 소인은 감탄할 따름이옵니다."


숙정은 철영의 귀에 뭔가 속삭이더니 덧붙였다.


"내 말대로만 하면 틀림없이 승지가 내 상소를 살펴볼 터, 그때 상소들 사이에 익명의 상소를 섞어놓고 오거라."


"주인 아씨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철영은 그 길로 승정원에 가서 숙정의 상소를 승지에게 건네주었다.


"우리 주인 마님의 상소를 주상 전하께 꼭 전해주십시오."


철영이 옥정의 오라비 희재의 하인임을 아는 승지는 철영이 건네주는 숙정의 상소를 받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상 전하께 꼭 전해드릴 터이니, 네 주인 마님께 그리 전해드리거라."


"주인 마님께서 주상 전하께 올리는 상소에 오자라도 있을까봐 걱정하고 계시니, 외람되오나, 주인 마님께서 쓰신 상소에 오자가 없는지 살펴봐주소서."


옥정과 숙정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승지는 철영의 말대로 숙정의 상소를 살펴보았다.


바로 이때 철영이 숙정의 지시대로 옷소매에 숨겨 놓았던 익명의 상소를 승정원에서 보관 중인 상소들 사이에 섞어놓았다.


철영이 떠난 후 승지는 익명의 상소를 읽자 깜짝 놀라 중얼거렸다.


"이 익명의 상소를 주상 전하께 전해드리지 않는다면 나중에 추궁당할지 모르니 전해드려야겠구나."


숙정이 쓴 익명의 상소엔 서인들의 영수 김수항이 이동현의 모살 사건에 연관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주상 전하, 승정원에서 익명의 상소 하나를 발견했사온데, 상소의 내용이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사오나, 일단은 주상 전하께 전해드려야할 것 같아 가져왔사옵니다."


익명의 상소를 다 읽자 숙종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음...... 김수항은 대학자인데, 설마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죽였을 리가 있겠는가......"


이 무렵 옥정이 숙종을 찾아왔다.


"전하께 근심이 있으신 것 같사온데, 신첩에게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옥정을 철석처럼 믿는 숙종은 별 의심없이 말했다.


"오늘 김수항이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죽였다는 익명의 상소를 읽었는데, 설마 대학자인 김수항이 그랬겠나 싶으면서도 의심을 떨칠 수가 없구나."


익명의 상소를 쓴 사람이 숙정임을 알고 있는 옥정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하께서 의심이 가신다면, 김수항의 집을 조사해보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숙종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옥정이 덧붙였다.


"만약 김수항의 집을 조사하셔서 아무 증좌가 나오지 않는다면, 김수항의 죄를 사면해 주시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옥정이 이렇게 말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 김수항의 집을 샅샅이 수색하면, 틀림없이 나를 비난한 서찰이 나올 것이다.'


옥정으로선 김수항의 집에서 자신을 비난한 서찰만 나와도 큰 수확이었다.


"네 말에 일리가 있구나."


숙종은 마침내 희재를 불러 명을 내렸다.


"김수항이 이동현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다는 상소가 있으니, 김수항의 집을 조사하라."


희재가 김수항의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니, 귀양살이 중인 김수항이 아들 김창집에게 보낸 서찰이 발견되었다.


귀양살이 중인 자가 사사로이 서찰을 보내는 것 자체가 죄로 언문 밖에 모르는 희재는 철영에게 서찰을 보여준 후 물어봤다.


"어떤 내용이냐?"


"김수항의 서찰에는 주상 전하께서 간신들을 가까이 하고..."


여기까지 읽은 철영은 흥분한 듯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져 중얼거렸다.


"아니, 김수항 이 놈이 감히 희빈마마를 간악한 후궁이라 하다니... 이런 죽일 놈이 있나..."


"서찰에 쓰인대로 읽어보거라."


"간악한 후궁 장씨를 총애하여 장차 나라에 큰 화가 올 것이니, 관직을 사임하고 낙향하여 학문에 정진하라고 써 있는뎁쇼."


옥정이 예상한 대로였다.


'김수항이 죽으려고 제 무덤을 팠구나!'


영의정 권대운, 좌의정 김덕원, 우의정 목창명, 삼정승을 비롯한 기사환국을 주도한 남인들은 이미 살생부를 만들어 송시열, 김수항 등의 서인들을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으니.


희재는 곧장 숙종에게 김수항의 서찰을 보고했다.


김수항의 서찰을 읽은 숙종은 격노했다.


"한때 나라의 영의정이었던 자가 자식들에게 과인을 비방하고, 원자의 어미인 희빈 장씨를 간악하다 하니, 무도하기 짝이 없구나! 또한 나라에 큰 화가 올 것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뜻이란 말이냐?"


숙종은 그 즉시 대전회의를 열어 대신들에게 김수항의 서찰을 보인 후 말했다.


"비록 김수항이 아들에게 사적으로 보낸 서찰이라고 하나, 감히 과인을 능멸하는 글을 쓰고, 원자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를 간악하다 비방하다니,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장령 감방걸이 앞으로 나서 말했다.


"김수항이 나라에 죄를 지어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자신의 죄를 참회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전하와 왕자의 생모이신 희빈마마를 비방하는 서찰을 아들에게 보냈으니, 그 죄가 적지 않사옵니다. 뿐만 아니라 비록 명백한 증좌가 없기는 하나, 서찰에 장차 나라에 큰 화가 올 것이라 한 것을 보면 김수항이 대관 이동현의 모살을 주도하지는 않았어도 최소한 사전에 알았던 것 같사옵니다. 의금부에서 철저히 조사하여 처결토록 하소서."


남인들은 이번 기회에 지난 경신년에 서인들에게 숙청당한 일을 보복하기 위해 김수항이 이번 대신 모살 사건에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숙종은 귀양 중인 김수항 뿐만 아니라 김수항의 세 아들 김창집, 김창협, 김창흡과 김수항의 형 김수흥마저 의금부에 하옥시켜 조사하라 명했다.


남인들이 조정하는 의금부에서 김수항 집안 하인들을 고문하여 김수항이 살수를 고용했다는 거짓 자백을 받아내자, 숙종은 대노하여 김수항을 위리안치 시킬 것을 명한 후 김수항의 형 김수흥과 김수항의 세 아들 김창집, 김창협, 김창흡도 모두 귀양보내라 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영빈 김씨가 숙종의 처소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간청했다.


"전하, 신첩의 종조부님은 결코 그와같은 참담한 일을 하실 분이 아니시옵니다. 필시 누군가 누명을 씌운 것이 틀림없으니 부디 재조사하여 종조부님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소서!"


숙종은 격분한 나머지 주먹으로 용상을 내리친 후 호통쳤다.


"그대의 종할아비는 대역무도하게도 서찰로 과인과 왕자의 어미를 패역한 말로 비방하였으니, 그 죄만으로도 죽어 마땅하거늘 어찌 염치없이 용서하라 말하는 것이냐?"


"전하....... 신첩의 종조부님께서는 나라의 고명대신이 아니옵니까? 부디, 하해 같은 은혜를 베풀어 신첩의 종조부님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그만하지 못할까? 네 종조부는 과인을 비방하는 대죄를 지었으니, 엄벌에 쳐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 알고 물러가라."


가문이 멸문지화의 위기를 맞은 영빈 김씨는 무릎을 꿇은 채 간청을 계속했다.


"전하, 부디 신첩과의 그간의 정리를 봐서라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숙종은 영빈 김씨의 계속되는 간청에 심기가 불편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영빈 김씨가 풀이 죽은 채 일어나는 순간, 숙종이 탁자에 펼쳐 놓은 상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언뜻 보니 김수항을 비방하는 상소가 틀림없었다.


때마침 아무도 없어 살며시 다가가 자세히 훑어보니 김수항이 살수를 고용해 이동현을 죽였다는 익명의 상소였다.


'대체 누가 이 따위 거짓상소를 올려 우리 종조부님을 모함한 걸까? 필체를 조사해 보면 누군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영빈 김씨가 재빨리 상소를 말아 소매에 넣고 대전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희빈이 왔구나!'


대전으로 들어오던 옥정과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희빈마마께 인사드리옵니다."


영빈 김씨는 두달 전 정1품에 봉해져 정2품인 자신의 윗전이 된 옥정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뜨려 했으나, 그때 옥정의 대갈일성이 들려왔다.


"게 서지 못할까!"


윗전인 옥정의 명이라 영빈 김씨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처음 입궁할 때만 해도 겨우 승은상숭이었던 옥정의 한마디에 꼼짝 못하다니, 견디기 어려운 굴욕이 아닐 수 없었다.


눈썰미가 빼어난 옥정은 영빈 김씨가 소매 안에 무언가를 감춘 것을 눈치채고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소매 안에 뭔가를 감춘 것이 아니냐?"


순간 영빈 김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영빈 김씨의 소매가 뭔가 있는 것 같으니 살펴보거라."


옥정이 궁인들을 시켜 영빈 김씨의 소매를 살피게 하니 방금 둘둘 말아 넣은 상소가 나왔다.


옥정이 코웃음을 치며 쏘아붙였다.


"흥! 감히 전하의 상소를 훔치다니, 이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영빈 김씨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희빈마마, 소첩, 무고한 소첩의 종조부를 구하고 싶은 마음에 창졸간에 죄를 지은 것이나, 마땅히 죄를 달게 받겠사옵니다. 하오나, 소첩의 종조부께서는 아무 죄가 없사오니, 부디, 희빈마마께서 구명해 주시길 바라옵니다."


애원하는 영빈 김씨의 모습에 옥정은 마음이 일순간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했다.


'큰일을 하려면 독해야 한다. 이제 겨우 스물한살인 소의를 내버려 두면 전하의 총애를 입을지 누가 알겠는가!'


옥정 앞에 무릎 꿇고 애원하는 영빈 김씨는 누가 봐도 빼어난 외모였다.


질투심마저 생긴 옥정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네가 나를 괄시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염치없이 내게 도움을 청하느냐? 어서 비키거라!"


옥정은 영빈 김씨를 외면한 채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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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기가 막힌 방도 22.12.18 91 0 9쪽
63 63화 떡 안에 든 유골 22.12.15 78 0 9쪽
62 62화 자네는 죽는 것이 두렵단 말인가? 22.12.09 76 0 9쪽
61 61화 고육지책 22.12.08 109 1 11쪽
60 60화 천신의 진노는 소녀가 받겠나이다 22.12.07 100 1 9쪽
59 59화 유배지로 떠난 김춘택 22.12.06 82 0 9쪽
58 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22.12.05 44 0 11쪽
57 57화 마마를 모살하라 22.12.05 42 0 11쪽
56 56화 폐비 민씨가 입궁했다고? 22.12.05 46 0 11쪽
55 55화 복위 22.12.05 68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53 53화 이미 결심하였느니라 22.12.05 36 0 11쪽
52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51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1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1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40 1 11쪽
44 44화 너같은 대역무도한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22.12.04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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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처소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거라! 22.12.04 6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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