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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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9.02.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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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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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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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유골이라 하였느냐!

DUMMY

바로 이때 옥정이 세자에게 눈짓했다.


사전 약속대로 인현왕후가 비단옷을 입도록 권해달라는 뜻이었다.


"어마마마, 소자의 친모께서 선물하신 것이오니, 어마마마께서 입어보시오면, 소자에겐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듯하오니, 소자의 청을 외면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청하옵니다."


인현왕후로선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친아들과 같은 세자가 간곡히 청하지 않는가!


인현왕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세자 내외와 희빈은 잠시 나가 있도록 하게."


옥정은 인현왕후의 처소에서 나가면서 세자에게 말했다.


"세자 덕분에 중전마마와의 화해가 한결 용이해질 듯하구나."


세자가 활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소자가 가장 소망하는 것이 어마마마와 중전마마와 화해이오니, 소자는 어마마마께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세자는 옥정의 속셈도 모른 채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기뻐하고 있었다.


옥정은 기뻐 죽을 지경이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세자가 이토록 기뻐하니 이 어미도 심히 기쁘구나."


바로 이 장면을 인현왕후의 처소로 걸어오며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복순이었다.


'옥정의 얼굴이 저리도 밝다니, 왠지 불길하구나!'


복순은 옥정이 중전의 자리에서 쫓겨난 후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옥정이 오늘 따라 햇살처럼 밝은 얼굴고 웃고 있으니 심히 수상쩍을 수 밖에.


"희빈께서 중궁전엔 어인 일이시옵니까?"


옥정이 좋은 목적으로 인현왕후를 찾아올 리가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복순이었다.


순간, 옥정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옥정으로선 다 된 밥에 재뿌리는 격이 될 수 있었으니.


옥정은 속으론 몹시 긴장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지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숙빈, 그렇지 않아도 숙빈을 찾아가 화해를 청할 생각이었는데......"


"중전마마께 급한 볼 일이 있어 왔으니 나중에 얘기합시다."


세자를 봐서라도 화해하자는 말을 하려했는데, 복순은 옥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꾸하면서 급히 방문을 열고 인현왕후의 처소로 들어가버렸다.


"수, 숙빈......."


당황한 옥정이 불러 세우려 했지만, 복순은 이미 인현왕후의 처소로 들어가버린 후였다.


"중전마마, 희빈이 선물한 옷이옵니까?"


다행히 인현왕후는 아직 옥정이 선물한 비단옷에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이심전심이라고.


궁인들 역시 인현왕후를 말리고 있었던 것이다.


월매, 향춘, 금순, 춘화, 복희.


인현왕후가 사가에서 데려온 이들의 충성심은 복순에 못지 않았다.


"희빈이 선물한 옷은 입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월매가 인현왕후에게 말하자 복순도 말했다.


"월매의 말이 맞사옵니다. 희빈이 옷에 불순한 것을 넣었을지도 모르지 않사옵니까?"


복순조차 옥정이 옷에 유골을 넣었을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틀림없이 흉악한 계략이 있으리라 짐작한 것이다.


인현왕후도 복순의 말을 듣고 보니 왠지 꺼림직해졌다.


"허나, 세자에게 이미 약조한 일이니, 식언할 수는 없네."


고지식한 인현왕후는 세자에게 약조한 일을 번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세자에겐 치수가 맞지 않아 고쳐 입으시겠다고 말씀하소서."


영리하기 짝이 없는 복순다운 말이었다.


인현왕후도 복순의 말을 듣자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면 되겠군. 일단 옷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보고 입겠네."


복순이 상위에 있는 오색 비단옷을 가리키며 궁인들에게 말했다.


"이 옷을 당장 치우게."


옥정은 복순과 함께 나오는 궁인들이 오색 비단옷을 든 것을 보자 일이 틀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복순이 또 훼방놓았군!'


옥정이 복순과 궁인들을 가리키며 세자에게 다급히 속삭였다.


"세자, 숙빈과 궁인들이 이 어미가 중전마마께 선물한 옷을 제 멋대로 가져가니 네가 말려다오!"


옥정으로선 믿을 사람은 세자 뿐이었다.


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숙빈께 여쭤보겠사옵니다."


이미 복순은 세자와 옥정 앞으로 와있었다.


복순이 궁인들이 든 오색 비단옷을 가리키며 옥정에게 말했다.


"희빈께서 이리도 귀한 옷감으로 만든 옷을 중전마마께 선물하셨는데, 제가 급한 용무가 있어 감사의 말씀도 못 드려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복순이 나를 우롱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옥정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중전마마께 선물한 옷을 어째서 숙빈이 갖고 나온 것이오?"


옥정은 초조한 기색을 감추려고 애썼지만, 복순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옥정이 초조해하는 게 훤히 보이는구나! 옷에 무슨 술수를 썼길래 그러시오?'


복순은 이렇게 확신하면서도 모르는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중전마마께서 치수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고치려고 하는데 저와 같이 가시겠습니까?"


옥정을 떠보려는 속셈이었다.


옥정은 다급한 마음에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


"치수가 맞지 않다면 내가 손수 고치겠소. 내게 주시오!"


옥정이 다급해 하는 것이 보일수록 복순의 심증이 점점 굳어지고 있었다.


'옷에 요사한 술책을 쓴 것이 틀림없나보군!'


복순이 손사래를 쳤다.


"중전마마의 치수는 우리가 잘 아니, 희빈께서 고치실 수 있는 것이 아닌 줄 아옵니다."


복순이 딱 잘라 말하니 옥정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자는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오면 치수를 고치는 일은 숙빈마마께 맡기겠사옵니다."


그러고는 옥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치수를 고치겠다고 하니 기다려보자는 뜻이었다.


옥정은 이미 머리가 하얘져 있었다.


'복순이 날 의심해 옷을 검사해보려는 거 같은데 설령 의심하는 게 아니더라도 치수고치느라 옷을 자르면 유골이 나올 텐데 어쩌지?'


옥정은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어차피 세자에게 도움을 청해도 복순의 손에 있는 걸 빼앗을 수도 없지 않은가? 차라리 모르는 체 하자! 지금은 그게 최선일 것이다!'


복순이 자신을 의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옥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면, 치수 고치는 일은 숙빈께 맡기겠소."


복순은 곧바로 자신의 처소로 가서 김체건을 불렀다.


"희빈이 중전마마께 바친 옷인데 냄새부터 쾌쾌한 것이 중전마마를 해치려한 것 같네."


김체건은 궁인들이 들고 있는 오색 비단옷을 건네받아 냄새를 맡아보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유골 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옷감 사이에 유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체건은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후각이 기민한 자였다.


그러니 냄새만 맡고도 옷안에 유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복순은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랐다.


"유골이라 하였느냐!"


옥정이 무슨 술수를 썼으리라고 예상했었지만, 이 정도로 사악한 술수를 쓰리라곤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귀하기 짝이 없는 오색 비단옷 안감 사이에 유골이라니!


고금을 통틀어도 전무후무할 일이 아닌가!


김체건은 허리에 찬 검을 가리키며 물었다.


"잠시 검을 써도 되겠사옵니까?"


정1품인 복순 앞에서 검을 뽑으려면 허락이 필요했으니.


복순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체건은 조심스레 검을 뽑은 후 복순과 궁인들에게 말했다.


"혹여 유골에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 모두 잠시 자리를 떠나주십시오."


옥정이라면 유골에 독을 섞어 독살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복순과 궁인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었으니.


복순과 궁인들이 떠나자 김체건이 검을 스치듯 휘둘러 옷소매를 배니 유골 가루가 쏟아져나왔다.


김체건은 유골에 독이 없음을 확인한 후 복순과 궁인들을 불렀다.


바닥에는 하얀 유골 가루가 떨어져 있었다.


김체건은 바닥에 떨어진 유골 가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행히 독은 없사옵니다."


복순과 궁인들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만약 인현왕후가 독이 든 옷을 선물로 받았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황공한 일이란 말인가!


김체건은 울분을 참을 수 없는 듯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 줄로 아옵니다. 소인이 주상 전하께 아뢰도록 부디 윤허하여 주소서!"


복순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아니될 일일세. 주상 전하 뿐만 아니라 중전마마께도 아뢰서는 아니되네."


김체건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째서 그런 것인지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복순은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생각해보게. 필시 중전마마께선 주상 전하께 알리지 못하게 하실 터인데, 공연히 중전마마께 심려를 끼칠 필요가 없질 않은가?"


복순은 인현왕후가 이 일을 알아도 문제삼지 않으리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희빈께서 또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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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김춘택을 제거할 방법이 있겠는가? 22.12.05 43 0 11쪽
57 57화 마마를 모살하라 22.12.05 4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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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화 복위 22.12.05 67 0 11쪽
54 54화 변고 22.12.05 58 0 11쪽
53 53화 이미 결심하였느니라 22.12.05 36 0 11쪽
52 52화 미남계 22.12.05 48 0 11쪽
51 51화 온희야, 부디 나를 용서하거라 22.12.05 41 0 10쪽
50 50화 복순을 데려오거라 22.12.05 39 0 10쪽
49 49화 김춘택의 계획 22.12.05 40 0 11쪽
48 48화 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22.12.05 35 0 11쪽
47 47화 중전 책봉식 22.12.05 33 1 11쪽
46 46화 중전마마를 부탁하오 22.12.04 42 0 11쪽
45 45화 민씨는 거기 섣거라! 22.12.04 39 1 11쪽
44 44화 너같은 대역무도한 자는 백번 죽어 마땅하다! 22.12.04 38 1 11쪽
43 43화 폐비 전교를 내리노라! 22.12.04 55 0 11쪽
42 42화 처소로 돌아가 처분을 기다리고 있거라! 22.12.04 6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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