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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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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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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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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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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0화

DUMMY

손도끼와 맨주먹이 부딪혔다.

폭격 소리가 터져 나간다.


인간은 오니를 이길 수 없다는 전제가 오늘 그 틀을 깨려 한다.

강철로 이루어진 오니의 신체를 인간이 뚫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력으로도 메꿀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격차가 미세하게 존재했다.

오니는 그런 상대였다.


“와하하하!”


이부키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파공음이 울렸다.

주먹이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한 방만 맞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위력.

오니는 몸뚱어리 하나로 먹고 사는 존재였다.

신체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진가인 종족.

그런 주먹을 라이언은 달랑 손도끼 한 자루에 의존해 맞먹고 있었다.


“이것도 버텨봐라!”


이부키가 공세를 퍼부었다.

라이언은 간신히 빗발치는 주먹을 막아내며 빈틈을 살폈다.

스치기만 해도 죽음을 고하는 오니의 간격에서 그는 위태롭게 버텨냈다.

압도적인 전력 차가 명확히 보이는 상태에서도.

라이언은 평생을 살면서 다져온 전투 경험의 의지해 돌파구를 찾았다.

틈이 보이면 본능적으로 손도끼를 휘두른다.


콰직.


손도끼가 이부키의 어깨뼈를 박살냈다.

피가 튀며 살가죽이 찢겨 나갔다.

단단한 오니의 육체가 상처를 입었다.

이부키의 몸에는 그 말고도 여러 상처들이 가득했다.

모두 라이언에게 입은 상처였다.

상처들은 곧바로 재생되어 회복해가지만 누적된 피해는 점점 쌓여갔다.


“대단하구나!”


오니 이부키는 그리 생각했다.


도대체 이건 뭘까-

인간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기?

너는 정말로 인간인가?

오니의 수명에 십 분의 일도 살지 못하는 종족이 이게 가능하다고?


“너, 정말 뭐냐.”


이부키는 통증을 무시하고 자세를 잡았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받는 게 있으면 돌려줘야 하는 법.

진심을 다해 휘두른 주먹이 인간의 몸을 강타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라이언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선혈이 흩날렸다.

이미 갑옷은 제 기능을 잃어버렸고, 투구는 처참하게 찌그러져 바닥을 굴렀다.

라이언은 맨몸으로 오니와 대항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뚱어리는 쉽게 산산조각 내고도 남을 힘.

그런데도 그는 살아 있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다시 전투태세를 취한다.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은 더 본 광경이었다.

라이언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다.


라이언이 일어서자 관중들이 열기를 띤다.

환호성은 없었다.

모두가 주먹을 꽉 지고 가슴을 졸인 체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너, 정말 뭐냐고.”


이부키가 물었지만 상대는 거친 호흡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라이언은 만신창이였다.

피투성이 가득한 몸.

팔 아래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그건 이부키도 만만치 않았지만, 오니의 몸이라 라이언보다는 덜 했다.


그는 살짝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모습으로 걸음걸이를 걸어간다.

다시 오니 앞에 선다.


“뭐긴. 인간이지.”


이부키는 의심했다.

인간 따위가 자신이 전력으로 휘두른 주먹을 버틸 수 있는가.

인간이 저 만한 마력을 품을 수 있는가.

그는 오니와 닮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무모함!

강자를 앞에 두고도 위축된 모습 없는 이 용맹함!


“오니로 태어났어야 할 운명이 인간으로 잘 못 태어났구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양새지만.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만 모양새지만.

불가능한 적을 맞닥뜨린 오니처럼 결사의 자세로 전투에 임하고 있다.

팔 한 짝이라도 가져가겠다는 기개와 같이.


“전장 속에서 먼저 간 바이킹 형제들이여! 전사의 무덤에서 나의 투쟁을 지켜보시오!”


라이언을 이를 악물고 웃었다.

자신은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결투장을 중심으로 마력의 소용돌이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 중심으로 마력이 흘러넘쳤다.

마력의 대가인 요정들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서 필사의 각오가 느껴졌다.

마치 라이언의 영혼을 장작 삼아 점점 크기를 불려 나갔다.

파란 불길이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치솟고 있었다.

굉장히 아름다웠지만 마력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려면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마력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자에게 매료되는 법이다.



“내 이름은 라이언! 바이킹 족의 위대한 전사! 당신의 목을 칠 자요!”

“···하하핫! 그 기개 참 마음에 드는군! 내 이름은 이부키! 너의 머리를 받아 가겠다!”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라이언과 이부키가 격돌했다.


손도끼가 바람을 찢고 머리를 찍는다.

들어 올려진 팔이 머리를 대신했다.

바위를 가볍게 부수는 주먹이 반격을 가한다.

손도끼가 이를 대신한다. 피해는 없다. 손이 저릿할 뿐.

반격을 가하면 반격이 날라온다.

반격이 불가능하다면 흘린다.

흘릴 수 없는 공격은 막는다.

몰아붙이고 반격하고 흘리고 막는다.

그럼에도 상처는 점점 쌓여만 간다.

손도끼가 살을 찢고.

주먹이 뼈를 박살냈다.


“아직도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활활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며 이부키는 그렇게 추측했다.

마력이 대지를 요동쳤다.

실로 장엄하게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돌풍이 불어 먼지가 솟구치고.

곧바로 풍압에 휩쓸려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공기가 요동치듯 떨려왔고.

지면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상대로 전력을 다해 싸우는 오니.

그런 오니를 상대로 버티는 인간.


“저게 인간이라고?”


방관하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모든 사람들의 심경을 대변해 의문을 제시했다.

그건 마치 인간과 오니의 싸움이 아니라.

오니와 오니의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넋이 빠져 있었다.

인간이 저렇게까지 오니를 몰아붙일 수 있는 종족이란 말인가.


“바이킹에게 영광을!”


손도끼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오니의 저력을 보여주마!”


주먹이 가슴을 찔렀다.

둔탁한 소리가 나며 뼈가 부러졌다.

두개골까지 흔들거리는 충격이었다.

라이언이 입 밖으로 짧은 기침과 피를 쏟아냈다.

이는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카흑. 즐겁구나!”


라이언은 이부키의 웃음소리에 꺼져가는 의식을 붙잡았다.

뼈가 삐걱거리고 전신이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지금은 누울 때가 아니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직 더 할 수 있다.

견뎌 낼 수 있다.

조금 더 버텨라. 버티고 또 버텨서.

만족할 만한 죽음을 이루리라.


바닥에 번진 핏자국이 진해졌다.

누구의 피인지 모를 상황이었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공방은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재생 능력에 한계가 찾아왔는지 이부키의 몸에도 상처들이 쌓였다.

그럴수록 라이언의 마력도 점점 약해졌다.

고통과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폭풍우처럼 몰아붙이던 공방도 현저히 느려졌다.

거친 숨소리가 바람을 가르던 공세를 대신한다.

멀리서 보면 어린아이들끼리 투닥거리는 모양새와 비슷했다.

하지만 아무도 비웃을 수 없었다.

가슴에 무언가 북받치게 만드는 처절하고 경건한 혈투였기 때문이었다.


힘이 실린 것 같지 않은 주먹에 라이언이 휘청거렸고.

느리게 휘둘러진 손도끼가 튼튼한 오니의 육체를 부셔냈다.

이제는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정신력이 한계에 도달함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걸 계기로 더욱 제 몸을 채찍질한다.


한 치의 긴장도 늦출 수 없는 공격과 방어의 연쇄선은 이부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끝이 났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라이언이 아니었다.

잽싸게 발을 굴려 어깨로 이부키를 밀쳐냈다.

균형을 잃어 뒤로 쓰러지는 그녀의 앞으로 몸을 올라탔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거리.

코앞에서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였다.

도망가지 못하게 한 손으로 어깨를 부여잡고,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다른 손을 높이 들어 올린다.

손도끼에 혼신의 힘이 서렸다.

태양빛에 반사되어 도끼날이 반짝거리자 이부키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라이언의 의도를 파악했다.

단숨에 머리를 쪼개려는 심산.


“뻔히 보이는구나!”


이부키가 순순히 목을 내줄 리 만무했다.

그 상태에서 반격을 시도하기 위해 주먹을 뒤로 내뻗었다.

내려치는 손도끼보다 일직선으로 뻗어져 나오는 주먹이 더 빨랐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


“결판을 내주지!”


이부키도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라이언은 다시 시간이 느려지는 걸 경험했다.

한번 경험해보니 두 번째는 당황스럽지 않았다.

주마등이 스쳐지나 가듯,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주먹은 점점 가까워졌다.


그는 온몸을 비틀어 한 끗 차이로 주먹을 피해냈다.

뺨을 스친 곳이 화끈거렸다.

옆으로 빗겨난 라이언이 어깨를 잡은 팔을 끌어내 그녀의 목을 감쌌다.

이부키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라이언은 졸지에 그녀의 쿠션이 되어 땅에 처박혔다.

계획대로였다.

그녀가 황급히 벗어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지만 손도끼가 더 빨랐다.


퓨수슥-


손도끼가 목을 그었다.

분수처럼 쏟아 내리는 피는 뜨거웠다.

라이언은 그녀의 몸뚱어리를 옆으로 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풀렸는지 말을 듣지 않았지만 안간힘을 쓰니 가까스로 일어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 오니를 이긴 거야?”

“자이언트 킬러가 이겼다고!”

“최고의 경기다!”


그제서야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연신 라이언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결투에 만족했다.


“이거 져버렸군. 쿨럭.”


이부키는 동맥을 잘리고도 아직 살아있었다.

그러나 콸콸 쏟아지는 피의 양을 보면 곧 죽을 것처럼 보였다.


“인간을 상대로 전력을 다할 줄이야. 다른 오니들에게 네놈을 소개해 주고 싶을 뿐이야.”


그녀는 말할 때마다 입 밖으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의 완패다.

“그런가.”

“겉치레는 필요 없어. 죽여라. 마무리를 부탁하지. 저 인간들도 그걸 바라는 것 같은데.”


이부키가 쓴웃음을 지었다.


“오니의 목을 쳐라!”

“오니를 죽여!”

“죽여라! 죽여라!”


관중들은 하나같이 오니의 죽음을 바랐다.

얼마나 강하든지, 얼마나 대단하던지 패배자는 필요 없다.

그들은 오로지 승자만 기억할 뿐이었다.

콜로세움이란 원래 이런 곳이었다.


“너 같은 인간하고 싸워봐서 후회는 없다. 오히려 후련할 정도야. 인간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는데 다른 오니들에게 알려줄 수 없어서 아쉽구만.”


패자의 좌절감이나 비굴함은 보이지 않았다.

되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널 얕봐서 미안했다. 내 목을 취해라. 오니의 몸은 마법 약재료로 비싸게 쓰인다더군. 너에게 내 몸을 바칠 수 있으면 더할 영광이 없을 거다.”

“당신은 훌륭한 상대였소.”

“그거 참 듣기 좋군.”


이부키가 상쾌하게 말했다.

승부에 한 치의 미련도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오니를 보면 바이킹 족 형제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무모함을 좋아했고 승부를 깔끔히 받아들이니까.


“당신 같은 전사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노릇. 그러니 시체는 양지바른 곳에 묻어 두겠소.”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이부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담담히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기 위해서.

라이언은 그 뜻을 받아들였다.

손도끼로 마무리를 지으려던 순간.


“하찮고 쓸모 없는 인간들이 많이들 모여 있네?”


하늘에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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