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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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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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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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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엽인들 [사명..변화 6]그날

DUMMY

현은 유리벽 너머로 빨간 미등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바토리가 준 지식은 단편적이었다. 특히나 법에 관해서는 큰 줄기만 핥았을 뿐 세부적인 사항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바토리의 무기가 법이라서 무의식 중에 방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쉽긴 해도 다른 걸 얻었으니까.’ 이면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술이라는 놀라운 무기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법사인 바토리가 가진 술에 관한 지식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에는 차고 넘칠 만큼 충분했다. 개중에서 명[命]이라고 불리는 주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천착했다.


‘놀라운 기술이야.’


인간의 사고를 조정하는 건 이전에도 가능했지만, 무저갱을 머금어야 했기에 대상의 이성이 붕괴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절명하는 경우도 많았고. 한데 이 술식은 지속시간이 극히 짧은 반면 대상을 온전한 상태로 조정하는 게 가능했다. 인간을 상대로 이보다 더 좋은 무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거기에다가 재미있기도 하고.’ 특히나 다섯 번째가 명을 응용하는 방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들은 진혈을 피식자의 몸에 투여해 명의 지속시간을 최대한 늘렸다. 인간의 몸 안으로 들어간 진혈이 모든 피를 괴사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기 전까지는, 절대 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진혈이라.’


거기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지만, 투입된 진혈이 당사자의 피를 대가로 끊임없이 주술을 반복 시전 한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역사의 조정자를 자처할 만해.’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소용돌이의 양을 극도로 조정하며 인간에게 사용해 봤는데, 결과는 그를 크게 만족시켰다. 영혼에 명을 새긴 인간 자체가 변화한 것이다.


지난 반년 사이 자신의 손을 거친 62명 중, 술의 생존자는 고작 다섯 이었다. 그중 최초의 대상자인데도 결국에 살아남은 최동민의 변모는 그를 미소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처음이라 당연히 서툴고 거친 손길을 끝끝내 버텨냈기에 명을 통한 하나의 의지를 각인하고 술에 대한 지식을 주며 트레이닝도 시켰다.


‘어느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는 특수부대원이나 감당할 만한 운동량을 소화해냈다. 그리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제물로 벌써 19명이나 죽였다. 어떤 죄책감도 없이 말이다.


‘어미가 지녔다는 동족에의 근원적 살의 때문일까? 아니면 학살조원들처럼 원래 별종인데 내가 껍질을 부순 것에 불과할까?’


언젠가 모든 준비를 끝냈을 때 최동민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궁금했고, 제법 기대도 됐다. 어설프게나마 명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자산을 불려가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특히나 연쇄실종 사건의 담당 형사에게 명을 걸어 수사의 방향을 틀고 흔적을 지울 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고난 걸까?’ 방구석에 갇혀있던 히키코모리가 이렇게까지 해내리라는 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아니면 외면했던 애병을 다시 잡은 것에 불과할까?’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와 기회, 그리고 본디 그들의 것이라 하였던 무기 하나를 줬을 뿐인데, 그는 완전히 새로운 인간으로 부화했다. 동족을 양분으로 해서 치열하게 성장하는 중이었고.


‘어떤 인간이든 합당한 기회를 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사고를 이어가려 할 때, 뜬금 없이 바토리의 스승이라는 자가 그녀에게 들려준 말이 떠올랐다.


‘어미의 무기는 삼신기가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과 그를 바탕으로 한 창조 능력이다. 그 경이로운 무기를 휘둘러 먹이사슬을 부수고 세상을 지배하였으니..’


그 목소리를 필두로 아직은 자신의 것이 아닌 수많은 지식이 우후죽순 떠올라 뒤엉키자 그는 작게 머리를 흔들며 돌아섰다.


‘아직은 아니야. 하나하나 천천히,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든다. 일단은 예정대로 그곳에 가서..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그는 곧 닿게 될 안식의 장소를 떠올리며 옅은 설렘을 머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요람에 올라 전승 받은 지식과 정보를 하나로 모아내면 앞으로의 행보가 명확해지리라. 또한 오랜 정체성의 혼란도 바로잡히겠지.


‘바토리의 말대로 어미가 나를 잉태한 이유와 주어진 사명이란 게 있다면..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뒤 품 속 기형괴도 한 자루 만 챙겨 든 채 집을 나섰다. 왼쪽 어깨에 새긴 혈문을 통한 술식의 위력을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


‘명을 혼에 새기지 않고 사념의 동조와 전이만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수천 번 상상하는 것보다 제대로 방아쇠를 한 번 당겨보는 게 좋겠지.’


때마침 좋은 먹잇감이 보여서 서늘한 미소를 머금을 때, 외로운 노처녀는 아플 정도로 시린 바람에 괴로워하며 기다란 한숨을 뱉어냈다.


“누구는 가기 싫어서 안 갔어? 열심히 살다 보니까 못 간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깟 거 그냥 해.”


오랜만에 대학동창을 만났던 여인은 지긋지긋한 외로움이 오늘따라 유달리 성질을 건드리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투덜댔다.


“아, 이제 선도 잘 안 들어 오던데.”


서른쯤 만 해도 대학 동창회의 사모임인 아마란스에 나가면 대기업에 취직한 자신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다. 항상 그들의 눈빛을 즐기며 빳빳이 고개 들고 한턱 쏘는 게 낙이었는데..


“아, 짜증나.” 모임의 양상이 너무 달라졌다.


연이어진 프로젝트에 해외 출장까지 겹치며 일에 치여 살다가 근 4년 만에 모임에 참석했다. 그냥 발길을 끊을까 고민해봤지만, 고대하던 승진도 하고 해서 자랑도 할 겸 약속을 잡았다. SNS에 올린 해외 출장 사진을 보고 너무 부럽다며 꼭 오라는 멘션도 용기를 줬고.


'그때 그냥 무시하고 연락을 끊었어야 했는데.'


파리에서 산 명품백에 명함집을 아예 통째로 넣어 들고는 당당히 나갔는데, 시집간 아이들만 나와있었다.


“어머, 승진 축하해. 너도 말로만 듣던 골드 미스네 이제? 연봉이 얼마니? 얼마? 와, 울 자기보다 많이 벌어.. 부럽다, 얘!”

“그런데 넌 시집 안 갔어? 참, 넌 일부러 안 가는 거라고 했지? 매일 연애만 하니 영계도 많이 만나겠네? 멋지다.”

“야, 그런데 너 애가 몇 살이라고? 아, 맞어.. 너 아직 안 갔지, 미안.”

“그런데 유럽에는 정말 모델 같은 애들만 있어? 아니지, 너 일하는 게 그쪽이니 모델들만 보겠네? 걔들이랑 썸도 타고 막 그래? 부럽다, 난 우리 서방님 때문에..”


그걸로 끝이었다. 다들 남편 자랑이나 험담, 그리고 육아나 학부형으로서의 치열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얄미운 아줌마들에게는 나름 성공 가도를 달리는 노처녀의 고단한 삶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 이것들이 진짜.’ 왠지 모르게 화가 났지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가방 속 최고급 명함 케이스만 만지작거리다 결국에는 바쁜 일이 있다며 먼저 일어났다. 별다른 배웅도 없이 나와서 생각해보니, 집 말고 딱히 갈 곳이 없이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가끔 만나는 섹스파트너에게 전화해볼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지만, 괜히 더 비참해질 것 같아 그만뒀다.


‘아, 이게 뭐야.’


한잔 할 생각에 차도 가져오지 않아서 터덜터덜 지하철역으로 걸었다. 그냥 택시를 타면 너무 빨리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 짜증나.”


바람은 차디차고 술도 취하질 않으니, 이 심란한 마음을 어찌 추스르랴?


“내가 모임에 다시는 나가나 봐라!”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차디찬 바람이 코트 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어찌나 약이 오르는지, 그녀는 육교의 계단을 오르면서도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그러던 중 육교 반대편에 서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뭐..야?’


그녀는 눈에 띄지 않게 주위를 힐끔 둘러봤다. 육교 위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었다.


‘참나,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평소라면 도도하게 고개 들고 휙 지나쳤을 텐데.. 날이 날이니만큼 유난히 이성의 눈길이 신경 쓰였다. 예전에는 공부한다, 일한다, 꾸미지도 못했지만, 요즘에는 나름대로 자신 있었다. 물론 그 나잇대에 비해서는 말이다.


‘그런데, 저 남자는 춥지도 않나 봐?'


벌써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거리도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뿌연 가로등 아래 선 사람의 옷차림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추위를 안 탄다고 해도, 청바지에 긴소매 티셔츠 하나만 달랑 걸친 건 좀..’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 딱 얼어 죽기 좋은 차림이 아닌가?


하지만 여유롭게 서 있는 걸 보니 추위에 떠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의 관심도 딴 데 가 있었고..


‘키는 저 정도면 일반인치고는 됐어, 합격. 스타일도 그리 나쁘진 않고.’


그녀는 이상하게 끌리는 남자를 의식하지 않는 듯 조신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제 어느 정도 얼굴을 알아볼 만큼 가까워졌을 때, 가만히 서 있던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머, 괜찮네.’


속으로 탄성을 터트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 내렸다. 그가 멋들어진 외모의 소유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스포츠 의류업계에 종사하면서 운동선수와 모델들의 움직임을 수없이 봐서 상대의 걸음걸이에 놀란 것이다.


‘사람이 저렇게 걸을 수도 있구나.’


명확히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의 걸음 걸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거기에다가 강인해 보이기까지 하니.. 본래 인간의 몸이 저렇게 걷기 위해 디자인된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완벽해.’


걷는 것마저 깜빡한 채 사내의 몸만 쳐다보던 그녀는 문득 그의 얼굴이 궁금해져서 눈길을 돌렸다.


'한 70점만 되면..' 따위의 생각이나 하며 옷 아래로 보이는 탄탄한 허벅지에서 허리로, 그리고 널따란 가슴과 벌어진 어깨를 애무하듯 살피곤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에이, 평범하네 60..5점? 그런데 잠깐만, 눈이 왜 저래?’


어느새 서너 걸음 앞까지 다가온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너무 놀라 숨을 멈췄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술이 들러붙은 듯 열리지 않는 사이 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싫어!’ 그의 눈동자에는 흰자위가 없었다. 그저 시꺼먼 어둠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현은 공포에 매몰된 인간에게 나직이 속삭이고는 육교 아래로 내려가서 자신이 행한 술의 결과를 기다렸다.


'이 정도로 가능할까?'


그의 나직한 속삭임이 귓속을 통과하며 커다란 울림으로 변해 뇌리를 흔드는 순간, 그녀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육교의 좁다란 난간 위에 올라섰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비틀대면서도 용케 중심을 잡던 그녀는 마침 속도를 올리는 버스가 눈에 들어오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도로 위 폭군답게 차선을 종횡하며 정신없이 내달리는 버스를 보며 행복해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난간을 박찼다.


‘해냈어.’


다급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나는 날카로운 소음과 사람들의 비명, 바닥에 갈린 타이어의 매캐한 탄내와 온몸이 부서지는 충격 속 끔찍한 통증.. 버스에 치이는 순간 그녀는 많은 것을 듣고 느꼈다. 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말은 단 하나였으니..


‘이곳에서 죽어라.’


그날 일곱 건의 자살사건이 더 일어났다. 동일지역에서 시간당 한 명꼴로 연쇄자살이 벌어진 이례적 사건이었지만, 남녀 여덟 명은 아무런 공통점도 없었기에 며칠간 이런저런 풍문만 돌았을 뿐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이틀 뒤 조간신문에, '대한민국 특유의 계급문화 속 힘겨운 사회생활과 단절된 개인의 삶이 치솟는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참으로 재미없고 이상한 사설이 실렸을 뿐, 시간당 약 2명이 자살하는 나라에서는 이슈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이면을 살피는 눈들도 그 사건에서 특기할 만한 냄새를 맡지 못해 관심을 끊었다. 명으로 죽음을 강제할 정도의 사술사는 한국에 단 세 명뿐이었고 그들의 행적은 명확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포식자가 했다면 진혈로 인한 오염이 보여야 했는데, 그런 흔적도 없었다.


이후 나흘쯤 지났을 땐 흔한 삶 흔한 죽음에 관심 두는 이, 유족과 가해자뿐이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되겠어.' 명의 순수한 위력에 만족한 짐승은 미련 없이 산으로 떠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미지수였고 대가는 어차피 대상자들이 받을 테니 그로서는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지속성이 관건이야.'


그는 최초로 영혼에 명을 각인한 최동민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명의 효력이 사라질지, 아니면 더 강해져 진정한 사명으로 자리를 잡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리라.



최동민이라는 인간은 어떤 식으로 성장해서 그에게 무슨 필요를 증명하게 될까?



"아, 피곤해. 그런데 여기가 오빠 집이야? 좋다."

"그래?"

"나 있잖아, 오빠랑 며칠만 같이 살아도 돼?"

"그래."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의 잠금장치를 푸는 동민을 보며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그런데 오빠는 쓸데없는 걸 안 물어봐서 좋아. 찌질이들은 집에서 왜 나왔냐? 진짜 몇 살이냐? 좀 깎아주면 안 되냐, 으.. 싫다. 여하튼 쓸데없는 걸 막 물어보거든. 어차피 잘 거면서, 그치?"

"그래."


동민이 눈짓하자 여인은 따스한 집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와, 진짜 좋다. 나 있잖아, 서울 올라오라고 한 언니가 좋은 일자리 소개해준다고 했으니까, 취직하면 알아서 나갈게. 그때까지 나 사고 안 치고 오빠 말 진짜 잘 들을 거야."

"그래."

"오빠, 나 샤워부터 할래. 욕실이 어디야? 뭐야, 오빠도 같이하려고? 조금 부끄러운데, 그래도 오빠니까..”


생각보다 더 고급스럽고 널따란 욕실을 보며 다시 탄성을 터트린 여인이 샤워기로 향할 때, 옷을 다 벗은 동민이 따라 들어왔다.


“와, 오빠 문신 대박이다."

"그래?"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야? 영어는 아니고.. 글자 같은데, 맞지?"

"너도 갖고 싶어?"

"응? 아니. 나는 생각해둔 게 있어. 그런데 오빠, 표정이 왜 그래? 아까부터 말도 없고.. 무섭게 왜 그래?"

“표정?”

화장실의 커다란 거울을 힐끔 쳐다본 동민의 입가에 섬뜩한 광기가 그려진다. 그는 뜨거운 물줄기에서 퍼져 나온 수증기를 한가득 들이마시며 가면을 벗었고, 그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여인은 소리쳤다.


“야, 너 뭐야? 이 새끼야! 너 미쳤어? 가까이 오지마! 나 집에 갈 거니까, 건드리지 마!” 다 잡은 먹잇감의 애달픈 반항에 굴복하는 짐승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성큼성큼 걸어가서 뺨을 때리는 여인의 목을 꽉 틀어쥔 동민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코를 가져다 대고 천천히 음미하며 속삭였다.


“이제부터 고통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 인간의 생명이란 게.. 생각보다 질기니까.”


이오늘은 필요의 의지가 영혼에 각인돼 삶이 뒤틀려버린 자가 스무 번째 제물을 유린한 날이었다. 또한 안식의 장소에 오른 혼돈이 서글픈 젊음을 만났던, 바로 그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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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엽인들 [사명..사제 1]두 가지 말. 17.01.25 400 9 14쪽
107 엽인들 [사명..변화 13]남명진 17.01.24 429 9 13쪽
106 엽인들 [사명..변화 12]남명진 17.01.24 40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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