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
번쩍― 우르르― 꽈꽝! 콰앙!
쏴쏴― 쏴아아―
지독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둠은 섬광(閃光)이 명멸할 때마다 몸서리를 치며 산지사방으로 갈라지고 있었고 대지는 공포에 겨워 신음했다.
온 세상이 떠내려 갈 듯했다.
그날 밤은 그러했다.
그 일이 일어나던 그날 밤은 칠흑과 같이 어두웠고 이 세상이 생긴 이래로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지는 듯했다.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어야 했다.
그 아이의 운명(運命)은 태어나자마자 죽도록 안배되어 있었다. 그 아이를 죽이기 위해서 검은 손이 폭우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이는 영리했다.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던 듯 죽은 채로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던 것이다.
아이는 사산(死産)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의 부모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본 것은 힘차게 고고성을 터뜨리는 귀여운 옥동자였으므로, 그들이 본 아이는 살아 있었다. 그들의 아이는 분명히 사산되었건만 아이는 살아 있었다.
아이는…… 바꿔치기 된 것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한 아이가 그 운명 대신 사라져갔다.
비 오던 밤, 폭우가 쏟아지던 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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