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사 사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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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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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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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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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5(4).

DUMMY

목검이 닿을 듯 말 듯 위태롭게 피하던 진주방이 기합을 내지르고 목검을 휘둘러 막았다. 부채꼴 모양의 잔상을 남긴 진주방의 초식은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초식이었다. 워낙 강하고 넓은 공간을 휩쓴 까닭에 초상흔도 더 파고들 수 없었다.

다시 간격이 벌어진 초상흔은 목검을 고쳐잡았다.

“과연 한 수는 있단 말인가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렇다면 보여주세요. 진짜 힘을.”

초상흔이 익힌 구분궁검은 멸문한 아미파의 소청검법을 변형, 발전시킨 요마궁의 무공이다. 출수할 때 세 번의 변화가 일어나고 적을 벨 때 다시 세 번의 변화가 일어난다. 다양한 초식과 합쳐질수록 상대는 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막으려면 세 갈래의 검로를 전부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특히 평소 시원스러운 한방 위주의 검술을 선호하던 진주방에겐 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탁. 탁. 슈웅.

둘의 비무는 갈수록 치열하게 진행됐다. 초상흔의 구분궁검에 진주방이 연신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정타는 내주지 않았고 간간이 위협적인 반격으로 그를 밀쳐내곤 했다.

저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판극에게도 큰 공부가 됐다. 경쟁 상대의 무공을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진주방 대신에 자신이 싸운다고 상상하니 마치 실제 비무의 당사자가 된 것처럼 손이 흥건히 젖었다.

‘나라면 이번엔 피했을 거야.’

진주방의 검법과 추살검은 닮은 점이 많았다. 단순하고 강력한 일격에 집중한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그래서 진주방의 동작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고 안타까움을 자아냈는지 몰랐다. 한 번 더 피하고 기회를 만들면 좋으련만, 진주방은 우직하게도 맞부딪히고 있었다.

퍽.

“큭.”

초상흔이 목검이 다시 세 갈래로 갈라지더니 진주방의 팔을 찔렀다. 진주방은 팔을 움켜쥐며 물러났고 승기를 잡은 초상흔이 품 안으로 파고들며 진주방의 목을 향해 일검을 날렸다.

“끝이닷!”

“어림없다!”

곧 당할 것처럼 위태롭던 진주방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얻어맞아 움츠렸던 왼팔을 앞으로 내밀더니 초상흔의 목검 사이로 파고들었다. 우락부락한 어깨를 그대로 밀어 접근하던 초상흔과 충돌했다.

“컥!”

사람끼리 부딪쳤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굉음이 울렸다. 그리고 직후에 일어난 일마저도 사람끼리의 충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지경. 제자리에 우뚝 서 있는 진주방과 달리 초상흔은 낙엽처럼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입가에 피까지 흘리며 쓰러진 그에게 진주방이 바로 덮쳐 목검을 찍었다.

쿵.

이마에서 물방울이 한줄기 천천히 떨어졌다. 피일까? 아니면 땀일까? 다행히 의식도 있고 몸에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초상흔은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위에서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육중한 그림자가 보인다. 고통을 참느라 얼굴을 찌푸린 그림자의 정체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좋은 승부였다.”

“흥. 인정할 수 없어요.”

진주방이 내민 손을 탁 치고 일어난 초상흔은 불만에 찬 얼굴로 무극천황에게 따졌다.

“사부님. 제 목검이 먼저 닿았다구요. 진검승부였다면 진 사형의 팔이 잘렸을 거예요.”

“허허, 그렇게 따지면 넌 목이 달아났겠지.”

“하지만 사부님.”

“그만! 어리광은 그쯤 해두거라.”

무극천황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더 이상의 어리광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꾹 다문 입술에서 불편한 심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더 따지려던 초상흔은 속마음을 꿀꺽 삼키고 물러났다.

장내가 진정되자 무극천황은 원래의 온화한 표정으로 바꾼 뒤 말했다.

“주방은 인내심을 좀 더 길러야 한다. 한 번 참는 것이 몇 번 휘두르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단다. 그리고 상흔은 초식의 정교함과 힘이 아직 부족하구나. 그것은 꾸준한 수련만이 해결책이니 더욱 정진하거라.”

“예. 사부님.”

“예.”

“그럼 소악이부터 면담을 시작해도 되겠지? 따라 들어오너라.”

말을 마친 무극천황이 먼저 건물로 돌아갔고 그의 뒤로 냉소악이 따라갔다. 몇 걸음 걷던 냉소악이 뒤를 돌아 진주방을 바라보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잘했어, 쮸방.”


면담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냉소악과의 면담은 일각 여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았고 연지완과 진주방은 둘이 합쳐 한시진 정도가 소모됐다.

판극이 추살검법을 익혔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던 무극천황은 친절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조숭과는 다른 식견으로 추살검법과 내공의 운용에 대해 설명했고 판극은 그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 눈이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판극이 화열전을 나왔을 때는 벌써 해가 저물고 있는 시점이었다. 처소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가던 판극은 뜻밖의 인물들과 마주치고 걸음을 멈췄다.

“대사형?”

“쉿.”

담장의 긴 그림자 속에서 기다리던 대사형 냉소악과 진주방이 판극을 붙잡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갈림길을 돌아 박달나무가 높게 자란 공터에 다다르자 판극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어디를 가는 겁니까?”

냉소악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좋은 데.”

“예?”

“잘 들어, 사제. 련에는 절대금역이 세 군데 있어. 첫 번째가 사부님의 거처인 화열전. 그리고 각종 영약과 비급이 저장돼있는 약비동이지.”

“약비동이라면?”

“맞아. 일전에 쮸방과 내가 정복했던 곳이기도 하지.”

냉소악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처럼 말하자 진주방이 투덜댔다.

“정복은 무슨. 도둑질하려다 걸린 거죠.”

“크,흠. 쮸방. 대업은 실패했어도 그 정신은 위대했다고 생각한다, 난.”

“누가 대사형을 말리겠습니까. 계속 하세요.”

진주방이 체념한 듯 물러났다.

신이 난 냉소악이 판극에게 물었다.

“세 번째 금역이 어딘 줄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련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 그래서 련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 오직 군사의 명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곳, 미녀들의 천국이자 달조차 그곳을 지날 때면 부끄러워 붉게 물든다는 바로 은월각.”

“``` 그런데 그 얘기는 갑자기 저한테 왜?”

불길한 예감이 바람을 타고 스쳤다. 부디 그 예감이 틀리길 바랐건만, 나무 그림자에 감춰진 냉소악이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냉소악은 친한척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

“왜긴, 사제를 대업에 동참시키려고 하는 게지. 새끼 사제를 벗어난 것도 기념할 겸.”

냉소악의 표정이 달빛처럼 환했다. 반면에 뒤에서 대화를 듣던 진주방은 죽을상을 짓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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