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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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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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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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파일7# 좋아진 세상(2)

DUMMY

115.

**

**


피해자 어머니 진술이 끝나고, 그녀가 나간 다음, 취조실 내로 적막이 감돌았다.

서로에게 사나운 눈빛을 쏘는 두 여인을 보고 이명환은 어색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스마트폰 액정이 켜지는 걸 발견한다.


-박귀신-

-진술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이명환은 흘깃 두 사람을 바라보고는 엄지를 움직인다.

-나. 무서워.-

-또 두 사람이 싸우기라도 하는 거야?-

-싸우기라도 했으면 다행이게, 둘이 말없이 노려보기만 하고 있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겠네.-

-그렇지.-

-그러면 말이지...-

이어진 문자 내용 본 이명환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말없이 김선애에게 내밀었다.

“뭐예요.”

“일단 보기나 해.”

이명환의 스마트폰을 받아든 그녀의 눈도 동그랗게 변했다가 원상태로 돌아온다.

김선애는 자기 앞에 있는 김꽃잎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은기씨를 아시나요?”

그녀의 질문을 들은 김꽃잎이 눈썹을 살짝 찡그린다.

“기억하시나 보네요.”

“갑자기 그자가 여기서 나오는 이유가 뭐죠?”

“사실, 강력 사건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척, 혹은 주변에 사는 사람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요. 그건, 형사부에 계신 김꽃잎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그래서 여기서 그자 이름이 나오는 이유가 뭐냐고요.”

“죄송하지만, 취조실 내에서는 수사관의 질문에 답해주셔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그건 범죄자 혹은 용의자가 그러는 거지, 피해자 가족인 제가... 설마. 지금 제가 용의자라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에 비릿한 미소를 띤 김선애가 이명환의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한다.

“이름 이은기, 나이 서른여덟. 현재 강원도 인제에 있는 팬션을 관리 중. 과거 피해자 김잎새의 남자친구이자, 강력한 용의자 중 하나였으나, 실종 당시, 이미 헤어진 상태였고, 외국에 아버지를 따라 잠시 나간 것이 확인되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죠. 이자가 그때 당시 피해자와 제일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이 바로 김꽃잎 님이라는 진술을 했어요.”

“훗. 어이가 없어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김선애를 바라보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오른손으로 가져다 대고서 말했다.

“저는요. 그때 당시 나이가 열다섯이었어요. 사건 현장을 꾸밀 힘도 지식도 없을 때였다고요.”

“그때 수사 보고서에서요. 그것 때문에 알리바이가 없음에도 용의 선상에서 벗어났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까지 같이 와서 말이죠.”

김선애는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몇 차례 건드린 다음, 그것을 김꽃잎에게 밀었다.

화면에는 앳된 얼굴의 교복 입은 여자아이와, 두 팔에 문신을 한 근육질의 잘생긴 남자가 찍은 사진이 있었다.

“이은기님과 친구이자, 현재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주찬이라는 남자가 당신과 교제 중이었는데... 이은기님이 피해자와 헤어진 이유가 바로 김주찬과 같이 있는 장면을 목격해서였다고 하네요. 그때 당시 경찰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한 건, 경찰도 질문하지도 않았지만, 당신이 찾아와서 그걸 말하면 당신들도 경찰에 끌려 들어간다고 협박해서였다고 하네요. 사실인가요?”

김선애의 질문에, 김꽃잎은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 답하지 못했다.

“기세 당당하시던 분이 왜 답을 못하실까...”

톡.

톡.

톡.

김선애가 검지를 두드리는 모습을 본 이명환이 얼굴을 굳힌 가운데, 김꽃잎이 아닌 김선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계속 말씀이 없으시면,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거 때문이에요.”

“뭐 때문이요?”

“지금 당신처럼 쓸데없이 의심할까 봐 그랬다고요. 범인이 아닌 나한테 시간 낭비하면 안 되니까! 나는 절대 아니니까!”

화를 낸 김꽃잎과 다르게 김선애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회수했고, 이명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 얘기는 범죄자도 하는 말이라서요. 아. 이것도 아시겠구나. 형. 사. 부. 니까.”

그녀의 말에 김꽃잎이 얼굴을 굳혔지만, 고함 대신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저와 그자는 절대로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때 같이 있었어요. 그녀 가출하고 난 그날...”

눈을 질끈 감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자랑 같이 밤새웠어요.”

“어디서 밤을 새우셨죠?”

“그건...”

“지금 확인하지 못 하는 곳은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건 아시죠?”

“가능해요.”

“가능하다고요? 이십 년이 거의 다 된 건 아시죠?”

그녀의 질문에 김꽃잎은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깨물더니 억누른 음성으로 말했다.

“그 개자식이... 그날 찍은 알몸 사진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도 협박 중이고요.”

그녀의 말에 김선애는 물론이고 이명환의 눈도 동그래진 가운데, 김꽃잎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있는 폰을 꺼내 들었다.

“그건... 제 폰에 있어요.”

떨리는 손으로 폰을 조작해 넘겼고,

“이건 저만 볼게요.”

김선애의 말에 이명환이 황급히 고개를 돌린 가운데, 김선애는 안에서 알몸 사진과 함께 협박하는 내용이 담긴 대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꼼꼼히 위까지 올려 대화를 본 김선애는 작은 한숨과 함께 폰을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일단, 다른 용의자들 수사까지 마치고 나서, 공개해야만 하는 상황일 때 주셔야 하니까요. 그전까지는 해외에 나가지 마시고-”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꼭 잡아주세요. 그래야... 이 새끼를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녀의 말을 끝으로 첫 번째 용의자와의 대화가 끝이 난다.


**

**


저녁 여섯 시쯤에, 서로 돌아온 박수호는 김선애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며 말했다.

“김경장이 속 말을 잘 끌어냈네.”

“아닙니다. 박수호 경사님이 보내주신 문자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여자로서 밝히기 힘든 내용을 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거야. 그것도 검사를 상대로.”

“저기 이 내용은-”

“나도 알고 있답니다. 여기 적힌 대로 최후에나 쓰도록 하고...”

말하면서 보고서를 덮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가 이명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선애, 명환에게 뭐라고 했어?”

“아니요.”

“그런데, 왜 저렇게 시무룩해 있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나중에 알아 와서 보고하세요~”

“네? 제가 왜-”

“팀원들끼리 소통도 중요하잖아. 부탁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기지개를 켜면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언제쯤 온다고 했지?”

“우선 건물주인은 이제 곧 오실 거고, 나머지 두 명은 일곱 시 넘어서나 온다고 했어요.”

“생각보다 다들 협조적인데? 웬만하면 다들 미루려고 하지 않나?”

“현직 검사가 피해자 가족으로 있는 데다가, 서장이 사건을 밀고 있고, 저희도 직접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잖아요. 안 오고 못 배기는 거죠.”

“하긴, 거부하기엔 상대 지위가 만만치 않고, 회사에 형사들이 찾아와서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골치 아프니, 나올 수밖에는 없겠네. 그리고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고, 저기 오셨다.”

멀리서 육십 대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팔자걸음으로 박수호에게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말에 김선애는 물론이고, 멀리 있던 이명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네가 할래?”

박수호의 말에 김선애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예!”

“이명환 검사님이랑 같이 들어가라고.”

“예. 검사님~! 가요.”

“으응...”

힘없이 대답하고 앞장선 김선애를 따라 남성에게 걸어갔고, 세 사람이 취조실에 들어가는 걸 확인한 박수호에게 이신후가 다가왔다.

“보고서 보니까. 약간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는 건 알지?”

“아무래도 여자로서 꺼내기 힘든 사실을 말했다는 사실에 살짝 맘이 누그러진 거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그래서 아저씨에게 많이 혼났잖아요. 동갑인 저보다는 아저씨가 말 좀 잘해 주세요.”

“알았다. 그래서 취조하는 건 안 볼 거야?”

“국과수에 가볼 일이 있어서요.”

“국과수에? 왜?”

“거기에 제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이 사건이랑 관련된 거야? 아니면 네가 신경 쓴다는 그 사건이랑 관련된 거야?”

이신후의 질문에 박수호는 굳은 얼굴로 답했다.

“둘 다요.”


**

용의자2.

박형욱(현재54-당시40) 166cm 67kg.(2004)

피해자 반의 담당교사로 가출 당일 밤. 거리를 황급히 뛰어가는 장면을 같은 반 친구 장희빈(당시16)이 본 적이 있다.

**


박형욱은 그 당시와 다르게 많이 말라 있었다. 안경을 매만지며 그가 입을 연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그때 당시 제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차도 없어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진술서에는 택시를 잡으러-”

“그때는 한밤중이었고, 택시를 잡으려면 큰길로 나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 쪽이 큰길이었고, 그때 당시에 생각나는 곳이 그곳밖에 없어서 그리고 뛰어간 겁니다.”

“가출 전날에 피해자와 심하게 싸운 건-”

“아니, 그럼 선생이 담배 피우다 걸린 학생이랑 싸우는 게 정상이지, 가만히 웃으며 대화하는 게 정상입니까? 학교 기록부에 적혀 있어서, 저번 형사님들 세 분이 확인한 사항입니다.”

말을 마치고 다시 안경을 매만지는 그에게 김선애는 굳은 얼굴로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에는 화목하게 웃으며 각자 팔로 상대를 두른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본 박형욱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이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피해자 남친에게서 받은 겁니다. 그녀가 예전에 자신에게 인화 좀 해달라고 부탁한 걸 기억나서 뽑았는데, 그곳에 두 사람이 자세를 보니 수상하다고 저희에게 보내온 거죠. 사진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이건... 예체고로 들어간 걸 확정한 다음 찍은 겁니다. 그땐 정말 기뻤었는데... 제가 예체고를 들어갈 수 있게 교장 선생님을 추천까지 받아냈고, 그 정도로 음악에 소질이 있던 아이였습니다. 노래도 잘 불렀지만, 그때 당시 작곡 능력도 뛰어난 아이였죠. 지금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네요.”

사진을 회수한 김선애는 잠시 안경을 내려놓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그 이후에 담배를 피운 게 걸려서 싸우신 거고요.”

“예. 제가 보낸 학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엄격한 곳이고, 그녀 후배들도 나중에 재능이 있다면 들어갈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엄하게 야단쳤지만... 반항이 심했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성희롱 관련한 내용은-”

그가 김선애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게 누구 때문인 줄 아십니까?! 바로 당신들 때문입니다! 제대로 범인을 붙잡지 못하고, 남의 일터로 찾아와서 압박하는데,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닙니까! 그런 소문을 한 여학생이 듣고 돈을 뜯어낼 요량으로 제게 접근해 뜻대로 안 되니까, 신고한 겁니다. 위원회와 경찰에서도 제가 무죄라고 확답까지 들었으니, 확인해 보세요! 이딴 진술로 사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고함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김선애는 다시 보고서를 들추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전화를 받고 나서 정확히 세 시간이 넘게 지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동네를 뛰어다닌 이유는 단순히 길을 헤매어서라는 애매한 대답만 늘어놓으셨네요.”

“제가 길치라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경찰서는 제시간에 오셨잖아요.”

“요즘은 그때와 다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가능하고, 내비게이션도 있어서 주소만 부르면 알려줍니다. 그때도 있었으면, 의심받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답답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야밤에 택시 생각보다 안 잡히더라고요. 잡으려고 손짓해도 다들 퇴근하는지 무시하고 지나가서 삼십 분 정도 낭비했고, 간신히 잡은 택시는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헤매다 보니까, 다시 한 시간은 넘게 헤매서 늦게 간 겁니다. 제발 의심 좀 그만하고, 범인 좀 잡아 주세요. 그래야 제자 무덤 좀 떳떳하게 들를 수 있지 않습니까.”


**

용의자3

김선거(현재57-당시39) 174cm 74kg.(2004)

건설업체에 오 년 넘게 다니다가 다리를 다친 이후로 아버지 건물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자주 갔던 피시방 사장이다.

**


김선거는 그때와 비슷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김선애에게서 받은 물 컵에 물을 마시고는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김잎새야 단골이니 당연히 잘 압죠.”

“피해자 남자친구 말로는 자주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럼 단골이 부르는데 사장이 안 가고 배깁니까. 자꾸 컴퓨터가 에러가 난다고 클레임을 걸었고, 해킹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아이라서 지정석까지 만들어 줄 정도였습니다. 그런 제가 왜 그녀를 죽입니까.”

“같은 반 친구들의 증언으로는 스킨십까지 했다고 하던데요.”

“그거야. 다른 남자들에게도 자주 엉겨 붙던 아이였어요. 제게도 들러붙으면서 피시방비 면제도 부탁하던 아이였는데, 거기 제 다른 단골들 진술은 없습니까? 몇 사람 가서 진술한 거로 아는데.”

슬쩍 보고서를 보려고 하는 그의 행동에 김선애는 보고서를 거칠게 덮고는 그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성년자, 그것도 자기 딸이나 다름없는 나이 차의 아이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게 정상이에요?!”

“아니, 스물 넘게 차이 나는 연예인들도 서로 사랑한다고 불륜까지 저지르면서도 잘도 돌아다니는 시대입니다. 형사님 보기보다 세상 물정에 매우 어두우시네요.”

“지금과 그때는 많이-”

“친하거나 사랑하면 서로 좀 부둥켜안을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렇게 아니꼽게 보는 겁니까. 딸이랑 아버지가 서로 안고 뽀뽀까지 하는 시대에요. 그때가 이상한 거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검사님? 만약 그때가 이상하지 않으면, 불륜으로 계속 형사처벌 해야 하는데, 헌법재판소? 거기에서 위헌 결정 나서 이제는 법적 처벌은 안 된다면서요.”

그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굳은 얼굴의 이명환이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민사 소송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에이. 민사야 위자료 문제로 다투는 거고, 형사처벌 받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상관없잖아요.”

김선거의 말에 이명환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형사 처벌 안 된다고 도덕적인 행동은 아니고, 그걸 인정해서 민사에서 불륜한 사람이 위자료를 지급하다는 판결이 대다수입니다. 다시 말해 형사처벌 안 된다고 잘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 당신 말을 부인에게 말하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그의 말에 헛기침한 김선거가 검지로 자신의 콧등을 한차례 매만지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튼, 친한 사람들끼리 사랑을 나누고 스킨십도 하는 건 죄가 아니라는 게 요즘 시대 사람들의 생각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괜한 사람 억지로 물고 늘어지지 마시고, 그만 좀 합시다. 그동안 꾹 참고 이렇게 꼬박꼬박 조사에 나오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죄가 없다고 느낌이 오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두 사람은 반응하지 않았고, 김선애는 무표정한 얼굴로 보고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단골 중에 당신이 두 시간을 비웠다는 진술도 있습니다. 두 시간이면 같은 건물에 그녀를 죽이고, 콘크리트로 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나요?”

“에이. 그거 단골들이 착각한 거라니까요. 그리고 저 자정까지는 카운터에 있었고, 그 뒤에 비운 겁니다. 불규칙적으로 들렸다는 진술도 있을 텐데요.”

“죄송하지만, 그런 진술 내용은 없습니다.”

“설마. 내가 분명히 그리 말했다고 들었는데. 어디 한 번 내용 좀 봅시다.”

그가 손을 뻗어 보지만, 그의 손을 이명환에 의해 막혔다.

“죄송하지만, 함부로 서류를 만지면 공무집행방해에 성립됩니다.”

김선거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번 형사는 잘만 보여주더니만, 그런 거 없이 떠보는 거 잘 알고 있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에요. 다음부터는 거부할 테니, 영장 들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럼, 약속한 시각이 됐으니, 가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에게 이명환이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아직 조사가-”

“분명 조사가 아니라 단순 진술로 알고 왔습니다. 저는 약속한 시간인 삼십 분만 하고 가기로 했으니까. 반복 질문에 더는 답하지 않고 가겠습니다. 다음에는 영장 꼭 들고 오세요~”

손까지 흔들면서 그가 나가자, 머리를 거칠게 흐트러뜨린 김선애가 사나운 눈으로 그가 나간 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가 범인이어야 하는데...”

그녀 옆에 있는 이명환이 움찔한 가운데, 그들은 마지막 용의자를 부르게 된다.


작가의말

우오오 연참까지 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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