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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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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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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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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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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화

DUMMY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오늘은 하늘에 별빛조차 보이지 않아 새까맣게 어두웠다.

달빛은 구름 뒤에 숨어 세상에 암흑을 선사한다.


밤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다.

밤에는 모든 몬스터가 흉포하게 변한다.

먼저 선제공격을 취하지 않던 얌전한 몬스터도 마찬가지.


놈들은 어둠의 마력에 취해 잔혹성을 숨기지 못했다.

신체 능력도 상승해서 낮보다 상대하기 까다롭다.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밤에 활동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라이언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야영지를 찾기 시작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속을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였다.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았다면 그대로 강행돌파했겠지만.

갈 길이 멀었다.

소모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묵도록 하지.”


그는 숲을 돌아다니며 마른 장작들을 모았다.


“도와줄까?”


비비앙이 손가락에 작은 불꽃을 피워 올랐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륵-


그녀가 손가락을 부딪치자 장작이 타올랐다.

불은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 몸집을 불려 나갔다.

쌀쌀했던 공기가 금방 따뜻하게 데워졌다.


라이언은 타오르는 모닥불에 몸을 맡겼다.

그가 불을 짚이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마녀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요술이란 건 편리하군.”

“마법이라니까.”

“요술이나, 마법이나.”


부르는 거야 라이언의 마음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요술이라는 말이 입에 더 착 달라붙었다.


“하아, 마음대로 해.”


비비앙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항복을 선언했다.

요술이 아니라 마법이라고 수십 번은 더 말한 것 같지만.

라이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밤공기가 가라앉아 찬바람이 몰아쳤다.

서늘한 밤바람이 모닥불의 열기를 일렁거렸다.

그녀는 양팔을 들어 올려 어깨를 감쌌다.


“어제보다 더 싸늘하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겠지.”


그들은 남부 대륙에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따뜻했던 남부 대륙과 달리 북부 대륙은 혹독한 추위를 자랑한다.

점점 싸늘해지는 기온을 보면 북부 쪽으로 정확히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또 야숙이야?”


비비앙이 투덜거리면서 잠자리를 살폈다.

숲속으로 들어온 지 사흘째 되는 밤이었다.

그녀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미노스 대삼림.

거대한 숲으로 이루어진 초록 바다의 향연.

숲은 장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북부 대륙을 가려면 꼭 통과해야 되는 장소였다.

다른 곳은 가파른 절벽과 거친 강물로 막혀 있다.


“빗자루로 날아가면 금방인데 말이지.”


공중을 날 수 있는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일행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먼저 가든가.”

“달링을 버리고 내가 어떻게 혼자 갈 수 있겠어?”

“난 네가 없는 여행이 더 편한데.”

“거짓말. 속으로는 좋으면서.“

“먼저 잔다.”

“왜 말을 돌리고 그래. 우리 동료 맞지? 그렇지?”


라이언은 쫑알거리는 그녀를 무시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튀어나온 바위에 걸터앉아 등을 눕혔다.

습격을 받아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게 자세를 잡는다.

흡사 서 있는 자세와 비슷했다.


“그렇게 자면 안 불편해?”

“익숙하다.”


비비앙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라이언은 독특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저렇게 자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사흘 동안 지켜본 광경이었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잠을 자는지 안 자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그때는 너무했어. 허리가 작살나는 줄 알았다고.”

“난 아무런 잘못 없다.”

“그렇다고 패대기치는 사람이 어딨어?”

“적인 줄 알았지.”


한 번은, 진짜로 자는지 궁금했던 비비앙은 확인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살금살금 다가가 손을 뻗어 몸을 건드린 순간, 엎어 치기를 당하고 목에 손도끼가 들어왔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가 얼마나 아프고 놀랐는지 알아? 너무 아파서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고.”

“마녀의 눈물이라. 한번 보고 싶군.”

“달링. 성격 안 좋다는 소리 많이 듣지?”

“처음 듣는군.”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소리는 ‘죽어라!’였다.

그 말을 뱉은 녀석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라이언의 손에 죽었지만.


“진짜 자기는 하는 거야?”

“사람이 어떻게 잠을 안 자고 살 수 있겠나.”

“···달링이라면 가능할 거 같은데.”


지금까지 본 라이언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였다.

무용담만 들어도 도저히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그가 오니는 아닌지 의심이 갔다.


‘잠깐. 상당히 그럴듯하잖아?’


비비앙은 머리속에 시나리오를 그렸다.

뿔 없이 태어나 다른 오니들에게 차별당하는 라이언.

뿔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오니 사회에서 추방당한 그.

뿔이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인간이라고 지칭하는 오니.


‘일 리 있는데?’


비비앙은 비상한 머리에 감탄하며 자아도취에 빠졌다.

그러면서 라이언을 불쌍하게 여겼다.

어쩌다가 오니 사회에서 쫓겨나게 되었을까.

그가 가엾게 느껴졌다.


“후후. 달링 왜 오니인 걸 숨기려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굳이 안 숨겨도 돼. 우린 동료니까. 당신의 상처는 내가 치유해 줄게.”


눈은 감았지만 귀는 열어 두고 있던 라이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마녀가 또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그녀는 동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굉장히 짜증 나고 불쾌한 눈빛이었다.


“이봐. 마녀.”

“비비앙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잖아. 달링.”

“난 오니가 아니라 바이킹 족의 전사다. 인간이라고.”

“왜 자꾸 숨기려 하는 거야? 나한테는 다 털어놔도 된다고? 아하. 그래서 그년에게 자상했던 거구나? 같은 동족이라고.”


비비앙은 콜로세움에서 라이언에게 죽은 오니를 떠올렸다.

그는 정성껏 그년의 시체를 묻어줬다.

옆에서 보면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물론, 그녀가 라이언의 손에 묻히고 싶다는 뜻은 아니고.


“내 시체는 거들떠도 안 보더니 말이야. 하긴, 오니랑 마녀는 원수지간이니까.”


비비앙이 자애 가득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지껄였다.

라이언은 골치가 아픈 사람처럼 길게 한숨을 쉬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넌 오니가 거짓말하는 걸 봤나?”

“···어어?”

“다시 한 번 말하지. 난 인간이다.”


비비앙이 합죽이가 되어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처럼 오니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차, 착각할 수도 있는 거지! 누가 달링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겠어!”

“내 형제들은 다 이런데.”


바이킹 전사들은 어떤 적이 눈앞에 나타나든 거침없이 행동했다.

싸워서 이기거나, 싸워서 죽거나.

바이킹족들에게는 둘 다 행복한 선택지였다.

싸워서 이기면 더 강해졌다는 뜻이고, 싸워서 죽으면 강자의 손에 죽을 수 있으니 미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중 라이언이 유독 도드라지게 나타날 뿐.


“그럼 북쪽에는 형제들을 만나려고 가는 거야?”

“아니. 그곳에 내 형제들은 없다.”


라이언이 확신하듯이 대답하자 비비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오니가 아니라면 북부 대륙의 야만인이 확실하다.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행동들과 거침없는 말투가 설득력을 더했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야만인으로 알아볼 만큼.


“내 형제들은 북부 대륙의 사람이 아니야.”


지금까지 라이언을 북부 대륙의 야만인으로 알고 있던 비비앙이 깜짝 놀랐다.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북부 대륙의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 그보다 더 먼 대륙에서 왔지.”

“잠깐만. 그 말은 혹시 블루홀을 지나쳐 왔다는 거야?”


비비앙이 흥분한 얼굴로 달려들었다.

갑자기 이 년이 왜 이래?

태도가 급변하자 라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블루홀?”

“바다 끝에는 어마어마한 구멍이 뚫려 있지. 그게 바로 블루홀이야. 블루홀 바깥은 거친 파도가 휘몰아쳐서 아무도 다가가지 못해. 다가가는 순간, 종족을 불문하고 물살에 휩쓸려 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시체가 되는 거지.”

“하늘을 날아도?”

“불가능해. 마력의 소용돌이가 하늘까지 뻗쳐 있거든.”


라이언은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을 회상했다.

크라켄과 장렬하게 싸우고 바다로 떨어졌다.

의식은 거기서 끝났다.

그렇다면 나는 블루홀을 지나쳐 온 것인가?


“그런데 블루홀에 빠져 행방불명 됐다가 살아온 돌아온 이가 나타났어. 그 자의 이름이 뭔 지 알아?”


라이언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자 비비앙은 뜸을 들였다.


“오스트리아 맥커먼.”

“뭐?”

“들어본 적 있지? 신화시대를 종말 시킨 칠 영웅. 백색탑의 현자. 마법 황제라고 불리는 자를 말이야.”


바이킹 족의 늙은 제사장.

그 이름을 마녀의 입에서 들을 줄을 몰랐다.

과연 제사장은 블루홀을 넘어 라이언이 살던 세상으로 온 거였나.


“근데 그는 블루홀 너머의 세상에 대해 잠적할 때까지 입을 다물었어. 그래서 그 자 말고는 현재까지 아무도 모르지.”


그렇다면 블루홀 너머에는 자신의 형제들이 있는 것인가?

형제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혹시나 하고 말하는데 블루홀에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당신은 운 좋게 살아남은 거라고.”


비비앙이 신신당부했다.

라이언은 대충 그녀의 말들을 흘려 들었다.


“바이킹족이라니. 내가 평생을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종족이긴 했어.”


그가 블루홀 바깥의 종족이라면 납득이 갔다.

블루홀 너머는 그만큼 미지의 세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달링은 블루홀을 넘어선 온 남자네?”

“아마도.”

“이거 달링이 더 좋아질 것 같은데?”


라이언이 질색하며 얼굴을 구겼다.

마녀의 관심을 절대적으로 사양이었다.

비비앙은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들이댔다.


“블루홀 너머는 어떤 세계야? 응? 가르쳐 주라. 나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는 성격이란 말이야. 응? 응?”


라이언은 비집고 들어오는 마녀의 얼굴을 손으로 밀었다.

한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였다.


“잠깐.”


작은 벌레가 풀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도 잡는 민감한 청각에 뭔가 잡혔다.

발자국 소리.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쫓기는 소리였다.


“여기서 기다려라.”

“어디 가는데?”


비비앙을 뒤로하고 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라이언은 놈들의 뒤를 추격했다.

빠르다고 볼 수 없는 걸음 거리였지만 충분했다.

돌아보니 저 멀리 모닥불의 불빛이 콩알만 하게 보였다.

그의 시력이 아니라면 확인 할 수 없는 거리였다.


“찾았군.”


조금 더 걷자, 발자국 소리의 주인들을 찾아냈다.

자세히 보니 어린 소녀가 고블린들에게 위협당하고 있었다.

한밤중에 소녀가 왜 몬스터에게 쫓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드넓은 숲에 사람이 산다.

어쩌면 주변에 화전민들이 마을을 짓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소녀의 뒤로 돌아갔다.

고블린들은 눈앞의 먹이감에게 정신이 팔려 라이언을 보지 못했다.


-키에엑!


달려드는 고블린.

소녀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를 대신해 움직인 건 라이언의 허리춤에 걸린 손도끼였다.


푸슉-


죽음을 기다리던 소녀가 고블린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사, 사람?”


깜짝 놀란 눈동자가 라이언을 향했다.


“운이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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