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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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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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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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7)

DUMMY

4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학생들은 일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교실문을 뛰쳐나가 교실은 순식간에 텅텅 비게 됐다. 에렌도 예외는 아니어서 달리는 학생들 사이에 껴서 열심히 뛰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체력이 매우 나쁜 에렌으로서는 전속력으로 식당까지 달리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뒤쳐졌다간 분명 맨 마지막에 급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버터야 한다.

평소 에렌은 식욕이 왕성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된 정신 노동을 한 오늘은 최대한 빨리 점심을 먹고 싶었다.

'고된 정신 노동'이란 네펜 학원의 수업을 말하는 것이었다. 비전투 마법 수업은 과목이 쉬운건지, 아니면 하벤이 좋은 선생이라서 쉽게 가르쳐주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당히 쉬웠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졌던 수업들은 베네스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한 에렌조차도 따라가기 힘들만큼 어려운 내용이었다.

물론 그건 에렌이 이제까지 마법에 대한 기초 지식만 알았던 탓도 있었으나 그런 사실을 감안할 정도로 에렌은 융통성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이러다 늦겠다. 조금만 더 빨리 뛰자, 로린."

무심코 로린을 보채버린 에렌은 피식 웃음 소리를 흘렸다. 로린은 아까 1교시 끝나고 치유실에 가서 쉬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로린은 읽기가 끝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1교시 끝나자마자 치유실로 직행했다.

분명 그 장면을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무의식적으로 로린을 찾는 자신이 우스웠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을 함께 지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며 그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식당으로 달려갔다.







상처가 쓰라렸다. 불에 데인 것처럼 따끔거리고 뜨거웠다.

뚝, 뚝.

피가 손을 타고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핏방울은 점점이 작은 무늬들을 바닥에 그리다가 마침내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어둠' 때는 피를 보지 못 했다. 말 그대로 어둠뿐이던 그 때는 오로지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울렸다.

처음 본 피는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항상 몸 안에,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계속 피를 보고 있자니 현기증이 몰려왔다. 아니, 그 때문이 아니었다. 몸이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지금 이대로면 너는 죽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치료해야 한다,라고.

자신이 치유 마법을 쓴다면 상처는 씻은 듯이 나을 것이다.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방금 무슨 짓을 저지르려 했던가. 한 남학생을 죽일 뻔 했다. 마지막 순간에 간신히 조절했지만 자신은 한 아이가 가진 미래를, 그리고 가능성을 뺏으려 했던 것이다.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에.

혐오스러웠다. 마치 남들과 다른 것처럼 고고하게 굴던 자신도 결국은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보다도 더 나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그들은 그들의 본성을 숨기고 순수한 척 내숭 떨지는 않았다.

상처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앞이 흐릿해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비릿한 미소를 짓는 파즌, 주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구경꾼들의 모습이 의식의 소용돌이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에렌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그에게 달려오는 티엘과 처음 보는 남자애의 모습이었다.






"에렌, 에렌 정신차려! 에렌!"

티엘은 에렌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에렌에게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레이, 넌 가서 선생님 좀 불러 와. 누구라도 좋으니까 빨리! 아니, 아니야. 레이, 에렌 업는 것 좀 도와줘."

레이는 대답 없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티엘이 축 늘어진 에렌을 업는 것을 도와줬다. 레이가 티엘을 도와 에렌을 다 업었을 즈음, 이제껏 조용히 있던 파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어디 가냐?"

레이의 움직임이 멈췄다. 레이는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좋게 넘어가주나 했더니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티엘이 입을 열면 좋은 소리가 나올리 없으니 자신이 대답할 수밖에 없다.

"뭐해? 어서 가야지!"

옆의 티엘은 그런 레이의 마음도 모르고 어서 가자고 재촉했다. 레이는 터져나오려는 한숨을 간신히 억누르고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저 선배랑 대화 끝내고 가자."

"우리가 왜 저 선배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 저 선배는 에렌을 다치게 했잖아."

"저 선배는 파즌이라고 이 학원에서 유명한...됐다. 나중에 말해줄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숨만 쉬고 있어. 알았지?"

티엘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자신이 왜 그렇게 해야되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멋대로 날뛸 듯 했다. 결국 레이는 목소리를 낮추고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저 선배 18살 때 안정 마법을 쓴 마법 천재야. 그래서 선생님들도 선배 특별 취급해주고 게다가..."

레이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는 티엘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파즌 선배는 네펜 학원장님 친아들이야."

"아들?"

"쉿! 파즌 선배는 누가 자기 얘기 하는 거 엄청 싫어한단 말야."

티엘이 놀라 소리치자 레이가 서둘러 조용히 하라고 핀잔을 줬다. 티엘은 황급히 목소리를 죽였다.

"이제 알겠지? 다른 3학년 선배들도 파즌 선배는 건드리지 않아. 저 선배 성격도 엄청 안 좋거든. 지금 파즌 선배 말 무시하고 가면 너나 나나 에렌이나 끝이 좋진 않을 거다. 그러니까 제발 가만히 있어. 이제 됐지?"

"응."

티엘의 대답에 레이는 어느정도 마음 놓고 밝게 웃으며 파즌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선배. 많이 기다리셨죠?"

파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턱으로 에렌을 한 번 가리켰다.

"아, 얘가 많이 다쳐서요. 지금 빨리 치유실에 데려가야 될 것 같은데요."

"그 자식이 먼저 나 건드렸는데."

파즌이 느릿느릿 말했다. 반면에 레이는 화들짝 놀라면서 에렌을 변명했다.

"네? 아니, 그럴리가요. 얘가 얼굴은 이래도 성격은 엄청 착해요."

"넌 이게 안 보이나?"

파즌이 뺨에 난 가느다란 상처를 가리켰다. 얼굴은 무표정했고 어조는 평온했으나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저어, 선배, 그래서요? 얘를 어떻게 하실려고요..?"

"너랑 저기 있는 놈은 꺼져."

"네?"

"꺼지라고."

레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든 변명해서 에렌을 안전하게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지금 파즌의 기분 상태를 봐서는 불가능해 보였다. 레이는 에렌을 힐끗 쳐다봤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상처는 끔찍했다. 살갗이 다 벗겨지고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티엘의 머리를 적시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마법을 썼길래 저런 큰 상처를 입은 걸까?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마법을 쓴다하더라도 시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흉터는 확실하게 남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는 결심하고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선배, 정말 죄송하지만 에렌을.."

"싫은데요. 가자, 레이. 여기서 더 시간 낭비하고 있을 수 없어."

파즌의 얼굴이 눈에 띄게 험악해졌다. 레이는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그러나 티엘은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모르는지 레이를 재촉했다.

"어서 가자니까? 됐다, 나 먼저 갈테니까 넌 나중에 따라오든지 해."

"거기 서."

파즌의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러나 티엘 역시 한때 베네스 왕국의 폭군으로서 만만치않은 상대였다.

"선배, 어쩌면 정말로 에렌이 선배를 먼저 건드렸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시작한 사람이 누가 됐든 에렌은 지금 엄청 다쳤거든요?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보내주시죠? 아니, 됐습니다. 선배가 뭐라고 제가 선배한테 허락을 받겠습니까. 그냥 가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티엘의 말에 주위의 구경꾼들마저 입을 다물고 파즌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파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한 손을 들어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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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15 청묘한
    작성일
    14.02.21 19:25
    No. 1

    잘 읽고 갑니다. ^^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1 19:36
    No. 2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어요!엉엉엉
    감서합니다, 현탄금님. 현탄금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4.02.22 04:59
    No. 3

    방명록을 둘러보다 여기까지 새어들어왔네요!
    ㅜ 글 잘쓰시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전 한 화당 열심히 해도 3천 자 넘기 힘들던데ㅠ
    오늘 열심히 정주행하고 선작하고 갑니다~ 믹기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2.22 08:10
    No. 4

    흐헝헝 리블라체님이 그러시면 제가 뭐가 됩니까ㅠㅠ
    저 악.꽃 완전 좋아해요! 리블라체님도 저도 다같이 건필합시다!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외기인
    작성일
    14.03.12 17:43
    No. 5

    잘 쓰고 있으니 넘 움찔하지마요...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믹기
    작성일
    14.03.13 18:27
    No. 6

    감사합니다..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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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2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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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1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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