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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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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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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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9)

DUMMY

티엘은 벽이 벗겨지며 세 소년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놀라며 바라봤다

평생 마법이라고는 어렸을 때 왕궁 교사가 자신을 먼 거리에서 손 대지 않고 때렸던 이름도 모르는 마법 말고는 본 적이 없는 티엘이었으니 이는 매우 진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에렌을 도와주는 것도 입을 살짝 벌린 채 집중해서 에렌과 세 명의 소년을 구경했다.

에렌은 그런 티엘을 보고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애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평소에는 가론같으면서도 이럴 때 보면 꼭 온실 속의 화초같다.평생 온실 안에서 바깥만 동경하고 산 화초말이다.

습관처럼 한숨을 쉬며 에렌은 눈 앞의 세 악동을 관찰했다.

중간에 있는 소년은 자신과 또래로 보였다.아니,네펜 학원은 17살에서 19살 사이의 학생만 입학할 수 있으니 학생들이라면 분명 셋 다 에렌 또래일 것이다.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소년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25살은 되보여 나이를 속인 게 아닐까 의심될 지경이었고,왼쪽에 있는 소년은 덩치가 에렌의 2배는 됐으니 에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중간의 소년은 가론처럼 타는 듯한 붉은 머리와 햇빛에 탄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지만 에렌에게는 그저 다른 사람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나쁜 놈으로 보일 뿐이었다.

에렌은 몇 걸음 물러서 아직도 앉아있는 티엘과 나란히 섰다.

중간의 소년은 한 쪽 입꼬리만 올려 그런 에렌을 비웃었다.그리고 그는 발을 앞으로 내딛어 에렌을 마주보고 다시 한 쪽 입꼬리만 올려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의도지?

에렌은 저도 모르게 왼발을 뒤로 빼고 경계의 눈빛으로 소년을 노려봤다.

하지만 소년은 당황하거나 같은 경계의 눈빛으로 반박하는 대신 어깨를 한 번 으쓱 위로 올리면서 어서 잡으라는 듯이 오른손을 좀 더 앞으로 내밀 뿐이었다.에렌의 경계를 풀려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었지만 에렌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그는 나머지 오른발마저 뒤로 뺐다.

소년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는 결국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 나이대서는 들을 수 없는 풍부하게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내 손을 자꾸 무안하게 할 거야?"

"내가 네 손을 잡지 않은 것이 그렇게 무안했나?그럼 먼저 나한테 미끄럼 주문을 걸지 말지 그랬어?"

평소 에렌과는 다른 날카로운 말이었다.그러나 소년은 외모만큼이나 사교성이 좋았는지 여전히 씩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되받아쳤다.

"미안,미안.장난 좀 친건데 그렇게 화낼 줄 몰랐어."

"장난?하마터면 죽을수도 있었어.그런 걸 장난이라고 해?"

소년은 지금까지 유지하던 미소를 지웠다.그리고 날카로운 가시를 품은 차가운 목소리로 에렌에게 말했다.

"그래,너희들은 죽을 뻔 했지.다르게 말하면 안 죽을수도 있었고.가능성은 반반이었어.안 그런가?"

"그게 무슨 헛소리지?사람 목숨을 두고 도박을 한다는 뜻인가?너 지금 제정신이야!"

에렌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소년은 그 기세에 움찔했으나 그 역시 소리를 지르며 받아쳤다.

"그래!난 사람 목숨을 두고 도박을 한다!하지만 그건 너희들 역시 마찬가지잖아,아니 더한 짓도 했잖아!"

"뭐?"

에렌이 당혹스러운 소리를 흘리며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너희들'이라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혹시 조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불안들이 에렌의 마음을 휘저었다.그러나 그는 그 가능성을 부정해버렸다.

소년의 말은 '너희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일 것이다.그렇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조직이 그런 짓을 했을리 없다.조직은 '그 사건'의 피해자들이 모여 만들었다.상처를 지닌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똑같은 상처를 입힌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소년이 알고 있다면 어째서 신고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자신을 안심시키며 에렌은 소년의 말을 머리 한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아직 모르나 보군.그럼 내가 알려주지.너의...."

"거기까지."

소년의 오른쪽에 있던 노안을 가진 소년이 중간의 소년의 말을 끊었다.

중간의 소년은 이를 갈았다.에렌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면 그는 매우 높은 확률로 상처받을 것이다.

하지만 노안의 소년은 반론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것이 신호였는지 소년은 분한 표정으로 에렌에게 말했다.

"잊지 마."

무엇을 잊지 말라는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고서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에렌이 그 의미를 물을 새도 없이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남자 기숙사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흐흐."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탓에 에렌은 울음도 웃음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아직도 넋을 놓고있는 티엘을 발로 툭 찼다.

티엘은 그의 발길질에 퍼뜩 정신을 차리며 에렌을 노려봤다.

그러나 에렌은 무시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낮잠은 다 주무셨나?"

"...."

티엘은 대답하지 않았다.대답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었다.에렌은 몸을 움츠리는 티엘을 흘끗 보고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한숨을 내쉬며 발로 티엘을 다시 툭 쳤다.

"반성했으면 됐어.앞으로는 그러지 마.알았지?"

"응!"

티엘은 환한 얼굴로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종잡을 수 없는 티엘의 모습에 에렌은 다시 한숨을 쉬며 티엘을 일으켜세웠다.

"빨리 로린한테 가자.참,너 내가 벽에 개들이 숨어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

"당연히 모르지."

"그럴 줄 알았다.마법을 쓸 때는 마력이 필요해.그리고 이 마력은 참 신기하게도 마법을 쓸 때마다 구성이 조금씩 바뀌게 돼.어때?"

"진짜?어떤 식으로?"

"마력 연구자들이 연구하고는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된 마법사,견습 마법사들은 미약하게나마 구성이 바뀌게 된 것을 알게 돼.그러니까,으음 설명하긴 좀 힘든데.너도 어느정도 실력이 늘면 알게 될 거야."

"그렇구나...그럼 너는 마력이 변한 걸 느껴서 그 얘들을 눈치챈 거야?"

"아니.걔네들이 소리를 냈잖아."








"히야,날씨 한 번 죽인다."

"시끄러워."

언제나와 같은 대화를 하며 에렌과 티엘은 하늘을 살펴봤다.

맑고 화창해야할 하늘은 우충충한 회색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에렌은 습관대로 한숨을 쉬며 주위의 약 60명쯤 되는 학생들을 둘러봤다.

안경을 쓴 학생,이 와중에도 졸거나 책을 읽고있는 학생 등 가지각색의 학생들이 의자에 앉았다.그들은 지금 네펜 국제 마법학원의 입학식을 치르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학원이 그렇듯이 네펜 학원의 입학식 역시 길고 지루했으며 제대로 듣는 사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물론 에렌과 티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맨 뒤의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로린도 에렌의 옆자리에 앉아있었으나 그녀는 언제나처럼 아무 말 없이 앉아있을 따름이었다.

에렌은 고개를 푹 숙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삼일 전,그에게 의문을 던지고 간 한 소년.

그는 그 후로 소년을 찾으려 노력했다.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베스는 자신 말고는 찾아온 남자아이는 없다고 했다.혹시나해서 학원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흔적도 없었다.

그 소년이 자신에게 말하려던 것은 무엇일까.누가 더한 짓을 했다는 거지...?

잊으려 했지만 잊을 수 없다.혹시 조직이 자신 몰래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에렌의 가슴을 바싹 타게 만들었다.민이 혹시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할 때보다도 힘들었다.

에렌이 그런 고민에 빠져들던 무렵.

머리 위에서 학원장의 쉰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입학식은 여기까지입니다.입학생들은 반을 확인한 뒤 각자 반으로 가십시오."

드디어 끝났구나.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에렌은 티엘,로린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섰다.

"정말 지겨웠어.모든 입학식이 그렇지만."

"동감이야.앗,에렌!종이에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에렌이 쓴웃음을 지었다.이럴 때 티엘은 정말 애같다.그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네모나게 두 번 접은 새하얀 종이를 하얀 셔츠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에서 꺼냈다.티엘의 말대로 종이에서는 검은색 글자들이 종이를 파먹으며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에렌 드 셀레이넨 학생.1-2에 배정.'

이 종이는 일종의 가정 통신문이다.아니,학생 통신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전체 학생,혹은 어떤 학생 한 명에게 통신할 것이 있을 때 이 종이에 글씨가 떠오른다.글씨가 떠오르면 종이가 진동하기 시작해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없는 아주 효과적인 학생 통신문이었다.

이 역시 네펜 학원에서만 쓰이는 물건으로서 누가 만들었는지 에렌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난 1-2.티엘,넌 몇 반이야?"

티엘은 그의 말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반이잖아.난 1-1."

"괜찮아,괜찮아.쉬는 시간이나 기숙사에서 만나면 되지.로린,너는?"

"저,가 아니라 나는 1-2이야."

네펜 학원의 학생이 된 로린은 당연히 그녀의 로브를 벗어야 했다.거기다가 그녀가 항상 써왔던 존댓말마저 바꿔야 해서 지난 며칠동안 그녀는 고생하며 에렌에 대한 존댓말을 고쳤다.때때로 실수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티엘만 다른 반이네.뭐,다 같은 반 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자,티엘.어서 정신차려.일단 반으로 이동하자고."

충격에 휩싸여있는 티엘을 깨우며 에렌은 로린과 함께 반으로 이동했다.1학년 교실은 본관 1층에 있었으니 그리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에렌과,티엘,로린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우르르 본관으로 몰려갔다.6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들어가니 서로 이리저리 밀치고 밀치기 일쑤였다.

에렌 역시 누군지 모를 남학생의 실내화에 발을 밟혀 아파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 선생이란 작자들은 왜 통제를 안 하는 건데?역시 선생들이란.

저도 모르게 불평하며 에렌은 학생 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어떻게든 틈을 만들려 했다.그리고 그 에렌의 손을 한 사람이 턱 붙잡았다.

"이봐,힘든 건 아는데 좀 기다려주지 않겠어?차례를 지키며 들어가야 빨리 들어갈 수 있다고."

남학생의 것이라 짐작되는 목소리가 에렌을 꾸짖었다.에렌은 순간 얼어붙어버렸다.

혼났기 때문이 아니었다.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풍부한 울림이 있는 저음의 목소리.

에렌은 앞에 있던 학생의 머리를 손으로 밀어버렸다.에렌에게 밀려난 학생이 불평했지만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모든 학생들,건물들이 하나둘씩 투명한 공간에 먹히기 시작하고 마침내 목소리의 주인과 에렌만이 남았다.

에렌은 목소리의 주인을 똑똑히 불 수 있었다.

그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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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의혹 +3 14.06.07 651 10 8쪽
32 나름의 노력 +2 14.05.31 532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30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28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2 8 16쪽
27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7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4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2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2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3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 입학(9) +2 14.02.03 499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1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3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7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5 만남 +2 14.01.22 1,142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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