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흔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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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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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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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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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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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소개한들 네가 알지 못할 것인데, 이름이 중요할까? 예를 들어 내가 월연방국 병부사 샤즐 노리탄, 행정부 베를 티난테, 치안관리부의 초리 막시노라면 어쩔 텐가? 또 마법통제부 페릴로 쿠텐 사제라든지 아니면.. 정보부 트리스트 듀에라고 소개 한다면 네가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그가 어떤 이름을 대더라도 벨로나는 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의 말이 이어질 수록 그녀의 본능이 그 어떤 인형을 만났을 때보다 각성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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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성명보다 앞으로 우리가 나눌 이야기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사제분께서는 세상의 균형에 대해 저의 부족한 식견을 듣고 싶으신 겁니까?”


사제란 원래 이런 존재인지, 아니면 이 사제가 특별한 것인지 벨로나는 의문을 가지며, 재빨리 본론에 들어가고자 했다.


“해가 있으니 달이 떠있고, 빛이 있으니 어둠이, 그리고 인간이 있기 때문에 인형이 존재한다. 언듯보면 조화를 이루는 듯 하지만 역사는 이러한 조화가 충돌하는 과정의 연속. 일리오스 제국에서의 내부 세력 다툼으로 월연방국이 탄생했고, 인간과 인형간의 충돌로 유포레아스 공화국이 탄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지.”


“·········”

하지만 사제는 갑자기 장황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고, 그런 대화를 선호하지 않는 그녀는 침묵으로서 대화를 흘려 보내려 했다.


“나혼자 떠드니 재미없군.. 벨로나 단장.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에 질문 하나 하도록 하지. 월 연방국의 제1의 적은 누구이지?”


“무혼의 유포레아스 공화국입니다.”

벨로나는 부디 이 질문이 유의미한 대화로 이어지길 바라며 무미건조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제 2의 적은?”


“피의 일리오스 제국입니다.”


“내가 사제라 이해를 못하는 건가? 일리오스 제국의 영토가 월 연방국의 2배는 넓고 그 만큼 군사력도 막강한데 왜 제2의 적인 것이지?”


“유포레아스 공화국이 월연방국과 가장 큰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일리오스 제국의 남하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유포레아스 공화국을 우린 물리칠 수 있는건가?”


대답하기 앞서 벨로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머리속으로는 수 백번 생각했던 질문이었지만 여태껏 단 한번도 사제와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 조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화의 끝이 어떻게 끝이나든 벨로나는 월영군 최고 군단장으로서 소신을 다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불가합니다.”


“왜지?”


“월연방국, 3개국의 총 12개군단의 병력 12만으로, 무혼 인형 전투 병력 15만을 상대하기는 무리입니다. 더군다나 모든 인형이 신체 향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비전투 인원 40만 모두를 사실상 전투 병력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전력에서 크게 밀립니다.”


“여기 월영시만 70만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리고 인형과 동등한 육탄전을 할 수 있는 신체향상도 유일하게 월연방국만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신체향상 구슬의 공급은 현재 군의 규모를 뒷감당하는 것도 힘든 것으로···.”


“틀렸다, 벨로나.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힘을 집결할 의지가 없어서 방임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힘의 집결을 원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있는 것이고.”

사제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정체불명의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지. 조화로워 보이는 모든 것들은 사실 투쟁 상태에 있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에 어떤 통치 수단도 포함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예를들어 제정론 같은거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나 벨로나 세라트너 월영군 최고 군단장.”


그때서야 벨로나는 이 대화가 무엇을 위함인지, 그리고 자신이 느끼던 불안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것은 월영군 최고 군단장이라는 자리를 맡으면서부터 벨로나가 안고갈 수 밖에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어떤 정치 형태에서든 불만 세력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월연방국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하지만 제정론이라는 특수한 체계로 그 권력 싸움의 실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만일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었던 벨로나였다.

따라서 그녀는 최소한 월영군만큼은 사제들의 정치 싸움에 휘둘리지 않도록 그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사제들의 권력 싸움에 변수를 만들 힘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균형을 깨트릴··· 힘이 필요하십니까?”


“그것이 군인의 말하는 방식인가? 사제의 입으로 말하기에 조금 과격하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제의 말투에는 웃음이 베여 있었다.


“원하시는게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넌 그저 폭풍이 지나간 뒤 다시 노를 저을 사람이니까. 폭풍이 몰아치고 나면 일체일념(一體一念)에 따라 힘의 집결이 완성되어 월연방국은 네 목적을 이룰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인형 말살이라는 네 목적에 변함은 없는지, 또 그것을 위해 묻혀온 피만큼 앞으로 묻힐 피를 각오하고 있는지 확인이 하고 싶었을 뿐이지.”


도대체 사제가 말하는 힘이 무엇인지, 사제에게 다른 진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는 의심하는 가운데 벨로나가 할 수 있는 말은 한정적이었다.


“제게 바라는 것이 없다면서 이런 정보를 흘리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오, 확실히 네게 바라는 것은 없지. 그렇지만 상수치고는 월영군은 무시할 수 없는 너무 큰 존재이지. 그러니 월영군을 이끄는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네가 이 사실을 알아봤자 어쩔텐가?”


벨로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대로 월영군을 이용코자하는 사제들이 있다고 한들, 그 세력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눈앞에 있는 자의 이름조차 모르는 판국에 누구에게 이 사실을 말할 것이며, 또한 이런 대화를 들은 이상 그녀에게 분명 더 많은 감시와 족쇄가 붙을 것이고, 허튼짓을 하게 내버려 둘리가 없었다.


“저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상황이 이렇자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벨로나는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아직 네 대답을 듣지 못했다만?”


“그 대답에 많은 것이 달려있을 것 같군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월연방국 월영군 최고 단장. 제 임무는 외침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월영방국민의 안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뿐입니다.”


“변화하는 세상이 네 목적과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인가?”


“그 변화라는 미명하에 월영군의 칼날이 국경선 내부를 향해야 한다면 저는 제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


“재미있군. 결코 사제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이지만, 결국 네 사명만 지켜준다면 어떤 세력이 현재 사제들을 대신해도 괜찮다는 해석이니, 과연 월연방국의 최고의 검다운 말이군.”


“···네?”


“이야기 잘 들었네, 벨로나 세라트너. 그리고 앞으로도 부디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길.”


자신의 대답이 사제가 원하는 말이었는지 알 턱이 없는 벨로나였다. 그랬기에 필요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갑자기 대화를 끝내며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사제의 모습에 불안해졌고, 그를 쫓아가 정체라도 확인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벨로나는 이미 3번의 신체향상을 모두 마친 상태였고, 사제는 자폭 인형의 마법을 상쇄 시킬 정도의 마법 실력을 지닌 자였다. 마법을 잘 알진 못했지만, 대륙의 공적을 사로 잡았을 때의 경험을 유추해 보았을 때 결코 범상치 않은 실력임이 분명했다. 따라서 신체 향상 없이 추격하는 것도, 설사 추격이 가능하더라도 만일 싸움이 벌어질 경우 그 결과가 미지수였고, 때문에 벨로나는 사제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


“단장님...”

한참 동안 정신이 멍해있던 벨로나는 잊혀졌던 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 어찌하실 겁니까?”

쓰러진 나무에 숨어있던 카니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서있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카니엘. 하지만.. 귀하는 신경쓰지 마십시요. 괜한 일에 휘말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이 일은 없었던 일입니다, 카니엘. 괜한 일로 월영군을 동요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허풍이고 거짓일수 있으니 지금은 상황을 살펴보는게 최선입니다.”


어떻게든 카니엘을, 아니 카니엘을 포함한 모든 월영군을 사제의 일에서 떼놓고 싶은 그녀였다. 그랬기 때문에 방금전 사제와 나눴던 대화를 카니엘이 잊어줬으면 했고, 카니엘 또한 자신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일이자, 갑작스러운 사건이라 할 말이 많지 않았다.

때마침 멀리서 시거든 소초장으로 추정되는 큰 소리가 들려오자 이야기를 이어갈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침묵한 채 다가오는 월영군을 맞이하려 했다.


“카니엘.”

갑자기 벨로나가 침묵을 깨며 그의 이름을 불렀고, 자연스레 그녀를 돌아본 카니엘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벨로나는 마치 인형이라도 본듯 일그러진 얼굴로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월영군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 같군요.. 우선 망루에서 말씀드렸던 귀하의 각인짐 문제는 바르나프에게 부탁을 해 놓은 상태입니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벨로나의 말을 뒤로 한채, 카니엘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숲속에서 하나 둘 등장하는 월영군을 보았다. 아니... 월영군만 있는게 아니었다.


“바르나프에게 제 이름을 대면, 별 탈 없이 각인진을 수정해 줄 마법사를 연결해줄 겁니다. 부디 그렇게 각인진 문제가 해결 될 수 있길..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방금의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십시요.”


검은색으로 도칠한 판금 갑옷에 각종 보호구들과 깃이 달린 투구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무장한 20명의 야별사(夜別士) 가 월영군보다 앞서서 다가오고 있었다. 최후의 수호자라 불리는 사제들의 직속 부대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른 이들은 알길이 없었으나, 사제와의 방금전 대화를 떠올린 카니엘은 그들의 등장이 너무나 불길한 것이었다.

인간의 극한을 뛰어넘는 극한. 신체 향상구슬 따위가 아닌 각자에 최적화된 마법을 사제들로부터 부여 받은 야별사들은 그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며 벨로나 세라트너 앞에 마주섰다.


“벨로나 세라트너. 월영군 9군단, 흑표 군단의 군단장이자 월연방국 최고 군단장. 현 시간부로 모든 직위의 권한을 일시 정지하며, 제정론의 명률을 어긴 죄로 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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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장 - 효시(嚆矢)_4화_구금소 (1) 20.06.02 6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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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2) +1 20.05.29 73 4 12쪽
26 3장 - 효시(嚆矢)_2화_하늘층 회의(1) 20.05.29 75 4 7쪽
25 3장 - 효시(嚆矢)_1화_무언 마법사의 조우 20.05.28 79 4 10쪽
»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끝) 20.05.28 84 3 11쪽
23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4) +1 20.05.25 90 5 10쪽
22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3) 20.05.25 88 4 9쪽
21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2) +2 20.05.22 91 6 7쪽
20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8화_일체일념(1) 20.05.22 99 5 8쪽
19 2장 - 일체일념(一體一念) _7화_ 별빛과 망루(2) 20.05.21 111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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