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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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10.10 18:50
최근연재일 :
2013.10.24 15:1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2,682
추천수 :
260
글자수 :
99,381

작성
13.10.11 02:06
조회
619
추천
11
글자
7쪽

2화

DUMMY

“어제 어땠어? 재밌었어?”

“재미는 무슨. 그냥 밥 한 번 먹은 건데.”

“그래도 그 사람이 뭐라 말 한 게 있을 거 아냐. 그냥 밥만 먹었어?”


해주의 물음에 수연이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해주가 그러면 그렇다는 듯 웃으며 말을 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어제 무슨 고백이라도 한 거야?”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수연을 모습을 보며 해주는 마치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다.


“맞구나! 뭐래? 사귀자고 했어?”


말하고 싶지 않다는 눈치를 자꾸 줌에도 여전히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는 해주를 바라보며 수연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뭐, 비슷해. 그냥 멀어지지만 말래.”

“정말? 그 사람이 그런 말도 해? 오~. 느끼하지만 나름 적절한 멘트네.”


해주가 수연을 향해 바싹 당겨 앉았다.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봐. 6살 차이면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다. 좀 촌스럽게 생기긴 했는데 뭐 얼굴 보고 사람 만나니? 그거 결혼하면 다 소용없다고 하더라. 어차피 얼굴 3년 가면 많이 가는 거라고 하잖아. 소문 들어보니 원래 집도 좀 사는 모양이던데. 너 정말 봉 잡는 거야.”

“봉은 무슨. 그리고 나 어떻게 사는지 언니도 알잖아. 사자 직업 가지는 사람들한테 시집 갈 때 돈이 얼마나 드는지 몰라서 그래? 열쇠 몇 개 어쩌고 하는 거 괜히 나온 말 아니잖아.”

“에이, 그건 예전 말이지. 요즘에는 안 그래. 살살 구슬려서 몸만 간다고 그래.”

“요즘 그렇게 결혼하면 눈치 보여서 구박받아도 아무 말도 못 한다더라.”


수연의 거듭되는 부정에 해주도 살짝 김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치 좀 보면 어떠냐. 삶이 완전히 바뀌는데. 암튼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말아. 이거 기회다. 나처럼 나이 더 먹으면 정말 그런 기회도 안 생겨. 대충 맞춰서 가는 수밖에 없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해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번 일은 정말 큰 기회일 수 있었다. 엄마에겐 휴식을 수정에겐 학비를 줄 수 있는. 자신만 마음먹으면 얻을 수 있는. 더구나 그 사람 제법 됨됨이도 괜찮아 보였으니까.

그 때 수연의 전화기가 울렸다. 순정의 문자였다.


[어제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오늘은 좀 어때? 밖에 벌써 꽃이 다 폈더라. 우리 언제 기분 전환 겸 꽃구경이라도 가자.]


순정의 문자를 읽는 수연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 다른 생각하지 말자.’


벌써 순정과 연인이라는 인연을 맺은 지 4년째다. 적지 않은 시간, 흔히 말하는 권태기를 느꼈어도 벌써 느꼈을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수연은 그를 생각하면 기분 좋고, 설렜다.


‘수정이 학비는 어떻게든 될 거야. 대출이란 것도 있고. 다행히 가난해도 우리 집 빚은 없으니까.’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은 수연은 하얗고 긴 손가락을 놀려 순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오늘 시간 되는데. 저녁때 볼까?]

[응. 좋지.]

[그럼 당산역에서 보자.]

[윤중로로 가는 거지? 오케이! 그 때 보아요! 남은 시간도 근무 잘 하고!]


순정의 답문에 수연은 괜히 기분이 좋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그녀는 다시 한 번 다짐하듯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다.’


----------


“수연아 여기!”


개찰구를 나선 수연을 향해 한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그의 모습을 본 수연이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었다.


“많이 보고 싶었어!”


아이처럼 달려와 수연을 꽉 끌어안는 남자는 순정이었다.


“나도.”


순정의 허리를 꼭 안은 채 수연이 고개를 들어 순정을 바라봤다. 그런 수연의 입에 순정이 입을 쪽하고 맞추었다.

수연은 자신을 안은 순정의 체온이 무척이나 따뜻하다고 느꼈다. 그는 항상 자신을 바라보면 달려와 이렇게 안아주었다. 전혀 끈적이지 않은, 애정이 가득 담긴 그의 이 행동은 1500일 가까이 한 긴 시간동안에도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늘 생각이 났다.

순정의 품에 파고든 수연은 그의 가슴에 귀를 기울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그녀를 편안하고 설레게 했다. 그의 심장소리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래서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배고프지? 밥부터 먹을까? 뭐 먹을래?”

“음. 매콤한 거!”

“매운 거 평소에 안 좋아하더니.”

“오늘은 먹고 싶네.”


사랑이 가득 담긴 새까만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정의 모습을 보며 수연은 고개를 털어냈다. 복잡한 마음, 복잡한 생각을 익숙하지 않은 매운 것으로라도 확 날려버리고 싶었다.


“요 아래 쭈꾸미집 있던데 거기 가자.”

“그래 좋아.”


붉게 양념된 쭈꾸미 볶음은 역시나 수연에게 매운 음식이었다. 혀를 내밀고 땀을 흘리는 수연의 모습을 보며 순정은 웃었다.


“여기 물 마셔.”

“으아, 맵다.”

“대신 막 마시지 마. 오히려 배 아플 수도 있고 매운 기도 잘 안 가셔. 입에 조금씩 물고 있어. 자극이 덜해지니까.”


순정이 휴지를 뽑아 수연의 이마에 송글송글 난 땀을 두드리듯 닦아주었다. 따뜻함을 가득 담은 순정의 하얀 얼굴을 보며 수연도 마주 웃어주었다.

가게를 나선 그들은 윤중로로 가는 한강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강바람이 그들의 몸을 만지고 지나갔다.


“바람 쐬니까 좀 덜 매운 것 같아.”

“매운 것도 잘 못 먹는 사람이 오늘은 어쩐 일로 그렇게 드셨어?”

“가끔 먹고 싶을 때 있어.”


순정이 수연의 손을 잡는다. 깊게 낀 손깍지가 알콩달콩하다.


“요즘 병원일 스트레스가 많나봐.”

“뭐 조금.”


순정은 더 말하지 않고 그저 수연의 손을 더 따뜻하게 쥐기만 했다. 그런 순정의 모습에 수연은 오히려 더 위로를 받았다. 시시콜콜 말을 하는 것 보다 한 번 더 손 잡아주고, 한 번 더 안아주는 그였다.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과 변치 않는 사랑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그는 백 마디 말 보다 더 큰 위로를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점을 수연 본인도 무척이나 잘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산책하는 것 같아.”


수연의 말에 순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 난 이렇게 자기 손 잡고 걸으면 그렇게 좋더라.”

“나도 그래.”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걸었으면 좋겠다.”

“응. 우리 손 놓지 말고 이렇게 계속 같이 걷자.”

“사랑해.”


사랑한다 말하는 순정의 말에 수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더 사랑해.”


작가의말

남성향 로맨스 너무 마이너해서 그런가 쓰면서도 힘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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