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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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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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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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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DUMMY

“너, 너희들은 뭐냐!”


맥켈란은 삿대질을 하며 막사에 무단으로 침입한 불청객들을 바라봤다.

라이언은 시큰둥한 얼굴로 쥐새끼 같은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후웅!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막사에 가벼운 바람이 들이닥쳤다.


“커억!”


안면을 허용한 맥켈란이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테이블을 부서지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주먹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맥켈란의 피였다.


“페리!”

“하람!”

“괜찮아?!”


하람은 페리의 곁에 다가와 어깨를 붙잡았다.

행색을 살피던 그는 곧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보니 아직 험한 꼴은 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람은 고개를 팩 하니 돌려 쓰러진 맥켈란을 노려봤다.

눈에 불을 켜고 분노를 표출하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태세였다.


“이 개새끼가!”

“크하학!”


하람은 성큼성큼 맥켈란에게 다가가 얼굴을 걷어찼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던 맥켈란이 돼지 같은 울음소리로 비명을 토해냈다.

고작 동그랗게 몸을 말면서 버티는 일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짐승 같은 새끼! 감히 페리의 몸에 손을 대려고 해?!”


하람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눈에는 살기가 번들거렸다.

조금만 더 구출하는 것이 늦었다면 페리가 험한 꼴을 당할 뻔했다.

페리를 도와줄 수 없었던 절망감, 나약한 자신에 대한 무력감, 지금까지 당했던 치욕들.

그는 울분을 모두 되돌려주려는 듯이 서슴지 않고 발길질을 이어 나갔다.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죽어도 싼 상대였다.

보석으로 치장한 맥켈란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때릴 때마다 장식된 작은 보석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라이언은 떨어지는 보석들을 들뜬 마음으로 주워들었다.

나름 줍는 맛이 있었다.

그는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보석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기름칠로 반질거리던 얼굴은 코와 입에서 터진 피로 원래 모습을 잃어갔다.

맥켈란이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


“바, 밖에 경비 없는가!”


그러나 막사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오랜만에 여자를 탐하려던 맥켈란이 기사들에게 보초가 필요 없다고 신신당부한 결과였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인 셈이었다.

덕분에 라이언과 하람은 손쉽게 막사 내부로 침입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보석이 떨어지지 않자 라이언은 흥미를 잃었다.

그는 무자비하게 맥켈란을 패는 하람을 내버려 두고 막사 내부를 훑었다.


“호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물건들이 사방에 널렸다.

그는 가져갈 만한 물품들을 몇 개 챙겼다.

금세 두둑해지는 주머니를 보며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히드라 망할 년.’


아직도 아공간 주머니가 독으로 녹아버린 게 기억난다.

그곳에 담긴 보석과 금화들을 생각하자면 열불이 치솟았다.

그때의 허탈한 기분이란.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어차피 죽을 각오로 덤볐던 거고.’


목숨 값으로 지불했다고 치지.

과거보다는 현재나 미래를 지향하던 라이언은 훌훌 털었다.


“죽어!”

“아, 안돼!”


하람의 발이 향한 부위를 보며 맥켈란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남자의 상징과도 같은 부위였다.

맥켈란이 황급히 다리를 오므렸지만 너무 늦었다.


빠직!


“끄르르륵···!”


계란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맥켈란이 눈을 까 뒤집었다.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왔다.

오줌이라도 쌌는지 하반신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지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몸을 부르르 떨던 그는 기절한 것인지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하람의 발길질이 멈추었다.


“허억, 허억!”


그는 가파 오르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련한 마음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하람은 등을 돌려 라이언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감옥을 빠져나올 수도, 여인을 구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라이언은 심드렁한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읽은 하람이 페리의 손을 붙들고 다급한 소리로 외쳤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맥켈란님! 노예들이 탈출하고 있습···”


막사 안으로 들어오던 기사는 기절한 맥켈란과 낯선 이들을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


그것을 먼저 알아차린 자는 밤늦게 볼일을 보던 용병이었다.

그는 막사로 돌아오는 길에 도망치는 노예와 맞닥뜨렸다.

수년간 눈치로 빌어먹고 살던 용병은 한순간에 사태를 파악했다.


“노예들이 탈출한다!”


한밤중에 소란이 일었다.

어둠 속에서 하나 둘 밝은 빛이 켜졌다.

횃불을 든 용병들이 도망간 노예들을 잡기 위해 때아닌 추격전을 벌였다.

그들을 놓치면 돌아오는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했다.

추적에 능한 용병들이 앞장서서 숲속을 뒤졌다.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 삐쩍 마른 노예들은 금방 잡혔다.

다행스럽게도 도망친 노예들은 수가 적었다.

다른 마차들은 탈옥한 흔적 없이 멀쩡하기만 했다.

기사들은 반쯤 잘린 마차 앞에서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나눴다.


저벅저벅.


기사들은 다가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호루스 상단의 기사들을 이끄는 펠리컨이 물었다.


“탈출한 노예들은?”

“예. 용병들이 전심전력을 다해서 추적 중입니다.”

“쯧쯧. 지금까지 용병 놈들은 뭐 한 거지?”

“아무래도 내일 도착한다고 하니 많이 풀어져 있던 것으로 예상됩니다.”

“쓸모 없는 놈들.”


펠리컨은 용병들을 욕했다.

그는 용병이라는 작자들은 싫어하는 사내였다.

천박하고 시끄럽고, 예의를 모르며 돈이라면 환장하는 놈들.

펠리컨이 딱 싫어하는 유형이었다.


“절대로 한 놈도 놓치지 말라고 전해라. 만약 한 놈이라도 놓치면.”


차가운 시선이 용병들에게 꽂혔다.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고.”


용병들은 전신을 짓누르는 살기에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펠리컨은 그들을 비웃었다.

어중이떠중이들.

이 정도 살기도 못 버티는 모습을 보아하니 수준이 알만 했다.


‘내가 이래서 용병들은 고용하지 말자고 한 건데.’


펠리컨은 애초에 이번 여정을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주인어른께서 노예들을 관리하는 인물들로 용병들을 뽑은 탓이었다.

대규모 상행으로 기사들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마음에 안 들었다.


“맥켈란님은?”

“막사 안에 계십니다. 지금 보고를 하러 한 명 보냈습니다.”

“쯧. 좋은 말은 못 듣겠군.”


펠리컨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맥켈란을 잘 아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노예로 팔려갈 여자와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난리를 치시겠지.

맥켈란은 누군가 자신의 일을 중간에 방해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그렇게 되면 용병들 관리를 소홀히 한 기사들도 면책을 피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그나저나.’


펠리컨은 눈가를 좁히며 잘린 단면을 바라봤다.


‘놈은 달인이다.’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철창은 그 이름 무색하게도 깔끔하게 두 동강 났다.

펠리컨이 아니라면 절대로 못하는 행위의 기예.

그는 기사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급 기사를 따낸 엘리트 출신이었다.


‘검으로 벤 게 아니야.’


잘린 부위가 일직선으로 균형이 이어지지 않았다.

깔끔하기보다는 힘으로 찢어발긴 수준이었다.


‘안쪽에서 베었군.’


바깥에서는 이런 형태를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순식간에 마차 안에 갇혀 있던 노예들도 좁혀졌다.


‘설마 그놈인가?’


펠리컨은 어제 잡혀 들어온 노예를 생각했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


누가 봐도 북부 대륙의 야만인처럼 보이던 남자.

흘러나오는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놈은 목적은 도대체 뭐지?’


남자는 지나칠 정도로 수상하게 순순히 잡혔다.

그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제 와서 도망을 친다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펠리컨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기사들이 시선을 교차했다.

맥켈란의 막사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설마.’


상대는 맥켈란을 노리고 있다.


“주인님이 위험하시다!”


기사들이 바쁘게 막사 쪽으로 움직였다.


**


“맥켈란님!”


기사는 피투성이로 쓰러진 맥켈란에 시선이 쏠렸다.

움직이려면 지금이 최적이었다.

라이언은 재빠르게 몸을 앞으로 튕겼다.

활처럼 튕겨진 몸이 순식간에 기사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놀란 기사가 검을 움직였다.

우에서 좌로 펼쳐지는 검격.

놈은 왼손잡이였다.

찰나의 시간 속에서 궤도를 파악한 라이언은 손도끼를 반대편으로 휘둘렀다.


킹!


작은 불똥이 튀었다.

라이언의 오른쪽 손등이 왼쪽 빰과 마주했다.

팔을 굽힌 상태로 가뿐히 목을 노리는 검을 막아냈다.

놈은 막을 줄 몰랐다는 듯 눈동자를 크게 떴다.

자세를 낮춰 안쪽으로 파고든다.

가속하여 어깨로 복부를 들이박았다.

놈이 기침을 토해내며 신형이 뒤로 쏠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였다.

바닥에 넘어진 놈이 자세를 잡으려고 일어났지만 라이언이 더 빨랐다.

위에 올라타 도끼를 내려찍었다.


콰득!


갈비뼈 부서지는 소리가 손도끼에 진동했다.


“크하학!”


놈은 가슴에 찍힌 도끼를 믿기지 않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에서 피를 뿜었다.

눈동자가 점점 색채를 잃어갔다.

라이언은 죽은 놈에게서 일어났다.

하람이 외쳤다.


“빨리 도망가야 합니다.”

“이미 늦었소.”


라이언은 막사 주위로 몰려드는 인기척을 느꼈다.


“크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날 이렇게 만든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너희들은 편안하게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어느새 깨어난 그가 섬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람은 죽은 기사의 검을 들어 악담을 퍼붓는 맥켈란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따라와!”

“아악! 놔라!”


우악스러운 힘에 맥켈란의 몸이 딸려 나갔다.

막사의 천을 걷어내자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막사를 포위한 기사들이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맥켈란님!”


기사들이 다가오자 하람이 맥켈란의 목에 검을 갖다 댔다.

날이 목에 닿았는지 얕은 혈선이 흘러내렸다.


“다가오면 죽이겠다!”


기사들은 주춤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기사들은 자리를 유지했다.

하람이 초조한 기분으로 눈가를 꿈틀거렸다.


“넌 죽이지 못해.”

“뭐?”


기사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펠리컨이었다.


“호루스 상단은 이름 높은 상단이지. 그분을 죽이면 넌 평생을 범법자로 쫓겨 살아야 할 거야.”

“협박하는 거냐?”

“난 진실을 말해줬을 뿐. 네가 과연 그분을 죽일 수 있을까? 평생을 연인과 함께 쫓기면서 살아야 할 텐데?”


맞는 말이었다.

하람의 얼굴에 망설임이 서렸다.


“크흐흐. 너희들은 독 안에 든 쥐다. 네놈들은 절대 날 죽이지 못해.”


맥켈란이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렸다.

슬그머니 거리를 좁히는 기사들을 보며 하람은 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하람과 페리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누가 누굴 못 죽인다고?”


퍼억!


“커헉!”


하람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그는 깜짝 놀라서 인질로 잡은 맥켈란을 내려봤다.

맥켈란의 머리에 도끼가 꽂힌 상태였다.

한순간에 벌어진 상황에 기사들이 경악했다.


“죽여버렸네?”


라이언은 담담한 목소리로 손목에 튄 피를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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