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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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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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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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5)

DUMMY

에렌은 '어둠'이 도래하기 전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

그의 첫 번째 기억은 어둠이었다.끝이 보이지 않는,아니 과연 끝이 있을까 의심마저 드는 어둠.한시라도 빨리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그것이 그가 기억하는 그의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그는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달렸다.쉬지않고 계속 달렸다.하지만 빛은 보이지 않았다.보통 어둠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눈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이 '무한의 어둠'은 그렇지 않아 몇 번이고 장애물에 부딪치고,또 발에 걸려 넘어졌다.

'무한의 어둠'.그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둠에게 붙인 이름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숨이 턱까지 차오른 그는 마침내 멈췄다.

그는 땅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그리고 생각했다.

여기는 어디지?

하지만 무턱대고 달리기만 했으니 장소를 알 리가 없었다.

그는 침착하게 생각하려 했다.

먼저,내가 있었던 장소가 어디지?

하지만 떠오르지 않았다.머리를 부여잡고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그는 이어서 다른 것들도 생각해봤다.

나는 어디에 살았지?내 부모님의 이름은 뭐였지?나에게 형제는 있었나?나는 몇 살이지?나는 이름이 뭐지?

그러나 그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그는 울었다.처음으로 그에게 절망이 들이닥쳤다.자신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슬픈 절망이.

하지만 본래 낙천적인 성격이었는지,아니면 기억을 잃어서 그럴 수 있었던 건지 그는 곧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그리고 그는---------

여기서 에렌은 생각을 멈췄다.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째서 기억을 잃었는지,기억을 잃었으면서 왜 기초적인 지식은 갖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어둠'이 도래할 동안에는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저 그러려니하고 넘길 뿐이었다.

'어둠'이 도래하기 전의 기억이 없는 것은 생각보다 괴로웠다.

기억과 자신 사이를 불투명한 벽 같은 게 가로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기억날 것도 같은데,아무리 노력해도 기억나지 않았다.그래서 더 힘들었다.하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기억을 잃으면서 무언가 아주 큰 것을 잃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그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했던 것 같은데,무언인지는 알 수 없었다.마음의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에렌은 '어둠'이 끝나고 5년이나 지났는데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반쯤 포기해버렸었다.그러나 방금 전,에렌은 그의 기억에 관한 꿈을 꾸었다.잊어버렸지만 어쩌면 꿈을 꾼 것이 그의 기억이 돌아올 징조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에렌은 작은 희망을 품었다.

에렌은 로린의 오른팔을 자신의 손으로 턱 붙잡았다.

로린이 놀라서 움찔했지만 흥분한 에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로린,나 어쩌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몰라."

로린의 눈이 반짝거렸다.

"정말입니까?"

"응!로린,나,나한테 수면 마법 좀 다시 걸어 줘.그러면,어쩌면 또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몰라!"

얼마나 흥분했는지 에렌은 말까지 더듬었다.하지만 로린은 고개를 저었다.

"어?어,왜?어째서야?

"도련님,수면 마법을 연속해서 거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수면 마법을 연속으로 거는 것은 숙련된 마법사라 할지라도 위험한 일이었다.자칫하면 영원한 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렌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두.."

"안 됩니다.오늘 밤에 다시 걸어드리겠습니다.그 정도는 참으십시오."

에렌은 불쌍한 얼굴로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보는 이에게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모습이었지만 로린은 흔들리지 않았다.

"안 됩니다."

"흐잉.."

"절대 안 됩니다."

"로린,나빴어."

"저 원래 나쁩니다."

로린의 완강한 태도에 에렌도 결국 포기했다.대신 그는 로린에게 자신이 삐졌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내다봤다.



30분 뒤,마차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에렌은 창을 열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와아!"

에렌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 아래 오만하게 솟아있는 나무와 그 나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하얀 색의 건물들.건물들은 사각형 모양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었고 주위에는 오색찬란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건물들과 정원 역시 멋진 풍경이었지만 정작 에렌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나무였다.나무는 건물들보다도 커서 나무에 비하면 건물들은 장난감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에렌은 마차가 다 멈추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앗,도련님!"

등 뒤에서 로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에렌은 그대로 나무로 달려갔다.가까이서 보니 나무는 더 커 보였다.에렌은 나무 껍질에 손을 올렸다.

"신기하십니까?"

에렌은 뒤로 돌았다.어느새 쫓아왔는지 로린은 그의 바로 뒤에 있었다.

그녀는 에렌이 마차에서 뛰어내린 데 대해서 화를 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항상 에렌의 안전을 걱정하는 로린으로서는 뜻 밖의 일이었다.

사실 로린은 지금 기분이 매우 좋았다.에렌이 아이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에렌이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로린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응,신기해.어떻게 이 나무는 이렇게 클 수 있는거지?한 천 년 산 나무라던가,뭐 그런 건가?"

로린 역시 나무에 손을 올렸다.그리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어딘가 긴장을 머금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나무는 배츠 나무로 오직 이 지역에서만 자라는 나무입니다."

배츠 나무라면 들어본 적 있다.매콤한 맛이 나는 열매로 유명한 나무 아니던가.

"이 배츠 나무는 태어난지 6년된 나무입니다.하지만 5년 전 '어둠'의 도래로 인해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구나..."

'어둠'의 도래라는 말을 듣자 에렌의 안색이 미묘하게 변했다.

'어둠'의 도래는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어둠'의 도래 기간 동안 3000명의 사람들이 죽었다.선왕인 루켄 폰 베네스 역시 그 때 죽었다.사인은 알 수 없음.

마찬가지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마법사들의 마법이 무작위로 나가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몸은 소인데 머리는 고양이인 고양이도 소도 아닌 돌연변이가 태어나기도 했고,사람들을 설사와 고열에 시달리게 하는 병도 돌았었다.

이렇게 '어둠'의 도래는 많은 것들을 망가뜨렸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어둠'의 도래로 인해 이런 아름다운 나무가 생겨나기도 했구나.

에렌은 '어둠'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자,도련님.이만 가시지 않겠습니까?"

생각에 빠진 에렌을 로린이 깨웠다.

"난 조금 더 여기 있을게.로린 넌 이제 가 봐."

"도련님이 여기 계시면 저도 여기 있겠습니다."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나도 방어는 할 수 있으니까 어서 가."

"도련님."

로린이 힘주어 말했다.하지만 에렌 역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로린,나 혼자서 생각에 잠기고 싶어.이건 명령이야.학원 안이라도 둘러보고 있어."

로린은 불만스러워 보였지만 명령이라는 말에 물러났다.그녀는 학원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에렌은 나무 둥치에 앉았다.그리고 로린에게 말했던 대로 조용히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어라?"

위에서 작지만 분명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에렌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어 물었다.

"거기 누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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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껍질 편 수정했습니다. 14.05.10 343 0 -
33 의혹 +3 14.06.07 651 10 8쪽
32 나름의 노력 +2 14.05.31 532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30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28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2 8 16쪽
27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7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4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1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2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3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18 입학(9) +2 14.02.03 498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 입학(5) +2 14.01.22 701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3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7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5 만남 +2 14.01.22 1,142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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