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펜 국제 마법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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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기
작품등록일 :
2014.01.22 21:19
최근연재일 :
2014.06.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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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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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

DUMMY

"..렌, 에렌!"

"예, 네, 네?"

생각에 잠겨있던 에렌은 어렴풋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깨어났다. 입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그의 엄지손가락 손톱이었다. 손톱을 씹는 버릇은 없었는데 언제 생긴거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숙인 머리를 누군가 퍽 쳤을 때 그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살짝 얼얼한 뒤통수를 만지며 고개를 들었다. 에렌을 때린 것은 하벤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당사자께서는 딴 생각하는 것도 모자라 피식피식 웃기까지 해? 너 제정신이냐?"

"죄송합니다. 치유실에서 퇴실한지 얼마 안 돼서 좀 헷갈렸습니다."

에렌이 치유실에서 퇴실한 것은 어젯밤이었다. 적응하기에는 좀, 아니 꽤 무리가 있는 시간이었다.

"에휴. 됐다. 그게 네 잘못도 아닌데. 다시 말할 테니까 이번에 딴 생각하지 말고 잘 들어."

"예."

하벤은 들고있던 회초리로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교탁에 섰다. 에렌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손등을 꼬집고 하벤의 말에 집중했다.

"자, 에렌 외 딴 생각하느라 내 말 못 들은 놈들을 위해서 다시 말해주자면, 지난 주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모두 아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조사를 좀 해보니 급식받을 때 선배한테 양보해주는 게 관습이라지? 15년밖에 안 된 학원인데 관습은 무슨 얼어죽을 관습. 아무튼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들이 점심 시간에 감시해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다. 걸리면 엄한 처벌을 받게 될 거고. 그리고 두 번째로, 이제 너희들한테 마법제한석과 학원용 통신석을 나눠주겠다."

말을 끝내고 그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 사실 마법제한석과 학원용 통신석은 지난번에 나눠줬어야 했는데 내가 까먹고 그만...어쨌든 정말 미안하다.

일고여덟명의 학생들이 우우우, 하는 소리를 냈다. 하벤은 한층 미안해진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하다니까. 자, 자 어서들 이걸 받으라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느낌이 강했지만 학생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줬다. 하벤은 이때다, 싶어 재빨리 마법제한석과 학원용 통신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다 받자 하벤은 주위에 있는 학생의 돌을 들어올렸다. 베네스와는 달리 반질거리는 검은색이었고, 울퉁불퉁해서 훨씬 진짜 돌처럼 보였다.

"이 통신석은 네펜 학원 관계자들 하고만 통신할 수 있는 통신석이다. 너희들이 원래 쓰던 통신석을 숨길 생각은 꿈해도 하지 마. 다 알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건."

통신석을 내려놓고 마법제한석을 들어올렸다. 정사각형 모양의 매끄럽고 얇은 돌이었다.

"마법 제한석이다. 이걸 몸에 지니면 쓸 수 있는 마법이 제한되지. 너희들 1학년이 쓸 수 있는 마법은 전투 마법 시간에 배우는 기초 속성 마법, 그 외 살상 능력이 전무한 비전투 마법이다. 마법 제한석을 몸에서 떨어뜨리는 건 심각한 규칙 위반이니까 놓고다닐 거면 들키지 않도록 하고. 알았지?"

모든 설명을 끝내고 하벤은 교탁으로 돌아갔다. 에렌은 하벤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며 중얼거린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안 들고 다녀도 원장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용서받는 놈도 있지만."






1교시 수업은 공교롭게도 전투 마법 수업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각자 같고다른 속성 수업을 듣기 위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자, 에렌."

옆자리에 앉은 로린이 에렌을 재촉했다. 로린은 뜨거움 교실에 가야 했고, 에렌은 원장실에 가야 했지만 같은 본관에 있기 때문에 로린이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평소였다면 에렌은 기쁜 마음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여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이틀 전 펠스에게 들었던 어이없는 이야기 때문이다.






"벌써 치매에 걸리신 건가요?"

"뭐, 임마?"

펠스가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펠스의 방금 전 말은 에렌의 입장에서 그보다 더 기가막히면 기가막혔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 말이었다.

"그도 그럴게, 로린이 저를 좋아한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럼 그 얘가 왜 이렇게 너한테 잘 해주는 건데."

로린이 어째서 자신에게 잘 해주느냐고? 솔직히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그 친절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하지만 펠스에게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다.

"친구니까요. 로린은 저한테 친구로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예요. 친구로서."

강조하기 위해 '친구'라는 단어를 한 번 더 말했다. 하지만 펠스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태도로 대꾸했다.

"그럼 그 애는 모든 친구를 너 대하듯이 대하니?"

"그렇겠죠."

"모르는 소리. 그 애는 너를 좋아해. 확실하다니까."

"시끄러워요. 쓰잘데기 없는 얘기할 거면 나가세요."

에렌은 머리맡에 놓여있던 베개를 던지려는 자세를 취하며 대꾸했다. 펠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펠스는 말했다.

"아무튼 로린 그 애는 너를 좋아해. 조만간 너한테 고백한다에 내 손목을 걸 수도 있어."

그는 경박하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치유실을 나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응?"

"아, 아냐. 그보다 로린, 난 아무래도 어디 들렸다 가야 될 것 같아. 너 먼저 가."

무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시피한 로린의 얼굴에 의아함과 섭섭함이 떠올랐다. 조금 많이 미안했지만 로린에게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어줬다. 펠스의 헛소리를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로린과 떨어져서 지내는 게 좋을 듯 했다. 로린에게도 자신 말고 다른 친구가 필요할테고.

"그럼."

로린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유유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로린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렌 역시 원장실로 출발했다.




"선생님의 불만이 이해가 되네."

며칠 전 방에서 하벤의 하소연을 들을 때만하더라도 그는 하벤이 과장해서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원장실은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은 곳이었다.

문은 툰드라 기후에서만 자라 엄청 희귀하고 비싼 값에 거래되는 그리스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문 손잡이는 백금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금붙이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예 금으로 칠을 해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에렌은 문을 두들겼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 나무는 손이 부딪칠 때마다 속이 빈 소리를 냈다.

"들어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이 들려왔다. 에렌은 문 손잡이를 조심스레 당겨 문을 열었다. 대공의 아들인 그조차도 백금 손잡이는 거북했다.

원장실은 문과 달리 별로 화려하지 않았다. 적어도 문에 비하면. 보통 원장실의 몇 배는 사치스러웠다.

원장실은 넓었다. 미끄러운 대리석 바닥의 끝에는 푹신푹신해 보이는 실크 의자와 문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듯한 나무 책상이 놓여있었다.

데시는 의자에 앉아서 무언가 일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앉거라."

데시는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검은색 가죽 소파는 원장실의 중앙에 있었다. 에렌은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여 소파에 앉았다.

그 후로도 데시는 계속 일을 봤다. 일에 집중해있는 듯해 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에렌이 할 수 있는 정면의 벽걸이 시계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 뿐이었다.

뎅뎅뎅.

종소리였다. 1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에렌은 5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돌아가거라."

데시가 여전히 눈을 책상에 박은 채로 말했다. 에렌으로서는 울컥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엄연한 수업 시간이었다. 데시는 한 명의 선생으로서 그를 가르칠 의무가 있고, 에렌에게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에렌은 데시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뭔가 이유가 있으시겠지, 그렇게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15년이란 오랜 시간을 이 학원에 쏟아부은 데시가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낭비했을 리 없다.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녕히 계세요."

에렌은 허리 숙여 인사했다. 데시는 여전히 얼굴을 들지 않았다.

몸을 돌려 문 쪽으로 몇 걸음 걸어가다 멈췄다. 에렌은 그의 망설임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원장님.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저는 파즌 선배가 밉지 않습니다.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정말로요. 이번 주에 아버지께 말씀드려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연락할 수단이 필요한데.."

데시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흐릿한 회색 눈과 마주치자 에렌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려버렸다. 잠시 뒤 데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지만 괜찮다. 너는 파즌이 밉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네 아버지께서는 또 다르실 거다. 네가 지난번에 말했지.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매라고.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매를 휘두를 수 없어. 그 아이가 그렇게 된 데에는 내 잘못이 크니까.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는 지킬 생각이다. 그러니 이만 가렴, 에렌."

더 이상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통쾌함은 들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파즌이 밉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파즌에게 미안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시비를 건 것은 파즌이었다. 하지만 데시에게 파즌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확실치는 않지만-이다. 아들이 벌을 받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데시의 마음이 어떨지 부모가 아닌 에렌은 알 수 없었다.

아침에 하벤이 중얼거린 말이 생각났다. 파즌은 원장 아들이란 이유만으로 용서받는다고. 데시에게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혼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내리는 처벌을 막지않고 지켜볼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었다.

에렌은 다시 한 번 데시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녀에게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으나 에렌은 문을 열고 원장실을 나갔다.




시간은 쏜살 같이 지나가 마침내 점심 시간이어ㅉ다. 모든 학생들이 고대하는 시간이었지만 에렌은 그렇지 않았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식당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파즌을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흉터를 일깨우는 상처는 하나로 충분했다.

점심 시간에는 학생들은 완전히 자유였다. 도서관은 물론이고, 운동장, 원한다면 기숙사에서 자도 된다. 물론 그러다 늦으면 하루종일 잘 수 있게 될 것이다. 감옥 안에서.

"오랜만에 티엘이나 보러 가볼까..."

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었다. 티엘과 이름이 레이였던 것 같은 학생은 자신과는 다른 치유실에서 머물렀다.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휘둘리게 한 것은 미안한 일이었다. 듣는 바에 의하면 티엘은 학원 안 가고 놀 수 있다고 좋아했다지만.

에렌은 마음을 정하고 티엘과 있는 치유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티엘과 레이는 에렌보다도 상처가 심해 아직도 치유실에 있었다.




"에렌!"

티엘은 반갑게 소리를 지르며 에렌을 맞아주었다. 곳곳에 붕대가 감겨져있었지만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다 나은 건 아닌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아픈 소리를 내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에렌은 그 천진난만함에 감탄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으며 핀잔을 줄 수밖에 없었다.

"넌 다 큰 녀석이 왜 이리 애 같냐."

"애 같다니. 내가 얼마나 어른스러운데. 봐 봐, 내가 그 때 너 구하러 목숨도 걸었다구."

에렌은 입을 다물었다. 으스대던 티엘은 갑자기 조용해진 에렌을 보고 눈에 의아한 빛을 띄웠다. 에렌은 고개를 젓고 티엘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널 끌여들어서."

그제서야 티엘은 눈치챌 수 있었다. 괜스레 미안해진 티엘은 웃으며 에렌의 어깨를 탁 쳤다.

"짜식이. 난 괜찮아. 너 덕분에 학원도 쉬었는데 뭐. 그보다 너 눈은 괜찮아?"

"아."

손을 들어 왼쪽 눈을 더듬었다. 매끈한 눈꺼풀 위로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새겨진 오돌토돌한 상처가 느껴졌다.

"응. 흉터가 좀 남긴 하겠지만 그렇게 크진 않을 테고, 시력도 멀쩡해."

"그래? 그래도 아깝네. 잘생긴 얼굴에 흠집 낫잖아. 흐음, 로린이 어엄청 슬퍼하겠는데?"

티엘의 마지막 한 마디에 에렌의 얼굴이 굳어졌다. 티엘까지 로린 타령이라니, 더 이상 헛소리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야."

"왜."

티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그러나 에렌은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만약 티엘이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자신 혼자 비프 스튜 마신 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진실을 모른 체 할 수는 없었다.

"야, 있잖아...그러니까 있잖아..나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백만 분의 일의 확률로 있는 일이겠지만, 혹시 로, 로린이 나 좋아해?"

"응."

한참을 망설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히, 그리고 빨리 돌아왔다. 에렌은 입을 떡 벌리고 버벅거리며 물었다.

"하, 하지만 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로린도 아닌데."

티엘은 에렌을 향해 양 손바닥을 쫙 펴서 보여주었다. 에렌은 더 이상 입을 열 여력도 없어 멍하니 티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싫은 것은 아니었다. 로린은 예쁘고, 착하고, 어릴 때부터 항상 자기 곁에 있어주었다. 하지만 에렌에게 로린은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감정은 당혹감이었다.

만약 로린이 자신에게 고백하고 자신이 그 고백을 거절한다면 로린과 자신은 멀어질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서먹해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싫었다. 이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로린과 멀어지는 것은, 서먹해지는 것은 싫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대로 로린의 마음을 모른 척 해야 하나? 그렇다면 로린과 그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아버렸다. 로린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자의였든 아니었든 진실을 안 이상 책임을 져야한다. 로린이 자신을 멀리하게 되더라도.

"나 가야겠다."

정리를 끝낸 에렌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티엘이 아쉬운 얼굴로 그를 쳐다봤지만 에렌은 단호했다. 자신에게는 지금 할 일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마음이 약해져셔 하지 못 할 것이다.

"안녕. 다음에 보자."

"그래. 이왕이면 학원 끝나고 와주고."

"학원 끝나면 레이 보러갈 거야."

"레이도 보고 나도 보면 되잖아."

"내가 체력이 별로 없어서 안 될 거 같다. 그럼 나 간다."

"그래그래, 마음대로 하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티엘은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에렌은 뻣뻣한 미소를 지으며 치유실을 나갔다. 그가 갈 곳은 로린의 방이었다. 로린이라면 분명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 고백하는 게 아니라 고백을 거절하러 가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었다. 그 상대가 로린이라서 그런가.

로린의 방 문 앞에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고백하기도 전에 하는 거절이라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었다.

손을 들어서 관절로 문을 똑똑 두들겼다. 안에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로린은 분명 방에 있을 것이다. 방 말고는 달리 갈 데도 없었다.

잠시 후, 안에서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에렌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로린이 나오는 것을 지켜봤다. 로린이 모습을 들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안 됐지만 에렌에게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에렌? 무슨 일이야?"

"응? 아, 아니."

로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자 에렌은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로린의 상냥한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에렌은 답이 정해져있는 물음을 던졌다.

"로린. 너...나 좋아하지."


작가의말

네펜 국제 마법학원은 전개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입니다. 그래서 다음 화부터는 좀 빨리 진행시킬 계획이구요. 그런데도 이번 화에 로린과의 로맨스를 소개하는 데 한 편을 쓴 이유는 일단 첫째, 앞으로 로맨스는 안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예 안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번 화를 끝으로 한동안 로맨스는 안 나올 겁니다. 반란 이야기 끝부분에 조금 나오고, 그 뒤로 다시 한참동안 안 나오다가 2부나 3부에나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이번 화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실을 알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 말은 앞으로의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입니다. 현재 에렌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 중에서는 거짓이 많습니다. 이 중에는 독자님들이 이미 알고 계신 거짓도 있을 테고, 제가 떡밥을 얼마 안 던져놔서 그 정체를 알지 못 하고 있는 거짓도 있을 것입니다. 1부의 내용은 에렌이 진실을 알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현재 진행되는 내용은 0부입니다. 원래는 중편 정도로 끝마칠 예정이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장편이 돼버릴 지경이네요. 앞으로는 빨리빨리 전개시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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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의혹 +3 14.06.07 651 10 8쪽
32 나름의 노력 +2 14.05.31 532 6 9쪽
31 껍질 +14 14.03.23 798 20 9쪽
30 움직임 +8 14.03.22 525 10 11쪽
29 거리 +6 14.03.09 683 14 9쪽
» 누군가의 마음 +10 14.03.08 552 8 16쪽
27 학원장과의 대화 +10 14.02.26 467 17 11쪽
26 학기 초(8) +8 14.02.24 464 8 10쪽
25 학기 초(7) +6 14.02.21 521 10 9쪽
24 학기 초(6) +2 14.02.19 337 8 11쪽
23 학기 초(5) +4 14.02.17 545 8 9쪽
22 학기 초(4) +2 14.02.12 549 9 12쪽
21 학기 초(3) +2 14.02.10 482 7 26쪽
20 학기 초(2) +2 14.02.07 453 11 13쪽
19 학기 초 +2 14.02.05 528 11 11쪽
18 입학(9) +2 14.02.03 498 10 11쪽
17 입학(8) +2 14.02.02 656 8 13쪽
16 입학(7) +2 14.02.02 490 8 8쪽
15 입학(6) +2 14.01.24 412 10 11쪽
14 입학(5) +2 14.01.22 700 8 8쪽
13 입학(4) +2 14.01.22 662 13 9쪽
12 입학(3) +4 14.01.22 884 15 10쪽
11 입학(2) +4 14.01.22 732 12 11쪽
10 입학(1) +4 14.01.22 607 15 6쪽
9 만남(5) +4 14.01.22 695 17 7쪽
8 만남(4) +4 14.01.22 727 17 8쪽
7 만남(3) +4 14.01.22 721 15 5쪽
6 만남(2) +6 14.01.22 839 19 11쪽
5 만남 +2 14.01.22 1,142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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