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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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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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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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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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DUMMY

9.

경찰은 죽어도 되지 말아야겠다.

천국 보내 준다고 해도 절대 안 해.

가뜩이나 속이 부글거리는 내게, 이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건들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어이 꼬맹이. 넌 뭔데 이 시간에 여기 있어. 죄목이 뭐야. 담배? 술? 무면허 운전? 날치기? 소매치기?”

이대로 놔뒀다가는 살인범까지 될 거 같아서 나는 뒤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이경사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소매치기 목격자 진술로 온 겁니다.”

“그래? 진술은?”

“끝났는데요.”

“그래? 알았으니까. 딴 데 빠지지 말고 바로 집에 들어가라.”

툭.

기분 나쁘게 내 어깨를 한 대 치고 들어가는 경찰의 뒤통수를 사납게 노려보다가 몸을 홱 돌린 나다.

신경 끌 거야.

절대 저 인간이랑 대화 안 해.

다시는 이곳에 안 온다.

굳게 다짐하며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자,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 얼굴과 목을 할퀴고 지나갔다.

“으으으. 추워.”

전철을 타기 위해 역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 내 오른쪽 어깨를 누가 뒤에서 잡아챘다.

[박수호! 어디가!]

김명호!

나는 짐을 놓으면서 곧바로 내 어깨를 잡아챈 손목을 오른손으로 붙잡고 몸을 회전시켰다.

“악! 놔놔놔놔놔.”

나는 김명후가 아니라 내 어깨를 쳤던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손을 놨다.

“이름을 부르시지.”

“이름 불렀는데 멈추지 않았잖아.”

성질내는 경찰에게 나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는 상체를 일으키면서 꺾인 자신의 왼팔을 빙빙 돌렸다.

“으... 이거 일주일은 아프겠네. 너. 호신술 배웠냐?”

“병원에서 재활치료 받을 때 배운 적 있어요.”

“재활? 교통사고?”

“산에서 뒹굴었어요. 죽을 뻔 했죠.”

내 대답에 그의 얼굴이 굳어진다.

“누가 뒤에서. 아니다. 일단 나 따라와.”

“왜요?”

“왜긴 왜야. 너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경사님이 성화도 아니다.”

“저는 괜찮-”

“빨리 따라오기나 해.”

대답도 듣지 않고 주차장에 주차된 경찰차로 걸어가는 그의 뒤를 나는 뒤따라갔다.

“타.”

“뒷좌석에 타.”

“네.”

그의 말대로 차에 들어와 짐을 먼저 넣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등과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차가움에 몸을 살짝 부르르 떤 나는,

“안전벨트.”

그의 말을 따라서 검은 띠를 둘렀다.

부웅.

차가 움직이고 도로로 나와 신호대기로 인해 멈추자.

경찰이 내게 말을 걸었다.

“집이 이 근처니까. 바래다주는 거야. 혹시 나중에 다른 경찰에게 부탁하면-”

“민폐라는 거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러면 됐다. 근데 소매치기하는 거 눈앞에서 본 거야?”

“혹시 공범으로 의심하는 거면 아닙니다. 제가 제압한 거 두 분이 잡으신 거거든요.”

잠시 신호가 풀려 액셀을 밟은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그렇지? 왠지 이상하다 했다.”

“뭐가요?”

“너 이경사가 사람 믿지 말라는 말 했지?”

“네?”

“진술서 확인할 때 중간중간 용어 설명도 해주고 말이야. 혹시 주먹 부딪치기까지 했어?”

어떻게 알았지? 도청이라도 깐 건가?

“쯧쯧. 주먹까지 부딪힐 정도면 큰 건수 하나 꿀꺽했구먼. 진급에 미친 더러운 새끼. 카악. 퉤!”

빨간불에 차가 멈추고, 창문을 살짝 열어 바깥에 침을 뱉은 그가 백미러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표창장 얘기까지 했냐? 했네. 했어. 아니, 말이나 말던가. 성인도 아니고 아이 미래가 걸린 상장을 빼앗고 헛바람까지. 아우. 내 상관만 아니면 콱 머리를 들이받는 건데. 같이 이 씨인 내가...”

띠~

운전대 중앙을 치며 욕하기 시작한 경찰의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내가 당한 거야?

하지만 좋은 사람 같아 보였는데.

[닥치고 돈이나 내놔!]

순간 김명후가 내 돈을 빼앗을 때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녀석 얼굴이 훨씬 더 인상이 좋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엄청 부드럽게 대했지.

먹잇감인 나를 제외하고...

“음...”

이번 일은 인간은 악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내가 잘못이다.

백미러에서 다시 나와 눈이 마주친 경찰이 단정적인 말투로 말했다.

“혹시 지금 돌아가서 따지려는 거면 소용없다.”

“알아요.”

“의외로 담담하네.”

고개를 돌려 움직이는 바깥세상에 겹친,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거 많이 당했거든요.”

“그래...”

“그런데 이런 거 알려줘도 돼요? 제가 나중에라도 찾아가서 따지면 경찰 아저씨만 곤란하잖아요.”

“경찰 아저씨가 아니라 이신후 아저씨다. 그리고 어차피 난 승진이 막혀서 좃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라 괜찮으니까 언제든지 지구대로 찾아가서 내 이름 대고 따져라.”

“그러다 따 되면-”

“따? 아~ 왕따. 그거 이미 당하고 있거든.”

“왜요?”

“그건.”

멈칫한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빨리 너 바래다주고 갈 곳이 있어서 운전에만 집중할 테니까 눈감고 쉬고 있어.”

갈 곳이라고?

혹시?

대화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던 숫자를 향해 내 시야가 움직였다.

검게 변하고 있어!

느리지만 조금씩 차오르는 검은색을 보며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갈 곳이 어딘데요.”

“그건 왜.“

”혹시 신고 들어온 거 아니에요?“

”신고는 모르겠고. 일일이로 누가 전화했다가 일 분 뒤에 갑자기 꺼졌거든. 가보라고 연락받아서 가려는데, 이경사가 남자 핸드폰이라면서 술 처먹고 잘못 누른 걸 테니까 너부터 바래다-“

”가요!“

”응?“

”거기 지금 당장 가자고요!“

”안 그래도 너 바래다주고.“

”그러다 진짜 위험에 처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

끼이익.

내 외침과 동시에 빨강 신호등으로 바뀌자 차가 급제동을 해 멈췄는데 간신히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세운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갑자기 소리치면 어떡해!“

”당장 차 돌려서 그곳으로 가자니까요!“

”아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지금 알아서 안 하고 계시잖아요! 상관 명령보다 중요한 게 시민 안전 아닌가요?“

”그거야 맞지만-“

”빨리 가자고요!“

”불쌍해서 봐주니까 지금 경찰을 핫바지로 보는 거야!“

”진짜 위험해서 전화했을지도 모르는 전화보다 병신 같은 상관 말을 따르는 당신이 핫바지지 그럼 경찰입니까!“

”뭣! 너-“

띠띠!

뒤에서 경적음이 들려오자.

몸을 홱 돌린 그가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가서 멀쩡하기만 해봐. 너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치소에 처넣는다.“

왜에엥.

사이렌 소리와 함께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로 넘어간 경찰차 주변 세상이 뒤로 사라지는 가운데, 나는 점점 차오르는 검은색을 보며 마음을 졸였다.

내 예상이 틀린 건가?

혹시 우리가 지나쳐 온 곳에 범죄 현장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뒤로 사라지는 세상을 애타는 심정으로 바라보았지만, 빨리 지나가기도 했고, 너무 어두워서 이상한 광경을 보진 못했다.

어느새 골목길로 들어서자마자 사이렌과 경광등을 끈 그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앞 골목만 꺾으면 신고한 곳이다. 혹시 모르니까 넌 이 안에 있어.“

”경찰에 연락 안 해요? 중간에 추가 신고 들어왔을지도 모르잖아요.“

내 말에 그의 몸이 움찔했다.

”하려고 했다. 여기는 백일일 다시 가. 여기는 백일일 다시 가. 지금 접수받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추가 신고는 없습니까.“

[추가 신고는 없습니다. 신고자는 그 집 주인인데, 두 자녀와 아내를 둔 아버지입니다. 나이는 서른여덟, 성함은 박상인씨입니다.]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수고하세요.“

무전기를 제자리에 돌려놓은 그는 골목이 꺾이기 전에 차를 멈춰 세운다.

”절대로 나오지 말고. 무슨일 있으면-“

”연락할게요.“

내가 핸드폰을 꺼내서 손을 흔들자. 그는 말없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분명 나는 숫자가 팔이었어.

하나가 더 많았다는 건 내가 구할 사람이 더 있다는 뜻이고, 그건 차 앞으로 이동한 저 경찰 아저씨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나도 따라가야지.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을 닫으면 소리가 나서, 살짝 열어 놓은 채로 슬며시 앞으로 걸어간 나는 그가 골목 막다른 곳 주택을 향해 걸어간다는 걸 확인하고는 따라붙었다.

혹시 몰라 휴대폰은 꼭 쥔 채 따라가던 나는 그가 잠시 멈춰 서자 주인이 누군지 모를 검은색 승용차 뒤로 몸을 숨겼다.

쿵쿵.

”안에 계십니까.“

쿵쿵.

”계십니까.“

다시 고개를 든 나는, 경찰 아저씨가 이층 현관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는 장면을 보고는 다시 앞으로 움직였다.

조심스레 벽에 붙어서 움직이던 나의 귀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입니다.“

”신고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 상. 인.입니다.“

”신고하신 분이 본인이신데.“

”아~. 제가 지금 술을 먹어서요. 실수로 누른 거 같습니다.“

”그러셨군요.“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머리와 옷이 술 취해서 난동부린 취객처럼 되어있는 삼십 대 남성이 문을 반쯤 열고 경찰 아저씨와 대화중이었다.

”우선 내부로 들어가서 괜찮은 건지 확인해야 할 거 같은데요.“

”확인이요? 본인인 제가 괜찮은 데 뭘 확인하겠다는 겁니까?“

”병든 노모분도 계시고.“

”두 분은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물러나세요.“

아까 듣기로는 자녀가 있다고...

딱 봐도 의심스런 정황이었고, 그걸 경찰 아저씨도 느꼈는지 허리춤에 매달린 진압봉에 손을 가져대 대고 있었다.

”우선 들어갑시다.“

”아니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러고보니 파트너분도 안 계시는 데 당신 혹시 가짜 아니야?“

”진짜입니다. 여기 명찰도 있고, 부사수는 멀리 안 떨어진 곳에 벌어진 다툼 때문에 있다가 오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에이 몰라! 그 사람 오기 전까진 못 들어옵니다.“

”그러지 마시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이층 계단 아래 그늘진 곳에서 검은 복면을 쓴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늘한 은빛으로 빛나는 알루미늄 배틑를 양손으로 쥐고 천천히 경찰 아저씨 뒤편으로 가까이 가는 것을 본 나는 휴대폰을 열어 일일이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이때.

어느새 경찰 아저씨의 뒤편에 서서 알루미늄 배트를 머리위로 치켜들고 있었다.

신고? 고함?

둘 중 뭘 해야 하지?


작가의말

모르겠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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