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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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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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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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DUMMY

"심심해, 에렌."

"자."

"자기 싫은데."

"그럼 계속 심심해 하든가. 뭘 하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조용히만 해 줘."

무릎 위에 얹은 책에 머리를 파묻다시피 하며 에렌이 대답했다. 에렌의 옆에 누워서 몸을 배배 꼬던 티엘은 괜히 심통이 나 에렌의 책을 휙 빼앗았다.

"야! 그거 빨리 안 내놔!"

그의 예상대로 에렌은 잔뜩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생긴 것과 다르게 에렌은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그만큼 책을 아꼈다.

"싫은데? 나 놀아주면 돌려줄게."

"저 녀석이..."

에렌은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티엘을 노려봤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댔다.

"어, 뭐, 뭐야? 너 책 안 읽을 거야?"

"응. 너랑 놀아주는 게 이백 배는 더 귀찮거든."

에렌의 말에 티엘의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에렌을 도발했다.

"정말로? 그럼 나 이 책 찢어버릴 건데?"

티엘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붙잡고 찢어버리려는 시늉을 취했다. 종이는 팽팽하게 늘어나며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에렌은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으로,

"마음대로. 이 세상에 책이 그거 하나 있는 것도 아닌데, 뭐. 다시 구하면 돼지."

티엘은 한숨을 쉬었다. 인간은 진화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에렌이 자신과 놀게만들 새로운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티엘은 그렇게 생각하고 책을 에렌에게로 던졌다. 에렌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책을 받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에렌과 티엘은 동시에 고개를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레이였다. 그는 조금 지친 얼굴로 탁자 위에 종이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내용물을 탁자 위에 쏟아버렸다.

각양각색의 간식들이 탁자 위로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초콜릿 바, 오줌 맛 푸딩, 크림스파게티 아이스크림, 눈깔사탕-정말 사람의 눈 모양이다.-부터 시작해서 시크매콤 케이크까지 모든 게 있었다. 매점에 있는 모든 간식들을 레이가 종류대로 사온 것이다.

하지만 티엘과 레이는 간식들에는 손도 대지 않고 멀뚱멀뚱 레이만 쳐다봤다. 레이는 피식 웃으면서 가까이에 있는 얼음 초콜릿을 입에 물었다.

"어서들 먹어. 안 그럼 내가 고생고생해서 사온 보람이 없어지잖아?"

레이가 먹자 티엘과 에렌 역시 차례대로 먹기 시작했다. 그들만의 규칙이었다. 간식은 가위바위보에 진 사람이 사오되 진 사람이 가장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이긴 사람이 먹는다.

"그나저나 레이, 언제 들어온 거야? 우린 네가 들어오는 소리 전혀 못 들었거든. 그렇지, 티엘?"

말없이 간식들만 먹던 중 에렌이 갑자기 꺼낸 말이었다. 오줌 맛 푸딩을 먹던 티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가 노느라 못 들은 건가?"

"아마 그럴걸. 그런데 티엘 너 취향 되게 독특하구나?"

"무슨 소리야?"

"네가 지금 먹고 있는 푸딩 말이야, 그거 오줌 맛인데."

"우웩!"

티엘은 입 속의 푸딩을 뱉어냈다. 에렌이 혀를 찼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고 물을 찾아 부엌으로 달려갔다.

레이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시치미 뚝 떼고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에렌에게 은근슨쩍 물었다.

"너 알고 있었지?"

"뭘?"

"티엘이 오줌 맛 푸딩 먹는 거. 네 자리에서는 정면으로 보이잖아?"

에렌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살짝 찡긋했다. 레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에렌을 나무랐다.

"티엘한테 좀 잘해 줘. 아직 어리잖아."

"나이는 걔가 제일 많거든?"

"정신 연령이."

"내 정신 연령이 어쨌다고?"

언제 왔는지 티엘이 씩씩거렸다. 평소였다면 발끈하면서 화를 냈겠지만 오늘은 오줌 맛 푸딩을 먹은 충격이 컸는지 더 이상 화내지 않았다.

"어쩐지. 푸딩 먹는데 계속 느낌이 이상하더라고."

"그런데 오줌은 무슨 맛 나?"

"몰라. 생각도 하기 싫어."

티엘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렌과 레이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티엘과 레이가 치유실에서 퇴실한지 벌써 5일째였다.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그들은 아주 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럭저럭 친한 친구가 되었다.

물론 이는 유쾌한 티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에렌과 레이 둘만 있었다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지난 5일은 정말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자신의 책은그리 평화롭지 못 했지만, 이상한 선생한테 트집잡힌 일도 없었고 수업도 어느정도 따라갈 수 있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 로린과 반란 정도일까.

로린과는 여전히 서먹서먹한 상태였다. 요즘에는 티엘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여자애들과 잘 어울리니 다행이었다.

그리고 반란은....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베네스를 떠나 네펜의 학원생으로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3년이 지나 베네스로 돌아간 뒤에야 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아니었다. 여기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조직원들을 모집하는 것. 조직원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면, 조직원으로는 누가 좋을까.

먼저 그들의 사상에 전적으로 동의해야 했다. 수박 겉핥기식의 조직원은 없느니만 못 했다.

또한 현재 왕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목숨을 잃더라도, 고문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용기와 집념을 지녀야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입을 잘못 열다간 베네스로 끌려갈수도 있다. 신중하게, 최대한 신중하게 모든 일을 진행해야만 했다.

레이와 티엘은 둘 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지만, 그것은 그들이 자신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란에 대해서 알게되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보류해두고 조금 더 친밀해진 다음에 왕에 대한 감정을 떠...

"너희들은 지금 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티엘의 말에 에렌의 모든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머릿속에는 뭉게구름처럼 온갖 질문과 호기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되었다.

"글쎄. 너는 어때?"

손바닥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에렌이 물었다. 티엘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불쌍하다?"

"불쌍하다고? 왕이?"

뜨겁게 뛰던 심장이 멈춰버렸다. 왕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진게 아니라면 왜 이런 말을 꺼낸거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서?

에렌은 체리 맛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왕은 5년 전에 아버지를 잃고 왕이 됐잖아. 너희는 그런 왕이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어? 아버지를 잃어서 슬픈데, 너무 슬퍼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데, 사람들은 참으래. 너는 왕이니까 울어서도 안 되고 슬퍼해서도 안 된대. 참고 훌륭한 왕이 되래. 아무도 왕이 어린 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지 않아. 어째서지? 왕은 감정을 가져서도 안 되는 거야?"

"물론. 그가 아버지를 잃은 어린아이이었더라면 슬퍼해도 돼. 하지만 그는 모든 백성들의 아버지야.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미숙하더라도 왕에게는 백성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어. 어리다는 핑계로 그 의무를 내팽개치는 왕은 왕이 아니야. 왕은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감정을 죽이는 일도, 목숨을 버리는 일도 망설여서는 안 돼."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래야 돼? 왕도 인간이야. 그에게도 기뻐하고 슬퍼할 권리가 있어. 백성들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그는 훌륭한 왕일지도 모르지만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돼."

"내가 왕이라면 그렇게 할거야. 인생의 모든 행복을 잃고 불행하게 살더라도 백성들이 행복하다면 그렇게 할거야. 아니, 그래야만 해. 그 때문에 왕은 황금의 궁전 속에서 살며 사치를 누리는 거 아니겠어? 만약 왕이 백성들보다도 자신, 자신의 가족을 먼저 보살핀다면! 그는 왕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쓰레기에 불과하지."

눈 앞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고 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에렌은 눈을 감고 입 속으로 뇌까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들이 나 때문에 잃은 삶, 나는 그것을 돌려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당신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지 못 해서 미안해요. 살아있어서 미안해요. 내 죄를 갚기 위해서, 당신들의 남은 가족들이 살아갈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

나는 반란을 일으킬 겁니다.




"어떻게 되었는가."

브렌은 자신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 말을 들으면 민이 어떻게 반응할까, 그는 상상하는 것조차도 두려웠다.

"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느냐고 물었네, 브렌. 내가 다시 한 번 묻기를 기다리는 겐가?"

"아, 아닙니다, 민. 지금 보고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끌어봤자 민의 신경을 건드릴 뿐이다. 차라리 빨리 말하고 꾸지람을 듣자.

브렌은 그렇게 결심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전국의 도서관이란 도서관은 모두 뒤졌지만 '진실에 묻은 거짓들'이란 책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중령은 지인으로부터 그 책을 얻은 듯 합니다."

브렌은 민의 눈치를 살폈다. 민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보게."

"아, 네. 그래서 중령의 지인들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중령과 특히 가깝고 책의 저자라 의심되는 사람 몇 명만 우선적으로 처리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었다가는 공연한 의심을 사게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잘 했네. 왕은 어떻게 됐나?"

브렌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그가 보고할 놀라운 이야기를 들으면 민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의문이었다.

"저어, 민, 궁 안에 심어둔 정보원이 말하길, 왕은 몇 주일 전 사라졌다고 합니다."

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래서 섭정이 왕이 마지막으로 들렸던 비블 남작의 저택에 방문했는데...왕은 지금 남작의 아들을 대신해서 네펜 국제 마법학원에 가 있다고 합니다."


작가의말

곧 있음 중간고사가 다가오네요. 하아....

그럼 또 휴재를 해야한다는...!!!!

이래가지고 스토리 진행은 언제 할지...일단 전개 속도를 높이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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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껍질 편 수정했습니다. 14.05.10 343 0 -
33 의혹 +3 14.06.07 651 10 8쪽
32 나름의 노력 +2 14.05.31 532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28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1 8 16쪽
27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7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4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1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2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3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18 입학(9) +2 14.02.03 498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0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2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7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5 만남 +2 14.01.22 1,142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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