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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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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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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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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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DUMMY

“세상에! 방금 벨로나 세라트너 단장이었죠?”


미엔 엘리느는 자신을 지난친 여인의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다짜고짜 스승인 바르나프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종종 안부차 학원을 방문하곤 한단다. 처음 보는게냐?”


“멀리서 몇번은 봤죠. 하지만 엄밀히 제가 월영군 소속이 아니니 접점은 없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생각보다 더 미인이면서도 동시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스승님을 자주 뵈러 올걸 그랬어요.”


“벨로나를 그렇게 만나고 싶었더냐?


“당연하죠! 대륙 최고의 검사, 최연소 월영군 단장, 공적(公敵)을 붙잡은 공적(功績)을 가진자. 젊고, 아름답고, 강하고.. 스승님 저 옛날부터 강한 여자가 이상형이었다는 거 잘 아시죠?”


바르나프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어쩜 이렇게 정반대의 제자들과 동시간대에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안타깝게 되었구나,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이 생긴거 같던데.”


“대!박!사!건!...”


그 순간 바르나프는 자신이 큰 실수를 한게 아닌가 생각들었다.

인형과 전투가 일상인 월영군 특성상 각인진을 한 이들은 대부분 남자 병사들이었다. 그래서 벨로나의 좀 전의 대답에 자신의 희망을 더했던 것인데, 그 실언이 괜한 소문이 될까 우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 또한 미엔 엘리느의 능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고 방심하게 만드는 미엔 엘리느만의 화법.


“방금한 말은 잊어라. 그저 이 늙은이의 바람일 뿐이니. 아끼는 제자가 인형에 대한 복수심만 가진채 지내는 것이 안쓰러웠을 뿐이니까.”


“정말이죠?.. 아무튼 월영군 사령부에 있으면서 듣게 되는거지만, 정말 벨로나 단장의 인형에 대한 증오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그 증오의 불씨가 된 사건도 미쳤다고 밖에 표현을 할 수 없구요.”


“네가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굳이 들춰내고 싶진 않구나. 아끼는 제자의 슬픔을 묵은 화제거리로 삼아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다만, 언젠가 너도 벨로나와 직간접적으로 부딪칠 일이 있을 테니 이것만 기억해라. 그 작전은 사제의 명에 따른 것이었고, 이후 벨로나는 사제들 또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소문으로는 알 수 없는 그 작전의 세부적인 내용을 혹시나 바르나프가 알려줄까 하고 생각했던 미엔은 여기까지가 한계임을 확인했다. 아무리 스승과 서스럼없이 지낸다고 한들 무너뜨려서는 안될 벽은 있는 것이었고, 특히 벨로나에 대한 스승의 벽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미엔이었다.

월영군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황무지 정찰 작전. 월영방국과 카릿치오스 사이의 황무지를 정찰하는 작전에서 당시 이십인장이었던 벨로나는 100여기의 인형와 전투해서 승리를 거뒀고, 그 공로로 전설이라는 별명을 얻고 수색대장으로 승진했다.

사실 관계만 놓고 본다면 보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신병에게 들려줄 좋은 이야기였지만, 분명 그 작전에서 목숨을 잃은 그녀의 휘하 병력 18명과 그녀의 동생에 대한 내용은 신병에게 전달 되디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당사자로서는 슬픔은 잊혀진 채 영광만 칭송되는 소문이 불편했을 것이고, 바르나프는그런 벨로나의 심정까지 배려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샌거 같구나. 분명히 아침 출근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을 텐데?”

미엔은 부디 바르나프가 자신에게도 벨로나만큼의 배려와 애정을 가지고 있길 바라며, 스승의 말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방문 목적으로 떠올리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머리속을 재빠르게 정리했다.

월연방국의 민간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바르나프. 그가 단지 스승과 제자 관계로 이렇게 시간을 투자할리 없었고, 미엔 엘리느는 자신에게 투자된 시간에 걸맞는 결과물을 제공해야 했다.


“출근 시간까지 이야기를 끝낼수 있을 정도로 요즘은 월영군 사령부나 진월대도 조용한 편이에요, 스승님. 인형과의 대규모 전투가 없어서 그런지 국경선 이야기보단 오히려 카릿치오스 지방에 있는 흑표 군단에 대해서 사령부와 진월대가 신경을 쓰는 듯 하구요.”


미엔 엘리느가 일반 의약사의 길을 포기하면서 선택한 길. 군의관으로서 사령부와 때로는 진월대의 사제들을 상대 하면서 아슬아슬한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궁극적인 이유들이 바르나프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간헐적인 정보들뿐인거 같아요. 월영군 사령부 쪽에서는 흑표 군단의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받는듯 하지만 사령부가 들썩일만한 일은 없는듯 보이구.. 그에 비해 사제측은 조용해도 그 정도가 지나쳤어요. 고위 사제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어쩜 그리 말 한마디를 안하는지.. 젊은 사제들마저도 카릿치오스 건으로 일이 너무 많다는 불만 밖에 안하고 있다니까요.”


“흐음..하지만 평화로운 시점이라 생각 안되고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구나.”


“그··· 사제들에게 중개무역을 부탁 받은 것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세요?”


미엔이 조심스럽게 그렇게 물었고, 바르나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것이 여태껏 접촉이 없던 사제들로부터 지원 협조를 받은 것이 불과 육개월 전이었고, 거부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던 바르나프는 그 협조에 응하면서 무언가 벌어질거라는 불길함을 떨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중개무역을 통해 물자가 공급되고 흑표 군단이 머무르는 곳은 카릿치오스 지방 중심부에 있는 시초의 마을이라 하던데. 혹시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시초의 마을은 역사 이전에 존재했던 제국의 흔적이 있는 곳이지. 하지만 볼거리라고는 이해 못 할 고대 문자들이 가득한 건물 잔재들뿐이고, 그나마 가장 인상적인 것이 진월대와 비슷하게 생긴 탑이라고 들었다.”


“진월대와 비슷한 탑요?”


“그래.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양만 비슷하고 안은 각종 마법진으로 가득찬 모양이라던데. 물론 그 마법진들은 모두 고대의 것들이어서 일리오스 제국의 황실마법연구단 조차 해석 불가능한 것들이라 알고 있다.”


바르나프의 말에 미엔은 카릿치오스 지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일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고대 마법진에 관련된 호기심 수준이었지 그 이상으로 신경 쓰기는 무리였다. 지금 당장은 월영시 진월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저희에게 협조를 요청한 부서가 정보부라고 하셨죠, 스승님? 그럼 일단 정보부에 대해서 사제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보되 동시에 월영군 사령부쪽을 통해 카릿치오스 이야기도 접해 보려는데 어떠세요?”


“괜찮겠느냐? 너 말고도 월영군에는 이미 사람들이 있긴한데.”


“사령부에는 아직 제대로 된 연락책은 없잖아요. 그곳도 진월대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곳이니.”

그녀의 말에 바르나프는 상황이 참 모순적이라고 생각했다. 월영군 사령부의 최고 책임자를 제자를 두고도 별도의 통로를 통해서 사령부 소식을 들어야 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공과 사가 분명한 벨로나였기에 지금의 관계가 유지되었던 것이고, 여차하면 그녀 또한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리라.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었다.


“후회는 안하겠느냐, 사령부와 진월대 사이를 오가는 일을? 분명 사람들의 의심을 많이 사게 될거다.”

바르나프가 묻자 미엔은 고개를 당차가 저었다.


“전혀요. 덕분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얼마나 많이 알게 되는데요. 그리고 이렇게 나마 제가 스승님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염려치 마세요.”


“내가 무슨 은혜를 베풀었단 말이냐?”


“어머? 그럼 고아였던 제가 여기까지 성장한건 다 저의 능력 때문이라는 건가요? 대단하네 나란 사람.”


미엔은 그렇게 말하며 혀를 쏙 빼물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과 함께 말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스승님을 만나서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결국 힘이 없으면 철저히 무시당하고, 억압받게 되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아요. 그리고 지금 월연방국의 모든 힘은 사제들이 가지고 있지요. 그 틈바구니 속에서 일말의 정보가 스승님의 힘이 되고 또 제 힘이 된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힘겨웠던 그녀의 어린 시절. 바르나프는 자신에게 결코 말한 적이 없는 그녀의 유년기의 시절의 경험이 현재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 듯 했다.


“잘 알겠다. 하지만 절대 사제들의 눈에 띄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특히 사제들의 말을 가능성으로만 받아 들이되 믿지는 말도록. 겉으로는 제정론이라는 하나의 정파로 다스려지는듯 하나, 나는 월연방국 탄생초기 여러 분파가 존재했던 것을 보았던 사람이다. 때문에 어느 분파가 우리에게 득이 되는지를 판단하려면 정확한 정보와 판단력을 통해 그 세력에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


바르나프가 진심어린 말에서 미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는 무거웠던 분위기를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커다른 기지개를 키고서는 일어날 준비를 했다.


“흐음···! 그럼 이제 슬슬 출근을 해봐야겠네요. 다음번 약속 이전에 무슨 소식이 생기면 바로 연락 드릴게요!”


“그래, 그럼 조심하도록 해라.”


“아참, 정말로 벨로나 단장에게 연인이 생긴건 아니죠?”

문을 나서기 직전, 미엔은 마치 중요한걸 잊었다는 듯이 그렇게 외쳤고, 바르나프는 허탈한 웃음을 내뿜을 수 밖에 없었다.


“연인의 연자도 꺼낸 적이 없으니 쓸데 없는 소문 만들지 말거라.”

닫히는 문 사이로 미엔의 짖궂은 미소가 보였고, 그 덕분에 바르나프 또한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배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사제들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하자 웃음 띤 얼굴은 저절로 굳어졌다.

강해지고 싶다는 자신의 어린 자제가 상대해야 할 존재들이 너무나도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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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4장 - 개벽(開闢)_1화_ 선고 (1) 20.06.05 68 4 10쪽
34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2) +2 20.06.04 69 4 12쪽
33 3장 - 효시(嚆矢)_5화_전조_(1) 20.06.03 65 3 12쪽
32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2) 20.06.02 60 3 7쪽
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4 3 9쪽
30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3.끝) +2 20.06.01 63 3 9쪽
29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2) 20.06.01 64 3 11쪽
28 3장 - 효시(嚆矢)_3화_만인의 적이 지나가는 길(1) +2 20.05.31 67 4 8쪽
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3 4 12쪽
26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5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9 4 10쪽
24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4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90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8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20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9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11 5 10쪽
18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1) +1 20.05.21 106 7 7쪽
17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6화_ 거점 투입 20.05.19 117 5 11쪽
16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5화_담소 (談笑) +1 20.05.18 134 6 10쪽
15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4화_월몰 기도식 20.05.18 123 6 9쪽
»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2) 20.05.16 134 5 10쪽
1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3화_스승과 제자 20.05.15 178 8 9쪽
1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2화_흠결 20.05.15 178 6 7쪽
1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1화_만인의 죄인 20.05.14 283 7 12쪽
10 1장 - 악몽(9) 20.05.14 249 6 12쪽
9 1장 - 악몽(8) 20.05.13 261 6 11쪽
8 1장 - 악몽(7) 20.05.13 291 7 8쪽
7 1장 - 악몽(6) 20.05.12 301 7 7쪽
6 1장 - 악몽(5) +2 20.05.12 403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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