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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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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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4.0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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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0쪽

*3*

DUMMY

5.

*3*

*3*

흑백 중 숫자가 많은 쪽이, 다른 기운이 먼저 사라지게 하고 그 자신도 사라진다.

라고 추측했었다.

확신을 못 한 이유는 하얀색 기운만 관찰했기 때문인데, 오늘 나는 흑색 기운이 이겼을 때 어찌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흑색 기운이 이긴다면...

*3*

*3*

아이들이 나의 예상보다 순진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쯤, 방학이 찾아왔다.

방학이라고 해도 이 주 정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학습을 시작하지만, 그래도 방학 시작 첫날인 오늘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이번에 사귄 친구들과 난생처음 소꿉놀이라는 걸 하고 있었다.

소꿉이 맞나?

아 몰라. 난 이게 친구들이랑 노는 첫-

“아...”

잠시 눈물이 살짝 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눈물을 닦은 나는 건물 뒤편에서 뛰어나온 이미수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기다~”

따가운 햇볕에도 유난히 흰 피부를 보유한 이미수가 나를 보며 웃으며 달려왔다. 그리고...

“훈아. 나 개구리 잡았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 훈이에게 갔고, 나는 삐거덕거리는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미수가 조심스레 모으고 있는 양손의 틈을 벌려 내밀었다.

“이거 내가 못 보던 개구린데 신기하지?”

“잠깐. 이거 희귀종 같은데.”

“진짜?”

“응. 잠시만.”

두꺼운 책을 펼쳐 단숨에 한 곳을 편 양훈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이미수가 잡은 개구리와 쏙 닮은 녀석이 사진 속에서 벌레를 향해 혀를 내밀고 있었다.

“진짜네.”

“금개구리. 멸종 위기 종이야, 어디서 잡았어?”

“우리 학교 배수구에서. 왜?”

“지금이 번식기라서 알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알이 있으면 신고하면 되거든, 그러면 회수해가서 번식시켜주고, 나중에 우리가 이런 녀석들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지.”

“당연히 가야지. 뭐해 빨리 안 일어나고.”

“응. 책 좀 가방에 넣고.”

“어서.”

이미수의 재촉에 양훈은 허둥대다가 지갑을 떨어뜨렸는데, 그것도 모르고 양훈은 이미수와 함께 기숙사 뒤편으로 뛰어갔다.

저게 불과 몇 주 전 한 아이를 핍박했던 아이들이란 말인가...

“따가 아니라 오해와 소문으로 벌어진 사이였으니까...”

탁탁.

나는 주운 지갑을 털고 나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친구가 아니라 선생이 된 거 같은 이 찝찝한 느낌은 뭐지.”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놀이라서 그런가, 칙칙하고 어두운 피시방이 아닌 자연에 관심이 많았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나도 은근히 지칠 정도로 열심히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살짝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근육양은 나보다 적지만, 보이지 않은 그 어떤 기운이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닌가-

“꺆!”

날카로운 비명에 나는 한달음에 뛰어갔다.

흔들리는 세상에 학교 건물, 옆면,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인 곳으로 뒤바뀌었을 때,

“수호야.”

“수호야.”

두 아이가 달려와 내게 달라붙었다.

잘게 떨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에 나는 앞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뭘 봤는데 그래?”

“시. 시. 시...”

내 질문에 답한 건 말을 심하게 더듬는 양훈이 아닌, 이미수였다.

“저기에 토끼 시체가.”

그녀의 가느다란 검지 끝을 따라 가보니, 그녀 말대로 기이하게 목이 꺾여있는 토끼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핏물이 주변에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썩은 내가 진동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속을 요동치게 했다.

“개구리 잡으러 왔을 때 몰랐어?”

“으. 응. 팔짝팔짝 뛰어가는 개구리 뒤를 쫓느라고 잡고 나선 우리의 생물 박사 양훈에게 뛰어갔거든.”

“일단, 교무실로 가자.”

“교무실에?”

나는 방학 다음날까지도 근무한다고 울상을 지으셨던 담임 얼굴을 떠올렸다.

“토끼 사체를 발견했으니까 선생님께 말해야지.”

“응? 사체는 뭐야?”

이미수의 물음에 답한 건 양훈이었다.

“죽은 인간이나 동물의 몸을 말하는데... 우욱. 나 속이 메스꺼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갑자기 헛구역질하는 그를 밀쳐낸 나는 이미수와 함께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너는 화장실부터 가. 나는 미소와 함께 가서 말할게.”

“아니야. 나도 같이 우욱.”

다가오다가 헛구역질을 하는 양훈에게서 나와 이미수는 한 몸인 것처럼 빠르게 뒤로 물러났고, 곧바로 몸을 돌려 교무실로 뛰어갔다.

“같이가~”

뒤에서 양훈의 소리쳤지만 우리 두 사람은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학교 건물 옆면, 복도, 교무실 문.

드르륵.

문을 열자마자,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체육복 차림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고 있는 유인준 선생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먼저 이미수가 유인준 선생님에게 달려가 종알거린다.

“선생님 토끼 사체를 발견했어요.”

“토끼 사체?”

유인준 선생님의 얼굴이 굳어진 가운데, 이미수가 답했다.

“네. 괴상하게 죽어 있는 토끼였는데, 너무 무서워서 이곳으로 도망쳤어요. 너무 무서워요 선생님.”

“진정하렴... 수호야 너도 봤니?”

“예. 목이 뒤틀려 백팔십도 돌아간 상태로 죽어 있었습니다.”

“배. 백팔십도?”

떨리는 그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지 오래되었는지 썩은 내가 진동하던데요. 우리 학교 축사에서 키우던 토끼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내 말에 유인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수를 살짝 밀어냈다.

“우선 축사부터 가자. 잠깐. 훈이는 어디 있어?”

“훈이는 속이 안 좋아서-”

“헉헉. 무서운데 나 빼놓고 둘이서 가면 어떻- 욱. 우욱-”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교무실 입구에서 헛구역질하는 양훈의 모습에 내가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쏴아아.

점심으로 먹은 냉면을 그대로 바닥에 폭포수처럼 쏟아냈고, 그 모습을 본 유인준 선생님의 입에서...

“아... 내일까지 근무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불길한 예언이 튀어나왔다.

*3*

*3*

강력팀 형사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래도 연쇄살인범 때문에 이 년 연속 홍역을 치러서 그런지 토끼 사체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바람에 유인준 선생님은 물론이고 우리 세 명 모두 경찰서로 끌려가 진술했고, 원래는 며칠 동안 주변을 돌며 놀기로 했던 우리의 꿈은 두려움에 빠진 보호자들에 붙잡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사실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곳에 온 정신이 집중된 상태였다.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토끼 한 마리가 축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얀 기운으로 흐트러뜨리지 못한 토끼의 결과가 매우 궁금해서 나는 학교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범죄자가 되기 싫으니까.

혹여 내가 토끼를 잔혹하게 죽인 사람으로 오해받으면, 내가 의원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학교 폭력을 당한 전력이 있고, 당일 알리바이가 없다는 두 가지 이유로 강하게 압박하던 형사들에게 다시 붙잡혀 더 시달릴까 봐 너무 두려웠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게 연쇄 살인범이 될 이유가 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인터넷으로 조사해보니 총기 난사 범이나 연쇄살인범들의 과거에 괴롭힌 당한 전력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용반작용.

물리 시간에 배우는 법칙이 인간 심리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누군가를 죽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어와 중앙에 똬리를 틀고 나갈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야.

죽임을 당할 바엔 죽이는 게 백 번 낫지.

폭력 사실을 선생에게 신고해도 맞았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맞았고, 근처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했을 때가 돼서야 풀려날 수 있었지만, 결국 기숙사 학교로 같이 보내버리면서 맞았다.

정확히는 죽을 뻔 했다.

이번엔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 같았던 김명호도 내가 사는 곳으로 따라오지 않았고, 지금처럼 평온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놈이 이번에도 따라오면 어떡하지?

설마...

그래도 만약 따라온다면?

...

나는 이 주가 지나 학교로 걸어가는 지금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찾았다.

찾았는데... 머릿속으로 답하는 것조차 두렵다.

문득 반쯤 머리가 돌아간 토끼 사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김명호도 그렇게 돌아가면 좋을-

훽훽.

강하게 고개를 저어 머릿속을 털어낸 나는 최근 핫한 남자들이 많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너를 처음 보게 되었어~ 널 원하지 않고-”

“꺅!”

비명에 나는 곧바로 정문으로 뛰어갔다.

교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 나는 이름 모를 여학생이 한 곳을 보며 벌벌 떠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시선을 따라간 나는 그곳에서 목이 돌아간 토끼 사체를 발견했다. 그리고 목에 걸린 붉은 하트 모양에 내 시선이 고정됐다.

저건... 설마!

나는 곧바로 축사를 향해 뛰어갔고, 그곳에서 텅 빈 축사를 보고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검은 기운을 방치한다면...

죽는다.

부르르...

아침인데도 무더운 여름날.

나는 너무 추웠다.

한 시도 떨리는 몸을 멈추지 못할 정도로...


작가의말

으...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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