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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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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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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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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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ㄴ*

DUMMY

32.

여자 비명에 나는 침대 끝에 걸려 있는 양말을 신고, 곧바로 방문으로 달려갔다.

철컥.

탁.

안전고리와 잠금까지 풀고 문을 연 나는 계단으로 뛰어가는 와중에, 각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두 남자를 지나쳐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일 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로비에 사람이 없는데?

휘이잉.

저기다!

열린 문 사이로, 나는 바깥에 박정남 아저씨를 부축하고 있는 이신후 아저씨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뛰어갔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이번엔 죽은 고양이라도- 헉.”

나는 달려가면서 이신후 아저씨가 바라보는 곳을 보다가 그곳에서 혀를 내민 채 죽어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휘청거리다 바닥에 넘어졌다.

“큭.”

세상이 직각으로 기울어졌고, 그 세상에서 가로로 앉은 채로 죽은 사내가 내게 혀를 내민 채 부릅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을 가려주려는 듯...

하늘에서 하얀 꽃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

피해자 : 남희석(47) 남. T. E. 총괄 매니저. 키 167cm. 살이 거의 없이 마른 체형.

사인 : 교살, 자살?

시간 : 추운 날씨로 인해 추정 불가능. 단, 눈이 그쳤던 3시와 발견한 7시 사이에 바깥으로 몸이 나온 것은 확실.

특이사항 : 몸 이곳저곳에 부딪힌 것 외에 둔기나 손으로 맞은 흔적이 있음. 급소와 얼굴 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작은 멍과 상처가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며, 손목에 묶인 자국이 살짝 보였다.

**

**

이신호 아저씨가 관할 경찰서에 전화했는데, 간단한 인적 사항과 기본 적인 조사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한 명씩 따로 하지 않고, 로비에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조사 중이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선배님이 준 양주를 마시고 그냥 꼴까닥 한 거다?”

이신후 아저씨의 말에 삼 층에 투숙하고 있는 젊은 여자 세 명이 동시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았으니까, 저쪽으로 가 있어요.”

“네...”

아침에 그들만 나오지 않아서 걱정스런 마음에, 문까지 부수고 들어갔더니 세 명의 젊은 여인들이 한 침대에 서로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지금도 꾸벅꾸벅 조는 이 여자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이거로 삼층에서 있던 녀석들은 한꺼번에 끝냈고. 그럼 이 층이랑 사 층이 있는데...”

“저기 이 층부터 하죠.”

내 말에 이신후 아저씨를 비롯해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왜?”

“죽은 사람이 있는 층에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저나 이들부터 확인하는 게 맞죠.”

“좋아. 그럼 이 층부터 해보지. 우선 그쪽 갈색 점퍼 입으신 분.”

그의 지명에 같이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하나가 일어나 이신후 아저씨 앞으로 걸어왔다.

이신후 아저씨보다 약간 더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분이셨는데, 그의 머리 위에 숫자가 하나 있었다.


1


회색이다.

문제는 이층 남자들을 비롯해, 사 층 사람들 전부 똑같이 숫자가 위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어제는 없었는데, 어째서 숫자가 모두 생겨났을까?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자기소개부터 해주시겠습니까.”

“제 이름은 백홍수입니다. 경찰을 경정까지 하다가 그만뒀습니다. 그건 제 뒤에 있는 이치헌도 마찬가지고요.”

“아. 어느 서에서...”

“서울 남부에서 일했습니다.”

“오. 저는 용산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백홍수 씨가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지만, 이신후 아저씨는 웃기만 할 뿐 손을 잡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온 이유는 뭡니까?”

아저씨의 물음에 어색하게 손을 회수한 그가 이치헌 씨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건 저 친구랑 같이 여행을-”

“수사해 보신 분이 고개 자꾸 뒤로 돌리시면 의심 산다는 거 아실 텐데요.”

이신후 아저씨의 말에 경직된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이렇게 취조당해보니 저도 긴장이 돼서리...”

“그래서 여행 삼아 오셨다?”

“네. 밤에는 뭐 하셨습니까?”

“티비를 보다가 잠을 잤습니다.”

“혼자서?”

“아니요. 제 방에서 친구랑 같이 술을 마시며, 영화를 보다가 헤어졌습니다.”

“흠... 같이 영화를 봤다... 언제 헤어지셨죠?”

“밤 두 시쯤인가? 같이 보던 영화가 끝나서 헤어졌습니다.”

“피해자 분과 만난 적은?”

“절대 없습니다.”

“그건 뒤에 계신 분도 마찬가지입니까?”

아저씨의 물음에 이치헌이라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를 뭘 봤습니까?”

“네?”

“영화를 봤다면서요.”

“아... 그게... 다. 다... 다 머였드라.”

“다이하드.”

이치헌 씨의 말에 백수홍 씨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맞아. 다이하드. 그거 봤습니다.”

“이상한 거는 보거나 들은 적은요?”

“눈을 싫어해서... 바깥은 안 봤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냥 누가 짐을 옮기는 소리 겠거니 한 적은 있습니다.”

“그게 언제였죠?”

“아마 자려고 누웠을 때였습니다.”

“그 뒤에 있는 친구 분은?”

“저는 바로 자는 스타일이라서 그냥 뻗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자리로 돌아가세요.”

“네.”

이번엔 한눈에 보아도 제일 멋지고 아름다워 보이는 남녀들이 모인 테이블로 시선을 돌린 아저씨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사층 분들이군요. 먼저 사백일 호에 사시는 분 오세요.”

아저씨의 호명에 얼굴이 살짝 길지만, 오히려 서양인 느낌의 잘생긴 미중년 느낌이 드는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이자가 어제 아저씨가 말한 왕 역할을 맡았다는 분인가.

“고생하십니다.”

“에이 제가 뭐가 고생입니까. 오히려 인훈님이 지인분이 돌아가셔서 힘드실 텐데, 몇 가지 질문만 할 테니까, 긴장 푸십쇼.”

아저씨의 말에 살짝 미소 지은 그가 자리에 앉자.

이신후 아저씨는 메모장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박인훈 씨고, 나이는 마흔둘, 왕 역할을 맡으신 분인 건 저도 잘 압니다.”

뭐야. 다 아시잖아.

아저씨의 말에 그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아... 전부 맞습니다.”

“혹시 다음 회차에 죽는지나-”

그럼 그렇지.

“아저씨!”

“어흠. 너무 긴장해서 그런 거야.”

“쓸데없는 거 물었다고 다 꼰지르기 전에 제대로 하세요.”

내 말에 아저씨는 입을 삐죽이더니, 펜을 제대로 잡으며 물었다.

“어젯밤에 뭘 하셨습니까?”

“저도 다이하드를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봤던 건데 지금 봐도 여전히 재밌더군요.”

“저도 재밌...”

“아저씨.”

“게 봤지만, 그러면 이상한 소리나 장면은요?”

“눈보라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밖에는...”

“알겠습니다. 가보세요.”

“예.”

“사백이호 님. 와주세-”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일어났다.

“네.”

이신후 아저씨와 비슷해 보일정도로 키가 커 보였다.

백칠십은 넘어 보이네. 모델 출신이신가.

“이름은 배희수, 나이는 마흔넷.”

엥? 마흔넷.?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내가 놀란 가운데,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비 역할을 맡으셨고, 피해자와 함께 같은 회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을 하신 분 맞습니까?”

“네.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제가 워낙 팬이라서.”

“그래요. 감사합니다.”

은근슬쩍 내 눈치를 살핀 아저씨가 메모장을 넘긴 다음 말했다.

“피해자분과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

“제 매니저와 고인이 친한 소꿉친구고, 저도 친분을 가지고 있어요.”

“어젯밤에 뭘 하셨나요?”

“음... 후배들에게 술을 주고 올라와서, 민주랑 술을 마시며 대화하다가 세 시가 되기 전에 돌아가 잠들었어요.”

“그러면 이사한 소리나 장면은?”

“과음을 하는 바람에 꺼억. 앗. 죄송해요.”

그녀가 입을 막으며 하는 말에 아저씨는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사람인데 그럴 수 있죠. 별 냄새도 안 나니까 그리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윽... 냄새가 너무 역겨운데...

나와 다르게 아저씨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손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럼 돌아가세요. 자. 사백-”

“사백삼호 가겠습니다.”

이번에도 아저씨가 말을 하기도 전에 젊은 여자가 일어났는데, 수지와 체형도 얼굴도 비슷한 여성분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이마 왼쪽에 점이 눈에 띄긴 하지만, 밉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약간 귀엽게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김민주라고 해요.”

“알고 있습니다. 민주님 어서 앉으세요.”

“네.”

다소곳이 앉은 그녀에게 아저씨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이가?”

“스물넷입니다.”

“오. 꽃다운 나이군요. 피해자분과는 어떻게 되시죠?”

“저를 뽑아주신 분이세요.”

“아... 최고로 핫한 우리 김민주님을 고인께서?”

아저씨의 물음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눈가가 물기가 맺혀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진정하시고. 어젯밤에 뭘 하셨나요?”

“희수님과 같이 술을 마시면서 고민 상담을 했어요. 그 뒤로는 너무 졸려서 잤고요.”

“흠...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분.”

“옙!”

우렁찬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민주를 지나쳐 그가 바로 이신후 아저씨 앞에 앉았다.

높은 콧대만큼 그의 키는 크지 않아서, 앉은키도 배희수님보다 적어 보였다.

“사백사호. 이름은 이수명. 나이는 스물일곱입니다.”

“갓 군대 전역한 티 그만 내시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해주세요.”

“아... 넵!”

“대답도 잔잔하게.”

“네...”

몇 사람이 웃어서, 아저씨가 살짝 그곳을 바라봐 그 소리를 잠재운 다음,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젯밤에 한 일은?”

“잠을 잤습니다.”

“오호. 그냥? 쭈욱 잤다?”

“넵! 어제 줄을 타고 내려가는 장면을 찍어서 너무 피곤해서 잤습니다.”

“줄을 탔다고?”

“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타긴 했는데, 제가 열 시간 넘게 탔습니다.”

“그거 디게 힘들다고 하던데, 뻗을 만 했군.”

“옙! 정말 힘들었습니다.”

우렁찬 대답에 아저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크흠... 대답 살살이라고 했습니다.”

“네...”

“그래서 피해자분과 관계는 민주님처럼 뽑아주신 분?”

“아닙니다. 저는 제 매니저가 저를 뽑았습니다. 저분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럼 돌아가 주세요.”

“넵.”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각진 자세로 돌아갔고,

“으... 해병대 물이 제일 오래간다던데... 고생 좀 하겠어.”

중얼거린 아저씨는 식탁 위에 있는 카메라와 열쇠 꾸러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미리 말한 대로, 여러분들의 방과 짐들을 열어보고 찍을 겁니다. 내려오면 여러분들이 보는 앞에서 검사도 받을 테니까, 도난, 또는 찍으면 안 될 사진에 대한 촬영 건은 걱정하지 마시고, 여기서 대기해 주세요.”

“네.”

“넵!”

몇 사람들의 얼굴이 흐려졌지만, 모두 대답했고, 아저씨는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날 보지?

“왜요?”

“같이 가야지.”

“저 고등학생이거든요.”

“그럼 나 혼자서 다 돌아다니라고?”

“경찰은 아저씨 혼잡니다.”

“야! 표창장만 네 번 받고, 경찰 될 거라며!”

“고민 중이고요. 저는 다시 말하겠지만, 미성년자입니다.”

아저씨 미안...


1 1 1 1 1 1


회색 숫자만 여섯 명이 있는 이곳에 있어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감 좋은 녀석이 이럴 때 빠지면...”

궁시렁거리면서 아저씨가 올라갔고, 나는 그들 중 가장 불안한 얼굴로 변한 이 층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세요?”

내 질문에 백 아저씨가 자신을 가슴으로 가리켰다.

“우리?”

“네.”

“그냥 사람도 죽었고 이렇게 있는 것도 살짝 불안하기도 해서...”

“그런데 지금 직업은 뭐에요?”

“지금 직업? 그건 왜?”

“전직 경찰이셨잖아요. 그건 전직이고 현직을 말씀 안 하셔서요? 혹시 보디가드?”

“그건 아니고 음... 그냥 심부름센터 운영하고 있어.”

심부름센터?

그것보다는 차라리...

“흥신소?”

내 말에 두 아저씨가 움찔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흥신소라니! 흥신소가 아니라 심부름센터라고.”

“맞아. 우리는 흥신소 새끼들처럼 개인 신상이나 터는 짓은 안 해요.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심부름 해달라는 거 돈 받고 할 뿐이야.”

그게 그거 아닌가?

그리고 전직 경찰들이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그게 뭐가 있지?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을 입 밖으로 그대로 내뱉었다.

“저번 주에 개목을 그어버리신 분들이구나.”

내 말에 듣자마자, 얼굴을 일그러뜨린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작가의말

널 사랑한다.

나도.


는 아니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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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ㄴ* +3 19.04.22 1,100 29 12쪽
» *ㄴ* 19.04.21 1,104 26 13쪽
32 *ㄴ* +4 19.04.20 1,260 32 14쪽
31 *ㄱ* +2 19.04.19 1,238 30 11쪽
30 *ㄱ* +2 19.04.18 1,211 24 14쪽
29 *ㄱ* +1 19.04.17 1,214 24 14쪽
28 *11* 19.04.16 1,204 26 14쪽
27 *11* +2 19.04.15 1,172 26 17쪽
26 *11* 19.04.14 1,205 27 17쪽
25 *11* 19.04.13 1,208 25 18쪽
24 *11* 19.04.13 1,217 24 11쪽
23 *10* +2 19.04.12 1,283 25 11쪽
22 *9* +2 19.04.12 1,336 26 14쪽
21 *9* +4 19.04.11 1,414 25 14쪽
20 *9* +5 19.04.10 1,462 28 10쪽
19 *8* +2 19.04.10 1,463 27 13쪽
18 *8* +3 19.04.09 1,559 32 12쪽
17 *8* 19.04.08 1,559 26 10쪽
16 *7* +3 19.04.07 1,642 40 13쪽
15 *7* +4 19.04.07 1,711 35 16쪽
14 *6* +1 19.04.06 1,691 39 15쪽
13 *6* 19.04.06 1,764 36 15쪽
12 *6* 19.04.05 1,841 40 16쪽
11 *5* +6 19.04.04 1,895 35 14쪽
10 *5* +3 19.04.03 1,942 35 11쪽
9 *5* +4 19.04.03 2,213 31 16쪽
8 *4* +7 19.04.02 2,483 41 12쪽
7 *4* +2 19.04.02 3,042 39 13쪽
6 *3* +6 19.04.01 3,838 48 10쪽
5 *2* +13 19.04.01 4,284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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