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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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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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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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나름의 노력

DUMMY

"어, 에렌. 나 이 문제 모르겠는데 알려줄래?"


셋은 언제나처럼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무언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모르는 문제를 에렌에게 묻는 티엘과,


"이리 줘봐."


귀찮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면서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에렌까지.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레이 역시 평소와 똑같았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달랐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분위기가 미묘한 흐름을 자아내 그들을 감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그답지않게 한참을 끈덕지게 공부하던 티엘은 갑자기 깃펜을 던져버리고 기지개를 폈다. 레이는 손으로 턱을 괴고 물었다.


"왜 또 그래?"


"배고파서. 우리 슬슬 간식 사오지 않을래?"


그 말에 줄곧 말없이 공부하던 에렌이 반응했다. 집게 손가락을 움찔 떨었을 뿐이지만, 오늘따라 석고성처럼 가만히 앉아 있어서 그 작은 움직임이 다른 둘에게는 크게 느껴졌다.


"넌 또 왜 그래?"


레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번에는 에렌에게 질문했다. 에렌은 깃펜을 내려놓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간식 사올거면 내가 사온다고."


"뭐?"


티엘과 레이는 놀란 나머지 되묻고 말았다. 자비로 셋 모두가 만족할 만큼의 간식을 사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었다. 돈 문제가 아니라 괜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어찌됐든 그들의 정신 연령은 아직 어렸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자기가 간식을 사오겠다고 자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에렌이 왜?


레이는 엉덩이를 옆으로 옮겨서 에렌의 이마를 손으로 덮었다. 그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열은 없는데 말이지."


"...재미없었어."


에렌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너무 식상했어. 좀 독창적인 걸로 해보라고."


둘의 따가운 시선에 레이는 목 뒷덜미에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사과하고, 원래 목표로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너 진짜 왜 그래, 에렌? 죽을 때 되면 사람이 변한다던데 설마 그런 거야?"


"좋은 일 좀 하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냐?"


"어.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면 문제고 말고. 자, 얼른 털어놓으라고."


레이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쳤다. 에렌은 여전히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로 별다른 이유는 없어. 내가 지난 번 일도 있고 하니까 너희들한테 사과할 겸 간식을 사오겠다는 거야."


"아. 그런 일이 있었지."


레이는 에렌과 티엘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삼일쯤 전에 그들이 싸움 비슷한 것을 하긴 했다. 하지만 큰 소동없이 싸움도 하루만에 마무리됐고, 에렌과 티엘도 여느 때처럼 대화를 나누며 놀았다. 에렌이 경직된 표정으로 지내긴 했지만 설마 그 일을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레이는 눈동자만 움직여 티엘 쪽을 살펴봤다. 티엘 역시 자신 못지않게 놀랐던지 눈을 내리깔고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흠...에렌 자식 혹시, 우리가 자기랑 다르게 생각했다고 저러는 건가?'


에렌 성격에 조금 싸운 것 갖고 꽁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의견 차이 때문에 벽을 세우고 있다는 편이 훨씬 말이 됐다. 게다가 그때 왕의 책임에 유난히 집착했으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지금 왕 때문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면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에렌은 현 왕의 사촌 아니던가? 그런 녀석이 어떤 일로? 그렇지 않다면 선왕 때문에?


레이는 손가락을 팅 울려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에렌과 티엘을 화해시키는 것이다.


"아아, 그렇네. 그럼 너희 둘 다 갔다와라."


"뭐?"


티엘과 에렌 둘 다 어이없어하는 소리를 냈다. 레이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처럼 양손을 쫙 피고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내가 너희 둘 때문에 좀 고생했냐. 한 놈은 유제프마냥 불 같이 화를 내지, 또 한 놈은 세라마냥 생선 눈하고 노려만 보지. 너희들 그때 나 아니었으면 절대 화해 못 했을 걸? 근데 내가 그 일 때문에 너무 고생했는데 며칠째 온 몸이 쑤시다 이거야. 그러니까 그 답례로 간식 정도는 쏴야 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나 혼자 갔다 오겠다고..."


"안 될 말이지. 나는 그 정도론 부족하다고. 나를 고생시킨 건 티엘도 마찬가지니까 둘이 사이좋게 가서 간식 고르고 나한테 진상하란 말이야, 응?"


에렌은 입술을 비죽였다.


"그럼 티엘은 다음 번에 또 시키면 되잖아."


"너 나한테 미안하다면서. 아니야?"


느닷없는 질문에 에렌은 일순 당황했다.


"아니. 너한테는 충분히 미안해하고 있어."


레이는 다시 티엘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나한테 안 미안해?"


"그, 그렇지 않아! 레이한테는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에렌도 나한테 미안해하고, 티엘도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하는 거 아냐? 내가 너희들한테 불가능한 걸 시켰어? 절벽에서 뛰어내리랬니? 아니잖아. 같이 간식 좀 사오는 게 그렇게 힘들어?"


그렇게까지 말하니 더 버틸 명분이 없었다. 에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티엘에게 턱짓을 했다.


"빨리 갔다오자."


티엘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보니 정확히 삼일만이구나, 에렌이랑 단 둘이 있는 것이.


티엘은 에렌의 눈치를 살폈다. 목적지인 매점까지는 이제 열 걸음도 채 안 남았는데 에렌은 도무지 입을 열 기미가 안 보였다. 꾹 입술을 밀착한 채 앞만 보고 걸었다.


티엘은 레이의 의중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단 둘이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화해하라는 것이겠지. 티엘에게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에렌이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벽을 세운다는 사실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 해결책을 알지 못 해서 문제지.


그렇더라도 레이가 일부러 만들어준 기회다.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아, 용기를 내자. 용기를 내서 에렌에게....


하지만 그걸로 될까? 에렌과 자신이 싸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무섭고 두렵더라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알고는 있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에렌과의 진실된 관계를 원하지만, 지금보다 더 멀어지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말걸고 보자.


"저기, 에렌."


"응?"


티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심 무시할까 봐 걱정하던 참이었다.


"에렌은 좋아하는 색이 뭐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엉뚱했다. 하지만 에렌이 경계하지 않을 것 같은 화제는 이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너는 어때?"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그러니까 네가 먼저 말해야지. 모르는 사람한테 이름을 물어볼 때도 자기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잖아."


어디서 들어본 말인 것 같다.


"하하, 그래. 나는 파란색이 제일 좋아."


"파란색? 왜?"


"그냥? 파란 걸 보면 뭔가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거든. 그래서 에렌은?"


"나는 검은색이나 하얀색."


"잘 어울리네."


에렌은 멈춰 섰다. 티엘은 조마조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또 에렌의 신경을 건드린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리가.


"왜 그렇게 생각해?"


에렌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온도가 내려간 듯 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티엘은 손가락을 꼬물꼬물거리면서 대답했다.


"에렌은 어른스러우니까 말이지. 무채색은 보통 어른스럽게 느껴지잖아?"


"...그래."


에렌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쩐지 말 걸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위기여서 티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느새 그들일 매점에 도착했다. 매점에는 온갖 간식거리들이 진열장 위에 진열돼 있었다. 매점 안에는 그들 말고도 몇 명의 사람들이 간식을 사고 있었다.


에렌과 티엘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중에서 간식거리를 골랐다. 둘 다 입을 다물고 고르자 금방 다 골라졌다. 티엘은 입술이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는데. 어떻게든 에렌과 화해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제발 신이시여, 정말 존재한다면 기적을 일으켜 주세요. 제가 그란과 화해할 수 있도록, 제발....


"너희들."


기적이 일어났다.


작가의말

그동안 멋대로 연재 쉬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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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껍질 편 수정했습니다. 14.05.10 343 0 -
33 의혹 +3 14.06.07 651 10 8쪽
» 나름의 노력 +2 14.05.31 533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30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28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2 8 16쪽
27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7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4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2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3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4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18 입학(9) +2 14.02.03 499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1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3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7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5 만남 +2 14.01.22 1,142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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