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걸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팬픽·패러디

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10.10 18:50
최근연재일 :
2013.10.24 15:1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2,690
추천수 :
260
글자수 :
99,381

작성
13.10.17 17:05
조회
308
추천
9
글자
8쪽

13화

DUMMY

“수영씨 요즘 좋은 일 있어?”

“예?”

“요즘 얼굴이 환해졌네. 퇴근하자마자 어디 가는 일도 많고. 누구 만나는 거야?”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

“수영씨도 이제 시집가야지. 어디 내가 선자리라도 또 알아봐줄까?”

“아니에요. 전 선이랑은 안 맞나 봐요.”

“이상하단 말이야. 이렇게 예쁘고 싹싹한 여성을 왜 남자들이 가만 놔두는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사람들 보는 눈이 없나 봐요.”

“언제든지 말하라고. 내가 또 선자리 알아봐 줄 테니까.”

“그럴게요. 감사해요.”


동사무소를 나서는 수영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변화를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했을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미소를 짓는다거나, 울리지도 않은 핸드폰을 확인한다거나. 던져놓고 신경도 쓰지 않던 그녀의 핸드폰은 어느새 그녀의 손에 꼭 붙들려있었다.


“아이씨. 얘는 또 연락이 없네.”


수영은 낮에 보냈던 카톡을 아직도 확인하지 않은 순정을 생각하면 화가 났다.


‘요즘 이상하단 말이야. 아직 못 떨쳤나? 하긴 그게 그렇게 잊으려고 한다고 잊혀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수영은 그런 순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야속했다. 비록 일방적인 자신의 마음뿐이지만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그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었다.

잠시 인상을 쓰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수영이 이윽고 순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누군지는 당연히 알지.]

“왜 카톡도 확인 안 하냐?”

[아 그랬었나? 미안. 요즘 새 글 쓰느라 바빴어.]

“그래? 잘 됐네. 요즘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더니. 뭐라도 생각이 난 거야?”

[응. 그렇다고 봐야지? 잊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생각나는 계기가 있어서.]

“뭘 잊고 있었는데?”

[설렘. 두근거림. 뭐 그런 거 있잖아.]


설렘. 두근거림. 수영은 아마 그 감정은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잘 알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이 시작될 때 느껴지는 뭐 그런 거?”

[응.]


순정의 말에 수영은 혹시나 그 감정이 자신으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얘가 내 마음을 알아챘나?’


걱정과 설렘이 섞인 마음을 안고 수영이 순정에게 말했다.


“오늘 시간 괜찮아? 저녁 먹을래?”

[그럴까? 뭐 먹을래?]

“고기 먹을까? 갑자기 갈매기 살 먹고 싶네.”

[그럼 근처의 돼지부속집으로 갈래?]

“그러자. 그 앞에서 봐. 같이 출발하면 비슷하게 도착하겠네.”

[알았어. 빨리 갈게.]



----------



“미안. 내가 좀 늦었지?”


부푼 가슴을 안고 순정을 기다리던 수영이 순정의 인사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냐. 내가 늦게 연락한 탓이지.”

“들어가자. 너 배고프겠다.”


자리를 잡고 앉은 순정은 주인에게 모듬을 주문했다.


“여기 오랜만인 거 같은데?”

“그러게.”


출입문 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순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더위도 살짝 꺾이는 것 같지 않아?”

“곧 가을이니까. 절기상으로 입추는 지났잖아.”

“그런가? 올해 유독 더웠던 것 같아.”

“말도 마라. 무슨 에너지 어쩌구 때문에 에어컨도 못 틀게 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넌 날씬한 애가 무슨 더위를 그렇게 타.”

“그래서 마른 거야.”


나온 고기를 굽던 수영이 순정에게 말했다.


“소주도 한 병 시킬까?”

“그러지 뭐.”


소주를 잔에 따른 수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잊었던 기억을 찾았다는 건 뭐야?”

“아, 그거?”


말을 이으려던 순정이 갑작스런 진동음에 말을 끊는다.


“잠시만.”


그리고는 한동안 누군가와 카톡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수영은 속이 상해오는 것을 느꼈다.


‘내 것은 확인도 안 하더니만.’


한참 핸드폰을 만지던 순정이 미안하단 표정으로 수영에게 말한다.


“어디까지 말했더라?”

“잊었던 기억을 찾았다는 거 그게 뭐냐고.”

“음. 뭐라고 말해야하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순정이 손에 든 잔의 소주를 털어넣으며 말했다.


“익숙해진다고 하잖아. 왜 자전거 처음 탈 때 생각나?”

“자전거?”

“응. 넘어지면 어떻게 하지? 저 바퀴가 두 개 밖에 달리지 않은 것이 어떻게 앞으로 굴러가는 것이지? 내가 가다가 멈출 수나 있을까? 넘어지면 많이 아프겠지? 그렇게 생각하잖아.”

“맞아. 나도 겁 많이 먹어서 배우는데 애 좀 먹었지.”

“그러다가 차츰 타는 것이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언제 그런 감정을 느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자전거를 타게 되잖아.”


순정의 말에 수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도 비슷한 거 같아. 내가 저 사람과 만날 수 있을까? 저 사람과 사귀게 되면 데이트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저 사람과 어울릴 수나 있는 사람인가? 그런 두려움과 설렘을 갖고 시작하다 어느 새 그런 감정들은 잊게 되지. 설레던 마음, 두근거리던 마음. 물론 간직하고 있겠지만 처음만 하지 못할 것이고. 어느 새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도 척척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그렇게 되겠지.”

“어떤 이들은 이걸 권태기라 부르고, 나 같은 사람들은 다른 모습의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말하지. 어쨌든 처음 같지만은 않을 거야. 무뎌진다고 할까?”

“뭐야. 그럼 뭐 새로운 사랑 같은 걸 하고 있다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 때가 떠올랐다고. 내가 누군가를 만나서 설레고, 고민했던 것들이. 아, 잠깐.”


말을 하던 순정이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수영은 그게 자꾸 거슬렸다. 자신을 만난 이후로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고 누군가와 자꾸 카톡을 주고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야?”

“응?”


되묻는 순정에게 수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카톡 주고받는 사람 누구냐고.”


무언가 화가 난 듯 굳은 얼굴로 말을 하는 수영의 모습에 순정은 조금 기에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아는 사람.”

“그 사람이 네가 말한 옛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그 사람이야?”


기분이 나빠진 듯한 수영의 태도에 놀란 순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럼 뭐. 사귀는 거야?”

“아니. 내가 아직 누구 사귀고 그럴 때는 아니잖아.”

“왜? 그런 기억을 다시 돌려줬다며.”

“그거랑은 다르지. 그냥 타지 않던 옛 자전거를 창고에서 다시 꺼낸 기분이랄까? 뭐 그런 거야.”


순정은 애써 부정을 하고 있었지만 수영의 눈엔 다르게 보였다. 단순히 추억을 꺼낸 사람의 얼굴에서는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흥분이 순정에게서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그를 생각할 때의 자신과도 같은.

수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보다 쓴 소주를 목으로 넘겼다.


‘누가 생긴 걸까?’


수영은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바보 같이 친구 관계가 틀어질까봐 주저하기만 했던 자신이 야속했다.


‘내가 좀 더 일찍 마음을 고백했다면 저 표정을 날 위해 지어주었을까?’


“표정이 안 좋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냥 빈속에 술을 마셔서 그런가봐.”

“공깃밥도 하나 시킬까?”

“응. 그게 좋겠네.


잠시 수영의 안색을 살피던 순정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손을 들며 외친다.


“여기 공깃밥 하나 주세요.”


그런 순정을 애써 외면하기 위해 수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한편으로는 눈으로 순정을 살핀다.


‘내가 포기하는 것이 맞겠지?’


포기하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수영은 마음이 무거웠다.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수영의 눈에 아직도 카톡을 하는 순정이 들어온다.


‘하. 사랑. 참 힘든 거구나.’


수영은 손에 든 소주잔을 바라봤다. 빈 소주잔에 소주를 채운다.


‘텅 빈 내 마음에 너라는 사람 채웠는데. 참 쓰다. 이 소주처럼.’


소주잔을 비우는 수영의 눈가에 살짝 이슬이 맺힌다. 애써 웃은 수영의 입가에 쓸쓸함이 맺힌다.


작가의말

로맨스는 확실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3.10.17 19:48
    No. 1

    수영의 짝사랑이 끝나나요...?


    오타오타!~
    "누구야?""응?" - 엔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0.17 20:27
    No. 2

    수정했습니다. 쉽게 끝나면 사랑이 아니겠지요. 수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걸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마지막화 +13 13.10.24 535 13 12쪽
23 23화 +4 13.10.24 445 15 10쪽
22 22화 +2 13.10.24 294 10 8쪽
21 21화 +2 13.10.23 1,227 11 11쪽
20 20화 +6 13.10.23 426 11 9쪽
19 19화 +6 13.10.22 613 10 11쪽
18 18화 +4 13.10.21 409 9 14쪽
17 17화 +2 13.10.20 381 8 10쪽
16 16화 +2 13.10.19 734 10 11쪽
15 15화 +4 13.10.18 402 12 8쪽
14 14화 +6 13.10.18 387 9 8쪽
» 13화 +2 13.10.17 309 9 8쪽
12 12화 +6 13.10.17 431 12 8쪽
11 11화 +6 13.10.16 365 14 8쪽
10 10화 +2 13.10.16 468 10 9쪽
9 9화 +4 13.10.15 882 9 10쪽
8 8화 +4 13.10.14 311 12 9쪽
7 7화 +5 13.10.14 547 10 11쪽
6 6화 +2 13.10.13 424 9 8쪽
5 5화 +4 13.10.13 403 10 10쪽
4 4화 +6 13.10.12 336 12 6쪽
3 3화 +1 13.10.11 649 10 9쪽
2 2화 +2 13.10.11 621 11 7쪽
1 1화 +5 13.10.10 1,092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