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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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10.10 18:50
최근연재일 :
2013.10.24 15:13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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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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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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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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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화

DUMMY

따가운 햇살에 눈을 찌푸리던 순정이 몸을 뒤척인다. 한참을 뒤척이던 순정이 문득 느껴지는 허전함에 눈을 번쩍 떴다.


“수연아.”


적막한 방 안.


“수연아.”


불러도 대답 없는 그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갔구나…….”


순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가 누워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몇가닥 떨어져있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보인다.

손을 내밀어 그 자리를 쓸어보았다. 왠지 아직 그녀의 온기가 남은 듯 했다. 열락에 젖은 침대 시트가 슬프다.

어젯밤 순정은 그녀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줄 알았다. 물론 불안감은 갖고 있었다. 역시나 그 불안이 그에게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정리일지도 모르지.’


순정은 애써 그녀가 왔던 일을 이해하려고 해봤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수연이가 그렇게 할 리가 없어. 이별을 고하고 나서 다시 찾아오는 일. 분명 내겐 큰 아픔이 될 것이란 걸 그 아이도 알 거야. 그리고 그녀는 나를 무척 배려하는 사람이었지. 내게 상처줄 일을 굳이 할 사람이 아냐.’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순정은 이별에도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기에 내게 이별을 말했나? 어쩔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녀가 그런 것일까?’


생각을 정리한 순정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안 그러려고 했지만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어.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정말 내게서 마음이 떠난 것인지. 이게 마지막인지.’


순정의 까만 눈에 강한 의지가 서리기 시작했다.


----------


병원에 출근을 한 수연은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직 병원이 열릴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외래환자가 없어서 대기 장소는 텅 비어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녀는 물끄러미 자신의 가방을 바라봤다.


‘이젠 끼어야겠지.’


팔을 내밀어 가방을 집어든 그녀는 가방을 뒤져 넣어두었던 반지를 꺼내들었다. 왼손가락을 내밀어 반지를 낀다. 꼭 맞는 반지가 그녀의 손가락을 강하게 붙잡는다.


“어머 이게 무슨 반지야?”


갑작스런 음성에 놀란 수연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해주가 있었다.


“뭐지? 다이아반지인가?”


호들갑스럽게 수연의 손을 잡아당겨 반지를 살피던 해주가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수연의 옆구리를 찌른다.


“이거 무슨 반지야? 누가 줬어?”


해주의 물음에 수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봐. 이거 최선생님이 준 반지지?”


해주의 물음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언제 준 거야? 어제?”

“응. 저녁 먹으면서.”

“오~. 그럼 어제 최선생님이 너한테 프러포즈 한 거구나?”


수연의 고개가 다시 한 번 끄덕여졌다.


“역시 정수연. 네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


오묘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는 해주에게 수연이 정색하듯 말했다.


“그렇게 말 하지 마.”


굳은 수연의 모습에 살짝 놀란 해주가 미안하단 얼굴로 말한다.


“미안. 다른 뜻은 없었어.”


해주는 사과를 하며 수연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수연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그것은 수연에게 일종의 역린이었다. 사랑이라는 그녀의 순수를 스스로 땅에 내버리고 짓밟은 것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해주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좌절이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알지.”


물론 해주도 수연을 이해했다. 그녀는 사랑 예찬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세상 어려운 줄도 알고, 돈 벌기 힘든 것도 안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삶은 언제나 그대로일 것도 알았다. 남자가 내려주는 동아줄을 잡지 않고서는 하늘나라로 갈 수 없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수연이 부럽기도 했다. 배가 아플 만큼. 그녀와의 친분이 없었다면 무슨 소문이라도 퍼트렸을 정도로.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있던 수연은 이내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해주에게 이렇게 까지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안해. 언니. 내가 너무 예민했나봐.”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


조금 풀린 표정의 해주가 수연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고마워. 언니. 그렇게 말해 줘서.”



----------



끼이익.

급하게 택시가 정거를 하며 타이어 마찰음이 주변을 울렸다. 문이 떨어져라 여닫는 남자. 그는 바로 순정이었다.

계속 고민을 하던 순정은 결국 집을 나섰다. 지난 밤 보여준 그녀의 행동이 그를 이곳으로 오게 한 것이다. 바로 그녀의 집 앞이었다.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자주 데려다 주었기에 위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급히 집으로 뛰어간 순정은 허탈함에 주저앉고 말았다.


‘없어.’


텅 빈 건물. 살짝 열린 창틈 사이로 가구 한 점 없는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없어.’


순정은 무심코 시계를 보았다. 점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순정은 멍청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혹여 그녀가 이사 가지 않았더라도 이 시간에 그녀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순정의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이다.

큰 길로 나온 순정이 다시금 택시를 잡았다.


“병원 앞으로 가주세요.”


순정이 떨리는 손을 가슴에 품고 웅크렸다.


‘이사까지 갔어.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닐 거야.’


웅크리고 있는 순정을 걱정스럽게 보던 택시기사가 말했다.


“어디 아파요?”

“아니에요. 그냥 빨리 가주세요.”


그가 아프다고 생각한 기사가 속도를 낸 덕에 그는 금세 병원에 도착했다.


“여기요.”

“어서 들어가 보세요.”



기사가 내주는 거스름돈을 손에 꼭 쥐고 순정은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부를 뛰는 그를 보고 이상하게 볼 수도 있었지만 병원 안은 그렇지 않았다. 이곳은 누군가는 다급히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저 굳은, 혹은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어디지?’


대형 병원이라 접수처가 여러 곳이었다. 수연이 어느 곳에 근무를 하는지 몰랐기에 그는 그저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직원을 잡고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혹시나 수연을 곤란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없어.’


순정은 허탈감에 몸이 축 쳐졌다. 아무 곳에도 없는 수연이 병원마저 그만 두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정은 몸에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긴장이 풀려서이다. 그래서인지 이제야 목이 탔다.

순정은 손에 쥐고 있던 잔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곤 조용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도 돈을 받을 정신은 있었구나. 이렇게 슬픈 상황에서도 나는 목이 마르구나. 나란 놈 참……. 볼 품 없다.’


티셔츠에 눈물을 문질러 닦으며 순정은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음료수를 뽑기 위해서다.

터덜거리며 걷던 그의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이런 걸…….”

“드리고 싶었어요. 수연씨 닮은 이 장미꽃을요.”

“고마워요.”


순정은 벽에 몸을 숨기고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익숙한 음성은 역시나 수연이었다. 낯선 남자 앞에서 자신에게나 보여줄 법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 그녀는 자신을 꼭 닯은 화려한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자신은 한 번도 사주지 못 했던.


‘꽃다발 가격 보단 집에 들고 갈 것이 걱정 되었지. 내가 남자친구라며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지금도 그렇고.’


순정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파랗게 질린 잎술에서 붉고 진한 피가 흘러나왔다.


“수연씨. 제가 준 반지 끼고 나오셨네요.”

“네…….”


수연의 손가락에 끼어진 반짝이는 반지. 그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남자. 그 남자 앞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여자.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


순정은 힘없이 돌아섰다. 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분명 수연의 입가에 맺힌 미소는 진짜였던 것이다. 사랑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진심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제 자신은 나설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여자. 내가 잊지 못할 여자.’


순정의 눈가엔 입술에 맺힌 피보다 진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마치 다시는 멈추지 않을 것처럼.


작가의말

10화 채우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예전엔 10화 채우면 카테고리가 나왔는데 이제는 그런게 없으니 채워도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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